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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11일 앞두고 있는 지금, 문재인 후보가 독보적 1위 자리를 지킬 것인지, 안철수 후보가 다시 치고 올라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인지를 두고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후보자 토론이 두 번이나 남았고, 연휴 기간에 또 어떤 네거티브가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내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승민 후보의 거취는 어떻게 될지, 3당 후보 야합단일화가 성사될 것인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끝까지 고삐를 늦출 수 없는 대선의 막바지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머시 중헌디!”

 

그렇다.

 

우리는 머시 중헌지 머시 중허지 않은지 뜨겁게 고민하고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대선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까짓 투표, 망하면 5년 뒤에 다시 하면 된다. 5년마다 돌아오는 거니까(다음번엔 지금 후보들을 뽑을 수 없다는 반론 따위는 거절한다).

 

근데 이 ‘세기의 대결'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늘, 단 하루뿐이다. 

 

우리 앞에 닥친 진정으로 중한 것. 그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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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국방위 폭격기와 세대교체 파이터가 국민 게임 스타크래프트1(얼마전 무료로 풀린)으로, 그것도 무려 문재인맵(!)에서 세기의 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3판 2선승제로 진행되는 이 대결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그저 그런  e스포츠도 아니다. 장래가 유망한 두 정치인이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임하는, 필사의 대전이다. 들리는 소문엔, 이 대결에 문재인의 어마무시한 금괴가 걸려있다고도 한다. 낭설일 가능성이 높으나,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인다.


경기가 펄쳐지는 문재인맵은 약빤 더민주 홍보팀이 만든 것으로 그야말로 문재인을 위한 맵이다.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첫 번째는 정 중앙에 미네랄로 '1 문재인'이라 새겨져 있는 맵이고, 두 번째는 1시 방향만 미네랄을 이빠이 주는 맵이다. 어느 쪽이든 문재인의 재력(=미네랄)을 가져간다는 점에서 금괴 음모론이 설득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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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정리하면, 바로 오늘 저녁 7시. 이 맵에서 세기의 대결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이런 초대박 이벤트를 민족정론지 본지가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법. 대선이고 개헌이고 만사 제쳐놓고 경기를 앞둔 두 선수를 만나 인터뷰 했다.


(이하 김광진:  / 이동학:  / 코코아: )



이동학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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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호가 아닙니다


: 주종족이 뭔가?

 

: 꼭 밝혀야 하나? 뭐.. 랜덤이다.



시작하자마자 실력을 감추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체 어느 정도 실력자길래 랜덤을 고른다는 걸까.

 


: 랜덤? 좋다. 가장 상대하기 싫어하는 종족은? 

 

테란. 테란은 잘 모른다.


: 스타를 얼마나 했나?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했으니까 거의 20년 됐다.


: 경기 잡히기 전 마지막으로 한 건 언젠가?


두 달 전에 빠무(빠른 무한맵)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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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타다다닥


: 최근 페이스북에 피씨방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던데?


잠깐 뭐 뽑으러 갔다가 인증샷만 찍은 거다.

 

: 음.. 알겠다. 스타 캠페인은 다 깨봤나?

 

: 모른다.


: 베틀넷 래더 점수는?

 

모른다.


초초초초 고수만 한다는 빠무맵을 즐겨하는 그가 캠페인도 안 해봤다, 래더도 모른다?


역시 뭔가를 숨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 ... 알겠다. 홍진호를 많이 닮았다.


아, 폭풍저그를 보여줄 생각이다. 


: 아니, 2등 할 거 같다는 말이다.


2등 할 수는 없다.



2등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자신감.



: 스타 상대로서 김광진 의원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전혀 감이 안 잡힌다. 스타 한다는 걸 페북에서 간간히 본 정도다.


: 어떤 종족인지도 모르나? 프락치를 활용해 얻은 정보라도?


몇 명 물어봤더니, "신경쓰지마" 라고 했다. 허허실실 전략일지도 모른다. 


: 평소에 김광진 의원이 기만 전략을 잘 사용하나?


그럴 사람은 아니다. 아닌데, 이번엔 모르겠다.



초고수 레벨의 대결은 확실한 것이 하나 없는 법이다.



: 어떤 전략으로 임할 생각인가.


: 빠른 멀티를 가져갈 계획이다. 종족별로 있긴 한데, 주로 빠무에서 했던 거라 걱정이다. 연습할 시간도 없었다.


: 문재인맵을 한 번도 안 해봤나? 


오늘 대구에서 토론회가 있고, 그거 끝나면 새벽에 돌아온다. 연습할 시간이 없다. 

 

: 블러핑 아닌가? 


정말이다. 컴맹이라 맵을 다운받지도 못했다. 


: 스타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나.


첫 번째 원칙은 공격이다. 공격을 해봐야 상대 실력을 알 수 있고, 빌드도 파악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다양한 유닛을 활용하는 것. 땅과 하늘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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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트롤은 얼마나 하나?


단축키는 외운다. 번호 지정은.. 좀 귀찮아서...



나는 여기서 큰 혼란을 느꼈다. 이 말은 실력을 숨기기 위함인가, 엄청난 속도로 마우스 클릭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인가.


현장에선 또 실력을 숨기는 것으로 판단했으나,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후자에 해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 알겠다.  내일 7시가 경기인데, 8시에 토론회가 있다. 아무도 안 보는 거 아닌가.


한 시간 내로 끝낼 수 있을 거다.


: 김광진 의원은 프로게이머를 만나서 연습했다고 들었다.

 

비기가 있을 거다. 걱정이다. 김광진 의원은 과외를 받았고, 나는 혼자 교과서로 공부했다.


: 끝으로 상대방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정정당당하게 승부에 임하고, 결과에 승복하고 벌칙을 정했으면 좋겠다. 나는 전 재산을 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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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전 재산을 결고 경기에 임하겠다는 이동학 부위원장의 전 재산은 23만 원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자금 대출도 있다고. 


그는, 모든 것을 내걸었음에도 평온해 보였다. 인터뷰 내내 그는 최대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어쩌다 컨트롤 한 번 잘하면 동네방네 소문내기에 바쁜 하수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정 고수다운 고수의 모습이라 하겠다.


그렇담, 그와 붙는 김광진 의원은 대체 어느 정도 실력의 소유자일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바로 그를 찾아갔다. 


 

 

김광진 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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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종족이? 

 

: 프로토스다. 프로토스 밖에 못 한다.



역시, 실력을 감춘다.



: 상대방은 종족이 랜덤이라고 했다.


: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봤더니 (이 부위원장이) 저그라고 했다. 그래서 저그만 연습했는데.. 


: 제일 상대하기 싫은 종족은? 


: 다 싫다.


:  경기 성사되기 전 마지막 스타는 언제였나?


: 술 먹으면 가끔 갔다. 마지막은 한 달 전. 가장 최근은 어제다. 유세 중 시간이 비어서 남들 쉴 때 한 시간 피시방 갔다 왔다.

 

:  스타 캠페인 모드를 다 깨봤나? 


: 안 해봤다. 


: 래더 점수는? 


: 할 때마다 아이디를 바꿔서 래더 점수가 없다.



이동학 부위원장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초고수 레벨일 것으로 강력하게 추정되는 그가 캠페인은 모르고 래더 점수도 없다고. 전력 노출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베틀넷 아이디가 없다니. 어릴 적 전설처럼 듣던 베넷 고수들은, 정해진 아이디 없이 구름처럼 나타났다 바람처럼 사라진다고 들었다. 혹시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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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제일 쉬웠어요


: 이동학 부위원장은 폭풍저그 홍진호를 닮았다.


: 그렇다. 하지만 실력 때문에 걱정하진 않는다.

 

: 스타 상대로서 이동학 부위원장은? 


: 나보다는 잘할 거 같다. 근데 보편적인 사람만큼 할 수 있진 않을 거 같다. 근데 내가 이길 거다!

 

: 허점을 알고 있나? 


: 한 번도 해보지 않았으니 모르겠다. 하지만 이동학 부위원장이 기본적으로 허당이다. 정치적 선택도 잘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 스타에서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나. 물량이나 컨트롤 같은.. 


: 컨트롤은 잘 하지 않는다. 어택땅이다.



??


 

: 그룹지정은 하나? 질럿이랑 드라군을 따로 움직인다거나.. 


: 어택땅이다.



????!!!???


어택땅. 얕게 생각하면 초보들이 컨트롤 하지 못해 땅에다 대강 병력을 때려 박는 걸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리는 없을 터.


추측컨대, 어택땅이라 함은 가장 기본적인 공격 원리를 설명한 것으로, 상대 진영을 점령해 결국 땅을 딛는다는, 그러니까 내가 쳐들어가서 다 때리 뿌수고 점령하고야 말겠다는 공격 근본의 응축인 것이다.


 

: 얼마 전 프로게이머를 섭외해서 과외를 받았다고 들었다. 


: 두시간 반 정도 했다. 이동학 부위원장은 교과서로 공부했다고 하는데, 우리 사회에선 항상 사교육이 이겨왔다.


:  전략이 나왔나?

 

: 나왔다. 근데 상대가 저그일 때 전략을 짰는데.. 큰일났다. 


: 문재인맵에서 어떤 전략으로 나갈 것인가.


: 그건 비밀이다. 


: 상대방은 문재인맵을 안 해봤다고 했다. 

 

: 못 믿는다. 상대는 정치인이다.



아주 중요한 포인트. 그 또한 정치인이다. 



: 아무래도 초반 러시를 생각하고 있나?


: 왜 자꾸 전략을 물어보려고 하나. 알려줄 수 없다. 


가운데 미네랄을 캘 예정인가? 


: 가운데 미네랄 안 캐도 자원이 충분하다. 너무 뚫려 있어서 멀티를 하기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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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준비를 좀 한 거 같다. 스코어를 어떻게 예상하나.


: 2:0 일 거다. SCV 러시로 끝낼 수도 있다.  

 

: 알겠다. 어쩐지 두 사람이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차 있는 거 같다.


: 이재오 의원도 자기가 대통령 될 거라고 생각하고 출마하는 거다.


: 상대방이 '정정당당하게 승부에 임하라'고 하며 전 재산을 걸겠다고 했다. 


: 내기도 서로 격이 맞는 사람끼리 해야지. 격이 안 맞는다. 내가 지면 밀린 딴지일보 원고 3편을 공짜로 빨리 써서 보내겠다.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천명!



: 상대방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패배의 아픔을 자주 느껴봤기 때문에, 한 번 더 느끼는 건 별로 크게 다가오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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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인터뷰만 보더라도 두 사람의 어마무시한 내공이 느껴진다. 말 한 마디를 가벼이 던지지 않는다. 모두 가늠할 수 없으나 하나하나가 기술이고 기만이고 협잡임이 분명하다. 세기의 대결이라는 사이즈에 부합하는 신경전이라 할 수 있겠다.


궁금하다. 과연 그들은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 것인지. 문재인맵을 어떻게 해석하여 창조적으로 플레이 해나갈 것인지. 이동학의 주종족은 무엇이고, 김광진의 어택땅은 경기에서 어떻게 발현될 것인지. 최선을 다해 블러핑 하고 있는 두 사람의 플레이는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너무 궁금한 나머지 지금 당장 가방을 싸서 퇴근하고 싶을 정도다. 그거랑 그게 대체 뭔상관


오늘 밤 7시. 놓치지 말아야 할 그 대결은 오직 민주종편tv(링크)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일찍이 이 경기의 사이즈를 예감한 민주종편은 최일구 앵커와 개그맨 조현민 씨를 경기 중계로 섭외했다).


이제라도 머시 중헌지 깨닫게 됐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목욕재계 후 경건한 마음으로 이 세기의 대결을 기다려 보자!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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