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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영사관이 공격받은 뒤, 막후에서 수많은 교섭이 있었다. 특히 4월 10일을 전후로 미국의 경고 메시지가 쏟아진 걸 보면, 이때 뭔가가 틀어지거나 어떤 ‘상황’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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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4월 7일 오만을 방문한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Hossein Amir-Abdollahian) 이란 외무장관이 미국 쪽으로 간접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이렇게.

 

"야, 우리도 면 좀 세워야 할 것 아냐. 선빵 맞고 멈칫하면, 우리 애들이 나를 어떻게 보겠냐? 가자 지구는 영구휴전으로 하고, 만약 싸우게 되더라도 너희는 안 건들게. 이스라엘 애들한테 경고만 할게."

 

시아파의 맹주 국가이자, 중동의 패권 국가로 발돋움 하기 위해 애쓰는 이란. 마음 같아선 화끈하게 전쟁을 벌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을 따져 보면, 이란에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은 어렵다. 언감생심. 미국과의 전면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다. 이란은 인구 규모로 세계 19위, 경제 규모로는 세계 20위권의 강대국이다. 다만, 문제는 핵 개발 문제가 얽혀 경제제재를 받으면서 실업률은 급증하고, 경제가 주춤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1인당 GDP를 보면 세계 70위권까지 떨어진다. 2020년대에는 IMF에 대출을 요구할 정도로 경제가 몰렸고(물론, 미국이 반대해서 무산됐다), 물가는 폭등하고, 환율은 박살 났다. 이 때문에 이란 국민들은 시위를 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은 힘들다. 괜히 하마스와 헤즈볼라, 후티 반군을 동원해서 싸우는 게 아니다. 중동의 맹주를 꿈꾸지만, 지금 전면에 나서 한타 싸움을 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전면전을 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이제 이란이 생각해 볼 만한 건, 이란이 잘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해적질(?!) 이라든가, 미사일 쏘는 것 정도다.

 

참고로, 호르무즈 해협 나포는 이란의 주특기 중 하나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5%, 전 세계 석유 거래량의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건넌다. 이란이 여기서 해군을 동원해 유조선을 나포하거나 미사일을 쏘기만 해도 긴장감이 바짝 오른다. 그 결과 유가를 요동치게 할 수 있다.

 

누가 전쟁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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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4월 13일, 이란은 컨테이너선 한 척을 나포했다. 컨테이너선의 선사는 이스라엘 해운 재벌이 소유한 회사였다. 슬슬 분위기를 본 거다.

 

4월 7일, 이란 외무장관의 발언 이후 미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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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란에 그 공격(이란 영사관 공격)은 미국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략) 우리는 이란이 영사관 공격을 명분 삼아 지역의 위기를 고조시키거나, 미국 시설이나 미국인들을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략) 우리는 분쟁이 확산되는 걸 원치 않는다."

 

-4월 11일 미 백악관 대변인 카린 장피에르(Karine Jean-Pierre)의 발언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세 가지다.

 

첫째, 영사관 공격과 미국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둘째, 이란에 군사행동을 하지 말라고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셋째, 미국은 분쟁이 확산되는 걸 원치 않는다.

 

돌아가는 정황을 보면, 미국이 영사관 공격을 허락했을 확률은 낮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전쟁을 하나라도 줄이고 싶어 한다. 더 이상의 분쟁은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 전쟁에 연관된 세 주체. 그러니까, 이스라엘, 미국, 이란 중 전쟁을 원하는 국가는 단 하나도 없다.

 

당장 이스라엘은 병력 부족에, 인질 협상에 지쳐가고 있다. 수니파와 손잡고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6개월이나 이어진 전쟁 덕분에 이스라엘은 사회적으로도 큰 피로감에 젖어있다. 미국과 이란도 마찬가지다. 전쟁을 피하고자 애쓰고 있다. 특히, 이란은 경제제재 때문에 환율이 박살 나고, 인플레이션 때문에 시민들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전면전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그런데 전쟁이 필요한 한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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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스라엘 총리다. 네타냐후는 정말 뜬금없는 타이밍에 전쟁을 일으켰다.

 

사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종식할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지원을 끊으면 해결된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이란이라는 나라의 ‘면(面)’이다.

 

시아 세력의 대장이고, 중동의 패권 국가를 노리는 나라

 

이란이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인적으로 이란이 컨테이너선을 나포했을 때 이렇게 생각했다.

 

이야, 시나리오 잘 짰는데?

 

이란 외무장관이 4월 18일 UN에 가는 일정이 있었다.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다. 외무장관의 일정을 고려했을 때, 이란이 컨테이너선을 나포한 다음 이걸 협상카드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란: "야, 너희 너무한 거 아냐? UN이 하는 일이 뭐야? 주권 국가의 외교공관이 공격당했으면 UN 차원에서 규탄 성명 하나는 발표해야지. 그러면 우리도 기분 더럽지만, UN 얼굴 봐서 한 번 참아주고, 또 대화로 이어나갈 거 아니겠냐고. 우리가 싸우지 않을 명분을 줘야 할 것 아냐!"

 

그러면 UN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UN: "너도 알잖아. 이스라엘 끗발 장난 아닌 거… 이스라엘이 미국이랑 붙어서 옆구리 찌르는데 어쩌란 말이야. 우리도 사정 다 알고 있으니까, 너희 면 상하지 않게 잘 해결해 보자고. 어지간하면 말 다 들어 줄게. 응?"

 

농담처럼 시나리오를 풀어봤지만, 주권 국가의 외교공관이 공격당한 건 UN차원에서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문제다. 지난 편에서도 말했지만,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은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 그러니까 국가로 불리는 나라라면 기본적으로 지키는 다자협약이다. 이스라엘은 지금 국가 간의 기본 룰을 어긴 것이기 때문에 UN 차원에서, 정말 흔하디흔한 ‘규탄 성명’이라도 하나 내야 하는 상황이기는 하다. 만약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에서 이랬다면, 난리 났을 사안이다.

 

이란의 반격과 네타냐후의 계산

 

_이란, 무인기·미사일 백여 대 발사_...작전명 '진실의 약속' 가동 _ YTN 1-19 screenshot.png

이란, 작전명 '진실의 약속'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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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컨테이너선 나포 후에 덜컥 무인기와 미사일을 쏴 버린 것이다. 여기서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막후 채널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을 것이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이란 외무부 장관이 이란의 면도 좀 세워줘야 대화든 뭐든 할 거 아니냐고 말했을 때,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1개 여단을 제외하고 지상군 병력 대부분을 철수했다. 아마,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엄청난 압박을 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스라엘도 성의를 보이면서 나름 분위기를 풀려고 애썼다. 그러다가 막후 협상에서 뭔가 좀 어그러지기 시작했는지, 백악관에서는 이란에 경고했고,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이란을 말리라고, 전쟁이 커지면 너희도 힘들어 진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4월 12일, 바이든 대통령의 아래 발언도 나오게 되었다.

 

"조만간 이란의 공격이 있을 것이다."

 

이건 누가 봐도 예측 가능한 공격이다. 공격의 강도나 크기의 문제일 뿐이지, 이란은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 외교 공관은 ‘영토’의 개념이다. 이란은 지금 이스라엘에 영토를 공격당했다. 이 상황에서 전쟁을 수습하거나 막을 방법은 UN이나 미국 차원에서 이스라엘을 일단 규탄해야 했었다. 우선 말로라도 조지면서, 이란의 ‘면’을 세워 주고 뒷수습을 시도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 타이밍을 놓쳤다. 4월 1일, 이란 영사관이 공격당했을 때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수니파 국가들도 이란 편을 들어주었다. 누가 봐도 이스라엘이 선을 넘었고, 명분은 이란에 있었다. 깨놓고 말해서, 당연히 이란이 공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란이 전쟁을 원하냐는 것. 체면이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때리긴 때려야 한다. 하지만, 확전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속내다(물론, 어디에나 강경파는 존재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어디를 어떻게 공격할 지 이미 뻔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이든은 이란의 공격을 경고했고, 언론에서는 24~48시간 안에 남부 국경 주변으로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공격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란은 공격했다. 드론과 미사일 수백 발을 날렸다. 드론 약 185대, 순항미사일 36기, 탄도 미사일 110기 정도를 발사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냈고(이스라엘은 99% 요격 성공률을 주장했다), 피해는 거의 없다고 발표했다. 물론, 아예 피해가 없는 건 아니다. 10세 소녀가 다쳤고, 남부의 네게브 공군기지가 약간의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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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방공망 아이언돔이 작동하는 모습

 

뒤이어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주재 우리 영사관을 공격하는 등 반복된 범죄행위에 대한 대응으로 <진실의 약속 작전>을 개시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막아낼 거라는 걸 알았고, 사전에 언제 어디로 갈 거라는 예측과 경고가 오간 뒤에, 이스라엘 방공망이 거의 다 요격해 내는 상황에서 공격했다.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이란도 대충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다.

 

다만, 문제는 이스라엘의 뻔뻔함(!?)이다. 이스라엘은 즉시 UN 안보리 소집을 요청하며, 징징대기 시작했다. 이란은 나쁜 놈들이라고 소리 내는 것과 동시에 즉각적인 보복을 천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우리를 해치는 자들을 누구든 해칠 것이다."

 

원칙대로 라면, 4월 1일 이스라엘이 이란 영사관을 공격했을 때 UN 안보리가 소집되고 이스라엘은 열라 혼났어야 한다.

 

지금 바이든은 죽을 맛일 거다. 전쟁이 확전되면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것이고, 국제유가가 요동칠 테고, 겨우 잡은 물가나 금리는... 더 말해 뭐하겠나. 분명한 사실은 경제위기가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 트럼프나 신나는 상황이지, 바이든 입장에선 네타냐후를 갈아 마시고 싶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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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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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신난 건 네타냐후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국내외 정치적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네타냐후는 판단이 선 것 같다. 만약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압도하는 여론 조사를 보였다면, 네타냐후가 이런 짓을 했을 리가 없다.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있고, 국내에선 사퇴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라는 압박을 받는 네타냐후로서는 밑져야 본전인 상황이다. 잃을 것 없는 네타냐후가 제대로 한번 덤벼들기로 작정한 것이다.

 

아마, 이런 계산이 섰을 것이다.

 

"분위기 보니, 트럼프가 바이든 이길 것 같은데. 이란을 물고 들어가서 간 좀 보다가, 하마스 애들 몇 명 조지면서 간을 보는 거지. 그렇게 11월까지 버티다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그때쯤 출구 전략으로 평화 협상을 내놓자. 그 사이에 하마스 애들 때려잡고, 이란과는 물밑 협상 하고. 뭐 이란이야 전쟁하기 싫을 테니까 적당히 타협하면 되지 뭐."

 

국내외적으로 압박 받는 이스라엘은, 이란을 건드려 분위기 한 번 뒤집고, 미국 대선판 봐가면서 버티는 게 여러모로 남는 장사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다 덜컥 트럼프가 대통령 되면 네타냐후로서는 “땡큐!”인 상황이 펼쳐진다.

 

이란과 미국은 전쟁을 원치 않고, 이스라엘 국내에서도 전쟁을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누구 한 명만 아주 신이 나 있다. 씨앙… 기시감이 든다. 그래서 정치인은 잘 뽑아야 한다고 말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