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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파병은 미친 짓이다!" 그 후...

2003.10.31.금요일
딴지 두바이 특파원







[전격이너뷰] "파병은 미친 짓이다!!"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를 만나다



본지 이번 파병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반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지난호에 본지는 어렵사리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 출신 압달라 알 모쉬하다니를 만나 이너뷰함으로써 이번 파병의 부당함에 대해 알린 적이 있더랬다. 그리고 역시 사안이 사안인만큼 이 기사에 대한 반응은 본지의 막강 서버를 꼬꾸라뜨릴만큼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파병 반대에 동의한다는 의견에서부터 눈물을 흘리며 모쉬하다니의 이너뷰 기사를 지켜봤다는 순정파 독자 그리고 이라크 낫시리아에 파병 나가있는 우리의 현역군인까정. 그러나 게 중에는 정말로 이 이너뷰가 이라크 사람을 만나서 했냐는, 평생 속고만 살아온 독자부터 해서 모쉬하다니 한사람 이너뷰 한 걸 가지고 파병 반대를 논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신중파까정 반대의 의견도 꽤나 많이 답지했음이다.


위의 반응을 접하면서 본지 이런 의문과 편견, 그리고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좀 더 보충설명이 있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두바이에 파견 나가 있는 타우픽 특파원을 다시 불러내어 모쉬하다니의 이너뷰와 관련한 후일담을 요청하였고 그는 그 후일담과 함께 모쉬하다니가 본지에 쓴 편지마저 동봉하여 보내주었음이다.


그래서 본지는 이번에 타우픽의 후일담 기사와 함께 모쉬하다니의 편지를 전격 공개함이다. 아래는 본지 두바이 특파원 타우픽의 취재후기다.








나는 두바이의 장사꾼이다.


여기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장사를 하기 위해 두바이에 발을 디딘 이후 이곳에서 마주치는 백여 국적을 가진 다양한 인간들과의 만남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만큼 살았다.


알 모쉬하다니 역시 나와 같은 두바이의 장사꾼이고 서로 알게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었던 이라크의 상황과 그 민중들이 이어가는 비참한 상황에 공감하고 슬퍼했던 이야기를 이너뷰에서도 이어갔다.


이너뷰 내내 그의 얼굴엔 침울함과 깊은 한숨, 또한 분노와 격정이 교차했다. 나에 의해 그가 잊고 싶어했던 기억들이 다시 떠올려질 때마다 그는 힘들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이곳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진 한국이란 나라의 인터넷에 실릴 그의 이너뷰를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었다.


아직도 가족에게 안부조차 전달하기 어렵고 그나마 전화통화라고 해봐야 위성전화를 가진 부유한 사람에게 대신 전해들어야 하는 그 상황에서 나날이 죽어 가는 그의 동포들과 그의 가족들의 안부가 매일 그를 짓누른다는 말을 했다.


그나마 비교적 살만했던 가정에 태어나 조금 부유하게 지냈다는 모쉬하다니는 굶어 죽지 않고 대학까지 무사히 마친 것에 너무나도 감사해했다. 또한 민병대의 일원으로 자신의 나라를 침략한 침략군과 맞서 싸우는 대신 그의 조국을 위해 생필품을 조달하고 배고픈 아이들을 먹일 분유를 사들이며 아직도 불안한 전력 수급을 위해 두바이에서 일한다고 했다.


그동안 죽어나갔던 많은 사람들과 또한 앞으로 죽을지 모를 더 많은 사람들에 대한 걱정과 자신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조국을 그 상황으로 몰아넣은 외세, 그리고 무능력하고 부패한 자신들의 통치자에 대한 분노로 온 몸을 떨었다. 하지만 모쉬하다니는 서구의 시각으로 왜곡되어 비추어진 자국의 상황을 가감 없이 또 명확하게 한국의 독자들에게 증언할 수 있는 행운을 가진 것에 대해 기뻐하며 그 기회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글이 나간 후 많은 독자분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에 대단히 감사 드린다. 딴지스의 이야기대로라면 서버가 작살날 정도로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구라같은 이야기에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한편으론 내가 이곳에서 생활하며 보고, 느꼈던 사실들이 한국의 독자들에겐 많은 충격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기도 했다.


결국 그동안 우리들이 알고 있던 사실이라는 게 서구 언론 매체들로부터 그들의 입맛에 맞게 걸러져 우리들에게 전달되는, 현지의 시각과는 유리된 사실이었다는 점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비단 작금의 전쟁과 관련된 상황뿐 아니라 중동과 이슬람이란 정체성이 우리 땅엔 얼마나 많이 왜곡되어 무지, 광신도, 폭력, 테러집단 등으로 비춰져 우리들의 눈과 신경을 마비시켰는지 느껴왔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아랍어를 전공한 넘으로서 올바로 그들의 모습을 그들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 이곳에 그들과 함께 살고 있는 내 나름의 사명이라고도 생각했었다.


이너뷰는 그의 공화국 수비대라는 독특한 집단에서의 경험과 걸프전쟁 전의 비참한 이라크 상황 등을 물어 왜 파병이 범죄행위인지 현지인의 입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최강, 최정예로 수식된 그들의 군대가 그렇게 형편없는 조직이었고, 이미 전쟁 전에 무장해제 당한 그들에게 대량 살상무기는 있을 턱이 없었고(여기를 눌러보시라. 대량 살상 무기는 없다), 다만 가난과 질병으로 신음하는 불쌍한 민중들만 있을 뿐이었다.


우리에겐 모래시계, 386, X, Y, M 등 많은 이름이 붙여진 세대 계층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1차 걸프전 직후 경제제재 조치로 인하여 한 세대가 거의 싸그리 없어져 버렸다. 그들은 무엇이라 이름을 붙일 것인가? 잃어버린 세대라고나 할 수 있을까?


몇몇 글을 읽은 독자 열분들이 조작된 기사라고 생각할 만큼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상황에서 살고있는 그들의 모습을 가지고 감상적으로 묘사하고 각색하여 소설을 쓸 만큼의 재주는 내게 있지 않다. 그리고 딸랑 한넘 붙잡고 그가 지껄인 이야기를 죄다 사실인양 그대로 떠들 만큼 무책임하지도 않다.


그가 했던 이야기의 대부분은 전쟁을 통해, 몇몇 양심 있는 서방의 언론인들을 통해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일 뿐이다. 또한 이미 이곳의 많은 아랍인들이 다 알고 공감하는 이야기일 뿐, 단지 우리가 접할 수 없다고 해서, 접하지 못했다고 하여 그것이 거짓일 순 없는 것이다.


그는 이라크에서도 손꼽히는 대학을 나온 인텔리다. 그리고 미국의 침략으로 인해 나라를 잃은 망국의 유민으로서 자기 개인의 행복과 사적인 쾌락을 모두 접어놓았다고 했다. 그 나이에 결혼을 왜 안 했냐, 여자친구는 아직도 없냐, 라는 내 사적인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물론 더 먹은 나도 결혼을 못했지만. 그에겐 그런 개인적인 행복에 대한 추구조차도 사치스런 일인 것이다.


모쉬하다니는 기사가 나간 직후 줄줄이 매달린 모든 기사평과 조회수를 보면서 한국인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사해 했다. 나는 그 많은 기사평과 댓글들을 일일이 해석해 주느라 뒈질뻔 했다. 그에게 있어 자국의 실제 상황을 널리 알리는 것은 그가 처한 입장에서 외세와 싸우는 지하드이다. 나 역시 그의 말을 딴지 독자들에게 알리는 것 역시 지하드 인 것이다.


파병 결정 후 난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 이미 저지른 범죄행위와 앞으로 저질러질 범죄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나를 똑같이 대한다.


"아직도 너희 이라크인은 한국의 친구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많은 한국의 독자들이 내 이야기를 읽어주고, 공감하고 있다. 우리는 영원히 친구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 이라크는 이 친구와 같은 생각을 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 있다. 우리나라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단지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힘겹게 보내고 있는 사람들, 자국을 침범한 이민족에 대한 지하드를 벌이고 있는 전사들...


분명한 건 미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전쟁에 우리가 동조하는 것은 분명 그들의 이름을 빌린 침략행위라는 점이다. 미국넘들이 벌인 부도덕한 침략 전쟁에 우리가 왜 끼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여 왜 안달을 하는가? 알 모쉬하다니의 질문에 난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미국넘들과 우리 파병군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이 글을 읽는 독자 열분들 중 이 대답을 자신 있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파병은 미친 짓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침략자의 이름으로 영원히 남는 것을 지켜만 보고있을 것인가? 세상엔 정말 많은 인종들이 함께 살고 있다. 우리에겐 또한 많은 친구들이 있다. 그들이 힘이 세건, 힘이 약하건 찍어누르는 넘이건, 핍박을 받는 넘들이건 함께 이 공간을 나누며 살아가야 하는 친구인 것이다. 




 


덧붙여,
1. 그는 많은 한국 친구들의 관심에 감사해 하며 그의 이메일(
almoch3@hotmail.com)을 공개하여 주었다. 그와 직접 이야기를 하고 싶은 한국의 독자들은 그에게 멜질하시라. 단 영어나 아랍어로...






[전격이너뷰] "파병은 미친 짓이다!!"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를 만나다


[편지] 모쉬하다니가 딴지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딴지 두바이 특파원 및 두바이에서 뻐팅기기 저자
타우픽(taufeeq@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