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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종편이 난리가 났다.

 

 “김제동 강연료 1550만원은 너무 비싼 거 아닌가?”

 

라는 논조의 논평들을 쏟아내고 있다. 시민들의 인터뷰와 뒤이은 패널과 사회자의 코멘트. 뭔가 좀 그렇다. 김제동이 도대체 뭘 잘못한 거지? 

 

 

1.

 

이러저러한 일로 대전에서 강연을 좀 했었다. 

 

 “고향 사람인데, 너무 야박하게 구는 거 아닙니까?”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투정 섞인 협박은 이제 익숙하다. 강연을 업으로 사시는 분이라면,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가리지 않을 것이다. 핵심은 강연료와 배차 혹은 숙박이다. 

 

한번은 대전 호텔에서 조찬 모임이 있었다. 지금은 망한 리베라 호텔에서였다. 강연료가 좀 짜긴 했지만 호텔 숙박도 해주니 친구들 얼굴이나 볼 겸 갔었다. 2시간 강연에 150만 원이었던 거 같다.

 

도서관 강연도 많이 했었다. 이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공공기관 강연료는 거의 정찰제라 보면 된다. 박한 곳은 40만 원, 많이 나와 봐야 60만 원 선이다. 교통비도 없고, 아주 먼 곳이 아니라면 숙박 지원도 안 해준다.

 

솔직히 말해서 지방으로 강연 가는 건 꺼려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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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료도 그렇지만, 나이가 드니 어디 움직이고 하는 게 힘들다. 기업에서 배차 내주는 경우에도 몇 번이나 고심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나마 내가 지방 강연에 다니게 된 다니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김훈 선생 덕분이다. 

 

 “글 쓰는 사람은 도서관에 빚을 지고 사는 거야.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부르면 가는 게 예의지.”

 

파주 중학교 강연 요청을 가지고 고민하는 내게 날아온 한 마디다. 

 

(갑자기 떠오른 에피소드. 이 시대 최고의 문필가는 다른 원고는 다 거절하면서도 대학교 학보사에서 청탁한 원고는 열일을 마다 않고 써주시는 모습을 내게 보여줬다. 전남 지역의 모 4년제 대학 학보사였는데, 청탁한 인물이 1학년 여학생인걸로 기억한다. 김훈이 누구인지 모르고 덜컥 연락해서 원고를 청탁했는데, 김훈 선생은 대학교라니 선선히 원고를 써주겠노라 말했다. 그리곤 '김훈'이라 박혀 있는 원고지에 연필로 한 자 한 자 눌러서 원고를 완성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사흘 정도였을 듯하다. 그리곤 학보사에 연락을 했다. 

 

 “우편으로 보낼 테니 주소를 달라.”

 

돌아온 답변이 걸작인데, 

 

 “저희 학보사는 워드프로세스로 작성된 원고만 받습니다. 워드로 작업해서 보내주세요.”

 

김훈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1학년 여학생이었다. 이 노 문필가는 눈을 껌벅이더니 내방으로 찾아왔다.

 

 “야, 워드 하나만 쳐줘라.”

 

저간의 사정을 다 들은 난 이해가 안 갔다. 나라면, 이 육필원고를 받아서 자기가 워드를 치고, 육필원고는 자기가 가져갔을 텐데...아마도 김훈의 육필원고의 가치를 생각지 않는 인물인 듯했다. 어쨌든 그 육필원고 타이핑은 내가 했다. 전남의 모 대학 학보사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4년 전 실은 김훈의 원고는 당시 1학년의 기개 높은 일성에 노 문필가가 후배 작업실 방문을 두들겨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

 

글로 밥벌이를 하난 이라면 도서관이나 학교에 빚을 지고 있으니 어지간하면 강연을 다니라는 거였다. 그 말대로 난 지방 강연을 많이 돌았다. 밀양에도 갔었고, 산청에도 가고, 전주에도 가고, 광주에도 갔다. 그러나 강연료는 늘, 정찰제였다.

 

 

2.

 

개인적으로 기업체 강연을 선호한다. 90분 강연에 많이 받을 땐 300만 원을 받은 적도 있었다. 조찬 강연 같은 경우에는 2~3백선에 차량 배차가 기본이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나 같은 놈이 받는 강연 액수다. 

 

전문적으로 강연을 하지 않았던 사람, 그러니까 셀럽 정도로 분류되는 꽤 유명한 야구감독이 하나 있다(이분은 야구감독을 더 못할 거 같아서 강연일정을 잡아놨는데, 덜컥 감독으로 선임돼서 강연 취소하느라 꽤 고생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였다). 많이 쫓겨난 거로 유명한 이분은 기업체 쪽에서 상당히 인기 있는 강사였다.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1회 강연에 2~3천만 원을 넘게 받는 걸로 알고 있다. 또 다른 야구인도 있다. 이분은 원 클럽맨으로 한 팀에서 주구장창 뛰다가 레전드가 됐다. 이 분도 은퇴하고 나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내야 땅볼을 치더라도 죽을힘을 다해 1루로 뛰라는 게 강연의 핵심 내용이었다). 이 분도 1회 강연료가 1500~2천만원 선이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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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만물상

 

내 생각에 김제동 강연료 논쟁(?)의 재료는 하나다. 

 

“김제동이 꼴 보기 싫다.”

 

이다. 김제동의 강연료를 들었을 때, 이렇게 생각했다. 

 

“김제동이 저 정도 받는구나. 뭐 괜찮네.”

 

스타 강사라 불리는 이들의 강연료(혹은 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의 1회 광고료 액수를 생각해 보라. 스타 강사라 불리는 한 강사가 운영중인 유튜브의 책 광고는 1회 500만원이다)를 생각해 보면 상식의 범주 안이다. 강사료가 눈에 차지 않는다면, 대학 축제 때 등판하는 아이돌 가수들의 섭외비용과 비교해 보라. 노래 2곡 부르고 3천만원 넘게 가져가는 이들은 차고 넘친다. 그 아이돌의 십여분과 김제동의 90분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김제동도 연예인이다. 

 

(강의 시장이 폭발한 이유를 설명할 때 한국인의 ‘강박’과 같은 교육열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80년대 기업체의 간담회나 모임에는 가수나 코메디언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 당시 최고 몸값이 故 이주일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회사 인사과나 기획실 쪽에서 사주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기왕 돈쓰는 거 ‘교육적’으로 가는 게 좋아 보인다고. 연예인의 자리를 강사들이 차지하게 됐다. 기업체의 수많은 ‘교육’들을 보면 참 쓸데없는 걸 많이도 한다는 생각들을 했다)

 

김제동이 꼴보기 싫은 이들에게 김제동이 보여준 정치적 입장과 그가 버는 ‘벌이’사이의 간극을 파고든다. 참 촌스럽다. 

 

김제동의 입장에서 그 정도 강연료는 정당한(혹은 약간 부족한) 강연료 책정이다. 정말 문제를 따지자면, 그 ‘액수’를 지불한 곳에다가 시비를 거는 게 맞다(실제로 그러했고 말이다). 재정자립도 16%의 대덕구라니(내 본가가 유성구에 있다. 대덕구 도서관에서도 강연을 뛰었다. 그때 아마 40만원 언저리를 받은 기억이 난다).

 

그들은 김제동이란 연사를 모시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 특별 강연료를 책정했다(이게 공공기관에서 쓰는 방법들이다. 정찰제 가격으로 모실 수 있는 강사가 아니라면, 따로 책정을 한다. 내 경우는 아예 꿈도 못 꿀 세계지만). 그들로서는 약간 무리했을 거다. 담당자 한두 명이 생각해서 움직일 규모의 예산이 아니다. 

 

대덕구에 문제가 있다면 있지, 김제동의 문제가 아니다. 김제동은 시장에서 책정된 자신의 몸값을 정당하게 불렀고, 대덕구는 이 몸값을 받은 거다. 이걸 가지고 뭐라 하는 거, 이거 좀 치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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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이나 최저임금을 가지고 따지는 거 보면서 헛웃음이 나왔다. 진보적인 정치신념을 가진이라면 최저임금만 받고 일하라는 건가? 뭐 그렇다고 해도 또 다른 시비 거리를 찾아내겠지만.

 

김제동의 강연료 논란을 보면, 오른쪽에 있는 이들에게는

 

 “당시들이 주장하는 자유시장 경제의 논리입니다.”

 

왼쪽에 있는 이들에게는, 

 

 “극단적인 정치적 올바름의 안경을 이제 좀 벗읍시다.”

 

라고 말하고 싶다. 시비거리도, 논란 거리도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대덕구가 욕심 한 번 부려본거다. 결국 실행도 되지 않았고, 엄한 김제동만 똥물 튀었다. 다시 말하지만, 김제동 급 강사들 다 그 정도 받는다. 하다못해 나같은 놈도 기업체 강연 나가면 2시간에 300만원씩 땡긴다. 대한민국에 나 아는 국민이 몇이나 되겠나? 하물며 김제동이다.

 

하도 얼척이 없어서 몇 글자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