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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어렵다. 우리 삶과 밀접한 갈등을 조정하고 이권을 다루는 욕망의 장이기 때문일까. 이성, 감성, 직관에 관심법까지 총동원해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조차 쉽지 않다. 누가 알았겠는가. 이번 총선에 정청래, 이해찬이 컷오프 당하고 김광진, 장하나가 내부 경선에서 탈락하게 될 줄.


정무적 판단의 컷오프는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시야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김광진, 장하나의 내부 경선이 예상치 못했던 결과로 돌아왔을 때, 많은 이들이 도대체 정치는 뭔가, 하는 당혹감과 마주해야 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내가 알고 있던 정보가 아주 제한적인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정치의 어려움은 거기서 시작한다.


서울시 노원 갑 국회의원 후보를 결정하는 더불어 민주당 내부 경선에서 지역구민들은 장하나가 아닌 고용진을 선택했다. 보이는 것, 적어도 온라인의 지지라면 장 의원이 이겼어야만 하는 분위기였음에도 말이다.


이번 경선에서 보이는 것 이면의 어떤 것이 있었다는 것인데, 그 힘이 뭘까 궁금했다. 아무리 짱구를 굴려 보아도 가만히 앉아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 더불어 민주당의 노원 갑 후보로 선정된 고용진 후보를 찾아갔다.


(이하 고용진 후보: , 코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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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갑습니다.

 

: 안녕하세요.

 

: 아, 자꾸 빵을 먹으면 안 되는데... (빵을 먹으며) 이거 좀 들어요.

 

: 네네.



빵이 가득 담긴 접시를 건네받았다. 사무실에서 선거 시즌 특유의 분주함이 느껴진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바로 인터뷰로 돌입.



: 간략하게나마 성장 과정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언론정보학과를 나오셨는데, 과를 선택한 계기가 있습니까?

 

: 우리가 학과를 원한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그런 교육환경은 아니잖아요. 인문계를 다녔는데 담임선생님이 경영대를 지원하래요. 근데 경영대에 관심도 별로 없고, 잘못하면 재수할 것 같더라고요. (웃음) 대신 신방과가 재밌을 것 같아서 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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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생활은 어땠나요?

 

: 우울하게 했죠. 딱 들어갔더니 캠퍼스에 사복형사들이 쫙 깔려있어요. 무슨 낭만이 있겠어요. 최류탄 가스 날리는 전두환 정권 80년대 초반이니까. 선배들은 우리 의식화하겠다고 서클로 데려가고. 그런 속에서 밤이면 맥주에 막걸리에 오바이트 하며 막 먹고. (웃음)

 

약간 뒤 응팔에는 낭만이 있어요. 근데 제가 83학번이니까 응삼으로 가면 없어. (웃음) 전두환 독재정권, 반독재, 반파쇼 투쟁을 가열차게 하니까 우울하죠. 친구들도 많이 잡혀가고, 툭하면 데모하러 가서 싸우고. 또 자기 미래에 대한 갈등도 있고.

 

: 그렇게 대학생활을 하면서 사회에 눈을 뜨게 된 건데, 같은 전공으로 석사학위까지 받으셨더라고요.

 

: 대학교 4학년을 마치고 대학원에 가기로 결정했어요. 이 분야 공부를 좀 더 하고 싶다, 그래서 대학원에 갔죠. 원래 계획은 대학원 마치면 유학을 가는 거였는데,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니까 적성에 별로 안 맞아. (웃음) 그래서 유학 포기하고, 시험 봐서 장교 가는 게 있었어요. 나름대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거기 갔다 왔죠.

 

: 이후에는요?

 

: 갔다 와서는 언론사를 가야겠다 생각했어요. 언론정보학과니까. 언론사가 그때 굉장히 활성화되던 시절이에요. 언론고시라고 할 만큼. 하려고 하니 또 어려워지더라고. (웃음)

 

: 정치는 어떻게 입문하게 된 겁니까?

 

: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져요. 우연히 누구를 만나서 바뀌고, 오솔길로 갈 게 대로로 가기도 하고, 산길로 가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대학원 시절에 용돈을 벌기 위해서 과외를 했거든요. 그때는 과외 금지 조치가 돼 있었기 때문에 몰래 한다고 해서 몰래바이트라 그랬는데, (웃음) 우연히 친구 소개로 간 집이 정치를 하는 오래된 야당 집안이었어요. 그 양반이 걍력하게 권유를 했죠. 제가 언론사 가겠다고 거절했는데, 다시 한 번 권유했어요. 자기가 국회 부의장으로 내정이 됐는데 와서 도와주면서 공부도 해라. 괜찮잖아요. 좋지, 국회도 보고 시간도 좀 준다니까. 큰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갔는데 발을 못 뺐죠. (웃음) 정치판이라는 건 정말 다이나믹하거든요. 내일을 예측 못 하니까. 정치 흔히, 지금도 박지원 의원이 쓰는 말이 김대중 대통령이 쓰던 말이 정치는..

 

: 생물이다?

 

: 생물이다. 내일은 모른다는 거예요.

 

: 그 이후에는요?

 

: 그렇게 국회에 들어와서 격랑 속으로 막 들어가요. 이후 민주당에서 전문위원을 공채로 뽑았어요. 거의 처음일 거예요. 거기 응모해서 전문위원이 되고. 그때 저를 심사했던 사람이 이해찬 의원. 그렇게 이해찬 의원과 인연이 맺어지고.

 

95년에 처음으로 지방선거가 생겼어요. 그때 노원 갑 위원장을 하고 있던 분이랑 지방자치에 대한 세미나를 몇 번 했는데, 저한테 제안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노원 갑으로 오게 됐어요. 그게 22년 전 이야기예요. 95년도에 시의원 출마하면서 노원과의 정치적 인연이 맺어진 거예요.

 

: 자연스럽게 오셨네요.

 

: 95년도 당선되고, 98년도 당선돼서 시의원을 2번하고. 2002년도에는 구청장 경선을 해서 구청장 후보가 돼요. 안 떨어지고 잘 나갈 때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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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우리 당의 운명이 괜찮게 나가다가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이 스캔들에 다 연루가 되면서,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된 상태인데 다 같이 고꾸라져요. 그때 제가 구청장 선거를 치루거든요. 서울에 웬만하면 다 떨어졌지. 2002년도에 월드컵 막 하는데, 분위기도 쌔 하고. 그게 2002년까지의 일입니다. 14년 전이죠. 14년 전에 그렇게 선거하고 지금 제가 처음 하는 거예요.

 

: 구청장 선거 후에 청와대로 간 건가요?

 

: 뭐 청와대도 있었고 공기업도 있었고, 제 개인 일도 해보고. 2008년 대선 때는 이해찬 의원이 출마를 했기 때문에 도왔고요.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어요.

 

: 오래 동안 이쪽 지역에서 활동을 해 온 거네요. 20년이 넘게.

 

: 고향이나 다름없죠. 여기서 20여 년을 살았으니까. 이대로 두면 제가 30년 40년 별일이 없으면 50년 살 거거든요. 그러니까 내 고향이지요. 정치적 시작으로 고향이 된 거죠.



모난 것도, 특출난 것도 없는 정치인 코스다. 우연히 정계에 입문하게 됐고 쭉 그 길을 걸어왔다. 비서, 당직, 시의원, 행정관 등의 주요 코스를 차근차근 밟았다는 것과 오랜 시간을 노원에서 활동했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


 


장하나와 고용진

 

: 최근에 내부 경선에서 장하나 의원에게 57% 득표로 승리하셨는데, 장하나 의원도 의외로 많은 표를 받았습니다(46%). 특히 온라인에서는 지지가 대단했었고요. 장하나 의원이 그렇게, 저는 일종의 돌풍이라고 생각하는데,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돌풍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제가 잘해야 6:4 정도 이기겠구나 싶었죠. 현역 국회의원은 매리트가 있어서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원외위원장은 자기를 알리는 데에 굉장히 어려움이 많아요. 제가 14년 전에 구청장 선거 한 번 하고 세월이 흘렸잖아요. 공백이 많아 버린 거예요.

 

우리는 그간에 만들어진 네트워크 중심으로, 전투로 치자면 보병전인데, 국회의원이면 공중전으로 다 할 수 있거든요. 보병은 좀 약해도. 장 의원이 가지고 있는 자기 캐파가 있고, 국회의원으로서의 능력이 있고, 또 젊음도 있고. 돌풍이라기보다는 장 의원이 선전했다고 봅니다.

 

: 경선 이후 온라인에서는 일종의 상실감 같은 것도 있었어요. 장하나 의원이 받은 지지를 함께 받아서 시너지를 일으켜야 하는 상황인데..

 

: 글쎄.. 제가 가지고 있는, 또 장하나 의원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분명히 알아야 거기에 맞는 대책이 수립되니까. 온라인상에서 장하나 의원을 지지했던 분들이 갖는 생각이 있을 거거든요. “지역이 뭐야, 뭔지 모르는 사람이 이기고 이게 뭐야” 이럴 수 있는데, 그분들에게 고용진이라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 이상 준비가 됐고 뭔가를 해낼 수 있다, 이걸 보여주고 싶어요. 짧은 시간 내에 해냈으면 좋겠는데 지금 고민 중이에요.

 

: 그 에너지를 흡수하기 위한 방안이 있습니까?

 

: 제가 그저께 행사에서 장하나 의원을 만났고, 그전에도 통화를 했고. 얘기를 좀 많이 나눠보자 했어요. 장 의원도 온라인상으로 도와주겠다, 승리를 위해서 기여하겠다고는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찾아야 하는데, 좋은 거 있으면 얘기를 좀 해줘요. (웃음)

 

: 글쎄요. (웃음)

 


구체적 방안이라, 장 의원이 내걸었던 칼퇴근법, 워킹맘 등의 공약을 받는 화학적 결합이나 함께 선거에서 뛰는 물리적 결합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이후, 장하나 의원이 노원 갑 선대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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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 의원 찬조연설 동영상(링크)




야권 분열이라는 필패 구도

 

: 지역 분위기는 좀 어떻습니까.

 

: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조심스러워 해요. 전체적으로 보면 박근혜 정권의 행태에 대해서 비판을 하시는데, 야당도 지리멸렬하니까 흡족하지 않아 하시죠. 민주당이 김종인 대표를 모시고 와서 조금 추스렸어요. 그러나 “야, 제대로 잘 추스르고 집 단장을 제대로 했다” 이렇게 느끼지는 않고..

 

: 논란이 좀 있죠.

 

: 하튼, 뭐 찝찝해. 그런데 또 하나, 거기서 튀어나온 사람들이 옆에다가 신장개업했는데 영 불편해. 그러니까 야권의 지지자들은 제발 좀 정리하라 하시죠.

 

: 현장에서도 그런 목소리가 있습니까?

 

: 당연하죠. 그런 걱정 안 하겠어요? 얼마나 야권 지지자들 수준이 높은데. 그거 몇 프로 뺏기면 되겠냐. 새누리 저렇게 하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조심스럽고 걱정하고 계시고요.



현재 노원 갑 지역구에 등록한 후보자는 1번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 2번 더불어 민주당 고용진 후보, 3번 국민의당 이형남 후보. 3명이다.


 

: 자연스럽게 야권연대 얘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우선 정의당은 부분적으로나마 연대를 하겠다는 스탠스를 가지고 있는데 국민의당은 연대는 완전히 없다는 식으로 나가고 있거든요. 국민의당 후보가 노원 갑에도 있는데, 타개할 방안을 가지고 계십니까.

 

: 정치에 출마해서 후보등록까지 했다는 건요. 그 당사자는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구조에요. 물질적, 정신적으로 다 올인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아요. 그 전에 당 대 당으로 결론을 냈어야 하는 일이 실패함으로 인해서 후보 간 연대로 온 거잖아요. 굉장히 어려워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봐서는 당사자 간의 단일화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면 되요. 그러면 그걸 중개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그게 시민사회가 됐건, 뭐가 됐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인천에서 정의당과 연대하듯이 하다못해 동북구 아니면 최소 단위로 노원은 연대를 하자, 이렇게 가야죠. 시간이 많지 않아요. 다들 천신만고 끝에 후보 자리에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끼리 싸우다가 수구 보수한테 진상하는 건 하면 안 되니까. 각 후보가 단일화에 적극 나서야 되요. 어렵지만 마지막 노력을, 자기를 희생할 마음을 갖고 해야 민주세력이 그나마 살아갈 수 있다고 봐요.



다른 수도권 지역과 마찬가지로 노원 갑도 야권 연대 없이는 필패로 갈 수밖에 없다. 이 구도를 개인기로 뚫을 수 있는 후보가 몇이나 있을까. 연대에 가장 회의적인 전직 대선후보 안철수도 위태위태한 상황 아닌가. 야권에게 연대는 생존이 달린 아주 중요한 문제라는 것.


고용진 후보는 4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 이형남 후보에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당명 표기 부분을 비롯해 어떠한 단일화 방식도 수용할 의지가 있다"며 야권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아직 국민의당에서는 응답이 없는 상태. 무슨 생각일까.



제3당의 필요성이 설사 있다 하더라도, 백번 양보해서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다, 제 3당을 하려면 기초공사를 튼튼하게 하고 제 3당을 짓겠다고 해야지. 선거 한 두 달을 남겨놓고 제 3당을 만들겠다고 하는 게 진정한 자세가 아니잖아요. 민주당 다 깨놓고 나가서 제 3당 만드니까 도와 달라, 이건 말이 안 되거든요. 망치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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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옆 지역구에 안철수 의원이 뛰고 있지 않습니까? 안철수 의원의 영향 같은 것도 있나요?

 

: 안철수 의원이 노원 병이에요. 영향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는데 안철수 의원이 지역에서 파급력은 많이 갖고 있진 않아요. 지역에서는. 지역이 다 연결된 것이기 때문에 말도 내려오고 하는데, 별로 그렇진 않아요. 그러나 다른 지역보다는 영향력이 조금 더 있을 거라고 봐요.

 


고용진이라는 정치인

 

: 지역구 현안 이슈로 넘어가서, 노원 갑에 광운대 역사 주변 개발 문제와 경춘선 부지 행복주택 등의 이슈가 있는데요. 행복주택이 중요한 이슈인 것 같은데 지역구 이노근 의원은 주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두루뭉술한 말만 하고 정확한 스탠스가 없어요.

 

: 그건 면피하려는 거구요. 기본적으로 이노근 의원이 국토교통위원이에요.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안 했다. 이렇게 보고. 목동 행복주택지구가 지금 취소됐거든요. 거기는 지금 갑·을 양쪽 국회의원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구청장 하고 같이 취소를 시켰거든요. 여기는 여당이면서 또 소관 상임위원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위한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 위원장님은 입장이?

 

: 저는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요.

 

: 구체적으로 행복주택이 경춘선 부지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인지, 노원구에 행복주택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반대인지요?

 

: 경춘선 부지에 대한 문제제기에요. 그 자리는 입지가 맞지 않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행복주택 16만 호를 주장하고 부지를 찾아야 하니까 제일 쉬운 곳만 찾은 거예요. 보상 수용하는 데 반발이 없고, 보상 안 해도 되는 곳. 그러다 보니까 목동, 구로 등을 그냥 선정한 거예요. 주변에 여건이 어떤지, 어떤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고려하지 않고 그냥 막. 위에서 내렸으니까. 그냥 일방통행으로 몰고 가는 거예요.

 

: 행복주택 말고 어떤 이슈를 중요한 지역 문제로 보고 계십니까?

 

: 우리 사무실 있는 광운대 역사가 옛날에 월계동 중심이에요. 경춘선도 다니고 활성화됐던 곳인데 여기가 30년 전하고 거의 변화가 없어요. 역사 주변에 시설물의 안전문제도 있고. 노후화된 게 많은데 신규 투자도 못 해요. 마치 금방 개발될 것처럼 된다 된다 하던 게 20년 ~ 30년 지났거든요. 근데 아직까지 답이 없어요. 쉽게 얘기하면 아직도 원점이에요.

 

이 문제 빨리 풀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발전 못 하고 투자도 안 되고 부지도 낭비하는 거니까요. 여기에 분진 일으키는 시멘트 사일로 시설도 원래 역사 개발되면 자동으로 끝나기로 돼 있었는데 진도가 안 나가니까 그냥 계속 있는 거예요.

 

: 이노근 의원도 공약 상으로는 광운대 개발을 얘기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차별성을 가지는 지점이 있습니까?

 

: 사업방식이요. 지금은 정부가 리스크를 감당 안 하고, 민간에 떠넘기는 거거든요. 용산역사 개발이 그래서 박살이 난 거거든요. 민간에 의존하는 대규모 투자 사업은 어려워 진지 오래인데 민자를 유치하는 쪽으로 역세권 개발을 하려니 안 들어와요. 지금까지는 뭐 하고 선거 때 되니까 하겠다고 그러는지. 사업방식을 바꿔야지 이대로는 안 된다. 단추가 완전히 잘 못 끼워진 사업이라는 겁니다.



노원구, 강북구 등에서 뛰고 있는 야권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지역 균등발전 문제다. 개인 간 빈부 격차가 심화되니 그들이 발을 딛고 있는 지역마저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이를 인위적으로나마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런 맥락에서 민간 주도보다는 정부, 시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 지역 공약 말고 국가 차원의 공약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 지금 우리가 다 동일하게 느끼고 있는데, 불평등 문제가..

 

: 경제적 불평등.

 

: 경제적 불평등이죠. 그게 제일 큰 거예요. 다른 불평등은 제도 같은 걸로 나름대로 보완해나갈 수 있는데 경제적 불평등은.. 재벌 위주의 성장전략이 마치 지고지순인 것처럼 쭉 되다 보니까 우리가 성장이라는 것에만 얽매있었잖아요. 복지를 얘기하고 분배를 얘기하면 “야 성장해야 먹을 빵이 있지, 무슨 개소리냐” 그랬는데. 국민들은 못 느끼고 큰 빵은 자기들만 가져가니까. 재벌 사내유보금이 710조라는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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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장에서도 그런 푸념이 나오는데, 대형마트도 아니에요. 조금 큰 마트가 중간에 하나 생겨서 장사가 안된다고. 전체적으로 이 불평등한 구조, 복지를 낭비인 것처럼 생각하고 복지가 경쟁, 성장의 반대 개념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고방식, 신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이 아주 깊게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하나씩 정치, 사회, 경제 쪽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복지가 결국은 성장이고, 복지가 투자다. 사회 안전망이 구축됐을 때 오히려 장기적으로 경제가 살아난다는 인식들을 바꿔 나가고, 저항을 완화시켜야 하니까.

 

: 그렇죠.

 

: 그런 것들을 해주는 것이 정치권이 돼야 하고요. 방법론이 문제잖아요. 조그만 한 무상교육 이런 거 하나 가지고도 난리가 나니까. 정치는 현실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뜻이 있어도 그 수단을 잡지 않으면 못하거든요. 특히 ‘세금을 올린다’ 이런 공약을 했다간 무조건 안 되는 어려움이 있으니까. 우선 서민증세가 아닌 부자감세 철회라든지 엉망인 지출구조를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죠.

 

: 오랜 경제 침체로 다들 힘들지만, 특히 청년세대 문제가 심각하거든요. 심지어 청년이 사회적 약자로까지 분류되기도 하는데 청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으십니까?

 

: 청년 문제는 청년 문제만으로 안 풀려요. 청년을 위한 몇 가지, 일자리 70만개 창출, 쉐어하우스, 사병 월급 등등의 지원책들은 만들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전체 구조가 살아야 해요. 구조가 아니고서는 해결될 수 없어요. 하나하나 다 엮여있는 거니까.

 

그러나 우선 청년들이 당장 숨쉬기 힘들기 때문에 어항에 산소 공급해주듯 조치는 필요하다고 봐요. 일자리를 나누는 것 등의 방안을 풀가동해야 그나마 일자리가 좀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냥 일자리 말고 양질의 일자리여야 하고.

 

: 상대가 이노근 의원입니다. 아주 강한 발언을 많이 하는 분인데, 핵무장을 해야 한다, 전술핵이라도 들여야 한다는 말도 했었고, 복면금지법을 발의하기도 했고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그 분은 기본적으로 인권, 민주, 자유에 대한 의식이 없는 분이고, 그야말로 수구 보수적인 인물의 전형이에요. 거기다가 말이 거칠어요. 두 가지가 합쳐지니까 뉴스의 메이커가 되죠. 막 하니까.

 

대의민주주의하에서 기본적으로 정치인이 갖춰야 하는 덕목은 주민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에요. 얘길 들어주고 국민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려면 소통하고 공감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 분은 아주 점수를 낮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봐요. 안 듣고 자기 얘기만 하고 가르치려 들려고 하고 막 얘기하니까요.

 


상대 후보인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핵무장, 제 2의 4대강, 그린벨트 해제 등을 주장해 환경 단체, 총선시민네트워크 등에서 20대 총선 부적격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낙선 대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


그는 2013년,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그에 합당한 품성과 인격을 갖출 것이 요구되나 최근 국회의원이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발언을 하거나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는 언행 등으로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막말금지법'을 대표 발의했음에도 스스로 막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나꼼수 그리고 고용진

 

: 딴지 독자들에게는 이 지역구가 낯익은 곳인데, 예전에 정봉주 의원 지역구였고 김용민 교수가 공천되면서 잡음도 있었지 않습니까. 그때도 지역에 있으셨는데, 당시 공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유권자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 서툴렀다고 봐요. 김용민 교수, 나꼼수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인물하고는 별개잖아요. 어떤 분야에서 뭘 하나를 잘한다고 꽂으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건 일방통행적이고 오만한 거라고 봐요.

 

당시에도 제가 정봉주, 사석에서는 형이라고 그러는데, 봉주 형한테 그건 아니다, 위험하다 그랬거든요. 왜냐면 정치영역이 아주 복합적이기 때문에. 대표적인 또 한 사람 있잖아요. 안철수. 너무 잘할 것 같죠? 근데 안 되잖아요. 지역에 가봐요. 공감하고 소통하고 있는지. 전혀 안 되요. 그러니까 그렇게 자신을 낮추고 바닥에서 뒹구르는 연습이 되지 않고서 머리 속에 있는 걸로는 잘 안 되요. 자기 신발만 신어본 사람 말고 남의 신발을 신어본 사람이 필요한 거죠.

 

그때 김용민 교수의 실패는 우리 노원 갑에 엄청난 상처를 줬어요. 지역 조직이 분열되고. 이노근 의원이 해피하게 당선되고. 선거를 그렇기 지고 나면 동네가 갈기갈기 찢어지거든요. 정봉주, 반 정봉주 등 막 나눠졌어요. 이후 김용민 교수가 위원장을 하다가 제가 이어받았죠. 빨리 봉합이라도 해야 하니까.

 

: 추스르는 역할을..

 

: 추스르는 역할을 했죠. 그래서 지방선거 시, 구의원 당선시키고. 그런 바닥에서 만들어 내려니까 되게 힘들었어요.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갑자기 너 비켜 그러면 억울하지. (웃음) 여러 사람들이 지역에 있는 사람들, 위원장들이 일종의 기득권자라 생각하겠지만, 봉급을 받아요, 뭘 받아요. 한 푼도 안 받아요. 자기 돈 다 들여가면서 몇 년씩 고생한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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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포인트라고 본다.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지역 위원장의 역할과 더불어, 공천권을 쥐고 있는 위원장이 시 의원과 구 의원을 배출해내는 것은 무척 중요한 능력이다.


흔히 '지역구 관리'라 짧게 표현하고 넘어가지만, 구체적으로는 지역 행사마다 참석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수년간 반복하는 지난한 과정인 것이다. 결코 가벼이 볼 지점은 아니다. 그는 이 지점에서 꽤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 끝으로, 여기가 한때 정봉주 의원 지역구였으니까. 2022년이 되면 정 의원이 사면복권 되는데 그때 이 지역은.. (웃음)

 

: 그 전에 사면이 돼야죠. (웃음) 그리고 정봉주 의원은 전국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어디서든 할 수 있는 분이고. (웃음) 같이 여러 얘기를 해 왔는데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다만 빨리 사면복권 되기를 기대하고. 그러려면 정권이 바뀌어야 하고.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만기 다 채워야 한다. (웃음) 우리가 총선 잘 치러야 한다. 총선 망가지고 다음 정권 창출? 거의 불가능합니다.

 

: 마지막 인사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 저는 어떻게 보면 딴지일보의 독자들, 뭐라고 하죠? 딴지스라고 하나?

 

: 네. 딴지스. (웃음)

 

: 저는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던 것 같아요. 근데 얘기를 다 나눠보면 서로 생각이 같은 지점이 90%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대화의 노력을 할 것이고, 딴지일보 독자들도 조금 마음을 열고 얘기를 나눠 주기를 바라고, 저도 조금 더 그런 노력을 하고 새로운 생각들을 받아들여서 변화하기를 노력하겠다,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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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터뷰가 끝났다.


언론 노출은 사실상 전무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 밑바닥에서 차근차근 정치인 커리어를 쌓아 온 그다. 특출난 경력이나 이력은 찾을 수 없지만, 국민 목소리의 대변인으로서 그의 능력은 눈여겨볼 법하다.


특히 그의 지역구가 우리에게는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노원 갑 아니던가. 지역을 추스리고 재정비해 전열을 가다듬은 점은 인정할 만한 의미 있는 업적이다. 개인적으로 이 지점에 대해서는 일종의 부채의식을 느끼기도 하고 그렇다.


12년 전, 정봉주 의원을 끝으로 단 한 번도 야당이 당선된 적 없는 지역. 노원 갑의 선택을 지켜보는 것도 요번 총선을 즐기는 또 하나의 포인트이지 않을까 싶다.


그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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