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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일 미국 연준은 기준 금리를 2.25%~2.50%로 인상했다. 올해만 놓고 보면 네 번째 금리 인상이고 지난 3년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9번째 금리 인상이다.

 

금리 인상 후 주요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미 최악의 4분기를 보내고 있는 주식 시장은 이로써 마이너스 수익률로 올해를 마감할 것이 기정사실화되었다. 오늘까지 S&P 500은 연초 대비 6% 이상 하락 중인데, 이 정도 폭의 하락은 200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불안정한 세계 금융 시장'. 2018년도를 결산하며 생각해 볼 수 있는 키워드이다.

 

먼저 금리 인상. 연준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현재” 미국 경제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뜻이다. 실업률은 이미 역대급으로 낮은 데다가, 그동안 불안 요소였던 임금 또한 올해엔 많이 올랐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실행한 세금 감면안 덕에 가계와 기업이 쓸 수 있는 돈은 더욱 늘어났고, 이는 소비와 투자로 이어졌다. 올해 동안 발표된 경제 지표들만 놓고 봤을 때 미국 경제는 아주 견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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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금융 시장은 불안하기만 하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올해 주식 시장은 죽을 쒔다. 특히 4분기에는 부동산부터 채권, 원유에 이르기까지 무려 90%의 투자 자산 가격이 빠졌다. 그 폭이 아닌 범위만 놓고 보면 가히 역대급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미래”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현금을 주고 자산을 구입하는 이유는 미래에 자산을 팔았을 때 투자한 현금보다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인데, 자산의 가격이 이렇게 일제히 떨어진다는 것은 “미래”에 그만큼 돈을 받을 수 있단 기대치가 낮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현재와 불안한 미래. 2018년은 아마도 이 둘 사이의 간극이 가장 크게 벌어진 해로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몇 가지 수치로 예를 들어 보자.

 

올해 11월까지 S&P 500에 소속된 기업들이 지급한 배당금의 총액은 약 420조 원가량이다. 이미 작년도 배당금 총액인 391조 원을 넘어섰고, 12월까지 합할 경우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올해 미국 기업들은 좋은 실적을 내고 있고 세금 감면안의 덕 또한 많이 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별개로 미국 각 기업 최고 재무 책임자(CFO)들을 대상으로 듀크대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절반 가까운 참여자가 2019년도에 경제 불황이 닥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리고 전체 참여자 중 80%가 2020년까지 경제 불황이 닥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지금 기업들은 견조한 미국 경제와 세금 감면안 속에서 최대의 실적을 내고 있지만, 정작 기업 재무 담당자들은 앞으로 본격화될 무역 전쟁의 영향, 경기 둔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준 금리에 대해서 나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데, 기준금리가 올랐다는 이유로 시장이 이렇게 요동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금리 인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있었고, 만약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았더라도 주식 시장은 “약속한 금리 인상을 실시할 수도 없을 만큼 경제 상황이 나빠졌다”라며 더 하락했을지 모른다. 늘 얘기하지만 금리가 3%가 된다고 멀쩡했던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부동산이 폭락하고 그러진 않는다. 보통 기존에 있던 불안 요소랑 결합이 돼서 한꺼번에 폭발을 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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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주식 시장이 본격 하락장으로 접어든 건 기준 금리 인상 뉴스가 나온 최초 시점이 아니라, 직후 공개된 의사록에서 연준이 내년에 2번가량 기준 금리를 올릴 것을 시사했다는 점과 이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연준 의장이 인터뷰에서 한 몇몇 발언(양적완화 축소)이 나온 부분에서였다.

 

연준이 기준 금리를 올렸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기준 금리 인상으로 수익률곡선(Yield Curve)이 점점 완만(Flat)해지고 있다는 거다. 이건 말로만 설명하려면 피차간에 머리만 아파지니, 연준은 어떻게든 단기 금리를 멱살 잡고 올리고 있는데 미래에 대한 전망은 영 좋지 못해 장기 금리가 낮다라고만 퉁치고 넘어가겠다. 이는 보통 경제학에서 졸라 불길한 사망 침체 플레그에 해당한다.

 

매년 딴지일보에 경제 결산 글을 기고하는고 있는데, 사실 글의 내용은 사실 대동소이하다. 큰 틀에서 결산 글은 “올 한 해 뭐 경제는 괜춘했는데염... 내년엔 몰라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란 건 2008년급 경제 위기가 닥치거나 역대급 호황이 찾아오지 않는 한 고만고만하기 마련이다(작년이 그나마 확실한 호황이었는데, 체감하신 분 있으시면 연락 좀 주시라. 술 좀 얻어먹게).

 

여기다가 대고 “올해도 좋았으니 내년에도 좋을꺼에염.”이라고 해봤자 경제 위기가 진짜로 닥치면 바보가 되기 딱 좋기 때문에 원래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점잔을 빼면서, “내년엔 잘 모르겠어요.”란 말을 되도록 길고 어렵게 쓸 수밖에 없다.

 

결국 작년과 비슷한 글일 써버린 것 같은데, 차이가 있다면 “현재” 결과가 역대급으로 좋고, “미래” 예측은 역대급으로 나쁘다는 것 되겠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 현실화되면 보통 경제 불황이 닥치고, 마지막으로 좋은 실적이 나왔던 전년도는 “고점”으로 기록된다.

 

올해를 한마디로 정리하고 미래를 예측해 보라면 올해가 고점이 아닌가 싶다. 이보다 더 좋아지기도 힘든 한 해였고 미래에 대한 온갖 부정적인 예측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어디서, 언제, 어떻게 경제 불황이나 위기가 닥칠지는 모른다. 그런 징조가 보인다면 모두가 알 것이고, 보통 위기는 아는 곳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고라니처럼 툭 튀어나오기 때문에 우리는 그걸 위기라고 부른다. 다만 어딘가 쌔한 느낌적인 느낌이 강렬하게 나기 때문에 계속 불안할 뿐이다.

 

이러한 불안이 틀렸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해를 한 번 더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예감이 틀리길 바란다. 연말들 잘 보내시고 지금을 즐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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