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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생활속의 먹거리를 찾아서
- 노점상 패스트푸드 벤치마킹

2003.10.26.일요일
딴지 생활부


직장인 열분덜, 먹고 살기 점점 힘들어진다는걸 체감하지 않으시는가덜?


경기도 어렵고, 물가도 오르고... 그런 것보다도, 당장 점심 사먹으러 돌아다녀 보면 마땅히 먹을 만한 걸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지 않느냐는 질문 되겠다.


딴지스, 창고시절에는 그 문제로 엔간이 치들을 떨었더랬다. 당연하지, 창고 주변에 제대로 된 상권이 있을리 만무하니. 거기에 비하면 지금 시장통, 천국이다. 사방 팔방에 먹을 것 천지다.


근데 아무래도 명색이 시장통이다 보니 노점도 많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먹거리도 많다. 여기에 삘밭은 딴지스, 언제나 그렇듯 여기서부터 뭔가 끄집어낼 이슈가 없을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게 되니...


결국 그 생각의 끝에 서있는 차, 아니 아이디어는...


노점상 음식은 싸다.
그런데 맛은 일반음식점에서 파는 것과 비슷하다면?


음... 이거 따져보면 보통 사안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요새 유망산업이라는 외식업계, 아예 판이 새로 짜여지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거덩. 혹시 아나, 이거 잘 되면 딴지토스트 체인망같은 거라도 만들게 될지.


이에 노점상 벤치마킹 프로젝트라는 미명하에 딴지스 내외 각계각층의 주요인사들로 구성된 대규모 시식단을 출범시키게 되니... 본 시식단, 노점상 음식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 및 경쟁업체 동일품목과의 비교, 아울러 개인적인 식탐 충족 등의 사명을 띠고 분연히 떨쳐일어서게 된 거다.






벤치마킹을 위한 시식회는 (박통서거 24주년과는 무관하게) 10월 26일 오후, 노량진/영등포 일대를 돌며 시식에 필요한 음식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온 가운데 딴지사옥에서 실시되었다. 김봉달씨(가명. 노동), 허삼봉씨(가명. 회사원), 고영수씨(가명. 언론인), 변우민씨(가명. 전문직)로 구성된 딴지스 시식단이 각각의 품목에 대해 내린 평가는 다음과 같다.


 샌드위치














서브마린의 3,400원짜리 샌드위치



vs


노점상의 1,500원짜리 샌드위치




가격경쟁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한 노점상 쪽이 제품 자체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항상 무지막지하게 생긴 바게뜨빵에 온갖 고급재료를 다 때려넣어논 길쭉한 샌드위치가 못내 부담스러웠다는 허씨는 노점상 제품의 컴팩트한 양과 담백한 맛이 저렴한 가격과 맞물려 엄청난 상승효과를 야기한다는 평가를 내렸고, 이에 대부분의 시식우원이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평소 미식가임을 자처해온 고씨만이 무지막지한 물량공세로 무장한 서브마린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다른 우원들로부터 고립되는 상황을 자초하기도 했다.































우원



모양


가격


전체적
우위


김봉달


노점


서브


노점


노점


허삼봉


노점


노점


노점


고영수


서브


서브


서브


변우민


노점


노점


노점




 햄버거














버거왕의 1,500원짜리 햄버거



vs


노점상의 1,000원짜리 햄버거


 



이건 외견상으로도 잘 구분이 안 되거니와, 재료의 종류도 비슷비슷해서 현격한 맛의 차이를 느낄 수는 없었다는 것이 시식단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굳이 노점상 햄버거를 선택한 허씨와 변씨는, 500원이라는 가격차이를 가장 유력한 근거로 내세운다. 특히 변씨의 "버거왕에서 조신하니 햄버거만 먹고 나오는 사람이 몇이나 있어? 감자랑 콜라 끼워팔면서 몇백원 깎아주는 것 갖고 생색은 되게 내는 세트메뉴, 그거에 혹해서 불필요한 칼로리만 더 섭취하고 나오기나 쉽지."라는 언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막도날도에서는 이와 비슷한 햄버거를 1,000원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변씨가 지적한 사유로 인해 실질적으로 그 2배 이상의 지출이 예상되는 바, 역시 노점제품에 비해 뚜렷한 비교우위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에 비해 고씨는 "빵과 패티가 버거왕쪽이 좀더 부드럽다"며 비용부담을 무릅쓰고라도 버거왕을 고수하겠다는 특유의 럭셔리 취향을 재확인시켰다. 참고로 덩달아 버거왕을 지지한 김씨는 동네 버거왕 알바생이 얼짱이라는둥 어떻다는둥 횡설수설함으로써, 고씨의 전철을 밟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우원



모양


가격


전체적
우위


김봉달


버거왕


버거왕


노점


버거왕


허삼봉


노점


무승부


노점


고영수


버거왕


무승부


버거왕


변우민


노점


무승부


노점




 토스트














런던바게뜨의 800원짜리 토스트



vs


노점상의 1,000원짜리 토스트




유일하게 노점상 제품이 더 비싼 케이스이자, 시식단 내에서 가장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부문이다. 국내 굴지의 제과점인 런던바게뜨의 제품으로서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저렴한 가격에서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듯, 거의 찹쌀도너츠가 무색할 정도로 설탕조림에 가까운 무성의한 제품이었다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이다. 비교대상이 잘못 설정된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될 정도로, 가격에 따른 우열치고는 그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럴 바에야 200원 더 내고 계란까지 럭셔리하게 얹혀있는 노점상 토스트를 사먹고 만다는 시식단의 대세를 조금전에 이어서 재차 거스른 김씨는, 땅을 100m를 파면 200원이 나오냐며 가격경쟁력을 가장 유력한 근거로 내세웠지만 역시나 나른 우원들에 의해 철저히 무시당하고 만 것으로 알려졌다.































우원



모양


가격


전체적
우위


김봉달


노점


바게뜨


바게뜨


바게뜨


허삼봉


노점


노점


노점


고영수


노점


노점


노점


변우민


노점


노점


노점


시식결과, 가격대비 성능비라는 부분에 있어서 노점상 제품이 유명업체의 제품에 비해 강력한 경쟁력을 지닐 수 있겠다는 것이 시식단이 내린 결론이었다. 이후 시식단은 넘쳐나는 음식을 처리하느라 그날 오후 내내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손바닥만한 천원짜리 피자, 추운 겨울날 잠시나마 속을 달래주는 오뎅, 영원한 인기품목 떡볶이, 호떡, 붕어빵... 노점상에서 저렴한 값으로 만끽할 수 있는 식도락은 얼마든지 즐비하다. 근년들어선 웬 생과일주스까지 노점계의 한 트렌드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암튼 노점에도 품목의 다양성이 엄연히 존재하고, 나름대로의 트렌드도 있으며, 시장규모도 만만치 않다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근데 이처럼 훌륭한 효용을 자랑하는 노점상 외식산업, 요새 어렵다. 하긴 형편이 폈던 적도 별로 없겠지만서두, 항상 단속의 위협에 직면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게 대부분의 노점상이 겪어야 할 현실일 터. 비단 먹는것 뿐이겠는가. 양말파는 아줌마, 장난감 기차를 파는 아저씨, 너나할 것 없이 다들 어렵단다. 물론 불경기 탓도 있고, 점점 추워져 가는 날씨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현재로서는 대표적인 영세상인 밀집지역, 서울 청계천의 복원사업이 노점상들의 입지를 좁히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청계천에 맑은 물을 흘리면 서울이 높아진다는데 굳이 토를 달고 싶진 않지만,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사람들에 대한 고려가 얼마나 이루어진 가운데 사업이 진행중인지는 심히 의문이다. 복원계획에 의하면 인도(人道) 폭이 3m로 줄어들 판인데, 글케 되면 그 일대에서 영업해온 1천여명 노점상들의 활동공간이 당장 위협받을 것은 정한이치. 한데 서울시는 이들을 구제할 뾰족한 대책도 없고 의지도 없는 모양이다. 왜냐고, 노점은 불법이니까...


그나마 올 3월부터 서울시가 추진중인, 이른바 기업형 노점 집중단속이 그러잖아도 힘든 노점상들의 발목을 한번 더 잡고 있다. 명목인즉슨 "전체 노점상 가운데 15% 정도는 수십 개의 탁자를 놓은 기업형 노점상이다"는 것인데, 실제로 어지간한 점포보다 더 많이 남겨먹는 대규모 노점상도 꽤 있고, 그런 데라면야 단속당하더라도 당장 생계가 막연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헐, 근데 서울시가 설정한 기업형 노점의 기준이 뭔지 아나? "두 명 이상이 운영하거나 면적 2㎡ 이상"이란다!


본 시식단이 다녀본 노점 치고 면적 2㎡도 안 될 법한 곳이 없었고, 혼자서 운영하는 곳도 드물었다. 면적은 뭐 그렇다치고, 두 명 이상이라는 규정은 종업원을 고용했을 경우 기업형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미인 모양인데... 그럼 부부가, 자매가, 모자가 함께 운영하는 노점도 기업형이란 얘긴가. 당장 내일 끼니를 걱정해야 할 사람에게까지 기업형이라는 허황된 너울을 씌워서 생존권을 위협하는 처사는 아무래도 뒷맛이 씁쓸하다.









5월 30일, 안양에서 노점상 단속도중
흥분해서 옷을 벗어던진 용역업체직원
(전국노점상연합 보도자료에서 발췌)


하긴, 그게 비단 서울시만의 문제는 아닌갑다. 안양시에서는 아예 저런 스트립쇼 아저씨까지 동원해 가면서 노점상 단속에 열을 올렸다지 않냐. 저러면 단속효과 하나는 끝내줄 것 같기는 하다(사진의 주인공은 이 기사 보거들랑 연락 좀 주시라. 남로당 이미지모델로 영입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혈세 수억원씩 낭비해서 저런 넘들한테 용역을 줘 가면서까지, 먹고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을 못살게 만들 필요가 뭐 있느냐"는 항변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건 웬일인지.


우리보다 한참 후진국이라고들 하는 인도(India)에서는 노점상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노점상은 비단 생계를 위한 직업으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시민들에게 진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주정부는 생계를 위한 이러한 노점상(시민의 일부이기도 한)들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자료출처: 노점상에 대한 인도정부의 정책, 인도노점상연합(NASVI))



이걸 천원짜리 햄버거를 파는 노점상 아줌마는 그것으로 생계를 꾸리는 한편 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햄버거를 제공하는 셈이다. 그리고 해당지자체는 생계를 위한 이러한 노점상(시민의 일부이기도 한)들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라고 치환하면 정녕코 어색하려나?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 눈에는 그들이 세금도 지지리 안 내면서 공사해야 될 자리만 떡하니 차지하고 앉았는 꾀죄죄한 사람들. 고로 척결대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근데 그들이기에 앞서 그냥 우리들의 일부로 보아주면 안될까? 인도에서도, 노점상은 시민의 일부이기도 하다는데...


혹시라도 걔들이 그런 생각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에 후진국이다라고 우길 셈판인가. 좋다. 그럼 그냥 간단하게, 길거리에서도 천원짜리 햄버거 좀 맘놓고 먹게끔 해주라. 500원짜리 양말, 3천원짜리 머리핀, 이런 것들을 우리 삶 언저리에서 그렇게 황급히 제거하지는 말아주라. 최소한, 서민으로 산다는 이유만으로 길거리에서조차 어깨를 움츠려야만 할 이유는 없도록 해달란 말이다. 졸라!





 
황학동이 벌써부터 그리워지려고 하는
안전빵(comblind@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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