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에서 군용 깔깔이를 꺼내 콧물을 훌쩍거리며 달력을 보니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연말 분위기에 더해 군용 깔깔이를 입었더니 완벽한 시너지 효과가 나서 한층 감상적이게 되었다. 핸드폰을 켜 지인들의 전화번호를 살피기 시작했다. 연말은 역시나 안부 전화 아니겠는가?
전화번호 리스트를 한참 들여보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들은 현재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이다.
술 한 두잔 기울이며 안주용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들을 할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간단한 질문지를 작성해서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되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의외로 모두 진지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좋은 복지 사례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나쁜 사례의 회사는 어떤 것인지 현장에 근무하고 있는 체크 무늬 셔츠 용사들이 성의껏 이야기를 해주었다.
회사명을 모두 밝힐 수 없는 회사도 존재한다. 특수목적에 관련된 회사들. 국내에 몇 되지 않는 회사여서 하고자 한다면 금방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규모가 크지 않아 가린 경우도 있고, 해당 부서에 2명이 근무 하는 경우도 있어 바로 들통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사명을 전부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 구성원 한 명의 대답이지 통계자료는 아니니, 다른 견해가 충분히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국내 유명 모든 회사를 담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가능한 다양한 분야와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같이 다양한 회사 종류를 포함하려 했으니 참고 부탁 드린다.
자, 그러면 각자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표 형식으로 정리했으니 확인해보도록 하자.
(표를 이미지로 정리하다 보니 오탈자가 있을 수 있다. 양해를 부탁드린다)
1. GS Shop
2. 멜파스
터치 컨트롤러를 개발하는 중소기업이다.
여담
나 : "구조조정 때 분위기 많이 힘들었겠네"
그 : "아니야. 회사 업무 강도가 너무 높아 당첨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는 걸~"
3. SKT
여담
나 : "그런데 SKT는 거의 다 매니저로 관리자 형태 아닌가?"
그 : "아니야. 개발 부서를 직접 운용하는 경우도 많아"
4. R사
특수한 분야라 사명을 가린다. 엔터테인먼트에 관련된 업무다.
5. 카카오 모빌리티
카카오 본사에서 분사되어 카카오와 엄연한 차이가 있다.
여담
나 : "택시 파업 이후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방향이 어떤지 말해줘!"
그 : "노코멘트. 대외비라서 말해줄 수 없어!"
6. LG
LG의 경우 총 세 개 계열사의 조사가 있었다. 현재 경영진의 교체로 인해 민감한 시기라 말을 아꼈고 계열사 은닉을 요구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3개의 계열사 모두 조사 결과가 유사했고 고민점도 일치했다. 그래서 3명 분을 한 번에 적기로 하였다.
7. D사
해당 업종의 회사가 소수이며, 연구부서가 크지 않기에 특수 목적 분야라 판단, 사명은 가린다. 업종은 '자동차 전자 장비 개발'이다.
여담
나 : "당직 때 순찰도 도나?"
그 : "그럼. 당연하지. 전등 스위치 상태를 확인 하는 것도 잊으면 안되지!"
8. TMON
9. AhnLab
담화
나 : "안철수와 회사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나?"
그 : "현재까지도 대주주임에는 변함 없다. 회사 이름이 아직 '안랩' 이잖냐"
10. I사
신생 벤처 회사. 직원이 사장을 포함하여 5명이 채 되지 않아 사명을 가렸다.
여담
나 : "너무 걱정 마라. 지인 중에 사원 두 명이서 원룸 밥상에 앉아 개발한 사람도 있다!"
그 : "그 사람은 결국 사업에 성공했나?"
나 : "아니! 다른 회사 갔어"
11. LINE Plus
NAVER의 자회사로서 LINE 메신저 서비스를 하는 회사다. 일본 등 타국에서는 인기와 인지도가 매우 높다.
여담
나 : "오 축하 한다! NAVER 내년부터 스톡옵션 1천만 원 보너스 준다며!"
그 : "라인은 제외야"
12. I사 (위와 다름)
열차의 전자 장비 개발 회사로, 특수성이 매우 짙고 회사도 매우 소수라 사명을 가렸다.
여담
나 : "KTX2 산천 모델 개발에 참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 탈선한 열차가 KTX2 산천 모델이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할 말 없는가?"
그 : "할 말? 뭔 할말이 있겠어. 인재지 인재"
13. BNK 시스템
BNK 금융 지주 산하 IT 담당 계열사다. BNK 금융 지주는 경남은행, 부산은행 등을 은행 계열사로 두고 있다.
14. M사
모 대기업의 1차 협력 업체로,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최대한 사명 은닉'을 요구 받았다. 이에 사명을 가린다.
15. 카카오 (본사)
16. S사
특수 분야 회사. 어선 전자 장비를 만드는 회사로 소수만 존재하기에 사명을 가렸다.
여담
나 : "아니 노동부나 이런 곳에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 "그런 소리 마라. 애가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자라고 있다."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여기에 나열된 회사보다 조금 더 많은 회사가 있지만 전부 싣지 않았다. 특히 SI 업체는 싣지 않았다. 조사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아직 엉망인 곳이 많았다. SI를 하고 있는 한 녀석은 이번주에만 벌써 3번째 밤샘 근무란다. 이런 상태에서 조사를 하는 것이 참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그리고 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였다.
SI가 아니지만 빠진 업체도 있다. 이야기 하고 정리를 다 해놓고 한참 뒤에 연락 와서 다시 빼달라고 부탁을 하여 제외 한 경우도 있다. 무슨 멘탈이 하리보 젤리 만큼이나 약하냐고 놀려대고 싶지만 충분히 이해한다. 어쨌든 우리 사회에는 갑과 을이 명백하게 존재하니까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이야기 하다 보니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해서는 웬만큼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해 주었다. 아쉬운 것은 300명 이하 사업장이라 해당 사항이 없는 회사의 경우는 아직도 많은 구성원들이 힘든 회사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빨리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적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급여 뿐만 아니라 여유 시간마저 빈부 격차가 발생해 버릴 것 같은 예감이 있어서다. (이미 그것이 조금씩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리고 아직 음지에 있는 SI업체들의 일정 후려치기도 조금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소소한 기대도 있다.
아마 동일한 회사에서 근무 하면서 '응? 뭐야? 개발부서는 저런 대우를 받나?' 혹은 '개발 부서는 저렇게 사나?' 하는 생각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부서별로 차이도 있을 수도 있고 동일한 부서라도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조금의 차이가 느껴진다 하더라도 양해 부탁드린다.
정리를 하면서 참으로 부럽다는 복지가 있는 반면 이건 고소가 먼저다 하는 업체도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미 정이 떨어질 만큼 떨어진 사람들은 회사 평가마저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기에 복지가 좋은 업체들의 선례가 그렇지 않은 업체들에게 좋은 영향을 가져다 주기를 기원한다.
어쨌든 지금 이 시간에도 시계바늘은 2019년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하고 있다. 우리는 씩씩하게 한 살 더 먹을 것이고 2019년에도 씩씩한 어른이 될 것이다. 2018년 한 해도 대한민국 근로자들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고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아침마다 만원 지하철을 비집고 들어가고 버스를 타기 위해 달리며 교통 체증 한가운데서 졸음과 사투를 벌이며 운전대를 잡고 출근하는 근로자들 모두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고생하셨고 수고하셨다.
2019년에는 적어도 회사 걱정은 하지 않도록 모든 회사에 좋은 복지가 생기고 재정적인 안정이 찾아오며 사람관계가 순탄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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