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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총선에 대한 일본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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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열기 가득했던 총선이 끝난 지도 열흘이 더 지났다. 한국에서는 여당이 총선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으며 총리 및 대통령 참모진들이 대거 사의를 표했다. 그로 인한 인사 문제와 다시 한번 압도적 여소야대가 된 국회의 향후 향방이 주요 뉴스로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언론은 한국 총선 결과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일본에서 생활하는 재일 한국인으로서 이에 대한 궁금증을 다뤄보고자 한다. 

 

 

일본 신문 보도에서 보이는 공통점

 

우선 일본 신문으로는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보수의 요미우리 신문과 그의 대척점에 있는 아사히 신문 그리고 발행 부수 3위에 위치하는 마이니치 신문을 주로 살펴보았다. 세 신문 모두 한국 총선의 결과에 대해 12일 자 지면에는 1면 톱으로 헤드라인을 뽑고, 상세한 분석과 향후의 한국 정국 예상과 한일 관계 등에 대한 분석 기사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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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요미우리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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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마이니치 신문

 

요미우리와 마이니치 신문은 국민의 힘의 패배를 ‘참패’라 표현하는 데 반해, 아사히는 ‘대패’라는 표현으로 보도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참고로 일본의 다이지린〔大辞林〕 국어사전에 의하면, ‘참패’는 ‘처참하게 패하는 것. 끔찍한 패배’를 의미하며, ‘대패’는 ‘큰 차로 지는 것. 큰 패배. 대 패배’로 풀이되는데, 용어의 이미지로 보면 대패보다 참패가 큰 임팩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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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아사히 신문

 

용어 선정에 미묘한 차이는 있었지만, 한국 총선에 대한 분석은 대체로 일치한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1.

윤석열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띠는 선거였으며, 야당 세력이 들고나온 ‘정권심판론’이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다. 

 

2.

진보와 보수의 진영 대결로 인해 한국 사회의 분열이 더욱 가시화된 선거였다. 

 

3.

정권 취임 후 낮은 지지율이 지속된 윤석열 정권이 반전을 이루지 못했다. 중도층도 야권의 편으로 돌아서 총선 참패로 이루어졌다. 낮은 지지율의 이유로는 ‘독선적’인 정국 운영과 인사 및 소통 부재 그리고 부인 김건희 씨와 관련된 스캔들 등이 바탕이 되었으며, 경제 불안과 젊은이의 취업난, 고물가와 저출산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특단의 조치나 정책이 미흡하여 민심이 돌아섰다. 

 

4.

이번 총선 전에 결성된 조국 전 장관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태풍의 눈으로 돌풍을 일으켜 12석을 확보하였으며, 향후 원내의 캐스팅보트 세력으로 윤 정권과 대립각을 세울 제3정당으로 출현했다.

 

5.

한일 관계는 대통령의 철학이 많이 반영되는 외교 분야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이 부분이 일본 언론의 최대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향후 한일 관계 변화에 대한 예상에서는 모두 조심스러운 논조를 보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윤 정권의 ‘한일 관계 개선’을 '치욕적인 외교'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 야당의 공세가 한층 거세질 것을 염려하며, 이 공세를 윤 정권이 어찌 극복하고 헤쳐 나갈지 걱정하고 있다) 

 

 

일본 보수 언론의 시각 

 

보수 계열의 요미우리 신문의 논조를 좀 더 살펴보자. 전술했듯, 요미우리는 국민의힘의 패배에 대해 ‘참패’라 규정하고 있다. 이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윤석열 정권이 크게 패배했다는 인상을 심어 준다. 그만큼 일본 보수 계열로서 윤 정권에 대한 기대도 컸던 만큼 패배에 대한 실망이 컸음을 방증하는 듯하다. 

 

요미우리는 4월 12일 자 신문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총선 후, 한일 관계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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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권은 1987년의 민주화 이후 5년 대통령 임기 중에 한 번도 국회 다수당이 되지 못하는 극히 이례적인 정권이 되었다. 대통령이 주도권을 발휘하는 외교, 안전보장 정책 이외에 내치에서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면 당내에서도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대통령의 구심력이 저하됨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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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야당에 의한 정권 압박 시나리오' 다섯 가지를 예상하고 있다. 

 

1. 대통령 부인에 대한 의혹 구명을 목적으로 한 법안을 강행 채택할 것이다.

 

2. 윤 정권 최대 외교 실적이라 할 수 있는 대일 외교에 대해 "일방적 양보" "굴욕적'이라며 공세를 펼 것이다.

 

3. 각료 인사안 등을 거부할 것이다.

 

4. 국회의장에 반(反)대통령 의원이 취임할 것이다.

 

5. 검찰권 약체화를 요구할 것이다.

 

요미우리에 의하면, 윤석열 정권의 "최대 외교 실적"은 대일 관계 개선이라고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이 과거 문재인 정권과는 달리 윤석열 정권이 일본에서 환영받는 가장 큰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요미우리는 징용공 배상 문제도 염려했다.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윤석열 정권에 의한 징용공 배상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해 한국 외교 관계자는 "대일 외교에 큰 변화는 없다"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기업에 의한 기부금이 현재 모자라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압승했고, 제3자 변제 방식을 "외교 사상 최대의 치욕"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기부금을 내는 걸 더욱 주저할 수 있다.’   

 

(제3자 변제 방식이라 함은, 윤석열 정부에서 제시한 강제 징용 배상 문제의 외교적 해결안이다.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하여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청구권자금의 수혜를 받은 한국의 국내 기업들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배상금을 내면, 이 재단이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대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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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변제안을 발표하는 박진 전 외교부 장관

출처-<연합뉴스>

 

기사 말미에는, 

 

‘일본 정부는 양국 정상의 셔틀 외교를 가속화하는 등 윤석열 정권과의 관계 강화를 꾀해야 한다.’

 

와 같은 주문을 하며 마무리한다. 즉, 국민적 지지도 낮고 당내 기반도 취약한 데다 국회마저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일본 정부가 정상 회담의 정례화 등을 통하여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논조다. 

 

 

일본 진보 언론의 시각 

 

진보 계열의 아사히는 이번 총선의 결과를 여당의 '대패'로 규정하며, 요미우리와 용어 선정에 있어 미묘한 차이를 보이긴 했지만, 향후 대일 관계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등 대체로 논조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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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총선은 5월로 취임 2년이 되는 윤 정권의 중간평가가 되었는데, 준엄한 결과를 맞았다. 물가 대책 등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과 윤 대통령의 정권 운영이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배경으로 야당이 내걸은 정권 심판 주장이 지지를 얻은 형태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대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여당의 박진, 정진석 등 '지일파'로 불리는 중진 의원들이 낙선했다. 이로 인해, 한일 관계 개선 기조의 앞날이 불투명하게 되었다.’

 

‘총선 결과를 두고 하야시 관방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양국은 중요한 이웃나라이다. 관계 개선을 양국 국민이 지속적으로 실감할 수 있도록 계속하여 한국 측과 긴밀히 의사소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총리 관저 관계자는 대일 정책이 변함없을 것이라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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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 관방장관

출처-<연합뉴스>

 

 

일본 TV 방송 보도 

 

NHK는 뉴스로 담담히 결과를 보도하며, 향후 정국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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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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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총선에 대한 시민 인터뷰

 

반면, 민영방송은 다소 엔터테인먼트적인 방송 편성을 했다. 그리고 한국 총선 결과를 보도하며 이웃 나라의 정치 현상에 걱정 어린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우선은 총선의 결과로써 윤 석열 정권의 참패를 보도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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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방송 프로그램 ‘정보 라이브 미야네마’

 

선거 기간 중 정책대결이 아닌 상대방 후보와 상대 정당에 대한 비방에 치우쳤다는 인터뷰이의 말을 전하며,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을 위한 건전한 정책 대결이 아닌 상호 비방의 정치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을 거두지 못하며 걱정 어린 코멘트를 한다. 

 

방송에서는 모처럼 일본에 우호적인 정권이 탄생하여 그동안 문재인 정권 때 극에 달했던 양국의 관계가 매우 바람직한 관계로 개선이 되었는데, 반일 성향이 강한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 되었다고 염려한다. 또한 법무부 장관 시절 각종 수사 과정이 실시간 중계되며 일본 TV에서 ‘양파남’이라 조롱당하던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제3당으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었다고도 전했다. 조국 대표가 과거 반일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는 친절한 소개도 잊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이 TV 방송은 총선 결과를 보도한 후, 향후 한일 관계가 어찌 될지에 대해 다른 이슈에 더 집중한다. 총선 결과 방송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다름 아닌 요즘 한국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불고 있다는 ‘예스 재팬’ 현상이다. 내용은 대략 다음 같았다.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본 문화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어로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카페부터 일본의 애니, 만화, 음악, 게임, 이자카야, 오마카세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가 각광받고 있다. 이 업장들은 연일 만석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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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인터뷰이는 젊은이들이다. 이렇게 한국 내에서도 일본을 좋아하고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한일 관계 개선에도 좋은 징조라는 취지의 방송인 듯하다. 그러면서 방송 화면 상단에 처음부터 끝까지 “총선 결과 야당의 압승으로 향후 한일 관계는 어찌 될 것인가”라는 문구를 뚜렷하게 박아 놓는다.

 

한국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본에 대한 호감이나 감정이 좋아지고 있는데, 이런 한일 간 바람직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과 과거 민정수석 시절 노재팬 운동의 선동(?) 역할을 했던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제3당으로 도약하게 된 것이 걱정스럽고 심기가 불편하다는 의도가 녹아있다. 

 

언제부터인지 일본 TV 방송, 그중에서 특히 대낮에 방영하는 이런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패턴은 

 

‘한일 관계는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자국의 영토를 불법점유하고 있으며, 억지를 부린다.’

 

는 전제가 깔려 있다. 

 

따라서 이런 방송을 보는 시청자는 당연히 한국의 억지와 트집에 일본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가질 수 있다. 결국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는 한일 관계 개선에도 궁극적으로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방송이라 하겠다. 

 

 

한일 양국 모두 최하 지지율 정권이다

 

총선이 끝난 후, 윤석열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20%대에 진입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한국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나 가뜩이나 향후 국정운영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태인데, 대통령 지지율까지 급속도로 하락함에 따라 더욱 험난한 국정 운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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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미디어오늘>

 

일본의 기시다 정권은 어떨까? 

 

의원내각제인 일본의 총리는 지지율 30%대이면 위험수위에 도달하는 것이고, 20%대에 진입하면 정권 유지가 어려워진다고 한다. 출범 3년 차를 맞고 있는 기시다 정권은 해를 거듭할수록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이제는 20%대에서 정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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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기시다 정권도 종말을 고할 때가 다가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정권을 담당하는 자민당에서 기시다 총재의 뒤를 이을 뚜렷한 대안이 부재한 상황이다. 덕분에 정권이 그럭저럭 연명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일 양국은 기묘하게도 거의 역대 최하 지지율을 유지하는 정권에 의해 국정이 운영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일 양국은 과거에 없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회자된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은 연간 천만 명대에 다다를 기세이고, 도쿄를 비롯한 일본 어디에서도 한국 방송이나 음악, 상품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의 총선은 야당의 대승으로 끝났다. 이제는 일본 차례다. 일본의 총선은 아직 중의원 임기가 1년 이상 남았기에 언제 해산 총선거가 실시될지, 임기 만료에 의한 선거가 치러질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번 4월 28일에 보궐 선거가 실시된다. 일본의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에 결원이 생길 경우 매년 4월과 10월에 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되어있는데, 이번에는 3명의 의원을 새로 뽑는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비록 3석의 보궐 선거지만 그 의미는 자못 크다. 한국으로 치자면, 작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의미라 할 수 있겠다. 이번 선거는 기시다 정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 기시다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여 미국과 안보, 경제 등의 협력 체제를 확인하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으나 지지율 상승의 효과는 없었다. 

 

만일 이번 보궐선거에서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패배한다면, 향후 총선을 앞둔 자민당 의원들은 기시다 총리 지휘하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정권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것이고, 이는 곧 자민당 내 정권교체의 동력을 추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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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한국이나 일본이나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아니,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은 리더에게 국정을 맡겨야 하는 답답함과 불안이 두 나라를 휘감고 있다. 이런 정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액션들이 과연 얼마나 가치를 평가받고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지는 요즘이다.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 법학부 교수, 정치학 박사)

 

 

 

 

편집부 주

 

30여 년간 도쿄에 살며 일본 정치를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이헌모 교수가

재일한국인의 눈으로 본 생생한 일본정치 현장과

일본 우경화의 현주소를 진단한 책이다.

 

일본 정치가 돌아가는 원리와 어떻게 우경화가

독주할 수 있는지 궁금한 독자는 집어드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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