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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을 해보자(2)-장비의 선택과 구입


여과기는 매우 중요하다. 보통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좋은 것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는데, 정말 그런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과기’를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여과 기능이 있는 매질(Media)에 물을 통과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아주 단순한 기계다. 비싼 여과기들은 디자인이나 내구성이 저렴한 제품에 비해서 뛰어나고 소음이 적지만 기능에 있어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 따라서 예산에 맞추어서 구매하면 된다. 요즘은 중국산도 갈수록 질도 좋아져 사용에 큰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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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에하임(Eheim)의 외부 여과기다. 시중에 중국산이 아무리 넘쳐나도 굳건히 지위를 유지중이다. 독일의 기술력은 세계 제일까지는 아니더라도 구조가 단순하고, 유지 보수가 쉬우며, 부품을 구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어 장기적으로 중복 투자를 줄일 수 있다. 모터의 내구성과 신뢰성도 엄청나다.



2. 시작을 해보자(3)-조명과 히터


실내조명은 수조에 집중적으로 조사(照射. 햇빛 혹은 광선, 방사선 등을 쬠)되지 않는다. 게다가 물에 의한 빛의 반사와 산란 때문에 실내보다 수조는 더 어둡다. 따라서 조명이 없으면 수조는 물이 담긴 시커먼 유리상자 같이 보인다.


수조용 조명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LED, HQI, 형광등과 같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조명등 대부분이 수조용으로 사용된다. 적당한 제품을 고르면 되지만, 경험상 색온도 7000-10000K 사이의 조금 푸른빛이 도는 흰 조명이 제일 좋기는 했다.


열대어는 열대 지방에 살기 때문에 겨울에는 히터가 필요하다. 보통은 온도조절기와 히터가 일체형으로 있는 것을 사용하지만 단열과 난방이 잘 되는 집이라면 굳이 필요 없다(집이 춥거나 일교차가 심하거나 난방이 부족한 경우에는 사용하는 게 좋다). 히터의 용량은 보통 1W/L를 기준으로 하는데 환경에 따라서 더 강한 혹은 약한 제품을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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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axpect사의 Razor. LED 조명.



3. 물잡이


마트 수족관에서 장비와 수조를 구입한 A씨, 모래를 박박 씻어 넣고, 물을 받고, 물갈이 약을 푼 후 열대어를 넣는다. 이 경우, 열대어가 잘 사는 경우도 있지만 50% 이상의 확률도 물고기는 용왕님 뵈러 용궁 갈 가능성(물덕들은 기르는 생물들이 죽으면 용궁 갔다고 이야기한다)이 많다.


미생물에 의한 여과 시스템이 정착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여과 시스템이 정착할 때까지 생물 없이 혹은 최소한의 생물만 투입하고 기다릴 필요가 있는데, 이를 ‘물잡이’라고 부른다.


요즘은 이런저런 첨가제들이 많아서 물고기를 넣지 않는 방식인 ‘Fishless Cycling’을 선호한다. 우리말로 풀면 ‘물고기 없이 물잡기’ 정도가 될 것 같다. 핵심은 암모니아의 투입이다. 별도의 약품을 통해서 암모니아를 투입할 수도 있고 여과기를 세척한 물을 조금 얻어 와서 투입할 수도 있다. 원래는 암모니아 농도를 측정하면서 투입시기를 결정해야 하지만(당연히 암모니아 농도가 떨어져야 물고기를 넣는다), 보통 2주 정도 기다리면 투입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후 천천히 개체수를 늘이면 된다.


최소한의 물고기를 넣고 물잡이를 하는 방법도 있다. 살아있는 암모니아 공급원을 넣는 것이다. 보통은 백운산, 제브라다니오 같은 강한 종을 소수 넣고 2~3주 정도 기다린다.


물잡이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물고기가 죽는 것은 아니다. 크기가 큰 수조, 즉 물 양이 많은 수조의 경우 빨리 물고기를 투입해도 괜찮을 때가 있다. 암모니아를 희석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잡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개체수를 서서히 늘여가 자연스레 물잡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정석을 지키는 쪽이 가장 피해가 적고 효율적이다. 2~3주 서둘렀다가 물고기의 죽음을 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물잡이를 할 가치는 충분하다.



4. 컨셉을 정하다.(1)


지금부터는 각론의 성격을 띠고 있다. 사실 민물고기 사육 ‘이론’은 단순하기 때문에 더 이상 썰을 풀 것이 없다. 지금부터는 어떻게 해야 이 취미를 재미있게 오래 유지할 수 있는가를 설명해볼까 한다.


사례1


마트 직원의 말을 믿고 된통 피해를 본 A씨는 동네 수족관에 갔다. 수족관 사장의 조언에 따라서 세척한 물을 넣고 3주 정도 기다린 A씨는 사육이 쉽다는 물고기들부터 넣기 시작했다. 물고기가 잘 살자 재미를 느낀 A씨, 이 때부터 이것저것 맘에 드는 것을 다 수조에 넣는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한 A씨에게 아내로부터 전화가 온다.


“노란 고기가 작은 고기들을 다 물어뜯어 죽였는데.”


놀란 A씨, 열대어 동호회에 가입해서 물어본다. 헉, 같이 키우면 안 되는 물고기란다. 사나운 물고기라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거나 죽이기도 한단다. 물고기가 물고기를 죽이거나 잡아먹는 것이 동족상잔처럼 느껴진 A씨, 이런 잔인한 생물은 키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여 물고기를 수족관에 되돌려주고 수조는 방치된다.



사례2


고기가 죽지 않고 잘 살자 이것저것 넣기 시작한 A씨. 얼마 전부터 물에서 냄새도 나고 물이 탁해진 것 같지만 고기가 잘 사니 그냥 두고 본다. 온 식구가 물고기 밥 주는 데 재미를 들려서 하루에 7-8번은 사료를 주는 것 같다. 밥을 많이 주니 쑥쑥 자라는 게 보인다. 생물을 키우는데 보람을 느껴져 A씨는 기분이 좋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한 A씨에게 아내로부터 전화가 온다.


“고기들이 거의 다 죽었고 살아 있는 애들도 다 뒤집어 지는데.”


애지중지하던 물고기들의 죽음에 의욕을 상실한 A씨. 이 취미를 포기한다.



여기서 ‘사례1’은 합사를 실패한 사례다. 물고기들 중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종들이 있는가 하면 육식성이거나 영역욕이 강한 물고기들도 있다.


육식성 물고기들에게 입안에 들어갈만 한 크기의 다른 물고기들은 그저 먹이일 뿐이다. 영역욕이 강한 물고기들은 자기 영역에 들어오는 모든 물고기들을 적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다른 물고기를 공격하거나 죽이기도 한다. 이런 물고기들을 합사하지 않았더라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례2’는 과도한 물고기 투입으로 인한 참사다. 수조의 물 양과 여과 장치에 따라서 넣을 수 있는 물고기의 수는 정해져 있다. 이것저것 막 집어넣다보면 암모니아의 증가를 피할 수 없고, 대참사를 맞이한다.


근본적으로 A씨의 무지나 욕심이 문제지만 ‘컨셉’을 정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작은 수조에 키우고 싶은 모든 물고기를 다 기를 수는 없다. 따라서 ‘어떤 어종을, 어떤 식으로 기를 것인가’에 대해서 미리 정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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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이렇게 멋진 수초 수조를 꾸미고 싶다면 물고기를 동적인 포인트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크기가 작으며, 수초를 먹지 않고, 무리를 짓는 작은 물고기들을 넣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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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칸 시클리드 수조다. 시클리드과의 물고기들은 대체로 영역욕이 강하지만 넓은 수조에 여러 마리를 사육하면 공격성이 분산되어 어느 정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야생에서의 서식 장소를 조악하게나마 재연해 주면 각각의 종들이 비교적 평화롭게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면서 살아간다.



5. 컨셉을 정하다(2)


그렇다면 컨셉은 어떻게 정하는 것이 좋을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모델은 있다.


첫째, 같은 원산지끼리 사육하는 것이 좋다.


특히나 원산지 수질을 재현하는 것이 번식이나 사육에 필수일 정도로 까다로운 종들의 경우는 수질 관리하기에 유리하다. 또한 야생의 환경을 부분적이나마 비슷하게 흉내 내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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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텀 엔젤


예컨대 ‘알텀 엔젤’은 오리노코강의 수류가 느리고, 나뭇잎, 죽은 나무, 나무 열매 같이 많은 유기물들이 부식되고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는데, 이런 물들은 극단적으로 경도와 pH가 낮다. 따라서 연수기[경수(센물.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양이온이 많음)의 양이온을 제거하여 연수(경수에 대응하는 말)를 만드는 기구]를 통과한 물을 사용하면 원산지 수질을 흉내낼 수 있다. 유목이라고 불리는 물 먹인 나무나 낙엽 같은 것을 넣어서 원산지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프리칸 시클리드는 서식 환경에 철저히 적응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합사가 가능하다. 모래 바닥에 서식하면서 작은 생물을 잡아먹고 사는 시클리드는 주로 바닥에서 활동하며, 열린 공간을 유영하면서 플랑크톤을 잡아먹고 사는 시클리드는 수조의 중상층에서 유영한다. 암석 근처에 작은 영역을 잡고 살아가는 놈들은 암석 인근에서 산다.


이렇게 다양한 종들에게 맞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다채로우면서도 평화로운 수조를 꾸밀 수 있다.


둘째, 어종의 수를 너무 늘이지 말자.


다양한 어종이 있으면 아름다울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산만하고 어지럽다. 구피를 주로 사육하면 몇 종의 구피만 사육하는 것이 좋고(번식 목적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작은 카라신이나 잉어류처럼 군영하는 물고기들은 무리를 이룰 정도의 마릿수(최소 5마리 이상)를 서너 종 정도 사육하는 것이 좋다.


어디까지나 취향의 차이는 존재하기 때문에 이게 정답은 아니다. 다만 경력이 길면 길수록 사육하는 어종의 수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셋째, 수조 자체를 예쁘게 꾸며야 한다.


물고기가 피사체라면 수조와 그 속의 구조물들은 배경과 같다. 사진을 찍을 때 완전히 아웃포커싱을 해서 배경을 날려버려도 배경은 피사체의 아름다움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따라서 최대한 예쁘게, 아름답게, 자연적으로 꾸미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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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꾸며진 수조다. 입체감이 있도록 꾸며졌으며 시선의 흐름이 좌에서 우로 흐르도록 되어 있다. 물론 이렇게 꾸미는 데에는 엄청난 내공이 필요하지만. 흉내라도 내어보자.



6. 관리와 청소


자동차를 오래 타기 위해서는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소모품을 교환하고 점검도 해야 한다. 유지보수를 소홀히 할 경우 오랫동안 자동차를 타기 어렵다.


수조의 장비도 마찬가지다. 유지와 보수가 필요하다. 사용하는 장비의 유지‧보수 법을 익히고 청소나 소모품 교환을 주기적으로 해주면, 대부분의 열대어 관련 장비는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수조 자체의 청소에 대해선 많이들 오해하곤 한다. 보통 수조 청소 혹은 물갈이를 하면 수조 속의 물을 모두 빼내 물고기와 구조물을 모두 들어낸 후, 바닥재를 꺼내어서 박박 씻어주고, 다시 물을 채우고 물고기를 넣는 모습을 떠올린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렇게 힘들게 할 필요도 없거니와 수고가 무색하게 물고기가 대량 폐사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갈이는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20-30% 정도면 적절하다. 개체수가 적고 여과 장치가 좋은 수조라면 주기를 조금 더 늘여도 무방하나, 가능하면 최대 2주에 한번 정도는 부분적으로 물갈이를 해주는 것이 좋다.


물갈이의 주된 목적은 여과의 최종 산물인 질산염의 제거다. pH의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암모니아-> 아질산-> 질산염이 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수소 이온이 발생하고, 수소이온은 pH를 하락시킨다. pH가 너무 낮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거나 질병에 취약해진다.


수조 자체에 대한 청소는 벽면을 닦아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드물게 수조 전체를 뒤엎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질병이 돌아서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상태거나 컨셉을 완전히 변경하는 것과 같이 특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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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