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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함석헌 선생은 독재정권을 규탄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투옥됐다. 검찰 조사관은 '너를 대항해 죽이기보다는 나는 차라리 네 칼에 죽는 것이 좋다'고 쓴 부분을 두고, '대한민국을 북한에 넘겨주라는 것 아니냐'고 물고 늘어졌다.

 

함석헌 선생은 이리 답했다.

 

“나는 물론 성경의 가르침대로 평화주의를 믿는다. 원수를 사랑하기를 힘쓰는 자다. 그러나 그렇다고 현실의 나라에서 군대 폐지, 전선에 있어서 패배주의를 주장 선동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것이다. 네 혼에 원수를 사랑할만한 실력이 없거든 차라리 나라를 위해 용감히 싸워라. 그러나 그것으로는 참 승리, 참 평화는 얻지 못한다. 참 평화의 세계는 내가 스스로 희생이 되어 죄악의 값을 내 몸에 지는 사랑으로써만 이룰 수 있다”.

 

희생과 사랑. 기독교 사상의 정수이자 우리가 종교인에게 기대하는 자세의 표본을 보인 것이다. 이런 깊이를 간직하고 있는 종교인이라면 어떤 신을 믿느냐를 떠나 존경하고 우러러보게 되는 건 당연한 일.

 

허나, 정확히 같은 질문에 전혀 다른 답을 남긴 이도 있으니. 그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장경동 목사님 되시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ZWjaC0HeGk4

 

“만약에 북한이 쳐들어왔다, 그거는 말도 안 된다. 왜? 그쪽은 2000만, 우리는 5000만이야. 그러니까 한 놈씩만 안고 죽으면 2000만만 희생하면 나머지 3000만이 아기는 금방 낳아버리면 돼.”

 

"저는 우리 교인들하고 다 합의가 됐습니다. 나가서 싸우기로. 싸워서 이겨야 됩니다.”

 

 

과연. 목사님 영혼의 방대한 스케일을 짐작케 하는 명랑한 주장이다. 일찍이 예수께서 말하셨던 믿음, 소망, 사랑 따위, 목사님 스케일에선 그까이꺼, 사람은 금방금방 낳아버리면 되니까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타노스도 울고 갈 호방함이다. 

 

북한이 쳐들어오면 북한군과 싸우면 될것을, 왜 북한주민 2000만명을 다 안고 죽자고 하는지 우리 같은 범인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을 일이지만, 예수께서 '오른뺨을 때리거든 왼뺨도 돌려대어라'라 하신 말씀을 독창적으로 계승 발전시킨 것은 아닐까(비록 그 원형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아련하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우리 교인들하고 다 합의가 됐습니다'는 말은 또 뭐란 말인가. 장경동 목사님 교회에선 주말마다 예배도 드리고 군사훈련이라도 하고 있다는 뜻일까? 예배와 군사훈련을 병행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종교라면 시리아 쪽에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등등의 난제를 안고 고민한 결과, 책상머리에 앉아서는 결코 목사님 스케일에 닿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여, 목사님의 탈인류적 스케일의 목회를 체험해보고자 장경동 목사님께서 담임목사로 계신 대전중문교회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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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일 2일. 챔스 결승에서 리버풀이 토트넘을 이겼다. 새벽 4시에 시작한 경기가 끝난 건 아침 6시. 환희 혹은 아쉬움을 안고 모두들 달콤한 꿈나라로 떠날 그 일요일 아침. 나는 서울역으로 갔다. 장경동 목사님 목회를 듣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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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대전역까지 간 후 지하철 한 번만 더 타면 되는 간단한 여정이었으나, 챔스 결승을 보느라 잠을 못자 피곤에 쩔어 있었던 내게 그 길은 흡사 이집트를 탈출하는 이스라엘 백성에 비할 정도로 고됐다.

 

말이 나온 김에 고백하자면, 출애굽기 중 이스라엘 백성들이 고된 일정과 두려움에 주님을 의심하고 짜증을 냈던 것처럼, 쏟아지는 졸음에 장경동 목사님을 향한 내 믿음이 부족해지기도 했었다.

 

그때 이스라엘 백성들 옆에 선지자 모세가 있었다면, 내 옆엔 딴지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고등학생이 있었다. 굳이 차이점을 꼽으라면, 모세는 뛰어난 지도력으로 위기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었고, 우리 인턴은 잠만 잤다는 것 정도. 같이 자다가 대전에서 못 내리고 하마터면 부산까지 갈뻔했으니 인턴 입장에서도 나를 다를 바 없이 생각할 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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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에서 내려 목사님을 찾아가는 중, 우리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자동차들이 마치 홍해의 기적을 재현이라도 하겠다는 듯, 교회로 향하는 길을 터주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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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로 다가갈수록 점점 성스러운 기운이 짙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하늘에 신비로운 구름이 몰려들더니 저 멀리 목사님이 계신 중문교회의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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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십자가 아래 전보대가 또 다른 십자가를 만드는 기적! 장경동 목사님의 *쌍십자가! *십십자가! (*이 부분에선 발음에 각별히 유념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드디어 목사님이 계신 교회에 당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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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장경동 목사님이 계신 곳이라고 하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게 없어 보였다. 일요일 오전의 여느 교회와 마찬가지로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교회로 모여들고 있었을 뿐이었다.

 

목사님의 스케일이라면 이럴 리 없을 텐데.. 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주변을 둘러보다, 그만 이것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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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한쪽 귀퉁이를 당당하게 지키고 있는 ATM!

 

과연. 큰 일을 하실 분들의 스케일은 범인들의 상상 이상이다.

 

예배시간이 임박해 교회에 들어가려고 하는 찰나, 교회에 막 도착한 장경동 목사님을 마주칠 수 있었다. 스타렉스에서 내려 넉넉한 풍채로 위풍당당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은, 마치 포탈을 타고 와칸다를 조지러 온 타노스의 모습과 비슷했달까. 하여간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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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로 들어와 중간즈음 자리를 잡았다.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자리가 차 있었는데, 대부분 50~60대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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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입구에서 받은 주보

세종 성전을 짓고 있나보다

 

찬송으로 예배가 시작됐고, 목사님이 등장하셨다.

 

장경동 목사님의 설교는 뭐랄까, 글로는 설명할 수 없는 굉장한 스케일의 것이여서 직접 들어보기를, 아니면 영상으로라도 접해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다.

 

우선 목사님은 마태복음 4장 7절을 읊어주셨다.  

 

예수님께서 이르시되 또 기록되었으되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치 말라. (마 4:7)

 

이어지는 목사님의 말씀.

 

 "그런데 그런 하나님이 나를 시험해보라고 말씀하신 것이 딱 한 가지 있는데 그게 뭐냐. 바로 십일조입니다."

 

 “우선 뭐 십일조를 하면 하나님이 축복을 해주신다.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저 말을 가만히 이렇게 느끼면서 어떤 생각을 해봤냐면 저렇게 줄 줄 알고 베풀 줄 알면서 사는 삶 속에 복이 들어 있다 그 말도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아멘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까딱하면 교회 입구에 있던 ATM 기계와 주보의 '부채 없이'를 떠올리며 헌금 많이 내라는 말로 착각할 수도 있었지만, 목사님께선 '이게 다 너희 삶을 복되게 하는 거다'라는 말로 어린양의 손을 지갑으로 이끄셨다. 가히 기적의 예배 스킬이라 할 수 있다.

 

또다시 고백하자면, 나는 여기서 목사님의 현란함에 매료되어버렸고, 할렐루야! 를 누구보다 우렁차게 외치면서 탈인류적 스케일의 목사님 설교를 경청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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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렐루야!

 

“내가 지금 사우디아라비아에 태어났다. 그 사람은 거의 선택의 여지없이 이슬람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태어나면 그냥 이슬람을 옳은 종교로 믿고 살다가 죽어 천국을 가든 지옥을 가든 확인되지도 않은 채 믿고 그렇게 가는 겁니다.

 

내가 지금 일본에 태어났다면 나는 불교나 그냥 잡신을 섬길겁니다. 지금 일본에 기독교는 1, 2% 정도 밖에 안 되니까. 일본에 태어나서 천국 갈 확률은 굉장히 쉽지 않죠.

 

내가 지금 중국에 태어났다. 그러면 글쎄요. 그 사람의 신앙은 유교일까. 아니, 그보다 아마 공산당원일 확률이 높습니다."

 

2013년, 프란체스코 교황은 신의 자비는 한계가 없다며, '무신론자도 양심에 따라 살면 된다고 하셨지만, 목사님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우리의 선지자 장경동 목사님의 스케일은 그것을 뛰어넘는다.

 

우리 목사님께선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다른 종교로는 힘들다는 탈인류적, 탈교황적, 탈예수적 관점을 견지하고 계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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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의 현란한 설교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 만병의 원인은 피가 오염됐기 때문이라는 것, 이름만 대면 금방 아는 어느 유명한 스님은 담배 한 번 안 피우고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그 원인이 아침마다 냉수를 마신 것과 냉수마찰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 새벽 교회로 악한 귀신을 싹 쫓아버리셨다는 것, 수술은 수술이 할 부분이 약은 약이 할 부분이 기도는 기도가 할 부분이 있다는 것 등 건강 꿀팁과 성령체험, 샤머니즘, 안아키 등을 오가는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하셨다.

 

여기서 목사님의 스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좌중을 휘어잡고, 웃기고, 강약을 조절해 긴장감을 만드는 등 기술이 굉장했다. 축구선수로 치자면 스피드, 슈팅, 패스, 수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느낌이랄까. 다만 그 스킬로 우리편 골대로 공을 차 넣는 것인지 상대편 골대로 넣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가긴 했지만, 이건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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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예배에서 딱 하나 아쉬웠던 걸 꼽자면,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종교의 자유와 함께 4대 기본권으로 꼽히는 무료 와이파이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 정도? 세종 성전을 위해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겠지만 신도들을 위해 와이파이는 제공해줬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그렇게 여러모로 유익했던 설교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목사님의 은혜와 은총으로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띄우고 교회를 유유히 빠져나가던 그때,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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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입구엔 트럭이 한 대 주차돼 있었고, 그 안엔 수박이 가득 쌓여 있었다. 트럭엔 이렇게 쓴 종이가 붙어 있었다. 

 

 '건축헌금 목적 무조건 10,000'

 

목사님의 설교에 마음이 크게 동했던 나는 물흐르듯 트럭 앞으로 흘렀고, 내 손은 어느덧 수박을 톡톡 쳐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카드로는 수박을 살 수 없고 오로지 현금만 된다 하여, 로또를 사려고 남겨뒀던 만원을 꺼내 수박을 구입했고, 거대한 수박을 품에 안고 KTX를 타는 것으로 성령체험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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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의문을 품게 만들었던 목사님의 탈인류적 스케일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있지만, 오늘 방문으로 확실히 알게 된 게 있다. 목사님은 생각보다 훨씬 대단하고 멋진 분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도 장경동 목사님은 불교를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다 목사님 스케일을 이해하지 못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일 뿐이다. 물론 그 스케일이 무어냐 묻는다면, 직접 목사님의 목회를 들어보고 스스로 느껴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고 할 수밖에 없지만.

 

해서, 직접 성령 체험을 하고 온 나로서는 목사님이 다른 종교를 비하했다느니, 학살을 부추겼다느니 하는 말은 언어도단이라 생각한다.

 

굳이 오지랖을 부려 그런 협소한 스케일의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나는 장경동 목사님의 아래 설교를 소리내 읽고, 가슴에 손을 얹고 신 앞에서 반성하고 회개하라는 말을 꼭 남기고 싶다. 

 

 

 "교회에서 복음이 전파되어야 하는데, 교회에서 자꾸 사탄의 소리가 전파되면 안 된다 그말입니다."

 

 

 

 

P.S.

 

성령이 충만해서인지, 정말 좋은 수박이었던지 장경동 목사님의 설교에 감격해 구입한 수박은 굉장히 맛있었다. 혹 성령체험에 나서는 사람이 있거든 반드시 수박을 사서 먹어보길 권한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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