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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서울특별시 시내버스 기사들이 소속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파업을 강행했습니다. 오전 3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벌어진 파업으로 버스 기사들의 근무 환경 악화와 일부 업체들의 임금체불, 서울시의 노사갈등 조율 실패 등 복합적인 원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파업으로 서울 시내버스 전체 차량 수의 97.6%에 달하는 7,210대의 운행이 중단되었습니다. 버스 총파업은 2012년 11월에 있었던 총파업 이후 12년 만입니다.

 

당연하게도 시민들은 물론 정부에서도 이번 파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파업이 결정된 시간이 자정이 넘은 새벽이었고, 알림 문자를 발송하긴 했지만 버스 정류장에 와서야 상황을 인지한 시민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의 일상을 볼모로 공공성을 해하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정당화되기 어렵다"라고 밝히며, 노사 간 양보와 적극적 협상으로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습니다.

 

서울시가 '8천억' 퍼부어도 버스기사는 저임금..문제는_ [뉴스.zip_MBC뉴스] 3-49 screenshot.png

출처-<MBC>

 

일부 시민들은 고물가 시기에 버스 기사들의 파업을 이해한다는 입장도 있었습니다. 물론 어떤 이유에서도 파업을 정당화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다만 이번 서울 버스 파업은 과거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버스 기사들이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1. 시내버스 총파업

 

전면적인 시내버스 총파업은 1997년 3월 26일 27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바로 전날인 3월 25일 서울시는 시내버스 요금 인상 시안을 발표했고, 이튿날 서울 시내버스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하였습니다. 그러나 파업 12시간 만에 임금협상이 타결되어 파업은 종료되었습니다. 참고로 1996년~1997년은 한국 노동조합사에도 큰 족적이 남은 시기입니다. 1996년 12월 26일 새벽 6시 여당인 신한국당 의원 154명은 쟁의행위 제한과 정리해고, 변경근로제 등을 담은 노동법 개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민노총과 한노총의 총파업이 이어져 대통령이 서명한 법률을 폐기하는 일이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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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 환승센터

출처-<김혜윤(한겨레)>

 

1997년과 2024년 시내버스 총파업의 목적은 임금인상과 처우개선 등으로 큰 차이는 없습니다. 이번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 간의 협상에서 노사 간의 의견은 노동자 측 시급 12.7% 인상 대 사측 2.5% 인상으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3월 28일 오전 2시 20분경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중재안으로 내놓은 6.1% 인상안에 동의했으나 사측은 여전히 2.5%를 고수하며 최종협상에 실패했고, 결국 총파업에 이르렀습니다.

 

노조 총파업 예고 피켓_출처 뉴시스.jpg

노조 총파업 예고 피켓

출처-<뉴시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인근 지역으로 인력이 유출될 정도로 임금수준이 열악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맞서 서울시는 서울시 버스 기사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부산은 93%, 대구는 91%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서울시내버스 기사들의 월평균 급여는 486만원으로 인천 464만원보다 높았습니다.

 

이에 관해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측은 최근 5년간 인천시 시내버스 누적 총 임금인상률이 27.7%로, 서울의 14.9%보다 높고, 서울이 인천보다 근무시간이 많고 근무 조건이 열악하다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이번 파업은 오후 3시경 임금 인상률 4.48%와 명절 수당 65만원에 타결되었지요.

 

2. 준공영제

 

서울시는 이번 임금인상으로 버스회사들에 지급하는 비용이 연간 600억원가량 증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니, 버스 기사들의 임금이 올랐는데 왜 서울시의 예산이 증가하지?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이는 서울시를 비롯해 많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시내버스 준공영제 때문입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란 지자체가 버스회사와 맺은 협약에 따라 승객 수와 무관하게 적정 이윤을 보장함으로써 공공성을 강조한 운영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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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서울의 한 공영차고지 

일부 운행 버스에 붙은 게시물

출처-<뉴스1>

 

국내에서는 2004년 서울시내버스 개편을 통해 처음 도입하였습니다. 이전에 버스회사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버스회사들의 운영이 힘들어지고, 수익성이 낮은 노선은 운영하지 않고 일부 지역에만 노선이 편중되는 등 시민들의 불편이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시나 군 등 지자체에서 노선 설정권을 갖고 버스회사는 여기에 맞춰 운영하면서 수익금은 운행 실적 등에 따라 배분하거나, 적자분을 보전해 주고자 준공영제를 도입하였지요.

 

시내버스 등을 준공영제로 운영하면 버스 서비스 질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회사들이 수익성에 치중하여 특정 노선만을 집중해서 운영하거나, 수익성 낮다고 특정 노선을 없애는 등의 행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노선의 운영뿐 아니라 배차시간도 지자체의 관리를 받아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고, 지자체의 보조금이 있으니 운임이 더디 오르는 효과도 있지요.

 

실상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무료환승 제도나 통합요금제가 작동하려면 준공영제가 필수입니다. 2004년 서울시의 버스 환승제도가 도입된 이래 이용객의 입장에서는 한 번의 요금 지불로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여러 번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버스회사나 지하철 등은 수송 원가를 분담해야만 합니다. 준공영제로 수송 원가를 모아서 배분하지 않는다면, 극단적으로는 노선별로 추가 환승요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_출처 경향신문.webp

출처-<경향신문>

 

물론 단점도 있지요. 버스회사들은 보조금 덕에 회사 운영을 방만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준공영제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되는 지자체의 보조금은 시민들 세금입니다. 표면적인 버스요금은 인상되지 않았더라도 세금이 오른다면 요금 인상과 진배없을 터입니다.

 

준공영제 시스템이 문제없이 돌아간다면 요금 인상도 없고 버스 서비스 질도 높아지며, 버스 기사들의 처우도 준공무원처럼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될 수 있을 터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은 계획대로 되지만은 않지요.

 

3. 준공영제의 그림자

 

당연한 말이지만 준공영제를 실시할 경우 지자체나 감독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합니다. 지급한 보조금은 적정하게 산정되었는지, 지급한 보조금은 정당하게 사용되었는지 등입니다. 하지만 관리·감독은 허술했고, 각종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운행보조금은 노선을 운행하여 생긴 수입에 상관없이 노선을 운행하기만 하면 지급되기에, 일부 지역과 일부 회사에서는 운행 실적을 조작하여 보조금을 더 타 내려고 합니다. 기사들의 처우가 과거에 비해 좋아졌음을 악용해 채용 과정에서 거액의 금전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버스기사 채용 비리…노조 간부도 개입 1-1 screenshot.png

출처-<KBS NEWS(2017년)>

 

더불어 버스회사 대표의 억대 연봉을 수취하고, 가족과 친인척을 임원으로 취업시키는 등 허술한 관리·감독을 피해 시민들 세금으로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지요. 이에 더해 버스회사들은 지자체가 정한 적정 차량수보다 많은 차량을 보유하며 감차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예비 차량의 대수가 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2023년 서울시가 60여 버스회사들에 지급한 보조금은 8,915억원에 이릅니다. 여러 경로로 이득을 챙기는 행동을 하는 중에 조금만 노동자 처우 개선에 신경 썼더라면 최소한 파업이라는 극한의 형태까지는 안 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여러 버스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의 문제들을 개선하려면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까요? 이와 관련하여 최근 서울·인천·대전의 버스회사들을 사들이고 있는 한 사모펀드 운용사 이야기를 잠시 해보겠습니다.

 

4. 준공영제의 허점을 이용하다, 사모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이란 곳이 있습니다. 이 곳은 서울·인천·대전·제주에 준공영제 버스회사를 운영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준공영제 버스를 소유하고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입니다. 2023년 6월 기준으로 서울과 인천, 대전에서 보유한 버스 대수만 1,690대이지요. 동기 기준 서울 시내버스의 13%, 인천은 30%, 대전은 14%에 이릅니다. 참고로 차파트너스를 만든 사람들은 한국의 도로와 철도 민자사업에 투자해 국민 부담을 가중했던 맥쿼리인프라 출신입니다. 첫 문장에 언급한 '사모펀드'란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비공개로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 상품이며, '경영참여형'은 경영 참여나 자문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5년 정도 지난 뒤 엑시트(매각, 주식시장에 상장, 인수합병, 기업청산)하는 방식으로 단기간 고수익을 노리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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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차파트너스 홈페이지>

 

차파트너스가 버스회사들을 사들이는 이유는 준공영제 때문입니다. 적정 이윤을 보장하기 때문이지요. 가령, 버스회사가 소유한 차고지 때문에도 버스회사들을 무더기로 인수하고 있습니다. 도시 가까이 알짜배기 땅에 있는 차고지는 팔거나 민간 개발을 함으로써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밑천이 되기 때문입니다. 버스 준공영제로 차고지가 없으면 지자체의 재정지원금으로 차고지를 대여해서 쓸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영·민영 차고지를 빌린 뒤 기존에 소유한 차고지를 팔아도 버스 회사 운영에 지장이 없지요. 차고지와 관련한 이윤은 준공영제를 이용한 여러 이윤을 뽑아낼 수 있는 경로 중 한 가지일 뿐입니다. 

 

차파트너스는 버스회사 17곳(서울 6곳, 인천 9곳, 대전 2곳)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운영하며 영업이익으로 약 425억원을 벌었지만, 그보다 약 72억 많은 약 497억원을 금융회사와 대기업에 배당했습니다. 영업이익 내에서 배당금을 사용했다면 주주 친화적인 회사로 오히려 칭찬받아야 할지 모르겠으나, 버스회사가 보유한 현금이나 재투자 비용 등으로 써야 할 이익 잉여금의 일부까지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습니다. 요컨대, 차파트너스가 소유한 버스회사들은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지방자치단체 재정 지원에 의존하면서 적정 이윤까지 보장받는데, 번 돈을 시내버스 운영에 재투자하지 않고 배당금으로 소진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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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채민선(중기이코노미)>

 

차파트너스는 과거 사주들의 친인척 고용이나 부정청탁과 같은 비리들을 척결하고 경영실적을 개선하여 잔여 이익에 따른 배당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차파트너스가 애초에 설명한 것과 달리 사모펀드가 버스 준공영제에 진입한 뒤 버스 운영을 위한 재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재정지원금은 폭증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은 2019년 2915억원에서 2022년 8114억원으로 2.8배, 인천시는 같은 기간 1272억원에서 2648억원으로 2.1대 늘었습니다. 이 사실이 최근 지방자치단체 곳곳의 버스 요금이 오른 것과 무관하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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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게다가 사모펀드의 특성상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뒤 회사를 다른 곳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차파트너스의 투자펀드 만기가 2024년 말부터 2025년 말까지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버스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대출금 1,060억의 만기도 2024년 말입니다. 차파트너스가 버스회사들을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할 경우 버스 체계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입니다. 만약 매각되지 않는다면 더 많은 보조금을 요구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공공성을 띤 시내버스라는 업종에 사모펀드가 진입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인데 현재로서 이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 터입니다.

 

5. 마무리: 시내버스는 공공재일 수 있다

 

준공영제로 운영 중인 버스회사들에 서울시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용역에 착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버스요금이 인상될 수도 있고, 인상되지 않더라도 재정지원금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요금 인상이 없이는 운영 개선도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버스회사와 지자체 그리고 전문가들도 모두 한가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시민들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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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버스회사는 총비용의 약 60%를 임금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버스회사들의 원가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나 보조금 지급을 통해 버스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절한지 여부를 시민들은 파악할 수 없습니다. 지자체에서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노선이나 요금 등의 관리·감독 권한을 갖기 때문에 버스회사와 노동자 간의 교섭에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공론화하여 실제 이용자인 시민들의 의견을 수용할 필요도 있을 터입니다.

 

서울시는 이번 임금인상으로 600억원 정도 재정 부담이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준공영제 아래에서 발생한 버스회사들의 문제점이나 언급한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배당금 지급,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등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버스 노동자들의 파업 원인과 파업에 따른 불편함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시민들의 세금이 투입되는 버스회사들의 경영 실태도 함께 이야기해야 할 것입니다. 준공영제의 핵심은 공공성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요금 인상이나 보조금의 지급에 대한 모든 전제는 시민들의 알 권리가 충족된 이후에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투입되는 비용은 증가할 수 있지만, 그렇기 위해서는 투명성도 증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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