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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22. 월요일

raksumi




저는 지금 천조국에서 연수를 하고 있습니다. 


이건 밤이건 주중이건 주말이건 항시 '언제 환자(산모)가 올까?' 노심초사 하며 지내기를 어언 10년. 산모들이 진통이 시작해서 출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예측불가능 한지라 365일 전화기를 가지고 다니며, 벨소리 노이로제에 사로잡힌 채 지냈던 나날이었습니다.


이제 빡빡한 병원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까 했는데.... 이미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 있더군요.


천조국 생활 1년차. 매일 출근하지만 5시면 칼퇴근 하고, 집 앞에서 20분 가량 달리는 조깅도 하고, 가까운 마트에 갈때는 핸펀을 챙기지 않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한가지 흠이라면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 오만 가지 오지랖을 떨어야하는데 그걸 못해 약간 한스럽다는 정도?


천조국에 살면서 든 가장 큰 의문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왤케 비만 환자가 많을까?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찌라시에 비만 관련 광고가 가장 큰 떡밥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와 상대도 안 될 정도로 비만에 대한 걱정이 크며 사정도 훨씬 심각합니다.


National-Obesity-Rates-by-Body-Mass-Index-by-Economist.com_.gif 

출처 -  http://www.economist.com/node/17118939


한국에서도 비만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OECD 국가 중에서는 거의 꼴찌에 가깝습니다. (일등 아니면 꼴등 법칙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신기한 현상) 비만율 순위가 거의 최저 임금 순위와 맞먹을 정도입니다. 


이 표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한 프랑스와 이태리가 비만율이 낮은것에 주목해주세요.




oecd_obesity_2009.png 

출처 - http://www.oecd.org/health/health-systems/49716427.pdf


위 표에서 보시다시피 미국의 비만율은 아주 심각합니다. 이렇게 비만 환자가 많아지면 각종 성인병의 위험에 더 취약해지고 이는 고스란히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어느 나라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만이 심각해 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 살을 뺀다? NO!  지방을 뺀다? YES!


사실 살을 뺀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 몸은 혹시 모를 기아에 대비하여 잉여 에너지를 지방으로 축적하는데, 이 잉여 에너지원인 지방이 너무 많은 것이 비만 입니다. 그러니까 살(근육)을 빼는 것이 아니라 지방을 빼는 것이 다이어트의 정확한 정의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과다 축적된 지방을 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지방이 많아지면 -> 움직이기 힘들어 운동이 쉽지 않다 -> 더 뚱뚱해 진다 -> 운동이 더 힘들어 진다 -> 더 뚱뚱해진다 -> 



이런 것을 전문 용어로 vicious cycle 이라고 하는 데 


돈이 없다 -> 빚을 진다 -> 빚 갚느라 더 돈이 없다 -> 더 높은 이자를 내고 빚을 진다 -> 


이런 것이랑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만은 당뇨로 이어집니다.


뚱뚱해지면 -> 당뇨의 위험이 높아진다 -> 더 뚱뚱해진다 -> 당뇨가 심해진다



참고로 이 경우는 주로 2형 당뇨에 해당됩니다. 비만이 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몸에서 더 높은 인슐린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fatman.jpg 


어제 우연하게도 위 사진과 비슷한 사람들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한 명은 몸무게가 1000파운드 (약 453kg) 정도 나가는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700파운드 (약 317kg) 가량 나가는 여자였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생극장'  비슷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약 2년에 걸쳐서 이 사람들이 체중을 줄이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두 명 다 위절제 수술을 받은 후 바로 사망하였습니다. 아마 수술을 받지 않았어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였을 것입니다. 몸이 이 정도가 되면 걷는 것은 물론 대소변 가리는것도 불가능해집니다.


fatwomen.jpg 


천조국에서 위 사진 정도의 몸매는 거의 평균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백인에 비해 경제 사정이 더 안 좋은 흑인에게서 비만율이 더 높게 나타납니다.

우리 병원만 해도 교수님이나 연구원들은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지만 청소하시는 분들 가운데 정말 심각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덧붙여, 나이가 들수록 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더 뚱뚱해진다는 사실도 기억합시다.




3. 지방 빼는 법


그러면 지방을 축적하지 않으러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렇습니다. 행정 수도를 옮기지 말고 계속 서울로  (요즘 개드립을 잘 못 해서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



1. 지방을 만들지 않는다.


2. 지방을 태워 없앤다.



먼저, 2 번의 해결책은 다 아실 것입니다. 운동하면 됩니다.


문제는 1번인데, 물론 지방의 원인이 되는 음식을 아예 안 먹으면 되지만 우리가 고성능 밧데리를 가진 터미네이터가 아닌 이상 우리 몸의 연료가 되는 음식을 먹지 않고서는 살지 못합니다. 결국 중요한건 '어떤 음식을 먹느냐' 인데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것은 몸안의 인슐린을 없애는 것입니다. 


인슐린은 우리 몸안의 혈관 내 당 수치를 낮추는 단백질로, 우리 몸에 탄수화물이 들어오면 즉각 분비됩니다. 그런데 이 인슐린은 당 이외에 우리 몸의 또 하나의 중요한 에너지원인 지방의 분해를 방해 합니다.


그러므로 운동으로 지방을 빼려면 운동에너지를 당이 아닌 지방으로 쓰도록 인슐린이 나오지 않는 식전에 하는 게 좋다(는 개뿔 바빠 죽겠는 데 식전이나 식후나 아무때나 꼭 하기나 하삼. 또 운동 못 한 핑계대지 마시고)는 말입니다.



아! 지금껏 어렵게 쓴 글이 다 날아가서 몹시 당황했으나 다시 이성을 되찾았습니다.

휴...




4. 재래식(일명 푸세식) 화장실을 허하라


제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운동입니다.

운동 중 가장 좋은 운동이 무엇일까요? 저는 스쿼트 (squat) 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허리가 아프거나 몸 전체가 찌부둥 하신 분 이거 한 번 해 보세요 


squat_매달리기.jpg

엄청 시원합니다.



고개까지 약간 숙여서 몸을 접어 주시면 더 효과가 있습니다. 고개 숙일 때는 숨 쉬지 말기를 권합니다. 

임신부들 중 약 70% 가량이 요통 증세를 호소하는데 그럴때 저는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임산부에 좋은 것은 일반인에게도 좋습니다 ) 이 자세를 취하면 스트레칭 효과도 있어서 자세도 교정 됩니다. 과거에는 이런 자세를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취해야 했습니다. 아, 여자들은 더 여러번이겠죠.


바로 화장실에서입니다.


fig5_squat_chek.jpg 



절에서는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  근심 푸는 곳)라고 하는 데 저 자세가 진정한 근심푸는 자세입니다.

생각과 달리 이 자세는 아주  자연스러운 변 누기 자세입니다. 우리 몸 안의 장은 한 번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가는데 저 자세를 취하면 양쪽 허벅지로 배를 눌러 주어 덩달아 장이 눌리게 되고 결국 변이 잘 나옵니다. 배에 자극을 주어서 변을 잘 나오게 만드는 건데, 어릴때 배가 아프다고 하면 할머니께서 배를 문질러 주신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양변기가 나온 후 변비 환자가 급속하게 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squatting-1.gif


우측 사진이 바로 스쿼팅을 할때 우리 똥고 모습인데 직장(rectum)이 직선이 되어서 변이 잘 나오게 됩니다. 외과에서 치질이나 암으로 항문 검사를 할 때 옆으로 누워서 무릎은 배에 붙이라고 한 뒤, 의사가 손가락을 항문에 넣어 검사를 하는것도 이 원리입니다. 대장 내시경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참고로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는 것은 좋은 습관이 아닙니다. 변비가 심하신 분들은 얼른 끊고 나오는것이 좋고, 남은 똥은 다음에 또 누면 됩니다. 오래 앉아있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뚱뚱하신 분은 저 자세가 힘들테니 더 운동이 될 것이고, 좀 오버해서 이야기 하자면 뒷처리를 잘 하기 위해서라도 체중 조절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장실에 스맛폰 가지고 들어가서 인터넷 하거나 영상을 보는 등 세월아 네월아 시간 때우시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로 좋은 습관이 아닙니다. 다만 저 자세로 변을 보는 재래식(푸세식) 화장실에서라면 인정해 드립니다.


저 자세로 하루에 10분씩만 앉아있는다면 정말 큰 운동이 될 것이며 전세계 비만 환자가 획기적으로 줄지 않을까 하는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류의 가장 큰 발명품은 '세탁기' 이고 최악의 발명품은 바로  '양변기' 라고 생각합니다

2977919.jpg


많은 이들이 쪼그려앉는 자세가 부자연스럽고 변도 잘 나올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속 양변기 자세는 편하기는 하지만 전혀 운동이 되지 않습니다. 

변 보면서 운동을 할 필요는 없지만 운동 효과도 있으면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




5. 비만과 의료비


또 한 가지, 미국에 비만 환자가 많은 이유 중 하나로 너무 단 음식을 많이 먹는 식습관을 들 수 있겠습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단 것을 먹으면 인슐린이 많이 나와서 지방 분해를 막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의료비 입니다.


비만이 있거나 당뇨에 걸렸을 경우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생활 습관 개선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받고 ,조기에 치료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의료비가 비쌉니다. 


제가 오늘 우리 애들 치아가 흔들려서 발치를 하러갔는 데 그 가격이 무려 40만원 * 2 = 80만원이더군요. 이가 아파서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가긴 했지만 정말 이 정도라면 집에서 이를 뽑고 싶은 심정입니다. (엑스레이도 8만원 받더군요 ) 병원은 깨끗하고 사람도 별로 없어 기다리지도 않았으며 친절하기도 했지만 사실 좀 어이가 없더군요. 다행히 보험을 들어서 청구는 할 수 있지만 이 청구도 환자가 직접 하는 것이라 참 복잡하더군요 (1시간 쯤 걸렸습니다 ) 이렇게 병원 문턱이 높으니 치료는 커녕 상담 받기도 힘듭니다.정말 우리나라도 이렇게 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살림 거덜나는 건 순간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결론이 좀 이상하게 나긴 하는데 암튼 제가 존경하고 존경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가장 위대한 업적인' 전 국민 의료 보험' 은 좀 건드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P.S. 글을 쓰다보니 맛스타드림님의 글과 겹치는 내용이 있는것 같습니다. 일부러 맛스타드림님의 글을 찾아 보거나 한 것은 아닌데 예전에 너무 감명 깊게 읽어서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raksumi


편집 : 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