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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4. 28. 화요일

너클볼러 








언젠가 악마가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신에게도 지옥이 있는데, 그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최근에는 악마가 이런 말을 했다. "신은 죽었어. 인간을 동정하는 바람에 신은 죽어 버렸어."


[니체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

 



나는 최근 며칠 동안, 4월 16일부터 지금까지의 민간잠수사 활동에 대해 조사했다. 사실 자의가 아니라 타의였다. 딴지일보의 몇 안되는 기자들이 <김어준의 KFC>방송과 관련, 밤을 새고, 자료를 찾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취재하는 동안 난 그저 이 생지옥에서 무관한 듯 거리를 두려 노력했을 뿐이었다.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며 스스로를 타박하기도 했고, '그런데 내가 뭐' 이카믄서 스스로 태연하려 노력하기도 했었다. 동시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기력의 덫에 스스로를 포박하기도 했고, 'WE NEVER CHANGE'라는 COLDPLAY의 노래 제목처럼 이 재앙을 겪고도 우린 바뀌지 않을 거라는 절망에 허덕거리기도 했다. 이런 시간이었다. 나에게 때론 지옥과도 같았던 이 시간들이 가족과 당사자들에겐 어떠한 의미였을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니 무서워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민간잠수사들의 상황에 대한 조사를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화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화라는 표현 이상의 것이 생각이 나지 않아 화라고 표현 한 것 뿐이다. 촌각을 다투는 구조현장에서 효과적인 활동을 위해 바지선을 요청하고, 선실로 들어갈 수 있는 라이프가드를 설치하고, 창문을 깰 수 있는 손도끼를 제안한 이들은 모두 민간잠수사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가장 중요한 사고 직후의 시점에 투입되지 못했다. 17일 오전, 300여명의 민간잠수사들이 팽목항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16~17일 민간잠수사들은 사고현장을 바라보는 가족과 같은 심정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바지선이 도착하고, 라이프가드가 설치되고, 창문을 깨고 선실에 진입한 때는 모두 아이들이 우릴 가장 필요로 했던,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상에 가장 절실히 요구했던 그 시간을 넘긴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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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트윗이나 날릴 뿐이었다.



우린 운이 좋았거나, 아님 선량한 기대만 품었던 것이다. 그저 운이 좋게도 잊을만하면 되풀이되었던 참사와 재앙의 당사자가 되지 않았을 뿐이었을지 모르고, 고통과 비참한 사고를 수없이 마주하고도 제도와 시스템, 정부와 권력에 일말의 변화를 희망하며, 서로 의지하고 다독거리며 품었던 선량한 기대에 대한 본의 아닌 결과인지 모른다.




우리에게 재난컨트롤타워가 없는 것도, 우리의 고통을 대신 짊어줄 선장이 없는 이 지옥과 같은 풍경이 낯설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16-17일 그 소중한 시간을 통째로 잃어버린 이유도, "민간잠수사를 투입해 적극적으로 구조에 임해 달라"는 가족의 요청과 절규에도 조류와 통제의 어려움을 들이밀며 도망치듯 "현장에 즉시 민간잠수사를 투입하겠다"며 변명과 거짓말을 늘어놓는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사고해역에 다녀온 학부모가 서해해경청 관계자에게 "오후 세 시부터 잠수요원들이 수색을 한다고 말했는데 하지 않았다. 또 민간잠수사들이 들어가려고 했는데 해경이 막아 들어가지 못했다"며 항의 한 것이 사고 당일 오후 10시 50분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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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의 항의, 아니 요구, 아니 절규에 서해해경청 관계자가 한 말이라곤 "확인해보겠다"와 "현장에 즉시 민간잠수사들이 들어가도록 하겠다"는 지켜지지 않을 답변 뿐이었다. 이 답변은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았다. 민간잠수사투입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당일부터 지금까지 구조활동 전체의 모습이 바로 이러했다. 가족과 국민들은 정부의 책임있는 활동과 보고에 귀를 귀울이고 안도하고 기대하지 못했다. 우리가 기대했던 나라의 모습이 바로 이러하다. 우린 그렇게 출구도 보이지 않는 깊은 비극의 터널에 빠져들어 갔다.




비통하게도 살아 돌아온 친구는 없다. 찰나의 안도도, 기대도 없었다. 그 사이 악마들이 만들어져갔고, 핑계와 비겁함만이 넘쳐났다.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린 일부가 악마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사의를 표했다. 참사의 발생에 책임이 있는 이들이 정부와 언론에 의해 악마가 되어 사회적 화형에 처해졌으나, 사고 수습과 대책, 그리고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에 해당하는 이들은 뒤에 숨어있거나, 하나 둘씩 도망가려고 하고 있다. 곧 또다른 누군가 "책임"이라는 그럴싸한 핑계로 도망가려 할 것이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잔인한 핑계와 비겁함이다. 총리의 사임이 '책임'이 아니라 좌초해 난파하고 있는 배에서 혼자 구명정을 띄워 도주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건 나뿐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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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해야 할 때 왜 당신은 도망가는가?



난 지옥이 어떤 곳일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금 이 순간이 지옥에 가장 가까울 거란 느낌이 몸을 죄어 오는 것 같을 뿐이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을 믿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뿐 아니라 전임 대통령 중 그 누구도 나의 안전과 행복을, 아니 우리 모두의 안전과 행복을 자신의 몸처럼 받들고 지켜줄거라 믿지 않았다. 우리가 아닌 누군가의 대통령, 누군가의 권력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난 박근혜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관계자, 이 비극과 관련된 그 누구도 도망가지 말 것을 요구한다. 죽을 힘을 다해 사태를 마무리하고, 책임을 지라 요청한다. 구성원 모두가 "그만하면 됐다"고 하더라도 발버둥 쳐주길 요구한다. 그 어떤 핑계도 대지 말고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대안을 준비하라. 당신들이 우리에게 그토록 애걸복걸하며 달라했던 권력, 그렇게 당신들에게 주어진 권력 씨바 그런 걸 하라고 있다는 걸, 모르는 척도, 외면하는 척도 하지 말란 말이다. 이 지옥에서 발뺌하는 것이야 말로 당신들이 악마로 만든 이들과 다를 바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게 무책임하고 야비한 악마는 되지 말기 바란다.



니체가 말한 대로 인간을 사랑하고 동정한 댓가로 신은 죽었다 치자. 그래 비통하게도 기도 같은 거 애초에 물건너 갔다 치자.


다시 한번 말한다. 정부와 권력, 권한을 가진이와 책임을 져야하는 당신들. 도망갈 생각 하지도 마라. 기대나 당부가 아니라 명령이다. 도망간 넘들도 다시 잡아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라. 니덜은 권력의 꼬리가 아니라 우리의 종이라 니덜 주뎅이로 떠들지 않았는가. 이 비극의 진짜 악마가 되고 싶지 않다는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면 말이다.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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