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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1.화요일


화성


 


 




 다크 나이트




영화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를 보면 폭탄이 설치되어 있는 양쪽 배에 탄 사람들이 나옵니다. 한 쪽은 돈 많은 상류층이요, 다른 한 쪽은 죄수들입니다. 한 쪽이 버튼을 누르면 상대방 배의 폭탄이 터지고 먼저 버튼을 누른 배에 탄 사람들은 살 수 있습니다. 12시까지 두 쪽 다 누르지 않으면 두 배 모두 자동으로 터지게 되어있고...




12시가 다가오면서 양쪽 배의 사람들 모두가 땀을 흘리며 먼저 버튼 누르기를 재촉합니다. 상류층 사람들은 '저쪽은 죄수들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죄수들 역시 '우리는 죄수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먼저 눌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양측의 사람들은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결국 배트맨의 활약으로 모든 사람들이 무사하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했다는 이 장면을 보면서 씨바, 열이 뻗쳐서 정말... 순간 영화관에서 일어나 '보지마, 보지마'를 외칠 뻔 했습니다.


 


아무리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지만,




아메리카 인디안 4천만 명을 살육하고 '신대륙'이라는 이름으로 건설된 나라,


전 세계 90% 이상의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나라.


단지 원유를 얻기 위해 다른 나라 수천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나라,


그런 침략전쟁을 대부분 찬성하는 나라의, 바로 그 사람들이


 


자신들이 죽느냐 사느냐의 위급한 순간에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 때문에 차마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굽쇼?




만약 실제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전 100% 장담합니다.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상류층 부자들이 먼저 눌렀을 거라고... 왜냐고요? 그들에겐 지켜야 할 것들이 많으니까요. 돈도, 땅도, 집도, 골프도, 펑펑 즐기는 섹스도.....


 


그에 비해 죄수들에겐 그들이 지켜야 할 것들보단 알게 모르게 길들여진 '복종'이란 놈이 늘 그렇듯 그들의 손가락을 압박했을 테니까요.


 


 




  전쟁




지금 우리 국민들은 두렵습니다. 그렇잖아도 살기가 힘든데 전쟁 얘기까지 심심찮게 나오는 상황이니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입니다. 북한의 첨단 어뢰가 무서워서, 김정일이 두려워서 그런 게 아닙니다.


 


지하벙커에서 나와 전쟁기념관에서 담화문을 발표하는 비장한 가카의 눈빛이 무섭습니다. 자위권 발동을 외치는 국방부 장관의 성명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전쟁 불사론을 외치는 집권당 의원의 외침이, 대북제재 공조를 발표하는 힐러리가 두렵습니다.




설마, 하는 생각으로 진정을 시키려 애를 써 봐도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먼저 떠오릅니다. 군대 간 아들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옵니다. 전쟁 나면 학교 안가도 되니 좋겠다는 철부지 아이들을 바라보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집권당 대변인은 ‘필요한 비용을 치를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국민들은 치를 비용도 없거니와 아무런 각오도 돼있지 못합니다.





영화 속에선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배트맨이 구해주지만 우리에겐 배트맨도 로봇태권브이도 없습니다. 영화 속에선 먼저 버튼을 누르면 살 수 있지만 현실에선 어느 쪽이든 버튼을 누르면 같이 죽습니다. (안전한 지하벙커가 있는 사람들은, 미국 시민권이 있는 사람들은 괜찮겠지요) 그런데도 가카의 정부는 버튼을 누르겠다고 합니다. 누르고 난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으면서 일단은 누르고 봐야 한다고 겁박을 합니다.


 


 



 




 


무식하면 용감하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총 한번 잡아보지 못한 군 기피자들이 더 설쳐댑니다.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기나 하냐고 따지면, 그래서 버튼을 누르지 말라고 하면 빨갱이라고 몰아붙이니 함부로 말도 못 합니다.




선거를 앞두고 역풍을 우려해서인지 어제 오늘은 잠시 조용한 듯 보이지만 오늘 자고나면 내일은 또 어떤 공갈 협박을 할지도 모릅니다. 기름을 잔뜩 부어 놨으니 이제는 누구 하나 실수로라도 성냥불이라도 긋는 날에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무섭고 두려울 수밖에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전쟁은 이미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전쟁이란 게 꼭 북한 하고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돈 없고 빽 없이는 하루도 살기 어려운 이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이미 수많은 전쟁을 치루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주식 시장에서 개미(국민)는 기관과 외국인을 상대로 싸우지만 결과는 항상 100전 100패입니다. 일반 시장들은 거대 할인점과 백화점에 밀려 초토화가 된 지 오래입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전투에서 패해 독도 부근까지 퇴각한 후 현재는 익사 직전입니다. 부자와의 싸움에서 대패한 중산층은 서민으로, 다시 서민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전국 도처에서 벌어지는 이 전쟁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당하고 전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전쟁은 지금도 ing 입니다. 




 


      


 투표




가진 자는 모든 것을 가졌습니다. 최첨단 정보력, 막강한 군자금, 최신예 무기와 막강한 배후세력까지... 당연히 못 가진 자는 모든 것이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전쟁입니다. 하지만 못 가진 자가 유일하게 앞서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이 바로 ‘쪽수’이고 그 쪽수의 힘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는 몇 년에 한번 있는 ‘선거’ 밖엔 없습니다.


 


그런데, 웃기는 건 이런 손쉬운(상대적으로) 전쟁에서조차 승리는 가진 자의 몫이고 못 가진 자는 늘 패배를 한다는 사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2007년 12월, 가카가 대통령이 되던 날, 강남의 타워팰리스 사람들은 그 좋은 골프도 스키도 안 가고, 중요한 계약 미팅도, 애인과의 짜릿한 빠구리 약속도 다 미루고 투표소 입구에 줄지어 '버튼'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돈 없는 서민들은 어땠나요? 먹고 살기 바빠서, 하루 쉬는 날 잠이나 좀 자려고, 간만의 데이트 약속에 시간 가는 줄 몰라서... 버튼은커녕 집 밖에 나오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물론, 개중엔 가카의 경제 살리기 사탕발림과 재개발 유혹에 속아 '자폭장치'의 버튼을 누른 분도 있었지만...


 


결과는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몇 십억의 집을 가진 사람들이 내는 몇 천 만원의 세금은 내렸고, 몇 천 만원 전셋집을 가진 사람들의 세금은 올랐습니다. 강남에 살며 용산의 땅을 산 사람들은 몇 배의 시세차익을 남겼고, 권리금도 못 받고 쫓겨나야 했던 용산 사람들 몇은 결국 불에 타 죽어야 했습니다.


 




투표 하지 마?


 


저는 선거 때마다 특정 당에 표를 몰아주는 강남 사람들을 이해합니다. 그들의 집값과 땅값을 올려줄 사람들이니까요. 특정 당에 몰표를 주는 부자 사람들을 이해합니다. 그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재산을 불려줄 사람들이니까요. 특정 당에 슬그머니 박아주고 나오는 고위공직자들을 이해합니다. 그들의 목줄이 달려있으니까요.




하지만 쥐뿔도 가진 것도 없으면서, 강남 사람도 아니면서, 별다른 빽도 끈도 없으면서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특정 당에 투표하는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피곤하다고 귀찮다고, 혹은 그놈이 그놈이라고 투표 안 하는 사람들을 이해 할 수가, 아니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이건 싸워보기도 전에 그냥 항복하자는 말이요, 그냥 앉아서 다 같이 죽자는 말이니까요.




요즘 투표 참여 운동이 한창이던데(아주 공명정대한 선관위의 TV 광고에선 ‘할머니 꼭 투표 하세요’ 라며 꼭 집어서 노년층의 투표 참여를 권하던데 마치 젊은 것들은 꼭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들립니다) 저는  안 하겠다는 사람, 억지로 투표하라고 강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이 전쟁 중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피아 구별도 못 하는 그 사람들한테 술 사주고 키스해주며 나가서 총 쏘라고 해봤자 앞에 있는 아군의 뒤통수 맞히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 괜히 설득하려고 하면 설득은커녕 반감만 키우게 됩니다. 그러니 이런 사람들에겐 아예 투표하지 말라고 하는 편이 낫습니다.


 


‘누가 너보고 투표하라고 했어. 그냥 놀러가서 떡이나 실컷 쳐 씁쌔꺄.’


 


‘이년아, 넌 이번에도 투표 안 할 거지, 절대 하지 마, 알았지.’   


 


그래야 그나마 좀 정신을 차려서 투표를 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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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모레가 투표일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승리를 바라고 있습니까?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가카의 지지율이 50%를 넘나드는 마당에... 아직도 그런 꿈을 꾸고 있습니까?




미안하지만 '꿈 깨'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라면으로 끼니 때우면서 ‘강남당’ 찍는 사람, 콩나물 값 100원은 악착같이 깎으면서도 자신들을 위한 복지비 수 조원을 빼서 부자들의 종부세를 깎아주는 ‘부자당’ 찍는 사람, 군대 간 아들은 걱정하면서 전쟁을 획책하는 ‘전쟁불사당’ 찍는 사람, 그리고 이런 거 뻔히 알면서도 투표 안하는 사람이 내 가족으로, 내 친구로 단 한명이라도 있는 한,


 


이기기도 어렵겠지만, 운이 좋아 한두 곳에서 이긴다 해도 그건 이긴 것이 아닙니다. 몇 군데서 승리한다고 해도 그건 정말로 승리한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그대로인 사람들이, 쥐새끼들이 온 나라를 갉아먹어도 만날 그대로인 이 미친 세상이 지자체장 몇 명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그렇다고 좌절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패배주의에 빠져서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말은 더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이길 때까지, 승리할 때까지, 지치지 말자는 말입니다. 그때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말입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내 부모, 내 친구, 내 이웃인 그들을 선거 때만이 아니라 같이 밥 먹고 술 먹고 잠잘 때마다 조금씩이나마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더 당하고 더 피 흘리다 보면 그들도 언젠가는 깨닫게 되겠지요. 정작 무섭고 두려운 건 북한이 아니라, 이놈의 막가파 정권이 아니라 똥오줌 못 가리는 자신의 무지였음을.


 


갈수록 고통의 신음 소리가 커지는 걸 보니, 갈수록 어둠이 깊어지는 걸 보니, 다크 나이트(Dark night) 대한민국의 아침도 그리 멀지 않았음을 느낍니다. 갈 때 가더라도 희망은 안고 가야 먼저 가신 두 분을 반갑게 뵐 수 있을 테니......


 


그때까지 다들 죽지 말고 오래오래 삽시다. 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