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cocoa 추천34 비추천0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앞으로 총선까지 두 달.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보수 대통합이다. 무사히 통합되느냐, 된다면 태극기와 안철수까지 포함되느냐 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최대 관심사는 자랑스러운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이다. 과연 황교안은 출마하는가. 한다면 지역구는 어디가 될 것인가.

 

누군가는 그깟 공안검사, 국회의원 되든 안 되든 무슨 상관이냐,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미안하지만 상관이 있다. 

 

그는 진보, 아니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사람 귀한 줄 알아야 한다. 대체 우리가 언제 이토록 파괴력 없는 보수 당대표를 또 가져보겠나. 박찬주, 전광훈을 인재라고 카메라 앞에 세울 사람을 언제 또 만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런 황 대표가 죽으러 가겠다고 하니, 속이 안 썩을 수가 있냐.

 

스크린샷 2020-01-31 오후 1.04.19.png

 

"저부터 험지로 가겠습니다. 우리 당에 뜻있는 모든 의원들, 모든 동지들이 험지로 가서 죽어서 살아나는 기적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죽어서 살아나는 기적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메시아 놀이는 넷플릭스에서나 하면 되는데. 황 대표는 그저 적당히 출마해서 당선되면 대선후보는 따놓은 당상이고, 정권 재창출에 1등 기여자가 되어 국가와 민족 번영에 이바지 할 수 있는데, 왜 죽겠다고 사서 나서냐는 거다.

 

황교안의 미래를 걱정한 게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이런 보도까지 나오고야 말았다. 당선 가능한 험지. 이른바 ‘당가험’ 사태다.

 

hw.jpg

 

 

찬란한 슬픔의 황교안

 

 험지: [명사] 험난한 땅

 

'험지'란 정치 생명을 걸고 선거에 뛰어들 때나 쓰는 말이었다. 노통의 부산 출마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총선, 종로에 출마해 5세훈을 격파한 정세균 역시 험지로 나선 케이스다. 즉, 당선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열세이거나 우위를 가릴 수 없는 지역을 험지라 불렀다. 그런데 '당선 가능한' 험지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당선 불가능한 텃밭에 출마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애국적 매국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나는 풍성한 머머리다!"라고 커밍아웃을 한 것도 아니고, 김병지-이운재를 투톱으로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당선 가능한 험지에 가겠다니. 이 무슨 모순이냔 말이다.

 

아아, 찬란한 슬픔의 똥볼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됐을까 고민하던 차에, 불현듯 깨달아 버리고 말았다. 이 사태가 바로 황교안의 존재론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걸 말이다.

 

말하자면, 그는 존재 자체가 형용 모순이다. 1972년도 아니고, 2020년 총선에 출마하는 공안검사 아닌가. 남산의 부장들과 씨바쓰리갈을 들이킬 것만 같은 공안검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치 지도자로 나선다니. 이 자체가 모순이다.

 

q11.jpg

 

q3.jpg

 

q22.jpg

 

조계종에 육포, 반려동물 작고, 황제 단식. 모두 세간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든 놀라운 조합이지만, 존재론적 모순의 연장선에서 바라보면 이해 가능한 것 아닌가?

 

황교안. 그는 파괴적 미학의 존재인 것이다.

 

 

출구가 없다

 

그러나, 정체성은 정체성이고, 문제는 문제다. 황 대표가 찬란한 슬픔의 존재인 것과 무관하게, '당가험 사태'는 큰 위기다. 여기엔 출구도 없다.

 

종로에 나가서 이낙연과 붙자니 후달리고, 자신이 전도사로 있는 성일교회의 양천구에 나가자니 면이 안 서고, 종로 아닌 험지에 어설프게 나갔다가 떨어지면 바로 관에 못 박는 일이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급한 대로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을 솔솔 풍기고 있는데, 이건 지역구보다 여론이 5조억 배쯤 나쁘다.

 

당 안팎에서 험지 출마 요청이 쏟아지고 있고, 선택의 시간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아아, 위기의 황교안. 험지가 아니라 교통 험지였다며 어느 산골에 출마할 수도 없는 일이고, 국회의원 뱃지를 중고나라 직거래로 살 수도 없는 일. 그야말로 어쩌란 말이냐의 상황이다. 

 

보수를 혁신하겠다며 이은재나 김진태 같은 인풀루언서(이보다 정확하게 두 사람을 수식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의 지역구에 나가서 경쟁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이건 참신하긴 하지만, 참신하게 욕먹을 일이다.

 

 

단 하나의 출구

 

이 난제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심지어는 점심과 저녁 사이 식음을 전폐하기까지 했다. 이대로 황교안을 잃을 수 없다는 생각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 단 하나의 길을 찾고야 말았다.

 

우선 험지 출마의 목적을 생각해보자. TK 어디든 깃발만 꽂으면 당선될 수 있는 그다. 그가 왜 굳이 기어코 험지 출마를 한다고 했는가? 감동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찬란한 슬픔의 당가험 사태의 배경에는 갬동이라는 무시무시한 녀석이 있었던 것이다. 정리하자면, 험지 출마는 수단이고, 그 목적은 감동이다.

 

자, 이제 문제가 심플해졌다. 목적이 중요한가, 수단이 중요한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지혜로운 성현들의 말씀처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머리에 뿔 달린 공산주의자들도 흑묘든 백묘든 쥐만 잡으면 된다고 했다지 않은가. 이미 뱉어버린 말이지만, 다른 방법으로 감동을 만들 수 있다면 그 수단쯤이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험지 출마를 타계할 감동적인 수단은 무엇인가?

 

황교안 본인은 물론 여의도연구원도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참신함의 끝을 달리는 방법이 하나 있다. 그 어떤 것보다 '고난'이 뒤따르고 '참신한' 방법이다.

 

바로, 험지 출가다.

 

험지에 출마하는 게 아니라 험지로 출가하라는 것이다.

 

5d808ac6240000c92b7bf65a.jpeg

우리의 황 대표, 이미 출가의 절반쯤은 경험하셨다.

 

이 충언을 "머리 깎고 절이나 들어가라"는 비아냥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건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황 대표가 사는 길은 이 길밖에 없다.

 

무작정 출가를 하라는 게 아니다. 이미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그가 한기총에 들어간다고 하면 감동이 있을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그런 뻔한 건 감동이 없다.

 

이 험지 출가 프로젝트의 방점은 '출가'가 아니라 '험지'다. 험난한 곳으로 출가해야 한다는 말이다.

 

불교에 귀의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합장 문제도 그렇고, 이번 육포 사태로 불교는 의심할 여지 없는 황교안의 험지가 되었으니까. 그러나 불교로는 충분치 않다. 갬동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감동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을 때 생겨나는 법이다.

 

내 결론은, 도가다. 

 

다운로드.jpeg

 

참신하면서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험지. 도가. 상상해 보자. 교활하다, 꼰대다, 종교 편향이 강하다고 비판받는 황 대표가 속세를 떠나 도가의 제자가 된다면? 그 모든 비판을 다 상쇄하고도 남을 혁신이다!

 

게다가 크리스천 도가라니. 찬란한 슬픔의 황교안의 정체성에도 딱 어울리는 것 아닌가. 

 

물론 그런 이미지가 전부는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혁신도 가능하다. 그냥 도가로 귀의하는 게 아니라, 곤()으로 거듭나면 된다.

 

도가의 엑기스 of 엑기스라 불리는 <장자>의 소요유를 보자.

 

北冥有魚(북명유어) 其名爲鯤(기명위곤) 鯤之大(곤지대) 不知其幾千里也(불지기기천리야)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어 그 이름을 곤이라 한다. 곤의 크기는 몇 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다

 

化而爲鳥(화이위조) 其名爲鵬(기명위붕)  鵬之背(붕지배)  不知其幾千里也(불지기기천리야)

그것이 변하여 새가 되는데 그 새의 이름을 붕이라 한다. 붕의 등도 길이가 몇 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다

 

깊은 바다에 곤이라는 거대한 물고기가 있는데, 이 물고기가 변하면 붕이라는 새가 된다.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하늘을 덮어버릴 정도고, 한번 날아오르려면 바다 위에 태풍이 불어야 한다는 것이다.

 

unnamed.jpg

 

확 감이 오지 않는가? 황 대표가 도가에 입문해 북쪽 깊은 바다의 곤이 되면, 곧 붕이라는 새로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붕이 되면? 태풍, 즉 정치의 태풍인 대선 시즌이 되었을 때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아아. 마치 장자가 황 대표를 염두해 두고 쓴 것과 같은 이 싱크로율이란!

 

그러니 황 대표께선 이제 더 이상 염려할 필요 없다. 험지 출마? 그런 건 개나 줘버려라. 험지 출가가 답이다. 그저 장자의 말대로만 하면 된다.

 

도가에 귀의해 곤이 된다. 때를 기다리면 붕이 될 것이다. 그 다음엔? 2022년에 불어닥칠 대선이라는 태풍을 기다린다. 황 대표께선 워낙 출중하시니, 거대한 날개를 가진 붕이 될 것이다. 대붕이 될 것이다. 아니, 붕 중의 붕, 붕의 신으로 거듭나실지도 모른다.

 

어떤가. 험지 출가만 결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문제가 해결될 뿐 아니라 붕의 신이 되어 거대한 날개를 자랑하며 세계를 호령하시게 될지도 모른다. 부디 황 대표께서 이 충언을 받아들여 험지 출가를 결심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랄 뿐이다. 

 

 

 

 

Profi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