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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18. 금요일

Ath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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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이 평하고 맛이 짜며 독이 없다. 대소장을 조여들게 하고 대소변이 지나치게 나가는 증상과 식은땀을 멎게 한다. 정액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유정, 꿈을 꾸면서 사정하는 몽설, 부인들의 적백대하를 치료하며, 추웠다 열이 났다 하는 온학을 낫게 한다. 

- 동의보감 -


굴. 이러합니다.


언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언젠가 까마귀가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전국 단위로 돌았습니다. 까마귀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텃새로 살던 까마귀는 종자를 찾기 어려워졌고 철새로 수천 마리씩 무리 지어 이동하던, 해를 가려 어둠이 내려앉게 만들 만큼 많은 수가 떼를 지어 이동하던 까마귀 무리는 이제 기러기, 청둥오리 떼 만도 못한 수로 줄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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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사라지기 전 땅꾼들은 온 산을 휘감아 뱀 그물을 쳤습니다. 산허리 부근에 1m 정도 높이의 그물을 산을 휘돌아 감아 쳤습니다. 산 위에서 산 아래로 내려오는 뱀들은 그물에 걸려 똬리를 틀고 오도 가도 못했습니다. 매일 그물을 따라 순찰을 돌며 뱀을 거둬들였습니다. 지금은 그 흔하디 흔했던 까치독사 한 마리 쉬이 구경하기 어렵더이다.


타고난 불알과 좆을 어쩌란 말인지...뱀 많이 먹으면 말년에 자식며느리 욕보입니다. 죽기로 약속한 날, 숨은 꼴딱꼴딱 넘어가는데 좆만 살아 빨딱거립니다. 까마귀 많이 먹으면 급사합니다. 무슨 이윤지는 모르겠지만 까마귀 자시고 아랫도리 자랑질 하던 양반들 비명횡사 하는 꼴들 많이 봤습니다. 까마귀나 고라니 노루는 믿거나 말거나지만 뱀은 정녕 그러합니다.


굴은 오염원만 없다면 어디서든 잘 자라는 녀석입니다. 온 국민이 다 달라붙어 굴을 캐 먹어도 이듬해면 또 그만큼 알아서 생겨날 겝니다. 마치 봄날의 쑥과 같습니다. 흔적도 없이 모두 캐낸 것 같은데 여름이 되면 어디서 또 그렇게 많이 살아남아 기다란 쑥대를 키워내는지... 그리고 이듬해, 작년에 자라났던 그만큼 들에 피어납니다. 굴은 살아갈 바다를 해치지만 않으면 언제나 넉넉하게 돌아올 것입니다.


특이하고 귀한 것 찾지 말고 고대로부터 인증 받은, 노말한 굴이나 홍합으로 보양하시길 바랍니다.


굴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즐겨먹는 굴은 바위굴 혹은 태평양 굴이라고 하는 종입니다. 생장 환경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긴 합니다만 비교적 길쭉하고 살은 하얗고 아가미는 회색 빛깔을 띠고 있는 것이죠. 석화라고 부르는 커다란 굴 또한 바위굴이지만 조간대가 아닌 바다 속에서 계속해서 유기물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갯바위에 붙어 있는 굴보다 크기가 큰 것입니다.


사실 석화라는 이름은 바위에 붙어 꽃처럼 피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현재는 수중에서 크게 자란 굴을 일컫는 말이 되었습니다. 석화라 불리는 이 굴은 양식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양식된 것이나 자연산이나 품질의 차이는 전혀 없으니 양식이라고 낮게 평가할 이유는 없습니다. 양식 굴은 단지 생장 환경을 조성해 준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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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양식장


굴은 5~7월에 산란을 하는데 세상에 나온 알들은 조수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부유하며 바닷물에서 지내고 알을 까고 나온 유생은 어딘가에 부착하고 싶어합니다. 이즈음 굴껍데기나 가리비껍질 같은 단단한 껍질들을 줄에 꿰어 바닷물에 담가두면 그곳에 굴의 유생이 부착되고 양식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물이 들고 나는 조간대에서 양식이 이뤄지면, 물이 들 때는 먹이 활동을 하지만 물이 날 때는 입을 다물고 먹이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느리게 성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굴 양식은 유기물이 많고 조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 깊은 물에서 이뤄집니다.


양식굴에 비해 자연산 굴이 크기가 작은 이유는 굴의 유생이 달라붙을 곳이 대부분 갯바위고, 갯바위는 언제나 물이 들고 나기 때문이죠. 물에 항상 잠겨있는 갯바위도 있지만 잠수까지 해서 굴을 채취할 수는 없는 일이겠죠. 갯바위는 물이 항상 들고 나기 때문에 밀물 시기에는 먹이 활동을 하고 썰물 시기에는 먹이 활동을 중단해서 양식굴에 비해 크기가 작은 것입니다.


종종 바닷물이 전혀 닿지 않을 것 같은 곳에 굴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큰 파도가 일 때 유생이 밀려와 그 곳에 자리를 잡았거나 사리 날을 전후해 밀려온 유생이 자리를 잡은 것들입니다.


큰 파도가 밀고 온 유생이 자리 잡아 생겨난 굴은 그곳에 살지 못하고, 결국엔 죽어 작은 껍질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릿날을 전후해 자리를 잡은 굴은 크기가 매우 작습니다. 한 달에 일주일 정도만 물맛을 보니 겨우겨우 죽지 않고 살아만 있는 것이죠. 이 작은 굴은 먹잘 것이 없긴 하지만 정성 들여 채취하면 아주 고소하고 진한 맛이 일품입니다. 갯바위에서 채취한 굴은 그 맛이 좋아 양식굴에 비해 1.5배정도 비싼 값에 거래됩니다.


어릴 때 갯가에 나갈라 치면 노친들은 발 조심하라고 누누이 일렀는데 바로 굴껍질에 발이 다칠까 염려했던 것이죠. <캐스트 어웨이>에선 산호초에 발을 다치던가요? 한국은 굴껍질입니다. 갯벌에 가까이 가면 무조건 신발을 버리기 때문에, 신발 버리면 혼날 일이 무서워 항상 신발을 벗어두고 갯가를 돌아다녔거든요. 한참 이런저런 조개, 게, 새우 등을 잡고 나면 여지없이 발바닥에 수많은 생채기들이 나 있었습니다. 즐거우면 아픔은 나중일인가 봅니다. 집에 돌아와서야 쓰라린 것을 알고 발바닥을 보면 여기저기 칼로 그은 것 같은 상처들이 가득했습니다. 그 아픔도 잠시. 매번 갈 때 마다 그러니 어린 놈 발바닥이 곰발바닥였어요. <미래소년 코난>을 보며 '코난이 사는 미래에는 굴이 없는 건가 아니면 저놈 발이 튼튼한건가'라는 매우 실존적인 고민을 했었다능.;;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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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락 장사



갯바위에서 굴을 딸 때는 일명 ‘굴까게’라는 기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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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그로테스크해 보이는 전쟁무기 같죠?


곡괭이처럼 보이는 윗부분의 뾰족한 날은 딱딱한 굴 껍질을 찍어 겉껍질을 벗겨낼 때 사용합니다. 굴의 귀 부분을 콕 찍어 들어 올리면 껍질이 잘 벗겨집니다. 그렇게 껍질을 걷어내고 손잡이 아랫부분에 꼬챙이처럼 생긴 것으로 살을 긁어내는 것이죠.


견인차 횽에게 동영상 캡쳐해서 올리는 방법을 배워야 하나 봅니다. 이런 건 실제 모습을 보여줘야는데 말이죠....ㅎㅎ


일단 굴을 이렇게 채취하고 나면 맑은 물에 깨끗이 씻어줘야 합니다. 깨끗한 바닷물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바닷물이 없으면 소금물을 바닷물보다 조금 덜 짜게 해서 굴을 씻어주세요. 괭이로 찍어낼 때 굴껍질이 깨지면서 작은 굴껍질이 많이 섞여들게 됩니다. 소금물에 살살 씻어내면 바닥에 굴껍질이 가라앉고 깨끗한 굴을 건져낼 수 있습니다.


굴을 먹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죠. 매생이가 나는 한 겨울엔 매생이 국에 넣어 먹어도 맛이 좋고, 김장을 담을 때 함께 넣어 먹으면 김치 맛을 살립니다. 날로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좋긴 하지만 그 흐물거리는 식감 때문에 생굴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구이를 하면 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또한 일품이죠. 생굴을 싫어한다면 구이를 해서 드셔도 좋을 것입니다. 갯바위에서 나는 작은 굴들은 굽거나 익히면 먹을 것이 얼마 없어요. 갯바위 굴은 어리굴젓을 담거나 무침을 해 먹고 커다란 양식 굴로 구이를 해 먹으면 살이 많아 구이의 참맛을 느낄 수 있죠.


주말에 시장에 나가봤더니 생굴이 나왔더군요. 아직은 씨알이 여물지 않아 크기가 작지만 한여름 잊고 지냈던 생굴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한 중발 사들고 왔습니다. 두부와 쪽파만 넣고 탕국을 끓였더니 맛이 좋았습니다.

전주에는 사시사철 어리굴젓을 내주는 설렁탕 집이 있습니다. 보통 어리굴젓은 적당히 삭혀 먹어야 맛있다고들 하는데 이집에서 내주는 어리굴젓은 담아서 2,3일 안에 내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삭힌 맛은 나지 않고 신선한 생굴의 감칠맛이 매우 부드럽게 입안에 녹아납니다. 설렁탕에 밥을 말아 신선한 어리굴젓 한 점 올려 먹으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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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냉대하를 치료하는 데에도 굴이 좋다니 올 겨울엔 굴로 원기도 회복하고 고질병도 치료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홍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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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날 주머니 얇은 사람들에겐 홍합 국물과 소주 한 잔 만한 것이 없죠. 국물만 맛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살도 한 점씩 입에 넣고 씹으면 달달한 맛이 일품여서 소주 여러 병 청하기 마련입니다.


홍합은 한 때 천덕꾸러기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홍합은 진주담치입니다. 토종홍합, 혹은 참홍합이란 것과 구별되어 크기도 작고 맛도 덜해서 인정해 주지 않던 외래종입니다. 진주담치는 유럽일대에서 자생하던 것인데 서양 문물이 들어오던 때에 배에 달라붙어 함께 들어와 국내 해안에도 자리를 잡게 된 것이라더군요.


진주담치는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합니다. 부착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라붙어 살아갑니다. 배의 바닥에도 달라붙어 있고 로프나 통신 설비, 고압선에도 달라붙어 살아갑니다. 배의 바닥에 달라붙어 배의 속도를 느리게 하는 원인이 되고 프로펠러를 고정시키기까지 합니다. 이러니 이쁘다 소리 못 들은 것이죠. 이런 못된 버릇이 나중에 양식업자들의 눈에 들어 진가로 인정받게 됩니다. 어디서든 잘 자라니 낡은 그물 조각만 바다에 내려놔도 다닥다닥 달라붙지 않았겠어요. 그러니 양식이 얼마나 쉽겠어요. 가장 저렴한 식재료 중 하나이게 된 이유기도 합니다.


홍합의 종류도 여러 가지지만 진주담치와 참홍합에 대해서만 이야기 해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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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것이 참홍합, 아래의 것이 진주담치 입니다. 

크기도 차이가 나지만 참홍합은 겉껍질에 따개비가 붙고 진주담치는 붙지 않습니다.


참홍합은 진주담치에 비해 크기가 월등히 큽니다. 그래서 지역에 따라 진주담치를 개홍합, 물홍합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맛 또한 참홍합이 월등히 뛰어나지만 생태계에서 진주담치에 밀리면서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든 추세입니다. 최근에는 양식을 통해 유통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연산 참홍합에는 비할 바가 못됩니다. 종종 어청도에서 채취한 자연산 참홍합을 맛 볼 기회가 있는데 진주담치를 개홍합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겠더이다. 자연산 참홍합은 진주담치에 비해 세 배 이상 크고 껍질 안의 살도 알찹니다. 진주담치는 익혔을 때 살이 흐물거리는 느낌이 있지만 참홍합은 매우 쫄깃하고 독특한 향과 달콤한 맛이 감돌아 진주담치와 비할 것이 못됩니다. 살이 탄탄해서 적당히 말려 찜을 해도 맛이 좋고 사이사이 대파를 끼워 넣고 꼬치구이를 하면... 뭐, 술타령 안 할 수가 없죠?


홍합도 굴처럼 바위에 달라붙어 살아가는 생물인데 굴보다는 물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조간대에서 매일 물이 들고 나는 지점 이하에서만 살아갑니다. 따라서 물이 빠져나갔을 때만 채취가 가능합니다. 한 자리에 수백에서 수천 마리가 무리지어 서식하기도 하는데 굴은 껍질을 바위에 완전히 부착하지만 홍합은 실처럼 생긴 족사를 바위에 부착하고 살아갑니다.


홍합은 다른 조개에 비해 손질이 까다로운 편인데 껍질에 이물질이 많이 묻어 있어 수세미로 깨끗이 닦아 줘야만 깨끗한 국을 끓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귀찮은 일이 족사를 제거하는 일인데 홍합에 달려 있는 족사를 제거하지 않고 조리해서 먹으면 이물감이 상당한 데다 국물을 매우 지저분하게 만들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족사는 홍합의 귀 끝부분에 주로 나 있는데 껍질 안의 살과 연결 되어 있습니다. 밖으로 튀어 나온 족사를 잡고 입방향으로 잡아당기면 뽑히는데 홍합이 클수록 털의 힘이 막강합니다. 잘 안 뽑혀요. 이 족사라는 게 아주 특이한 단백질로 만들어졌다는데 지구 상에 존재하는 접착 물질 중 최강이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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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꺼지삼


의느님들은 이 성질을 이용해 뼈를 접착하는 뽄드를 개발했다나?? 붙여 먹고 사는 일의 최강자는 역시 쓰리엠이니 갸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지만 아니 왠걸 포스텍에서 만들었다네. 무튼 그것은 의느님들의 소관이고 주방에서는 매우 골치 아픈 작업 중 하나입니다. 진주담치는 그나마 접착력이 덜한데 참홍합은 붙어야 산다를 지상 명령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녀석처럼 질기고 오래 갑니다. 매우 큰 참홍합 같은 경우는 적당히 다듬는 선에서 포기하고 껍질을 까고 족사를 잘라내거나, 삶거나 구운 뒤 살 안쪽에서 족사를 가위로 잘라냅니다. 그 털 뽑자고 덤볐다간 다른 게 빠질지 모릅니다. 흠흠;;ㅋ


허준 선생이 홍합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셨네요. 귀담아 들어보세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오장을 보하고 허리와 다리를 든든하게 하며 음경이 일어서게 하고 허손되어 여위는 것과 몸푼 뒤에 피가 뭉쳐서 배가 아픈 것, 징가, 붕루, 대하 등을 치료한다.


어서게 한다!


일어서게 합니다. 일어서지 않을 땐 귀퉁방맹이를 날리지 마시고 홍합을 드세요. 잘 일어나긴 하는데 이놈이 기초 체력이 부족해서 자꾸 잠을 청할 때는 굴을 드시구요. 아이 낳고 배 아프다는데 화장실 가란 말 하는 주둥빼기는 쳐 닫고 홍합 넣은 미역국을 끓여 내 주십쇼. 다섯 아이 아빠가 될 수 있습니다. 아참! 기초 체력 단련엔 굴의 살도 좋지만 껍질이 또 그렇게 좋다나 어쩌다나. 쩝.


홍합과 굴은 아무리 급해도 여름에는 먹지 마세요. 도저히 급해서 어쩔 수 없다 싶으면 냉동굴이나 건조 홍합을 권합니다. 여름철 홍합과 굴에는 패류 독소가 들어있어 먹었다간 상당히 아야합니다. 배탈 수준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잘못하단 디집니다. 야들 몸에 독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독소를 가진 플랑크톤을 먹어서 그렇습니다. 이것들이 끓여도 독소가 사라지지 않아요. 끓여 먹으면 갠찮다고 구라치면 엄중하게 콧방귀를 뀌어주세요. 너나 쳐먹어라 씨벨로마~


싸구려 결혼식장 뷔페에 가면 허연 홍합살을 자랑하는 녀석이 종종 보입니다. 최근엔 결혼식장 무대를 밟지 않아봐서 잘 모르겠지만 몇 해 전까진 단골 메뉴였죠. 동남아 일대에서 수입해 온 열대종입니다. 자숙해서 한 쪽 껍질을 벗겨내고 냉동시켜 유통되는데 식감은 진주담치 정도지만 단 맛이 없는, 무미에 가까운 맛입니다. 매우 저렴하고 진열했을 때 모양도 괜찮아서 빠지지 않았던 음식였던 것 같은데 그렇게 맛없는 홍합은 없습니다. 종종 그린홍합이라고 뻥치시던데 나도 다 해봐서 안다규!! 뻥을 쳐도 정도껏 해야지. 저는 이정도 수준에서 뻥의 수위 조절을 했었습니다.


“소스 맛과 아주 잘 어우러지는 신선한 홍합입니다. ;;;”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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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음식은 먹지 않아야 사라집니다. 아닌가... 어떻게든 후가공을 해서라도 팔아먹나??



미더덕과 오만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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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더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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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둥이


바위에 붙어사는 녀석들 이야기가 나왔으니 미더덕도 이야기 하고 넘어가죠. 미더덕은 작은 멍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생긴것도 비슷하고 영양 성분도 거의 유사합니다. 단지 작고 색깔이 멍게에 비해 한참 후지다는거? 빼면 말이죠.


저는 미더덕을 먹어보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한참 나중에서야 전주에 와서 미더덕이 들어간 아구찜을 먹어보고 미더덕이 무슨 맛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맛본 미더덕의 맛은...;;; 입천장까지는 맛이었습니다. 뭔지도 모르고 아작 깨물었더니만... 하하 네. 뜨거운 국물이 온 입안을 아주 뜨겁게 적시더군요.


미더덕은 탁한 물에서 자라지 않기 때문에 서해에서는 구경하기 힘들고 그러다 보니 종종 발견되어도 먹지 않는 것으로 여겼던 모양입니다. 미더덕과 구분하기 힘든 오만둥이라는 녀석이 있는데 최근에 미더덕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이 아마도 오만둥이일 것입니다. 만득이, 만딕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현산어보를 찾아서>에서 오만둥이를 이렇게 묘사하더군요.


“젖꼭지를 닮았다.”


이렇게 정확한 묘사가 또 있을까나? 일각에선 꾸지뽕을 들어 비유하더만 꾸지뽕보다야 젖꼭지... 음... 정확해.


미더덕과는 확실히 차이를 보이죠. 미더덕은 긴 꼬리 같은 것이 있고 오만둥이는 동그란 한 덩어리입니다. 제가 처음 미더덕이라고 알고 먹었던 것도 오만둥이였습니다.


미더덕은 껍질이 두꺼워 멍게처럼 껍질을 벗겨내고 먹어야지만 오만둥이는 껍질이 얇아 껍질째 먹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미더덕과 오만둥이만을 놓고 맛을 비교하면 미더덕이 맛이 좋지만 찜이나 탕의 재료로 이용 될 때는 오만둥이가 씹는 식감이 좋아 개인적으로는 더욱 선호하는 편입니다.


마산, 창원 일대에 미더덕찜 맛있는 집 소개해 주실 분 없나요? 오만둥이 말고 레알 미더덕으로 만든 찜이 맛있는 집. 한 번 맛보고 싶습니다. ^^ 


미더덕이나 오만둥이 말고 거북손이란 것이 있습니다. 딱 한 번 아주 찜찜하게 맛을 봤던 기억만 있어서 진짜 맛이 어떤지 몰라 글로 쓸 수 없습니다. 그 맛이 아주 오묘하다던데 바다를 이야기 하면서 거북손을 맛볼 수 있다면 중간에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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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거북이 발처럼 생겼자너;;



재첩


담수조개류들은 대부분 흙냄새가 매우 심해서 여러 과정의 후가공이 필요하지만 재첩은 흙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재첩은 염도를 어느 정도 가진 담수의 모래에서 서식합니다. 조수가 들고 나야하지만 염수가 아주 조금 침투해야하고 깨끗한 모래사장이 있어야 살아 갈 수 있는 조개입니다. 그래서 서식하는 지역이 한정적입니다. 섬진강하구가 최대 산지이고 형산강도 재첩의 주요 산지 중 하나입니다.


광양에서 하동으로 넘어가는 남해고속도로변에 있는 섬진강 휴게소에가면 재첩 잡이 풍경을 멀리서 볼 수 있습니다. 반짝이는 강물에 몸을 담고 재첩 잡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내가 강에서 허리를 숙이고 서 있는 기분도 들고 말이죠. 만경강 갯벌에서 저러고 뭔가를 찾고 있던 나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듭니다. 농부나 어부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순수하게 부러워 하고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한 가지 감각을 잃어버린 사람이 그 감각을 가진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일지 도 모르겠습니다.


그 눈물겨운 재첩은 이렇게 반짝거리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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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고 귀여운 녀석을 어찌먹노?? 어찌 먹긴... 이렇게 먹습니다. 재첩은 비단조개처럼 깨끗한 모래에서 자라 해감이 필요치는 않습니다. 깨끗이 씻어 한두 시간 맑은 물에 담가 두면 해감은 끝납니다. 요걸 끓는 물에 넣으면 지가 알아서 살만 떨어져 물 위로 떠오릅니다.


귀여운 놈이 하는 짓도 예뻐요. 사람 귀찮게를 하지 않습니다. 보통 조개는 껍질에 달라 붙은 채 입을 벌리는데 재첩은 살을 떼어 냅니다. 그렇게 떠오른 살을 뜰채로 걷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국물은 채에 걸러 깨끗하게 준비하고 건진 조갯살을 넣고 부추를 넣어 국을 끓이면 됩니다. 지역에 따라 들깨가루를 넣기도 하고 수제비를 넣어 끓여 먹기도 하더군요.


무와 두부를 넣고 맑게 끓인 재첩국이 제 입맛에는 가장 맞았습니다. 먹는 것은 취향에 따라 드십시오. 어떻게 먹어도 순한 이 녀석의 맛은 넉넉한 강 하구의 품을 담고 있습니다.



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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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다슬기는 조개류가 아닌 복족류지만 민물에선 함께 이야기 하겠습니다. 전주는 다슬기가 모이는 집산지입니다. 시장에 나가면 다슬기를 많이 만날 수 있는데 전주와 가까운 완주군 관촌면은 만경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이기 때문에 가까이에 여러 개의 강의 지류가 있습니다. 이 두 강의 상류 부근에서 잡힌 다슬기가 자연히 인구가 많은 전주로 모여듭니다.


현대인에게 가장 은혜로운 음식은...음... 우루사와 다슬긴가요? 다슬기가 간에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채취와 수요는 늘어나지만 얘들은 굴이나 홍합처럼 위대한 번식력을 자랑하진 못합니다. 인공 부화장에서 부화시켜 강에 종패를 방류한다지만 그 수요와 남획을 감당하긴 어려운 모양입니다. 그래선지 다슬기 수입이 늘어난다데요. 아직까지 다슬기 양식은 일반화되지 않았고 쉽지도 않아 대부분 자연에서 채취한 것을 수입한다더군요. 깨끗한 환경에서만 자라는 다슬기니 수입이건 국산이건 믿고 먹을 수 있는 식품임은 분명합니다. 깨끗한 환경을 지키고 종패 방류 사업을 계속해서 유지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훌륭한 먹거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슬기는 맑은 물에서 살아가긴 하지만 이끼를 먹고 자라 비릿한 풋내가 납니다. 그래서 잡고 나서 하루 정도 해감을 시켜줍니다.


해감을 시킨 다슬기는 밀가루를 풀어 깨끗이 씻어주세요. 민물에서 살아가는 우렁 등도 흙내를 잡기 위해 밀가루로 씻어 냅니다. 밀가루로 겉표면을 씻어낸 다슬기를 한 시간 정도 물에 더 담가 뒀다가 끓는 물에 넣으면 눈이 떨어집니다. 2, 3분 정도만 끓이고 바로 건져내서 찬물에 씻어주세요. 그리고 지금부터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언젠가 시도해 봤지만 죽어도 하기 싫어 그만 뒀습니다. 바늘로 다슬기 살을 꺼내는, 죽기보다 싫은 고행의 시간을 보내야만 합니다. 다슬기는 껍질에 진국이 들었다지만 개뿔. 난 못함. 그냥 시장에 나가 다슬기 살만 사다 끓여 먹습니다. 고행을 즐기실 마음의 준비가 되신 분들만 진정한 다슬기탕을 맛 볼 수 있습니다. 살을 다 발라내고 다리에 쥐가 나고 무릎이 펴지지 않을지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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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보기만해도 다리저려 ;;


껍질은 버리지 말고 처음 삶았던 국물에 다시 넣고 오래오래 우려내세요. 오랫동안 국물을 우려내면 청자빛 다슬기 국물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아름답고 맑은 빛의 국물입니다. 이 국물에 다슬기 살을 넣고 수제비를 떠 넣거나 된장을 풀어 넣고 국을 끓여 드시면 됩니다. 이 또한 조리 방법이 지역마다 다르니 입맛에 맞게 드시면 되겠습니다.


이 말고도 우렁도 있죠. 우렁은 탁한 물을 좋아합니다. 유기물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죠. 주로 논두렁 주변의 수로나 저수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렁은 흙냄새가 매우 많이 나기 때문에 다슬기처럼 껍질을 사용하진 않습니다. 10여 분 푹 삶아 살만 발라 식용으로 사용합니다. 발라낸 살은 밀가루를 뿌려 여러 번 씻어내야 합니다. 특히 여름에 잡은 우렁은 흙내가 너무 심해서 10여 차례 씻어내야 요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음식으로 만드는 과정이 어려운 우렁이지만 그 쫄깃한 식감은 거부 할 수 없는 맛이죠. 우렁은 된장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강된장, 된장찌개 등을 하면 밥이 꿀떡꿀떡 넘어가죠. ㅎㅎ


아~ 우렁쌉밥 먹고싶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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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회엔 복족류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맛있는 소라가 기다리고 있네요.




참조


<현산어보를 찾아서> 이태원 저, 청어람미디어

한국토종야생산야초연구소 홈페이지







Athom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