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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온천 맛을 살짝만 아는 가난한 이 앞에 나타난 구세주

 

필자는 가난하지만 친구나 지인 중엔 왠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가 많습니다. 나잇대가 같은 사람과는 일본의 명물 '와리깡(割り勘 ; 분빠이, 더치페이)'을 하고 연하 친구랑 있을 때에는 필자가 사주기도 하는데, 연장자와 함께 놀 때에는 얻어먹을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필자 몫까지 부담해주는 분들 중, 고맙게도 '같이 온천에 가자'는 분도 있습니다. 덕분에 비교적 괜찮은 온천의 맛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너무나 고마운 일이고 감사한 일일 건데,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 고민이 생깁니다. 즉 '자비로 감당할 수 없는 온천의 맛'을 알게 된 거지요. 특히 날씨가 추워지는 계절이면 "아~ 온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기만 하지요. 물론 필자네 근처에도 천연온천을 이용한 목욕탕이나 스파 시설이 있기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관'에서 즐기는 온천과 비교하자면 승부가 안 되지요. 여관에서 즐기는 온천은 맛이 다르니까요.

 

그러나 필자는 가난합니다(한국에서 '거렁뱅이'라고 하는 그거예요). 온천 생각났다 해서 바로 갈 수는 없고, 일해도 일해도 삶이 편해지지 않는다는 시를 중얼거리며 손을 보는 일상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필자에게 '싸게 온천을 즐길 수 있으니 같이 가자'는 천사가 나타났습니다(외모는 곰 같이 생겼지만 이야기 진행상 천사라고 함). 그것도 필자 집 근처에 살아 평소 친하게 지냈던 친구. 아무리 '싸게'라 해도 온천에서 1박이면 적어도 2만 엔(약 20만 원)은 들 테고, 그렇다면 나는 갈 수 없겠다 생각하며 얼마나 드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맙소사 투어 가격이 8,500엔(약 8만5,000원)! 토요일만 아니면 우에노역에서 온천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무료로 탈 수도 있다네요. 왕복 5,000엔(약 5만 원) 정도의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는 셈이지요.

 

여기서 잠깐, 순간 필자 머릿속에,

 

"安物買いの銭失い(야스모노 가이노 제니 우시나이)"

(값이 싼 것을 사는 사람은 오히려 돈을 잃게 된다, 싼 게 비지떡)

 

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 1만 엔도 안 되는 가격으로 필자가 생각하고 있던 1박 온천여행은 갈 수 있을 리가 없는 겁니다. 하지만 그 친구가 "둘이 가면 큰 방을 예약할 수 있고, 숙소는 말 그대로 온천여관이지."라고 말해서, 반신반의하면서도 "그래, 그럼 한번 가볼까"라고 대답한 필자입니다.

 

 

1. 온천 가는 길 - 금주(禁酒) 버스를 타고

 

당일 아침 일찍 필자 일행은 집 근처에 있는 도부전철 노다센(東武電鉄 野田線) 에도가화다이역에서 만나서 카시와(柏)역까지 갔습니다. 거기서 JR 죠반센(常磐線)으로 갈아타고 셔틀버스 승차장이 있는 우에노까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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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부센 에도가와다이역에서 만나서 카시와역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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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승차장 위치를 확인.

 

오후 1시쯤 목적지인 이토온천(伊東温泉)에 도착하는 것을 감안해서 카시와역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죠반센을 탔습니다. 아침식사로 뭘 먹을지 고민했는데 이 시간에 문을 연 가게가 많지 않아 결국 마루가메 제면에 가기로 했지요. 온천 여행을 떠나는 흥분 때문인지 평소 같으면 안 먹는 카키아게(다진 야채 튀김)를 토핑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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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키아게랑 키츠네우동. 원래 공짜로 먹을 수 있는 텐카스(튀김 찌꺼기)를 우동에다 듬뿍 얹지만 오늘은 카키아게를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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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행 기차가 도착. 카시와에서 우에노까지 약 30분 정도 걸립니다.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지만 온천 여행에 가는 흥분으로 밝아보이고 그랬어요.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충격적인 고백을 했습니다.

 

"아, 이토온천까지 가는 버스에선 음주금지니까 조심해야 돼"

 

순간 "그래, 당연히 술 마시면서 운전하면 안 되지..."라고 답했다가 되물었습니다. "에? 뭐라고?"

 

그렇습니다. 아마 예전에 있었던 거겠지요. 온천에 가는 버스 안에서 음주하고 난동을 부린 무식한 이가. 사실 일본인에게 온천은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 수 있는 기회와 같아, 예의 바르고 부지런하던 사람도 온천 여행 때만큼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예의 없고 배려심이 결여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버스 안에서 한 방울도 술을 먹을 수 없다는 게 뭡니까. 역시 싼 이유가 있구나... 버스를 타기 전에 미리 맥주를 주입하기로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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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버스 승차장은 우에노역 코엔구치(公園口 ; 공원 방향 출구)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쭉 가면 나오는 주차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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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버스에 타기 전 한잔. 역시 온천여행은 비일상이어야 하지요(필자를 아는 사람은 '일상 그대로잖아!'라고 할 지 몰라도 이야기 진행상 상식인이라고 전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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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는 다른 버스도 대기중.

 

이제 출발입니다. 좌석이 2×2의 4줄형이라 곰 같이 생긴 친구가 옆자리에 앉으면 완전히 갑갑한 느낌이지만 공짜로 태워주는 거라 잔소리는 못 합니다. 그것보다 사귄 지 얼마 안 된 너무 핫한 커플 바로 뒤에 앉게 된 걸 항의하고 싶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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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내를 뜨겁다고 느끼게 한 커플 바로 뒤에 앉게 된 점에 대해 항의할 수도 있었으나 어른답게 행동하도록 노력하는 필자는 가만히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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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마다 충전용 콘센트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버스를 거의 안 타는 필자는 좀 놀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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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중 도쿄타워가 보였습니다. 외국에서 온 관광객처럼 마구 사진을 찍었는데 제대로 찍힌 사진이 이거 밖에 없네요.

 

긴 시간 운행되는 버스는 중간에 휴식을 취해야 됩니다. 화장실에 갈 사람은 가고 필자 같이 "슬슬 한대 피우고 싶네"라는 사람은 담배를 피우는 반가운 시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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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츠카(平塚) 휴게소는 필자도 알고 있을 정도 잘 알려진 휴게소입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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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테일×오토바이=최강'이라는 공식을 오랜만에 확인했습니다. 필자도 오토바이가 타고 싶어졌어요.

 

목적지인 이토온천(伊東温泉)은 이즈반도(伊豆半島) 동쪽 바닷가에 위치하므로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갑자기 바다가 나옵니다. 평소 바다를 볼 기회가 없는 필자(및 버스를 타고 있는 거의 모든 승객들)는 흥분도 맥스. 하지만 바다는 필자가 앉은 자리의 반대쪽에 있었기 때문에 필자와 아름다운 바다 사이에는 어떤 아저씨의 뒷통수가 항상 끼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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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온천에 가까워지면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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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바다, 와 안 어울리는 뒷통수

 

창문에서 보이는 경치도 온천동네다운 느낌을 풍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출발한 지 꽤 돼서 좀 배고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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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온천이 많은 동네에 가고 있음이 느껴지는 풍경. 사진에 나온 육교에 갑자기 신칸센이 지나갔는데 카메라를 꺼내기 전에 통과해버렸습니다.

 

 

2. 곰 남자와 테라스에서 점심을

 

싸구려 투어인데도 여정 설계는 잘 되어 있습니다. 슬슬 배고픈 타이밍, 이토온천 근처에 있는 '미치노 에키(道の駅 ; 길의 역)'인 이토마린타운(伊東マリンタウン)에 들러 식사를 합니다. 미치노 에키라 함은 대충 도로변에 있는 휴게소를 가리키는데 마린타운은 필자가 아는 미치노 에키 중엔 가장 큽니다.

 

식당이나 상업시설이 있는 건물은 무리해서 세련되게 만들었다가 실패한 것 같지만 시골에 온 것을 실감시켜 주는 절묘한 분위기를 냅니다. 반면 유루캬라(ゆるキャラ ; 각 지방 지역, 회사 등을 상징하는 캐릭터. 보는 이의 긴장을 풀 듯 귀엽거나 느슨한 이미지를 띠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ゆるいキャラクター(느슨한 캐릭터)"라고 부름. 이를 짧게 이른 말)인 '마리냥(マリにゃん)'은 잘 만들어져 있어 건물의 촌스러움과 좋은 대조를 이루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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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가 잘못된 이토마린타운의 건물인데 절묘한 시골감을 풍기는 것에는 성공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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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을 반겨주는 마리냥. 자꾸 건드리는 아이를 쫓아보내곤 필자 일행한테 애교를 부려줬습니다. 마리냥, 수고 많으십니다!!

 

건물 안에 들어가보니 그 외관과 정반대. 바닷가에 있는 기념품 매장다운 분위기, 만점입니다. 생선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식당도 생각보다 많이 있었습니다. 역시 바다가 가까운 데에 있는 스시집은 그것만으로도 맛이 있어 보이고, 우동집도 명물인 사쿠라에비(桜エビ ; 이즈 스루가만(駿河湾)에서만 수확되는 조그마한 새우)로 만든 카키아게를 내세우고 있어요. 이것도 참 맛이 있겠어요. 백반집 메뉴를 보니 역시 사시미(생선회) 백반이나 생선구이 등 해산물을 강력 어필하고 있지요. 저절로 침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바다를 보면서 수제맥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레스토랑이나 양식 레스토랑, 라멘집이 있습니다. 필자 일행은 일단 마린타운 구내를 구경하면서 무엇을 먹을 지 결정하자고 의결, 한 바퀴 돌아다니기로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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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타운 건물 안은 바닷가에 있는 기념품 매장다운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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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식도 할 수 있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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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선택의 폭이 넓었던 식당가. 스시도 맛이 있겠고 생선회백반도 괜찮을 것 같아 고민이 깊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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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이토 근처, 스루가만에서만 수확되는 사쿠라에비 카키아게가 가장 유력한 점심 후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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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 외에도 기념품이나 이토 명물을 사용한 먹을거리를 판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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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심심하지 않게 기념품을 고를 수 있겠지요.

 

구내를 구경하다 테라스가 있길래 나가봤는데 잔잔한 바다에 햇볕이 비쳐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었지요. 출발할 때에는 날씨가 걱정돼서 우산을 챙길 정도였는데. 평소 바르게 사는 보람을 새삼 느낀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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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출발시간 관계로 슬슬 점심을 결정해야 하는 타이밍. 제1후보는 사쿠라에비 카키아게였는데 무심코 살펴본 라멘집 메뉴가 역전의 불씨였습니다. "아사리(바지락) 라멘" ...바지락으로 육수를 우려내고 건더기도 오로지 바지락만 들어간 것 같아 겉보기에는 하나도 화려함이 없고 철저히 수수한 메뉴인데... 잠깐만, 한국에는 꼭 먹는 음식으로 바지락 칼국수와 바지락 죽을 거론할 수 있는 필자의 촉각은 억제적인 겉모습에 숨어있는 훌륭한 맛을 캐치하고 있었던 겁니다. 결정. 역시 점심은 바지락 라멘을 먹기로 했어요.

 

막상 가게 안을 보니까 점원분이 잠시 기다리라고 하네요. 버스 시간도 있고 해서 못 먹는 건가 싶었을 때, 맙소사, 음식을 테라스에 가져가서 먹을 수 있다네요. 필자 일행은 대기시간을 축소하는 차원에서도 테라스에서 먹고 싶다는 의향을 전달, 바로 주문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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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많길래 무심코 메뉴를 보게 된 라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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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들어가려고 했더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네요. 가게에는 좋은 냄새가 가득 차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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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까 푸드코트, 테라스에 음식을 가져가서 먹을 수 있답니다.

 

주문이 밀려 있었는지 음식이 생각보다 늦게 나왔습니다. 친구가 시킨 해물 라멘과 비교하면 좀 (굉장히?) 수수하게 보이는데 바지락으로 우려낸 국물의 맛을 상상하니 침이 납니다. 테라스에 가져가니 점점 밝아지고 있던 하늘이 필자를 반겨주는 듯. 먹어보니까 맛은 상상 그 이상. 돈코츠 베이스의 라멘이 대세인 오늘날, 이런 깔끔하면서도 짙은 맛을 온천 가는 길에 먹을 수 있을 줄은 몰랐지요. 대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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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친구는 해물 라멘(海鮮ラーメン)을 주문. 필자의 바지락 라멘을 수수하게 보이게 한 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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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로 이동. 그렇지 않아도 맛이 있어 보이는데 바다를 보면서 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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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이 듬뿍 들어간 라멘.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아주 인상적이었지요. 딴 데에서는 먹기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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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라멘집에 비치된 다진 마늘에는 다진 양파도 섞여 있는데 이 집은 생마늘을 직접 짜서 넣는 스타일. 효율성보다 맛을 중시한 결과이겠지요.

 

 

3.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여관

 

도로 상황이 좋아서 예정보다 일찍 여관에 도착했습니다. 싼 가격이라 당초 기대감을 전혀 갖지 않았던 만큼 충격이 컸지요. 이른바 고급여관과 비교하면 서비스는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었으나 시설만큼은 다른 온천여관 못지않을 정도로 괜찮아 보입니다. 오히려 세세한 서비스를 받는 것보다 자유로이 지내는 것을 선호하는 손님에게는 더 좋을지 모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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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 셔틀버스는 여기서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주차장에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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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개방적인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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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 유카타가 비치돼 있네요. 이런 부분이 일반 온천여관과 다른 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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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 본 정원. 역시 온천여관에는 연못이 있어야지요.

 

체크인을 마치면 방으로 향합니다. 방으로 향하는 길에 보니 시설이 전체적으로 노후되어있기는 한데 깨끗했습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와~!!"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깜짝 놀랐습니다. 넓은 방을 예약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렇게나 넓을 줄은 몰랐어요. 무엇보다 방 인테리어를 바꾼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느낌. 창밖으로 멀리 산이 보이고 그 앞에는 잘 관리된 여관 건물과 정원에 있는 나무가 보입니다. 친구한테 "추가 요금은 없는 거지?"라고 확인해버릴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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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있는 복도를 통해 방으로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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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깔끔한 방이 1박에 8,500엔(식사 포함!). 온천이 없어도 괜찮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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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산이 보이는, 온천여관다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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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친구가 신경써줘서 담배피울 수 있는 방을 예약해준 모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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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여관 중에는 “우치부로(内風呂 ; 방마다 설치된 욕탕)”가 있는 경우가 있어요. 이 여관 역시 유치부로가 있었지요. 약간 낡은 느낌은 있는데 청소가 잘 되어 있었고 나오는 물도 온천탕인 모양이었어요.

 

 

4. 본의 아니게 맡은 우익적인 냄새

 

여관 온천탕은 이용시간이 정해져있어서 저녁까지 자유시간이 생긴 필자 일행. 개인적으로는 방에서 가볍게 한잔하면서 식사시간까지 멍하게 있어도 괜찮았는데 “이왕 여행을 왔다면 100% 만끽” 방침을 취하는 친구는 주변 관광 계획을 세웠던 겁니다.

 

오늘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숙소 근처에 있는 토카이칸(東海館 ; 후술 사진 설명 참조)의 목욕탕(온천)을 이용할 수 있고 근처에 있는 토고 기념관(東郷記念館)을 구경할 수 있어요. 저녁을 먹기 전에 토고 기념관을 구경하고 토카이칸에서 목욕 및 관내 구경을 하고 밤에 반성회를 할 때 먹을 술과 안주류를 조달하고… 개인적으로 넉넉히 아무 것도 안 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지만 친구를 거부할 이유는 없지요.

 

시간 관계상 토고 기념관 구경을 먼저 한 다음 토카이칸에서 목욕과 구경을 하기로 했는데 토고 기념관까지 가는 길에 토카이칸 앞을 지나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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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토고 기념관에 가는 길에 토카이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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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카이칸 외관. 토카이칸은 1928년부터 온천여관으로 운영되다가 1997년에 폐업.

이토시에 건물을 기증했고, 2001년 이토시를 대표하는 관광시설로 되살아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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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의 장식이 무게감을 느끼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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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일본 여관의 분위기를 빚어내는 현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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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공휴일에는 500엔(어른 기준)에 “히가에리(日帰り ; 당일치기)”로 온천을 이용할 수 있네요.

 

토카이칸의 외관을 잠시 구경하고 토고 기념관으로 향했습니다. 이 기념관은 러일전쟁 때 일본해군 연합함대를 지휘한 토고 헤이라치로(東郷平八郎) 원수의 옛 별장을 기념관으로 활용한 곳. 옛날 일본식 가옥의 형식을 전해주는 건축자료로 중요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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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간판 등은 없으나 현대풍 주택가에 둘러싸인 옛 별장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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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일본식 가옥 분위기의 토고 기념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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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 안에서 바깥을 보며

 

토고 기념관은 자유관람이 불가해서 안내원(자원봉사)과 같이 돌아다닙니다. 토고 원수를 기리는 시설인 만큼 설명할 때 미화하는 부분이 있어요. 약간 (엄청나게?) 우익적인 성향이 느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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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의 등신대 사진과 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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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 중에 갑옷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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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는 찾아온 사람과 꼭 바둑을 뒀답니다. 단 실력은 없었던 것 같아 이긴 적은 별로 없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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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탕도 남아 있는데 지금도 쓸 수 있습니다. 안내원 분이 보여줬는데 실제로 따뜻한 물(온천물)이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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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원 분이 설명할 때 일관되게 서기(ex. 2018년)를 쓰지 않고 일본의 연호(메이지, 타이쇼 등)를 쓰더라고요. 우익적 성향을 조금 (대박?) 느꼈습니다.

 

토고 기념관을 뒤로하고, 토카이칸으로 가기 전에 동네 슈퍼에서 반성회용 술과 안주를 조달하려 했지요. 토카이칸과 반대 방향에 있었지만 편의점에서 사는 것보다 싸겠다는 생각으로 가봤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좀 고급스런 슈퍼였고 가격은 편의점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쌌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반성회용 술과 안주는 좀 떨어진 데에 있는 모 대형마트에서 사는 것으로 하고 여기서는 선물용 지자케(地酒 ; 해당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일본술)만 사고 토카이칸에 갔습니다.

 

시간을 보니 오후 5시. 토카이칸의 히가에리(당일치기) 온천이 열리는 시간입니다. 슈퍼에서 걸어서 10분이면 토카이칸에 도착합니다. 가다 강물에서 쉬는 오리를 만났는데 일단 귀여웠어요. 근데 길가 난간에 달려 있는 “자위관 모집” 광고는 도쿄 시내에서는 보기 힘든 우익적인 냄새를 확 풍기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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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에 놀고 있는지 쉬고 있는지, 하여튼 오리는 귀여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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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본 자위대원 모집 광고

 

이토에 와서 조금 돌아다녔을 뿐인데 토고가 사랑했던 동네라 그런가... 힘껏 우익적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