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씻퐈 추천7 비추천0







최근 비트코인이 정말 핫하다. 비트코인 한 개의 가격은 현재 2780불을 넘어섰다(*편집부 주: 현재는 2154불). 1년 전에 비트코인 가격이 500불 정도였던걸 감안하면, 무려 5배가 넘게 오른것이다. 이 정도면, 핫한걸 넘어서 광풍이라 부를 만하다.


스크린샷 2017-05-31 오후 1.36.34.png

출처 - bitcoin.com


비트코인 가격이 왜 이렇게 오르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앞서, 먼저 밝힐 게 있다. 나는 비트코인을 거래하고 있지도 않고, 투자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다거나, 남들이 모르는 월가의 고오급 정보같은 건 없다. 그냥 부업으로 투자하는 개미 입장에서,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봤을 따름이다. 그러니, 그럴 리 없겠지만, 이런 넋두리를 참고삼아 투자결정을 내리진 마시라.


비트코인은 통화다. 그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갖는다기 보다는, 원하는 서비스나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통화와는 다른 몇가지 성격을 띄고있다.


120784710.png


1. 적극 유통되는 통화가 아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비트코인의 총 가치는 약 44조 수준이다. 일반 국가의 통화량은 커녕, 웬만한 사기업 시가총액만도 못한 규모이다. 규모가 작다보니, 결제를 할 수 있는 곳도 제한적인데, 애플페이나 삼성페이만도 못한 것 같다. 최근 비트코인으로 결제 가능한 사이트가 꾸준히 늘어나곤 있지만, 일상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엔 아직도 제한적이다.


2. 발행을 보증하는 국가가 없다


보통의 통화는 중앙은행을 통해 발행된다. 이 말은, 중앙은행이 그 통화의 값어치를 보증한단 뜻이기도하다. 즉, 투기를 목적으로 어떤 집단이 해당 통화의 값어치를 갑자기 올려버리거나 내려버리면 외환보유고를 동원하고 통화 스와프를 빌리는 방식으로 환방어에 나선다. 물가와 통화안정을 위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에는 이런 제어장치가 전혀 없다.


3. 금융소득을 올리기 어렵다


위 두가지에 비하면 부차적인 문제이지만, 이게 통화냐 아니냐를 놓고 봤을 땐 꽤나 중요한 문제이다. 보통의 통화는 가지고 있으면, 이걸 은행에 넣기만 해도, 쥐꼬리 만도 못하나마 이자가 들어온다. 또, 보통의 통화를 활용하면 발행되는 주식이나 채권을 사는 식으로 추가적인 금융소득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얻는 금융소득이 매우 제한적이다. 누가 이자를 주는 것도 아니고, 이걸 가지고 재투자를 하기도 그렇다. 실사용자를 제외한 제 3자 입장에선, 딱히 장기 보유를 할 이유가 없는 화폐이다.


이 세 가지를 종합해보면, 비트코인은 일반적인 화폐라기보다는, 금 같은 상품(Commodity)에 가깝다. 그 자체로는 현금 흐름(은행이자) 같은 걸 만들어 내지 않으면서, 가격 상승에 대한 심리로 하는 투자.


bitcoin-on-gold.png


고백하자면, 나같이 눈에 보이는 실적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투자자(꼰대)들 입장에서는 매우 이해하기가 어려운 상품이다. 이게 왜 그렇게 핫한지, 사실 나는 지금도 이해를 잘 못하겠다.


내가 모르니, 여러 매체나 유명 투자기관들의 코멘터리를 종합해 봤는데, 그닥 유의미한 걸 찾지 못했다.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정도의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관심 밖' 이라는 것 자체로 꽤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비트코인이 오랜 기간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놓여 있었기에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의 급격한 가격 상승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대형 기관들이 주인 시장이었으면 가격이 이렇게 급격하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았을 거다. 즉, 소규모 투자자들이 많은 시장이라 상대적으로 분위기를 타는 변동폭이 큰 시장인 것이다.


여기까진 돈도 잘 못 버는 주제에 쓸데없이 보수적인 투자자의 넋두리, 혹은 일반론이었고 이제 진짜 왜 비트코인이 올랐는지를 한번 파보자. 가장 큰 이유는, 위에 적은 비트코인과 일반 통화와의 차이점과 맞닿아 있다.


1. 적극적으로 유통되는 통화가 아니다. - 이 이유 때문에 비트코인은 오랫동안 시장에서 외면을 받아 왔었고, 상대적으로 낮은가격에 디스카운트로 반영되어 오랫동안 거래되어 왔었다.


이 말은, 뒤집으면 '유통과 수요문제가 해결된다면, 앞으로 비트코인은 높은 가격에 팔려나갈 잠재력을 갖췄다'가 된다. 물론, 일반화폐처럼 광범위하게 쓰인다면 좋겠지만, 그정도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고정적인 수요를 가지고 꾸준히 유통 될 수만 있다면, 이는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상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올해 들어, 비트코인 유통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는 일이 몇가지 있었다. 하나는 아시아국가, 특히 일본을 중심으로, 비트코인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달 자금결제법이 통과된 이후 일본에선 많은 상점(빅카메라 등)에서 비트코인을 취급하기 시작했고 일본 금융회사들 또한 이쪽 사업에 집중하면서 비트코인 엔화 결제가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비트코인 상용화를 앞당기는 사건이 터졌는데, 최근 전세계를 강타한 랜섬웨어다. 해커들은 사용자의 컴퓨터 파일들을 암호화하고,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보건대, 실제 비트코인 결제까지 이루어진 경우는 아직까지 제한적이지만, 앞으로도 비트코인을 목적으로한 범죄는 늘어날 것 같다. 이런 수요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비트코인 가격상승을 부추겼을 수 있다.


k178436p1n2.jpg


2. 발행을 보증하는 국가가 없다. - 발행을 보증하는 국가가 없다는 말 역시 뒤집으면, 국가의 통제를 벗어난 자금이란 뜻이기도 하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범죄같은 곳에 쓰이기도 좋은 것이, 관리하는 기관이 없으니 자금추적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마약자금결제는 물론, 증여세 회피, 역외탈세, 자금세탁 같은 불법적인 용도로 쓰기에도 매우 용이하다. 이는 비트코인이 탄생할때부터 갖춘 장점이자, 규제의 대상이 된 원인이기도하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도 기여한 부분이 있는데, 나는 아마도 중국 때문에 이 사단이 난 게 아닐까 싶다. 올해들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주가지수는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승승장구 중이다. 한국만 해도 증시가 좋다. 그런데 중국증시는 작년부터, 하락과 횡보를 거듭해왔다. 특히 위안화는 계속해서 하락중이다. 얼마 전엔 중국 국가 신용등급이 29년만에 강등되었다.


작년에 우려한 것과 같은 급격한 경착륙은 면했지만, 중국경제는 당분간 고속성장기 동안 과도하게 불린 몸집을 줄이는 조정기를 거칠것이 예상된다. 여기까지는 그냥 시장에서 통용되는 일반론이다. 그 결과 중국에 돈이 있는사람들은 가진 돈을 해외로 돌리고 싶어한다. 하락중인 위안화와 안 좋은 자국경제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달러로 바꿔서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고 싶어한다. 이런 심리는 위안화가 더욱 하락하는 데 일조한다.


위안화 이탈 문제가 꽤나 심각하니, 중국에서는 외환관리법을 강화해서 시행하고 있다. 개인은 물론 기업들이 해외로 송금을 하는데 제한을 두고, 출처와 사용처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외화를 관리하기 위한 자연스런 노력이다.


이러한 문제, 중국경제 침체와 외환관리법 강화 사이에서, 비트코인은 훌륭한 해결법을 제시한다. 당장 가지고 있는 여유자금을 비트코인으로 바꾸면, 위안화의 리스크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고, 이걸 제 삼자를 통해 송금한 뒤 바꾸면 해외로 빼돌릴 가능성도 생긴다. 게다가 자연스레 자금 세탁도 되니, 뇌물이나 범죄자금 같은 돈일수록 더더욱 이 쪽 루트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금이나 현금처럼 흔적도 남지 않으니, 조사가 들어와도 걸릴 게 없다. 세계 1, 2위 비트코인 거래소가 중국에 위치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139777_3.jpg


지금까지를 요약하면, 꽉 막혀 있던 비트코인 유통시장이 일본을 중심으로 법제화 되어 열릴 조짐을 보이고 있고, 랜섬웨어 등으로 인해 단기적인 수요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중국경제 하락 가속화로 인해 자금이탈까지 맞아 떨어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에 호재로 작용을 한 것 같다.


일견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글쎄... 나는 이게 가격이 몇 배로 뛸 정도의 호재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아무리 비트코인이 점점 널리 쓰인다지만, 랜섬웨어 지불이나 불법적인 용도가 아닌 이상, 굳이 비트코인으로 바꿔서 결제를 해야 될 필요성을 잘 모르겠다. 또, 국가로써는 바람직하지 않은, 불법적인 용도나 자본이탈 용도로써의 기능이 지나치게 강조되었다간, 자연스레 규제가 생겨서 이쪽 기능이 막히지 않을까 한다. 즉, 단기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건 설명할 수 있어도, 지속가능한 상승은 아닌 것 같다.


결국, 최근 불어닥친, 비트코인 광풍에 대해서 내가 내린 결론은 투기심리다. 최근 각종 호재를 타고 비트코인 가격이 쭉쭉 오르니까, 평소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까지 가격상승을 바라고 매수세가 유입 되었고, 이런 기대가 쌓여가자 투기심리 그 자체가 더 큰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혹시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호재가 있으면 살짝 나한테만 알려주시라, 나도 같이 돈 좀 벌게.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가장먼저 든 개인적인 고민은, 투자자로서 이걸 공매도(Short) 할까이다. 근데 생각보다 미국에서 해외에 위치한 비트코인 거래소로 돈을 보내는 게 어렵기도 하고(소송 등으로 인해서, 직접 송금하기가 대단히 까다로웠다), 사고자 했던 옵션가격 또한 비쌌다. 꽤 많은 사람들이 당장 엄청난 출혈을 겪으면서도, 비트코인 공매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여담이지만, 금융시장에서 자주 하는 말 중에, 배가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뒤짚어진다는 말이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격이 금방 떨어지겠지' 라고 생각을 하면서 공매도를 늘리는 순간, 가격은 오히려 반대로 올라가기 쉽다. 공매도를 하겠단 사람은 많은데, 여기 장단 맞춰줄 일반 투자자가 없으면 그 공매도는 나가리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나같이 비트코인에 대해서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투자자가 너무 많은 것 때문에라도, 비트코인 가격은 당분간 계속 오를 수도 있단 생각이 처음 들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내릴 것 같긴 한데, 언제 내릴진 아무도 모르니, 나같이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호구잡히기 십상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번 투자(공매도)는 거르기로 했다. 때론 도박판에 끼지 않는 것이, 돈을 버는 일일 수도 있다. 다들 성투하시라.



2017052401001024100042591.jpg




씻퐈


편집 : 꾸물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