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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6. 26. 금요일

cocoa






안녕하세요.


어제 헌법재판소의 아청법 판결을 보고 도저히 궁금증을 해결할 수 없어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어요. 


판결문은 두 번 읽어 봤어요. 항상 그렇지만 이번에도 졸라 어렵게 쓰셨더라고요. 삼시 세끼 먹고 살기도 빠듯한 사람들은 알아먹지도 못하게 먹물 티 내면서 써재끼면 좋냐...고 못 배운 티를 낼 뻔했어요. 죄송해요. 마음속으로만 생각할게요.


제가 꾸역꾸역 이해한 대로 말씀드려 볼게요. 이번 헌재 판결은 아청법의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



이라는 조항이 헌법을 위반하는 건지 어쩐지 판단하는 것 같아요. 이런 판결을 하게 된 계기는 ‘청소년이 아닌 성인이 교복을 입고 나오는 음란물’을 유포하다 걸린 사람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했기 때문이구요. 여기까지는 이해했어요. 그러니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됨’이라는 단어가 애매하니까 판단해 달리는 거 맞죠? 미성년이 아니더라도 미성년처럼 보이면 아청법에 걸리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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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 요놈!


헌재 재판관님들께서는 5:4로 합헌 판결 내려 주셨어요. 판결문을 읽어봤더니 위 조항이 ‘죄형법주의의 명확성원칙’‘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하셨네요. 졸라 어려워요. 잠깐만요. 판결문 한 번만 더 읽어보고 올게요. 가방끈이 짧아서 그러니 이해해 주세요.


다시 돌아왔어요. 여전히 뭔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죄형법주의 명확성 원칙’은 누가 봐도 범죄를 저질렀는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 같네요. 제가 술 마시고 집에 가다가 쉬야가 마려워서 전봇대에 실례를 하면, 노르스름한 물길도 생기도 냄시도 나고 하니까 누가 봐도 ‘저넘이 오줌 싼 넘이다!’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과잉금지의원칙’은 법이 기본권을 제한해서 과하게 적용되면 안 된다는 말 같아요.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법익의 균형성? 시발... 아, 죄송해요. 마음속으로 생각한다는 게 또 튀어나와 버렸어요. 그리고 제한의 최소성을 준수해야 한다는 말이네요.


두 원칙에 대해서 공부하고 다시 판결문을 읽어 봤는데 그래도 뭐라고 씨부리, 아, 아니 뭐라고 써 놓으셨는지 모르겠어요. 특히 아래 요 부분 말이에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의 입법 목적, 가상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규제 배경, 법정형의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외모, 신원, 제작 동기와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실제아동·청소년으로 오인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를 의미함을 알 수 있고,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 부분도 전체적으로 표현물을 등장시켜 각종 성적 행위를 표현한 매체물의 제작 동기와 경위, 표현된 성적 행위의 수준, 전체적인 배경이나 줄거리, 음란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때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비정상적 성적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행위를 담고 있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수준의 것에 한정된다고 볼 수 있으며, 기타 법관의 양식이나 조리에 따른 보충적인 해석에 의하여 판단 기준이 구체화되어 해결될 수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앞에서 본 명확성 뭐시기를 생각해보면 누가 봐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 같은데, 여기 헌법재판관님들이 써 놓으신‘일반인의 입장에서 아동으로 오인하기 충분한 정도의 사람’은 무슨 뜻인가요? 제가 평균 이하라 이해를 못 하는 건지 어쩐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미성년으로 인식’이 애매하다고 헌법소원을 냈는데, 판결문에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충분한 정도’라고 말씀하시니... 역시 재판관님들은 많이 배우신 분들이라 척 보면 척 알 수 있으신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그게 안돼요. 아아, 도저히 안 되겠어요. 저 같이 교양 없고, 평균 이하의 무식한 사람은 좆문가, 아, 아니;; 전문가이신 헌재의 글만 봐서는 모르겠어요. 제가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 테니까 하나하나 명확하게 알려주세요.



1.미성년자로 보이는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건 말 안 하려 했는데, 사실 제 꿈이 웹툰작가거든요. 이건 제 작품에 여주인공으로 쓰려고 그려둔 그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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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아직 제가 연습이 부족해서 그림을 요딴식으로 밖에 못 그려요. 저는 이 웹툰을 어른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다 담아내고 싶거든요. 그러다 보면 주인공이 남자친구도 만나고 막, 응  막 그런 것도 막 거침없이 나올 텐데, 만약에 고귀하신 사회 지도층 분들이 보시기에 저 그림을 '미성년자로 인식'하신다면, 제가 아무리 22살 여자를 그린 것이라 해도 저는 아동성애자가 되는 거고 아청법을 위반하는 건가요?


참, 정말로 암것도 모르니까 막 고민이 되네요. 미성년자로 보이면 안 된다고 하니까. 제가 그린 저 여자사람 얼굴에 막 주름살을 그리면 될까요? 그럼 미성년자로 안 보일까요? 근데 제가 아직 그림 실력이 부족해서 주름살을 어떻게 그리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그냥 영락없이 아청법에 걸려야 하는 운명인가요?



2.교복이 무엇인가요?


일반 사람들이 미성년자로 ‘인식’하는 가장 흔한 케이스가 교복이죠. 위에 저 헌법소원 낸 분들도 교복 때문에 적발된 거고. 그러니까 성인 배우라 하더라도 교복을 입어서 미성년으로 보이게 되면 아청법에 걸리는 거 잖아요. 얼굴만 봐서는 몇 살인지 아리까리 하니까 간단히 아청법을 판별하는 방법은 교복을 입었냐 안 입었냐를 보는 것이겠네요.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저는 뭐가 교복이고 뭐가 교복이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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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옷은 우리나라의 어느 학교의 교복이에요. 한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등교할 때 입는 교복이에요. 성인 배우가 연기하지만 이런 옷을 입고 나오면 어떻게 하나요? 분명 교복은 교복인데 한복이나 계량한복처럼 보이기도 하고. 저는 교복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헌재 재판관님들이 보시기에는 교복으로 보일 수도 있잖아요. 교복인 건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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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요건 어떤가요? 이건 개화기 때 어느 학교에서 입었던 교복이라고 하네요. 이것도 교복이니까 이거 입고 있으면 성인배우라 하더라도 안 되는 거겠죠? 그러면 요런 계화기 교복이 나오는 작품은 안 된다고 생각해야겠네요. 이거 약간 처녀귀신들이 입는 거랑도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처녀귀신도 이제 안 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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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는 북한 교복인데 이걸로 한복은 빼박캔트네요. 옛날에만 입었던 게 아니고 아직도 교복으로 입고 있으니. 한복=교복. 역사물들은 빠이네요.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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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어떤가요? 남자 교복이긴 한데 아청법은 남/녀를 가리는 게 아니잖아요. 요거 제 눈엔 아무리 봐도 양복으로 보이는데 이것도 교복이니까 이거 입었는데 얼굴이 미성년자인지 아닌지 아리까리하면 이것도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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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베트남 교복인데, 아오자이라는 베트남 전통의상을 본떠서 만든 거라고 하네요. 물론 이게 아오자이이긴 하지만 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교복이니까 분명 아청법 단속 대상으로 들어가야겠지요?


아, 헷갈려서 잘 모르겠어요. 교복을 엄격하게 생각하면 엄청나게 많은데, 교복을 입었다 하더라도 ‘미성년으로 인식’ 되는지 아닌지 제가 판단이 안 되니까. 어떤 건 된다고 하고 어떤 건 또 안 된다고 하고... 그냥 간단하게 이렇게 정리하면 안 될까요? 교복 입으면 다 아청법에 걸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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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막 요런 사진도 다 잡아 버리는 거에요. 명확하잖아요. 응?



3.사람이 아니므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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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여자 로봇인데요, 얘한테 교복을 입히면 어떻게 되나요? 사회지도층님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로봇이니까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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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얘는 어떤가요? <엑스 마키나>라는 영화에 나온 로봇인데요. 영화 설정에 따르면 1~2살로 추정 돼요. 빼박캔트 아동이네요. 나이도 어린데 이 로봇에 교복까지 입히면? 오아, 그럼 누가 봐도 ‘미성년으로 인식’되는 거겠죠? 근데 얼굴은 아동 얼굴이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고, 얼굴 인식 사이트에 돌려 보니까 그렇게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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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ow old net


19살 이니까 미성년이 아니네요. 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일단 어려 보이는 얼굴, 베이비 페이스는 안 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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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인물정보


그럼 이분은? 누가 봐도 베이비페이스인데... 죄, 죄송합니다. 우씨, 정말 모르겠으니까 이런 시덥잖은 소리나 하고 앉아있는 거에요. 


저는 아동 성애자도 아니고 교복에 페티쉬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범법자가 되기는 싫은데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로서, 그걸 소비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서 어쭤보는 거에요. 재판관님들께서 저 법이 명확하다고 하셨으니까.


그러니까 그 명확성이라는 게 뭔지 많이 배우신 재판관님들이 좀 알려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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