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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아닌 인재, 강원테크노파크 수소탱크 폭발 사건

 

2019년 5 23 오후 6 22분, 강릉시 대전동 강릉과학산업단지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 1공장  수소저장 탱크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6명이 중상해를 입었다. 공장은 완파되었다강원도는 사고의 피해액을 340억원 규모로 잠정 파악하고, 6 12 사회재난으로 지정했.

 

사고는 강원 테크노파크의 근무자들이 모두 퇴근하고   발생했다. 폭발규모에 비해 인명 사상자는 적은 편이나, 강원테크노파크에 세미나 참석 차 견학하던  모임의 일원이 피해를 당해 안타까움을 자아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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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기술평가원을 통해 시행한 연구개발 과제(전원독립형 연료전지-태양광-풍력 하이브리드 발전기술 개발) 실증작업 과정이었다. 참여한 기관만 10여 개에 이르고, 국비 45억을 포함해 62억원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사고는 여기서 일어났다.

 

경은 사고의 원인은 수전해( 전기분해) 시설로, 설계부터 관리까지 총체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조사결과를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폭발사고 원인 분석  감정결과는 '수소탱크  버퍼탱크 내부로, 산소가 폭발범위(6% 이상) 혼합농도 이상으로 유입된 상태에서, 정전기 불꽃 등이 발생해, 화학적 폭발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피해 유가족 측은 '설계 단계부터 수소탱크  산소유입을 막는 장치(정제기)가 빠져 있었고, 대체할 부품도 누락되었으며, 내부 정전기 발생을 차단하는 조치도 생략되었다'고 덧붙인다.

 

실제로 수소탱크 가동 며칠 만에 산소가 유입된 것이 확인되었고, 관리당국이 대책수립을 권하였지만 주관사가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예견된 참사, 사고가 아닌 인재였다

 

춘천지방검찰청은 사고 관련 기관과 업체 직원 10명을 '업무상과실폭발성물건파열' 및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으로 기소하였다(형법 173조의21172 12683040). 올해 1 15일 있었던 첫 재판에서 피의자들은 기소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하였다. 정제기 미설치와 폭발사고와의 인과관계도 부인하였다. 다음 2 공판은 2 28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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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사고로부터 6개월이 2019 11월, 사고로 생을 마감한 김재훈 씨의 아내 정진경 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청원을 올렸다.

 

강릉 수소탱크 폭발 사고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링크)

 

정진경씨는 “수소탱크 폭발 사고에 대한 정부의 책임 인정  사과와 사고의 책임에 관한 철저한 수사  처벌, (사고 컨소시엄 관련된) 국가기관의 변호인 선임 현황 파악,  수소탱크와 관련된 사업 과제에 대한 엄격한 감사 실시 촉구하고 있었다.

 

인간을 위한 개발 속에서 인간이 희생되는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산업현장의 관리자  책임자들의 부주의를 그대로 둔다면 2, 3 사고가 발생할 것이다. 예방하기 위해선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고 피해자 김재훈 씨의 아내 정진경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책임을 줄이거나 빠져나가려는 기업체와 담당자들과의 법정다툼을 앞두고 있는 정진경 씨는, 남편을 잃은 자신의 슬픔보다는 자식을 잃은 시아버지의 아픔이  깊고 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했다.

 

 

 

피해자들  가장 어린  사람이 생을 마감

 

정진경 씨의 남편 김재훈씨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강원테크노파크에 방문했다. 세라믹 관련 가업을 이어받는 사람들의 모임인 '참세모(참 세라믹을 사랑하는 모임)'의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김재훈 씨도 세라믹 관련된 가업을 이어 받으려는, '참세모'의 회원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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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에 무슨 일로 갔나

 

진경(이하 '정'): '참세모'의 세미나에 참석하려고 갔어요. 세라믹 업계 정보를 공유하고, 발표도 하는 곳이에요. 이번에는 강릉이었는데, 이전에는 목포도 가고, 대구도 가고 그랬어요. 1박 2일로도 가고. 

 

강원테크노파크는 정부에서 지원을 해서 만든 곳으로, 내부에 세라믹 업계를 지원하는 곳이 있다. 견학 차 세미나 장소로 강릉으로 정했다.

 

정: (남편은) 오전에는 출근했다가 11시 쯤 권 팀장님 만나서 강릉으로 갔어요. 

 

'권 팀장'은 김재훈씨와 같은 '참세모'의 회원이자 김재훈 씨의 팔촌 형의 친구였다. 김재훈 씨와 권 팀장, 두 사람은 대구에서부터 세미나가 있는 강릉으로 향했다. 

 

정: '참세모' 회원 중에서 두 사람이 막내였어요. 다른 분들은 다 열 살 정도 많다 보니 모임 안에서는 두 사람이 가장 가까웠어요. 둘 다 대구 출신이고, 회사도 가깝다 보니까, 두 살 차이긴 해도 친하게 지냈어요. 남편은 회사에 차를 두고 권 팀장님 차로 같이 강릉에 갔어요.

 

안타까운 게, 둘 다 원래 세미나에 자주 못 갔었어요. 모임에 빠지면 벌금을 내는데, 둘이서 늘 벌금을 내다가 강릉에 몇 달 만에 참석했던 거죠.

 

함께 강릉으로 향한 막내 두 명은 강릉 수소폭발 사고의 희생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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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신이 많이 훼손되어서 수의도 입히지 못했다고 들었다

 

정: 저는 시신을 못 봤어요. 확인을 해야 하니까 시아버지만 보셨는데, 저한테 보지 말라고 너무 말리시더라고요. 그만큼 훼손이 심했대요. 신체 중에 (폭발 순간 흩어져서) 찾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했어요. 수의도 못 입힐 정도라 의사선생님한테 '제대로 된 형체라도 좀 만들어줄 수 없냐'고 했는데 그러기도 힘들 정도라고. 

 

- 이 사실을 자녀들은 알고 있나

 

정: 6살, 4살 아들이 있어요. 저는 아이들한테 사실을 이야기했어요. 근데 권 팀장님 아내 분은 애들이 너무 어려서 말을 못했대요. 아직도 그 아이들은 아빠가 출장 간 줄 알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눈치가 빨라서 '출장 갔다'고 해도 느껴요.

 

- 시부모님은 지금 어떠신지

 

정: 사고가 있고 나서 시아버님께서 후회를 많이 하셨어요하나 남은 아들이었는데 사고로 잃었으니까. 

 

사실 남편한테 누나가 있었어요. 병 때문에 일찍 돌아가시고, 간호하시느라 고생하신 어머님은 암 때문에 일찍 돌아가셨어요. 가업 승계할 생각이 없던 남편은 원래 서울에서 고시공부를 했었는데, 아버님이 혼자가 되고 나서 대구로 내려왔어요. 혼자서는 너무 힘드실 거 같다고 아버님 회사 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사고가 났잖아요.괜히 같이 일하자고 불러서 이런 일이 났다고 속상해하시더라고요. 아버님 뵐 때마다 제 마음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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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훈 

 

 

 

죽은 사람만 억울하지 않게, 업체책임자들 책임 통감했으면…”

 

- 사고가 난 지 좀 되었는데 정리된 것이 있는지

 

정: 그간 급하게 법적 대응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다 알지 못해요.

 

- '알지 못한다'고 하면?

 

정: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책임을 누가 져야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정보 접근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지금 유가족들도 자료를 수집하고 있어요. 기소된 사람들이 다른 유족들을 찾아가서 이야기 한 것을 녹취, 정리하고, 경찰서에도 물어보면서 수집하고는 있는데...

 

정보가 될 만한 기록엔 접근이 차단되어 있어요.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수사중인 사안이라고 나오는 게 없어요. 어디서 묻고 들은 내용은 있지만, 법정싸움을 했을 때 결정적인 증거가 될 만한 부분에는 접근이 어려워요. 변호사 통해서 수사를 꼼꼼히 해달라고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 밖에 대응을 할 수가 없어요. 

 

- 검/경이 수사했는데

 

정: 검/경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미심쩍어요. 2019년 5월 23일에 사고가 났는데, '전례가 없는 사고'라고 질질 끌더라고요. 국과수 감정결과 보고서도 7월 정도에 나왔고, 경찰 수사가 종결된 건 11월 초순인가 중순인가 그래요. 그동안 수사가 제대로 됐는지 의문이에요. 경찰도 검찰도 이 사건을 자세히 알려고 하는 의지가 부족한 것 같아요.

 

의견서 넣기 전까지 사고 원인이 되었던, '수소탱크 설계도에서 정제기를 뺀 사람'으로 지목된 사람을 조사도 안했더라고요. 뒤늦게 경찰이 조사하니까 '자기가 임의로 설계도에서 정제기를 뺏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수사가 진척되지 않아요. 수소탱크 사업에 참여한 기관이 10개인데, 그 중 설계담당자 한 명이 '비용이 없으니 빼라'고 한다고 빼나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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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이 '설계담당자'가 ㅇㅇ테크 실무자인데, 예산을 쓸지 말지는 실무자가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상급자, ㅇㅇ테크 대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야 해요. 사업을 주관한 기관의 역할도 있을 것이고요.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도 관여된 바가 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직무유기일 수도 있어요.

 

- 사고 후 책임자와 접촉한 적은?

 

정: 장례식 끝나고 업체 사람들이 우르르 왔어요. 처음에는 가만히 앉아 있더라고요. 업체 대표냐고 물었더니 '책임연구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책임자 오라고 했더니 그 다음에 왔어요. 와서는 '자신은 태양광 업체고 수소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는 소릴 하더라고요. 

 

다시 말해 사과나 후속대책에 대해 만전을 기하겠다는 다짐 등은 없었다는 말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정: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요. 언론은 "근거가 있어야 보도를 한다. 근거 있냐?"라고만 묻고 보도는 잘 안해요. 조국, 고유정 사태 같은 걸 보면 말만 해도 잘만 보도를 하는데 이 사건은 대책위원장이 몇 시간씩 이야기 해도 언론에 안 나오더라고요. 

 

저는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사고가  일어났고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가를 제대로 안다면 업체가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마찬가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