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Ace)란 말이 일상으로 쓰이고 있다.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김 대리가 우리 팀 에이스야!”
란 말을 사용한다. 야구에서는 팀 최고의 투수에게 아무렇지 않게 ‘에이스 투수’(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발 투수를 칭하곤 한다)란 말을 붙인다. 원래 에이스는 트럼프에서 유래했다. 조커를 제외하면 최강의 패로 알려져 있다. 이게 어쩌다 일상에 퍼지게 된 걸까?
에이스란 말이 오늘날 사용례로 확산된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전투기 에이스다. 라이트 형제가 처음 하늘을 오른 게 1903년. 이 새로운 기계를 가지고 전투를 벌이겠다고 나선 게 제1차 세계대전이다.
툭 까놓고 말해서 제1차 세계대전의 경우 공중전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던 게,
“제대로 날아오르는 것.”
이었다. 초창기 전투기의 내구성 때문에 급격한 기동이나 이착륙 도중 그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날개가 부러지거나 하는 사고들이 종종 있었다. 즉, 전투기 조종석에 올라앉는 순간부터 목숨을 걸어야 했다는 거다. 이 상황에서 적기와 교전을 벌이고, 적기를 떨어뜨린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적기 10기를 떨어뜨린 조종사들에게 존경의 의미로 ‘에이스’란 칭호를 붙여줬다.
“날아오르는 것만 해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날아올라서 적기를 10대나 격추하다니! 넌 영웅이다!”
그러나 이 10대의 벽이 너무 높았다.
“적기를 10대나 격추하는 동안 내 목숨이 붙어 있다면, 그건 기적의 다른 말이다! 에이스 호칭을 받는 기준이 너무 높다!”
미국은 이 10대란 허들을 5대로 낮췄다. 즉,
“5대만 격추해도 에이스다!”
라고 한 거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 기준은 인정받게 되고 공중전에서 5기 이상만 격추하면 에이스 칭호를 받게 된 거다. 여기서 걸리는 게 적기를 격추했는지 안했는지를 어떻게 산정하냐는 거다.
전쟁터에서 전과확인만큼 어려운 게 없다. 이긴 쪽은 자신의 전과를 부풀리고, 진 쪽은 자신의 피해를 축소하는 게 통례다. 또한 이 전과를 객관적인 제3자가 확인하는 것도 어렵다. 전쟁의 당사자끼리 붙는 상황이기에 주관이 개입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건 하늘이다. 지상이라면, 전투 흔적, 시체, 유기된 장비나 물자 등으로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겠지만, 공중에서의 전투를 어떻게 확인해야 할까?
“격추된 전투기의 잔해를 확인하면 되지 않나?”
가장 원론적인 답변이다. 격추된 전투기가 지상에 추락했을 때의 잔해들을 확인하면 된다는 건데, 우선 급박한 전투 와중에 격추확인을 위해 기수를 돌리는 것도 어려웠고, 설사 확인을 한다고 해도 이걸 증명할 방법도 그리 확실한 게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초창기(1차 세계대전) 공중전은 중세 시절 기사의 자우스트(Joust : 마상 창시합) 경기와 같은 구조라 할 수 있다. 1대1의 공중전은 기관총탄과 포탄이 난무하는 지상의 전투와는 달리 낭만과 기사도가 있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공중전은 뭔가 로맨틱한 모습으로 그려지곤 했고, 전과 확인에 있어서도 인간미가(?!) 느껴졌다(증인이 등장하고, 지상군이 추락한 적기의 잔해를 확인해 준다든가).
자, 문제는 1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다. 5기만 격추해도 에이스 칭호를 주고 하늘의 제왕 취급을 해줬는데, 제2차 세계대전 독일 공군에는 말도 안 되는 에이스들이 속출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전과였는데,
제2차 세계대전 독일공군(Luftwaffe)의 전과기록은 두고두고 말이 많았다(지금도 마찬가지다).
“300기 이상 격추기록을 가진 에이스만 2명. 에르히 하르트만(352기), 게르하르트 바르크호른(301기)”
“200기 이상 격추기록을 가진 에이스의 숫자 총 13명”
“100기 이상 격추기록을 가진 에이스의 숫자 총 91명”
이 정도면 실력이 뛰어난 차원을 넘어선... 거의 ‘신의 반열’에 오를 정도의 기록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이에 대해선 수많은 가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가장 고전적인 해답이,
“독일공군이 프로파간다를 위해서 전과를 부풀렸다.”
라는 건데, 이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한다. 과연 독일공군은 자신들의 전과를 부풀렸을까?
우선 전제로 해야 할게 이 당시 전과기록을 확인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건 카메라(gun camera)였다. 적기의 격추 영상을 찍는 거다. 독일 전투기에도 건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ESK 2000B 같은 카메라가 달려있었는데, 16미리 필름을 사용했다). 이 건 카메라를 두고,
“급박한 전투상황에서 카메라를 돌릴 엄두가 날까?”
라고 생각 할 수도 있는데, 이 건 카메라는 이름 그대로 ‘건(Gun)’과 연동 됐다. 즉, 총알을 날리려면, 조준선 안으로 적기가 들어와야 한다. 이때 기관총의 방아쇠를 당기면 이와 연동 돼 카메라가 작동하는 구조다. 즉, 총알이 날아갈 때만 필름이 돌아간다 생각하면 된다.
문제는 당시 파일럿들은 이 건 카메라를 떼고 다닌 경우가 많았다는 거다.
“기동성을 위해서는 무게를 가볍게 해야 하는데, 굳이 이걸 달아야 해?”
“아니, 전과확인을 위해서라도...”
“전과확인하기 전에 내가 적기의 전과로 전락할 수 있어! 이거 떼!”
날렵하게 기동하기 위해서는 비행과 전투에 필요한 부분을 제외한 것들은 무게를 줄여야 했다. 제2차 대전 당시 일본군 전투기 파일럿들이 잘 작동하지 않았던 무전기를 떼어낸 것도 같은 이치다(이 당시 일본은 미국의 무전기를 장착해 사용했는데, 전쟁과 동시에 미국에서의 수입이 끊기자 자국산 무전기를 달았으나 성능이 신통치 않자 떼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무전기를 떼어내자는 거였다).
당시 독일공군 전투기 조종사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살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여야 한다!”
이런 생각들이 모여서 건 카메라를 떼고 출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게 격추기록의 확인이다. 100기 이상을 격추한 슈퍼 에이스들이 즐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걸까?
“객관적 물증 대신 주관적 의견이 섞여 들어간 격추기록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게 의외의 반전이 있다. 독일군의 격추기록 확인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웠다는 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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