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망나니 최적화? VS 칼잡이
“이번 총선의 가장 큰 변수는 윤석열 총장일 것 같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KBS1 정치합시다’에서 한 말이다.
반년 가까이 검찰과 국민이 치른 ‘조국 대전’의 공은 거의 재판부로 넘어갔고, ‘망나니 최적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무섭게 칼자루를 휘둘러 ‘춘장라인 해체’ 신공을 보여주어, 그 무시무시해 보였던 춘장 휘하 검찰 권력도 주춤하는 이 시점에 21대 총선 최대 변수가 ‘춘장’이라니.
하지만 이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기엔 벌어지는 아수라 법조협려전이 심상치 않다.
우선 ‘기존의 중간간부들의 인사조치는 하지 말고 남겨 달라’는 춘장의 요청을 ‘기존의 중간간부들부터 인사조치 해달라’는 말로 들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첫 전국 부장/차장검사들의 인사가 있었다. 우선 민족 대명절인 설을 앞둔 23일이었다.
춘장은 6명(김유철 수사정보정책관, 양석조 선임연구관, 임현 공공수사정책관, 엄희준 수사지휘과장, 김성훈 공안수사지원과장, 이희동 선거수사지원과장)이라도 남겨달라 했으나, 추 장관은 이들부터 원주와 대전, 수원 등 전국으로 배치했다. 자유당이 사랑하고 검찰이 믿고 보는 언론, 그 중에서도 검찰을 애정하는 조중동은 '좌천’이라고 표현하지만, 대국적으로 생각하면 지역균형발전 철학의 실현이다. 응?
추미애 장관은 법무부에서 검찰을 직접 감찰하는 부서인 감찰부 부장으로 박은정 부장검사를 올렸다. ‘나는 꼼수다’에서 나경원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로부터 '나경원 의원이 고발한 사건의 피의자들을 빨리 기소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한 그 검사 맞다. 박 검사는 이 일로 검찰옷을 벗으려고 했지만 반려됐고, 형사정책연구원에 파견나가 연구에 매진하던 중이었다.
굳이 ‘강골 검사’를 발굴해 법무부 감찰부장으로 불러들인 것은 조국 전 장관이 강화한 법무부의 검찰감찰권을 이제는 행사하겠다는 이야기다. 춘장 입장에서 보면 심기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법무부 검찰과장으로는 이른바 '검사블랙리스트(검사집중관리리스트)'를 작성한 김태훈 검사를 보냈으니, 춘장 입장에서는 ‘빅엿’ 먹은 셈이다.
검사블랙리스트, 이쯤에서 부산 사직역에서 대기를 기다리는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의 이름을 떠올려본다. 지난해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검사집중관리 리스트’의 핵심실무자가 한동훈(불과 얼마 전까지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던)이었음을 폭로했다.
그러자 대검찰청은 펄펄 뛰면서 ‘한동훈이 아니라 인사실무자가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때 그 인사실무자가 ‘김태훈’ 검사되겠다. 김태훈 검사는 1991년 민자당 점거 농성에 참여한 운동권 검사로 더 유명하다. 보통 상관이 부하한테 시켜서 했다 문제가 되면 상관이 ‘내가 시켜서 한 일이니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물어 달라’ 하는데 이 조직은 이 정도 의리도 없단 말이냐.
어쨌든 과거 정권에서 검찰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실무자를 법무부 검찰과장자리에 앉혀놨으니, 춘장은 약이 올라 미치고 팔딱 뛸 것이다. 어느 시사유투브 방송에 나온 전직 군검사니, 변호사니 하는 법조인들은 '춘장 라인은 발악하고 검사들은 화장실서 웃음 짓는 인사'라고 하였으나, 본 기자가 존재감 과시 안 하려는 검사들에게 알아본 바 “몇몇 검사들 빼고 대다수의 검사들은 일이 좋은지 안 좋은지 상관 없다”는 반응이다.
2. 서로 물고물리는 아수라판
약이 오른 춘장의 뒤끝이 작렬했다. 조국 전 장관의 아들 인턴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한 혐의로 조 전 장관과 사제지간이며,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했던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관비서관을 기소한다. 결재권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결재 없이 춘장 직접 결재로 말이다.
춘장은 최강욱 비서관을 그의 스승인 조 전 장관처럼 생각했을까? 최 비서관이 군검사 시절 비위를 저지른 ‘스타’를 날린 일화는 유명하다. 조 전 장관 못지않게 검찰개혁을 주장한 최 비서관, 검찰 기소를 기다렸던 건지 ‘기소쿠데타’로 규정하고 춘장 이하 검찰 관련자들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였다.
최 비서관은 과거 한 팟캐스트에서 “사회가 좋아지려면 서울 법대출신들을 한날 한시에 모아서 파묻으면 된다. 그럼 20% 정도는 좋아질 것”과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 발언만 보더라도 앞으로의 전개가 스펙타클해질 거란 걸 예측할 수 있다.
검찰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직권남용으로 입건시키고자 하는 이 마당에, 직권남용으로 기소되었던 안태근, 김기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취지 파기환송 재판결과는 검찰을 움찔하게 만들어, 서로 물고 물리는 ‘개아수라판’이 펼쳐질 것이다.
3. 정권교체로 방향 튼 춘장
29일 춘장(과 검찰)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을 선거개입 및 감찰무마 건으로 무더기 기소했다.
기적이 이뤄진 기소이기도 하다
30일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산전수전공중전을 겪은 임 실장은 30일,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이 기소는 춘장이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기획됐다”고 일갈했다.
임 실장은 일전에 '선출직에서는 나서지 않고 통일관련 시민단체 활동을 매진하겠다'며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보였다. 그러다 최근 당으로부터 추 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의 구원투수로 요청 받고 있었다.
이 무더기 기소를 두고 정치권 뿐만 아니라 검찰 내부도 '본격적인 선거개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시민 이사장의 “이번 총선 최대 변수는 윤 춘장이 될 것”이라는 예언에 코웃음을 쳤던 본 기자는 깊이 반성한다.
청와대는 검찰의 무더기 기소에 무반응이지만, 검찰도 춘장이 ‘수사로 정치개입 한다’는 우려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겉으로는 분노를, 속으로는 속웃음을 짓고 있다. 여당 관계자들은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임 실장이 당으로부터 출마요청 받았음에도 자신의 말을 번복할 명분이 없어 주저하던 상황에서 춘장이 출마할 명분을 줬다.”고 말한다. 춘장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진짜 검사’임을 자부했던 춘장이 왜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치적으로 회자되는 일에만 나서는 것일까?
유투브 방송 ‘시사타파TV 심층분석’은 “이 모든 일의 원인을 윤대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링크). 지난해 8월, 춘장이 자신의 측근이자 검찰의 실세인 '소윤' 윤대진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령하려 했지만 조 장관이 반대했다. 다시 말해, 조국 법무부장관을 극렬히 반대한 것에서 시작된 반란은 윤대진 현 사법연수원장의 발령 문제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윤대진을 '과거 정의당 의원의 딸이자 현직 검사인 후배 검사를 상갓집에서 성추행'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본 기자가 성추행 사건 전말을 파악해본 결과, 몇몇 언론사에서 취재에 들어갔지만, 피해자가 “그러한 사실 없다”고 부인하여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사실상 검사 인사권을 휘두르던 윤대진이 피해자와 추후 인사에서 합당한 보상을 약속하고 사건을 무마했다는 말이 있다. 현장의 목격자인 피해자의 학교 선배에게도 좋은 보직으로 옮겨주고 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성추행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입장을 밝히지 않아 뭐라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윤대진의 '부하직원 성추행 전력'으로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를 관철시키지 못해 빚어진 갈등이 전부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4. 춘장의 (용)꿈
그렇다면 무엇 때문일까? 김어준 총수는 희한한 분석을 내놓는다. "춘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아버지 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그 아버지 곁에 조국 전 장관 같은 자들이 사리사욕을 취하면서 정권을 흔들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 전 장관을 치는 것이 문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춘장빙의설’을 설파한 바 있다.
비슷한 취지에서 CBS 권영철 선임기자도 조국 대전이 한참이던 지난해 8월 28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춘장이 이 정부의 ‘상수’는 문 대통령이고, 조국 후보자는 변수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변하지 않는 상수인 문 정부를 지키기 위해 논란이 한창인 조국 후보자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진단한 바 있다.
유시민 이사장은 알릴레오에서 “춘장이 조국 죽이기에 나선 것은 조국은 대권을 꿈꾸고 있고, 사모펀드는 대선자금을 모으기 위한 것이라는 보고를 듣고, 문재인 정부를 지키기 위해서는 저런 자들을 솎아내야 한다는 판단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춘장은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 보위 차원'에서 전면에 나섰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계기인지 모르겠으나, 청와대와 틀어진 춘장이 정권교체로 수사의 방향을 틀었다”는 진단이다. 이전까지 춘장이 조국 죽이기에 나선 것이 ‘문재인 정권 지키기’를 위해서였다면, 돌아서서 ‘정권교체’에 나섰다는 것이다. 29일 검찰의 청와대 인사 13명에 대한 무더기 기소는 그 신호탄이다.
혀를 끌끌 차면서도 어쨌든 묵묵히 일은 하는 검찰 내부자들은 “피의자신문 없는 무더기 기소는 춘장이 대권 꿈꾸며 수사로 정치하는 것이다”, “춘장이 대권 꿈을 꾸면 어떻게 되는지 그 끝판왕을 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저 ‘난장판’이 하루 빨리 끝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본 기자는 춘장이 용꿈을 꾼다기에 피식 웃었다. 해방정국도 아니고, 국민이 촛불로 샤머니즘도 물리치고, 대통령도 탄핵하는 마당에, 왕후장상의 씨앗이 따로 없고, 누구나 대권을 꿈 꿀 자유가 있다지만... 가당키나 한가?
돌아온 검찰 내부자들의 반응은 “황교안도 꾸는 용꿈 춘장이라고 못 꾸냐?”, “MB, 박근혜, 이재용 다 구속시킨 게 누구냐? 검찰 아니냐? 그 용꿈 못 꿀 거 같아?”, “서초동에서 윤석열 사랑해요라고 집회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와 같다.
이렇게 항변하고 싶다! 이미 알려진 변수는 변수가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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