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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25. 금요일

Ath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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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소라의 껍데기는 집이자 옷이고 방패입니다. 또한 그 자체가 몸입니다. 자신의 몸을 녹여 단단하게 만들어낸 집안에서 먹고 자고 살아가다 죽음을 맞이합니다. 사람도 이만한 옷과 집만 가지고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소라가 죽고 남겨진 단단한 집은 다른 생명을 살게 합니다. 작은 소라 껍데기에는 집게가 들어와 살아가고 큰 소라 껍데기에는 주꾸미나 낙지가 들어와 적으로부터 몸을 피하고 휴식을 취합니다. 따개비는 소라의 껍데기 표면에 붙어 살아가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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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둥 껍질에서 사는 집게

 

소라를 보며 사람의 집을 생각해 봅니다. 그러다 어처구니 없게도 아이언맨 수트가 떠오릅니다.;; 아이언맨 수트만 있으면 더위도 추위도 상관 없자너. 비 와도 갠찮고 눈 와도 갠찮고. 차도 필요 없고 뱅기도 필요 없고 말이죠.

전쟁무기로 만들자니 돈이 많이 드는 거지 옵션을 많이 줄이고 생활에 필요한 기능들만 극대화해서 말이죠, 국가에서 배급을 해주는 거에요. 아이언맨 수트를 입은 사람은 노숙이 가능하다는 법 개정도 하고...;;;


개소리 그만 하고 하던 이야기 계속 하죠. 네...;; 무튼,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바다에서 살아가는 소라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실천자입니다. 소라처럼 혼자서 살아라;;


소라의 ‘라’(螺)는 나사(螺絲)의 ‘나’자와 같습니다. 나사의 모양이 소라와 닮았죠. 나사는 소라의 모양을 보고 만들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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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이름마저도 '나사고둥'입니다

 

소라를 한문으로 표기할 땐 ‘螺’라고만 표기를 하는데 한국에선 ‘소’를 붙입니다. 어떤 언어학자인가는 분명 이 말을 연구했겠지만 아무리 찾아봐야 저의 능력으로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 나름 상상해 봤습니다.


왜 한국에선 ‘라’앞에 ‘소’를 넣었을까를... 위키백과엔 ‘小螺’라 표기하고 있지만 일반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모양새나 크기가 작다고 말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일반적인 사전에는 ‘소螺’라 표기합니다. 소라에서 ‘소’는 순우리말 입니다.

 

소라를 일반적으로 고둥이라고도 부릅니다. 고둥에서 ‘고’는 상투를 틀 때 머리칼을 돌돌 마는 모양을 말하기도 하고 ‘옷고름’에서 사용되어 매듭이란 뜻을 갖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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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는 꼬여있는 고둥의 모양을 나타내는 말인 듯 보입니다. ‘둥’은 한국고유음계에서 울림음을 표현하는 표기법입니다. ‘천둥’에서 ‘둥’도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죠. 고둥을 풀이하자면 ‘낮은 음을 내는 돌돌 말린 것’이라 할 수 있겠죠.

 

‘라’(螺)는 虫(벌레충)자와 累(거듭할 루)자가 합쳐진 글자인데 모양을 나타내는 ‘고’와 같은 의미로 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는 ‘소리’를 줄여 쓴 말이지 않을까요?

 

소라는 소리가 납니다. 고려시대부터 사용된 악기 나각은 커다란 소라껍질로 만들어진 악기고 티벳에서도 소라껍데기로 만든 악기, 둥까르가 있습니다. 한국이나 티벳 말고도 수많은 나라에서 소라 껍데기는 나발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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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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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까르

 

또한 소라껍데기를 귀에 가까이 대보면 바람 소리가 들리죠. 소라껍데기 두 개를 귀에 가까이 대고 눈을 감으면 아늑한 공간에 와 있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주에 까 먹고 남은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고 눈을 감았더니 어렸을 적 들렸던 그 소리가 여전하네요. ^^ 아마도 소라나 고둥이라는 이름은 이런 소리를 듣고 지어진 이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게 아니다! '소라는 아까이 소라에서 온 말이다.' 그것도 아니다. '소라는 아오이 소라에서 온 말이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 잘 압니다. 네. (짤방은 건너 뛰겠슴다 ㅎ)

 

소라는 껍데기의 쓰임만 있는 것이 아니겠죠. 그 맛도 대단히 훌륭하고 종류도 다양합니다. 소라는 복족류에 속하는데 복족이란 배가 발이란 말입니다. 복족류에는 담수조개에서 이야기한 다슬기, 우렁도 포함되고 달팽이도 한 축에 듭니다. 얼핏 조개처럼 보이는 전복과 삿갓조개도 복족류에 속합니다. 복족류 중 껍데기가 나선형인 것들을 통틀어 고둥이라 부르고 세세하게 이름을 나눠 피뿔고둥, 뿔소라, 위고둥, 물레고둥, 갈고둥, 대수리 등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지난회에서 '웃으면 봊이와요'님이 전라도에서 다슬기를 대수리라 부르지 않나 물으셨는데, 패류도감을 찾아보니 대수리는 바다에 사는 고둥이더군요. 생김새나 크기가 다슬기와 비슷해서 같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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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리

 

분류는 위와 같이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종이 크다 싶으면 소라라 부르고 작은 종들은 고둥이라 불렀습니다. 일반적으로 고둥을 소라라 부르기는 합니다만 엄연히 소라라는 정식 이름을 가진 고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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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뿔소라)


이놈이 소라입니다. 딱 소라처럼 생겼죠. 다른 여러 소라들과 구분하기 위해 뿔소라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만 정식 명칭은 소라입니다. 저도 구분하기 쉽게 뿔소라라 부르겠습니다. 뿔소라는 분화구 같은 뿔이 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크기는 사과만 하다고 하면 짐작이 가실까요? 대부분의 고둥들은 뚜껑이 가죽 같은 느낌이지만 뿔소라의 뚜껑은 촘촘한 가시가 돋아난 석회질 뚜껑입니다. 뚜껑이 딱딱한데다 뾰쪽한 바늘들이 촘촘히 박혀있어 적들의 쉬운 먹잇감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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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표면에 거칠거칠한 가시가 나있슴다

 

뿔소라는 난류가 흐르는 따뜻한 해역에서 주로 서식합니다. 한국에선 남해와 동해 일부지역에서만 서식합니다. 제가 살던 군산은 칼바람이 코 벼가는 곳입니다. 야들이 살기엔 곤난한 지역이죠. 그래서 쉽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종종 먼 바다에서 잡혀온 것을 보긴 했지만 껍데기만 가지고 놀았지 그 맛은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완도에 갔을 때 보았습니다. 그래서 으레 피뿔고둥을 소라로 알고 살아왔고 레알 소라는 뿔소라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을 것입니다.

 

뿔소라의 생활방식이나 맛은 피뿔고둥 보다 전복에 가깝습니다. 미역, 다시마등 해조류를 먹고사는 초식동물이고 쓴 맛 없이 달고 구수하며 담백하고 쫀득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날로 먹을 때 오돌오돌한 식감도 전복과 비슷합니다.

 

뿔소라는 따뜻한 난류가 흐르는 남해 일대에서만 서식하고 양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양이 적습니다. 전복 양식이 활성화 되면서 맛도 좋고 양도 많고 값도 저렴한 양식전복에 완연히 밀려난 상태입니다. 생긴 건 참 멋진데... 그치만 뿔소라만의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가을부터 봄까지 남도 여행길에 계시면 뿔소라를 찾아 맛보길 바랍니다. 여행에서 특별한 즐거움을 줄 것 입니다.

먹고나서 멋진 껍질도 챙겨오면 기억에 남을 소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피뿔고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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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반적으로 소라라 부르는 녀석은 피뿔고둥입니다. 서해안 일대에선 참소라라 부릅니다. 매물고둥과 구분 짖기 위해 참소라란 이름으로 부릅니다. 참소라와 매물고둥은 생김새도 비슷하고 서식지도 비슷해서 구분이 어렵습니다.


매물고둥은 참소라에 비해 크기가 작고 무엇보다 맛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구분 지으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매물고둥은 살에 모래도 많이 껴있고 참소라에 비해 감칠맛이 덜하고 탄력도 덜합니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마는, 그저 그런 놈입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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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고둥 - 주둥이 끝 부분이 길죽하고 껍질 안쪽색이 희거나 보라색이다


그치만 참소라는 얘기가 다르죠. 참소라는 껍질만 봐도 침이 고입니다. 저것을 어찌 먹으까... 회로 먹으까, 삶아 먹으까, 궈 먹으까, 죽을 낄여 묵으까...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참소라. 이놈은 보기와 다르게 육식성입니다.


지깟놈이 빠르면 얼마나 빠르다고 육식을 할까 싶지만 야 보다 느린 애들이 있습니다. 어린 매물고둥, 어린 참소라, 전복, 비단고둥, 조개류등을 잡아먹고 삽니다. 그래서 양식하는 아자씨들은 가장 싫어하는 애들이 참소라와 불가사리입니다. 참소라는 먹잇감에 구멍을 내(지깟놈이 어떻게 그 딱딱한 껍질에 구멍을 내는지는 모르겠지만)속살을 녹여먹고, 불가사리는 조개고 뭐고 지보다 느린애들을 잡아 빨판으로 움겨쥐고 살을 빨아 먹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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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뿔고둥은 사냥중 - 같은 피뿔고둥을 잡아먹고 있네요;;

 

피뿔고둥을 가장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방법은 뚜껑 주변 안 쪽 껍질이 주황색입니다. 대부분의 고둥류의 안 쪽 껍질은 하얀색이거나 옅은 무지개빛인데 비해 피뿔고둥의 주둥이는 붉습니다. 이놈들, 나 고기 먹고 산다고 자랑질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피뿔고둥은 몸에 독을 품고 있습니다. 내장의 특정 부위에 독이 있는데 살을 반으로 갈라보면 나오는 하얀 덩어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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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살 가운데 베이지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독을 품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만 제거하면 맛있게 소라를 먹을 수 있습니다.

 

아깝다고 먹으면... 음... 쌉쌀하구, 머리도 아파오구요, 배도 살살 아프고요, 입 안도 얼얼할 겝니다.


맛의 달인이 되고자 한다!! 독소도 맛을 봐야 맛을 알지 않겠나! 그렇다면  과감하게 한 점, 아니, 적어도 세 점은 먹어야 머리가 아픕니다. 세 점 정도 과감하게 초장 찍어 드시길. 음... 그러고나면 골치가 많이 아픕니다. 네.


참소라는 쫀득한 살도 맛있지만 고소한 내장이 더 맛있습니다. 소라의 내장 중에 투명하고 먹었을 때 쫀득한 부위가 있습니다. 곰의 쓸개를 키우듯이 이것도 키울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난 왜케 이게 그렇게 맛있지?? 이것 안 먹고 소라 먹었단 소리하지 말기!

 

참소라를 고를 때는 가장 큰 것으로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무게 대비 크기가 큰 것이 살의 양도 많습니다. 작은 것은 살의 양이 적어서 삶고 나며 먹잘 게 없어요.

작은 것은 잡지도 먹지도 맙시다.


 

위고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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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뿔고둥처럼 육식을 하는 위고둥이 있습니다. 이놈은 뿔소라 보다 더 따뜻한 바다에서 사는 녀석입니다. 제주에서 발견된다지만 일반적으로 국내에 서식하는 종이 아닙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위고둥은 대부분 동남아시아산입니다. 껍질의 크기는 피뿔고둥보다 조금 크지만 살의 크기가 피뿔고둥 껍데기의 크기와 맞먹습니다. 살이 엄청 많은 녀석이죠. 살도 많고 요리를 하면 얼핏 전복 같아 보이고 식감도 쫀득한데 문제는 아무런 맛이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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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둥 살 - 크기가 이정돕니다. 쩔져?

 

다 좋은데 맛이 없으니 값이 쌉니다. 비지떡 저리가라 맛입니다. 양 많고 값싸면? 당근 업자들에게 좋은 식재료겠죠. 껍데기와 내장을 제외한 살만 수입되는데 중식당의 짬뽕재료와 횟집의 스끼다시용으로 주로 납품됩니다. 짬뽕 먹는데 전복이 들어갔나 하며 흐뭇해 하진 마시길 바랍니다. 전복 들어간 짬뽕을 파는 집이라면 현수막을 대문짝보다 크게 걸어 뒀을 겝니다. 쫄깃하긴 한데 이게 무슨 맛인가 싶은 것이 씹히면 고개를 갸웃거리지 말고 이놈이 위고둥이구나 하시면 되겠습니다.

 

 

골뱅이

 

고둥 중에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것은 아마도 골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골뱅이의 공식명칭은 물래고둥입니다. 동해에서 잡히는 것과 서해에서 잡히는 것이 차이가 나는데 동해에서 잡히는 것은 백고둥이라 부르고, 서해에서 잡히는 것은 수랑이라 부릅니다. 레알 골뱅이는 동해에서 나는 것이라지만 저는 아직 물래고둥을 맛보지 못했고 수랑의 맛만 알고 있습니다. 물래고둥이 수랑에 비해 크기도 크고 어쩐지 맛도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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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래고둥(백고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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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랑

 

자~ 여기서 골뱅이는 깡통에 들어 있는 것만 골뱅이라 부르는 줄 알고 있었다. 손!? 저도 수랑이 골뱅이란 걸 알고 깜놀했었습니다. 어릴 때 고향 앞바다에서 엄청 많이 잡히던 것이었는데 골뱅이 무침에 들어있던 골뱅이랑은 맛이 전혀 다르거등요. 사실 수랑은 깐스메 골뱅이보다 맛이 없습니다. 어떻게 요게 깐스메 골뱅이가 될 수 있는 것인가... 고민도 해 봤었죠. 어떻게 이 맛이 그 맛일 수 있을까...


참치캔도 마찬가지. 다 커서야 참치횟집에 가지 않았겠어요. 참치의 맛이란 동원이냐, 사조냐, 오뚜기냐에 달려 있는 줄만 알았는데... 그 삶은 참치 고긴 줄만 알고 있었는데. 김치찌개나 낋이고 도시락 까묵을 때 하나씩 따깍 따서 뻑뻑하게 먹던 그 맛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른데 참치가 이렇게 놀라운 맛 일줄이야. 세월이 조금 더 흐르면 닭의 벼슬도, 돼지의 코도, 소의 뿔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듯 해 <알고나 먹자>를 씁니다.


골뱅이의 본래 모습은 이러합니다. 삶으면 내장도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골뱅이 캔에는 내장은 들어있지 않잖아요. 또한 수랑은 골뱅이 캔보다 달지 않습니다. 그렇게 끈적하지도 않구요. 그렇게 감칠맛이 진하지도 않습니다. 골뱅이 깐스메의 달콤한 감칠맛은 매혹적이긴 합니다만 가공된 맛입니다. 머릿속 골뱅이의 데이터를 버리고 백고둥이나 수랑의 맛을 새롭게 기억하길 바랍니다.


신선한 바다 냄새와 쫄깃하고 싱싱한 맛이 그 달콤한 맛을 이겨낼 것입니다. 그렇게 기억해 두었다가 그 맛을 아이들에게 알리세요. 맛이란 것은 사람이, 돈 버는 기업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준 것이다 라고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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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

 

<현산어보를 찾아서> (이태원지음 - 청어람미디어)

<원색한국패류도감> (유종생지음 - 일지사)


 





Athom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