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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7. 2. 월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일본하고 군사협정을 맺는다고 난리가 났다.


 


해방 이후 처음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광복회에서는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냐고 울분에 찬 편지를 보냈다는 얘기도 나오고 시끌시끌하다. 


 



이름은 멋있는 욱일승천기


 


도대체 이게 뭔 얘기람. 


 


일본하고 우리하고 군사협정을 맺으면 뭐가 달라지는 건가? 일본군이 욱일승천기 앞세우고 우리나라에 들어오기라도 하는 건가? 


 


도대체 뭔 얘긴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일본하고 뭔가 군사적인 조약을 체결한다는 얘기는 일단 감정이 팍 상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여간 골치 아픈 일이다. 


 


도대체 얘들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건지 반박을 하더라도 제대로 알고 반박을 하자는 차원에서 오지랖 넓게 해설을 또 해본다. 


 




 


오래 전에 딴지에 이런 기사를 올린 적이 있다. 해당 기사는 해킹으로 인해 날아가서, 블로그에 내용만 복원을 해놨다.(링크)


 


내용은 살아있지만, 딴지 편집부의 수고가 담긴 짤방들은 딴지 서버 해킹과 함께 모두 사라져 버렸다. 대충 마음의 눈으로 그림이 있으려니 하고 읽어 보시기 바란다. 다른 내용이야 다 잡설에 불과하고 핵심만 보자. 


 


현재 이 순간 미국의 동북아 전략은 미-일-한 삼각동맹을 원한다는 것만 보면 된다. 


 



삼각동맹의 한 예


 


다들 아시다시피 한미간에는 오랜 시간 동안 가장 강력한 군사동맹의 조약이 맺어져 있다. 그 핵심은 한국전쟁 당시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다. 쉽게 말해서 한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공격을 당하면 미국이 와서 같이 싸워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공격을 당하면 우리도 가서 싸워줘야 겠지만 그럴 일이 있을까 싶다. 


 


또한 미국과 일본 사이에도 비슷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2차대전의 대표적인 승전국인 미국과 패전국인 일본 사이에 성립된 조약이 공평할 리가 없지만, 어찌되었거나 미국은 일본과 굉장히 밀접한 군사동맹국가가 된다. 이 관계는 일본이 전후 경제발전에 힘을 쓰면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미국의 입장에도 무척 중요한 관계가 된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사이는 군사적으로 참 애매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과거 삼십 년 이상 무력으로 지배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지배를 당한 경험이 있는 거다. 그러니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해묵은 감정 표출의 한 예


 


그런 와중에 일본은 한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한 경제력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군사력은 한국이 또 만만치 않다. 왜냐면 일본은 전후에 만들어진 헌법의 규정상 "군대"를 보유할 수 없는 국가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도 자체 방위를 위해 만들어진 자위대가 보유한 군사력도 만만치 않고, 일본의 기술력과 경제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탓에 유사시에는 순식간에 엄청난 군사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되는 나라라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 입장에서) 동북아 정세에 가장 큰 변수가 되는 상황이 터진 것이다. 


 


바로 중국의 급부상. 



G2의 하나, 중국


 


 


자본주의를 도입한 중국이 세계 경제 질서에 편입되자 마자 엄청난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룩해 버리면서 일본을 제치고 2위 자리를 차지해 버렸고, 막강한 군사력까지 보유하게 되면서 이미 붕괴된 소련을 대신해 미국을 위협하는 자리에 올라 버린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소련을 대신해서 미국의 상대역으로 등장하고 또 한 번의 냉전체제가 만들어지는 것이 결코 달가울 리가 없다. 


 


그래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을 견제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런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 미국의 해외주둔미군 재배치 전략(GPR)이다. 그 GPR의 일환으로 일본에 새로운 미군 주둔지를 만들고 거기에 고속 기동군이 상주하면서 일본에서 중국 남부에 이르는 거대한 포위망을 만들겠다는 것이 미국의 동북아 전략인 것이다. 


 


이 전략의 핵심중의 하나가 미-일-한 삼각동맹이다. 


 



다_덤벼.jpg


 


안그래도 미군은 이미 서해바다에 미해군 항공모함 함대를 출동시켜 군사훈련까지 할 수도 있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한다. 그러나 여기에 미군은 일본까지 합류시키고 싶은 거다. 미국이라고 뭐 돈이 샘솟는 것도 아니고, 미국 혼자서 그 넓은 중국 해안을 모두 봉쇄하려니 힘에 부치니까, 일본에게 니들도 돈 좀 내라고 요구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려니 명분이 필요한데, 한국이 꼭 미국 말은 주인 말 잘 듣는 착한 강아지처럼 잘 들으면서 일본만 끼면 난리를 치니까 영 거슬리던 판이었다. 


 


결국 미국은 한-일간에 군사협정을 맺고 서로 군사정보도 공유하고, 군수지원도 공유하고, 합동 훈련도 하고, 사이좋게 같이 놀라고 요구하고 있는 중이라는 얘기다. 물론 당연한 얘기지만 큰형님 미국의 손바닥 안에서 말이다. 


 


따라서, 한일간에 군사협정이 맺어진다면, 그것을 가장 원하던 측은 미국이 된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한일 양국이 시행하는 협정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일본도 그다지 싫지는 않다. 막대한 방위비 분담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은 헌법도 고치고 스스로 무장할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싶은데, 이를 실질적으로 막고 있는 미국이 눈치 보여서 못하는 것뿐인 상황에서, 미국이 앞장서서 "니네 한국하고 군사협정 안 맺을래?" 이러면 얼마나 명분도 쌓이고 좋은가 말이다. 


 


한국하고 군사협정 맺을 테니, 우리 헌법 좀 고치는 거 눈감아 주세요, 형님~ 이럴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시행되고 있는 게 바로 지금 시끄러워진 한일 군사협정 논란의 기초인 것이다. 


 




 


지금 당장 한국과 일본 사이에 상호방위조약 같은 것을 맺을 수는 없다. 그것은 엄청나게 큰 일이고 매우 다른 문제다. 그러니까 작게 시작하는 거다. 


 



이 당시 이미 해맑게 논의 되던 협정들


 


일단 먼저 나온 얘기는 한일 "군사정보 포괄보안협정(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이다. 정식명칭은 이렇다. 약식으로 해도 한일 군사정보보안협정 정도 되겠지. 하지만 국내 언론은 이것을 정보보호협정이라고 한다. 말장난이다. 


 


또 하나 병행 추진되고 있는 것은 한일 "상호 군수지원 협정(ACSA, Acquisition and Cross-Servicing Agreement )"이다. 이것은 서로간에 유사시 교차 군수지원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협정이 된다. 


 


이 두 가지는 군사협정의 중요한 부분집합이 된다. 연대나 사단급 이상 부대를 나온 예비역들은 모두 알겠지만, 군대는 인사-정보-작전-군수 등등등으로 이루어진다. 그 중에서 정보와 군수에 관한 협정이 바로 위에 말한 두 가지 협정이 되는 거니까 말이다. 


 


이런 협정들은 사실 알고 보면 작은 협정이다. 문서적인 절차로만 본다면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없는 협정이 된다. 그러나 크게 보면 군사협정의 부분집합들이다. 다른 나라와 군사협정을 맺는데 국회의 동의 없이 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국가간 협정이니 조약이니 죄다 기습 처리?


 


그런데 이걸 왜 추진하는가? 그것도 미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닌 우리가 먼저 일본 정부에 제안해서 추진하는 것이다. 2008년도에 이미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게 이 문제를 제안을 했고 그걸 숨기고 있다가 이번에 또 발각이 되기도 한다. 참 대단한 정부다. 


 


굳이 설명을 안 해도 되겠지만, 이 협정을 가장 원하는 것은 우리도 일본도 아닌 미국이다. 미국이 종용을 한 거고, 미국의 말을 좀더 잘 듣고, 국내 여론을 좀더 무시하는 똥배짱을 가진 정부가 이명박 정부라서 먼저 제안한 것뿐. 


 


솔직히 말하자면, 이명박 정권이 이 협정이 동북아 전략상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조차도 의심스럽긴 하다.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국무회의에 이 안건을 비밀리에 상정을 하고 협정문도 공개를 안 한 상황에서 내일 모레 급작스럽게 조인식을 가지겠다는 발표가 나오고 보니, 도대체 이 정부는 무슨 일을 이런 식으로 하나 하는 어이없음만 남고 말았다. 이젠 분노도 잘 안 느껴진다. 


 




 


결국 이런 작은 협정(Agreement)들은 맺어질 것이다. 


 


그리고 차근차근 그 적용범위를 넓혀 갈 것이고, 서해에서 한미일 3국 합동 해군 훈련 같은 것도 심심찮게 벌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 후폭풍은 어떤 것이 올까? 


 


먼저 북한의 도발이 예상된다. 한미일 삼각동맹에 맞서는 축은 바로 북중러 삼각동맹이다. 이빨 빠진 호랑이 러시아야 그렇다 쳐도, 당장 미국의 군사행동에 아주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경기를 일으키는 북한이 있다. 


 



우리 예민한 거 알믄서...


 


북한이 도발을 일으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게 된다. 미국의 눈에 들려고 미국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미국이 막아줄 거 아니냐고? 연평도에 포탄 떨어질 때 미국이 뭘 했는가? 


 


그런 작은 도발이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피눈물 나게 노력해서 쌓아올린 남북협력관계는 한순간에 원점 이하로 회귀하게 된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경제협력 같은 거 물 건너가고, 북은 북대로 더 살벌한 강압통치를 시작할 명분을 얻게 된다. 


 


이건 사실 작은 문제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이것은 현존하는 명백한 위협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는 쪽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현재 상황, 이미 우리의 최대 수출국이다. 중국이 진짜 열받아서 대한민국산 수입 중단조치라도 내리면 우리 수출 기업 절반은 도산할 것이다. 


 



우리도 예민한 거 알믄서...


 


그게 아니더라도, 미국보다 훨씬 큰 규모의 교역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상대국을 군사적으로 이렇게 열받게 만들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심지어 미국조차도 중국을 건드릴 때에는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한미일 삼각동맹도 자기들이 중국을 괴롭히는 것이 부담스러우니까 한국하고 일본을 방패막이로 쓰려는 의도가 다분히 숨어 있는 것이다. 


 


거기에 들러리를 서게 되는 것이다. 얻는 게 뭐 있다고 이런 결정을 내리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얻는 거 별로 없다. 단 하나...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속해 있는 나라로, 미국 대통령의 호의를 약간 얻는 것뿐이다. 그런데 미국이 실제로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지금 이 순간 뭐가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은 대통령 선거 앞두고 선거용 프로젝트로 한국에 전투기 팔아먹으려고 하고 있고, FTA 타결해서 한국을 미국발 투기자본들의 먹잇거리를 만들려고 하고 있고, 주는 건 하나도 없이 빼먹기만 하고 있는데, 도대체 뭘 바라고 이런 시다바리 노릇을 해 주고 있는 걸까? 


 


현재는 미약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문제가 또 하나 있다. 


 


일본은 아시다시피 군대를 보유할 수 없는 나라이다.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는 나라가 외국과 군사조약에 준하는 협정을 맺는다는 것의 의미가 뭔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헌법에 규정된 "군대를 보유할 수 없다"는 조항을 무력화시킨다. 


 



사실 우리도 예민한 문제인데


 


아니 군대도 없는데 외국하고 어떻게 군사협정을 맺어? 이러면서 이 헌법조항은 이미 사문화된 조항이니까 개헌을 하자고 얘기할 수 있는 명분이 주어진다. 개헌을 하게 되면 일본은 정식 군대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그 때부터는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미국의 묵인하에 엄청난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로 성장하게 된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일본의 경제가 아무리 망가졌어도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졸지에 미국 빼고 짱 먹는 군사강국이 될 수도 있다. 이게 더 위험하다. 미국 빼고 짱 먹는 군사강국이 바로 옆에 있는데, 그 나라가 경제위기에 빠져서 장기간 허덕댄다. 그들이 모험에 나서지 말라는 법 있나? 결국은 도발을 하고 한국전쟁 당시처럼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켜 전쟁 특수를 노리지 말라는 법 있는가? 


 


무리하고 극단적인 예측이기는 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사실이다. 우리가 일본과 군사협정을 맺어갈 수록 일본을 군사강국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걸 꼭 해야 되겠는가?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안 들어주면 다른 대안은 있냐고? 


 


찾아보지도 않고서 없다 하는 건 아닌가? 다소 무리하고 힘든 일일지라도 최소한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한미일 삼각동맹의 장기적인 문제점을 연구하고 "동북아 균형자론" 이라도 만들고 있었다. 이 정부에서는 뭘 연구하는가? "골프카트 안락하게 모는 법" 연구라도 하는가?


 



최소한의 고민


 


설사 대안이 정말로 없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불리한 일은 최대한 시간끌기라도 해야 되는 법이다. 딱 좋잖은가. 


 


"사실 우리도 한미일 삼각동맹의 중요성은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하지만 한일간의 민족감정을 생각해 보세요. 한일간에 군사 협정 얘기만 꺼내도 정권이 흔들립니다. 노무현 보셨잖아요. 정권 바뀌면 우리보다 미국이 더 골치아파질 겁니다. 지금은 곤란하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이 말을 왜 못하는가 말이다. 


 


이렇게 교활하게 시간 끌기라도 할 생각은 전혀 없고, 오히려 꼼수로 국무회의 상정하고, 대통령 외국 순방기간 중에 일을 처리하고, 국회 야당대표한테는 국회와 긴밀한 협조하에 진행하겠다고 사기나 치고, 문제가 되니까 청와대에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구라를 풀고, 번갯불에 콩궈먹듯이 바로 주일대사를 보내 서명하게 만들고... (이 글을 작성하고 만 하루가 채 안 되어서 이 협정에 서명하기로 한 것은 연기되었다.)


 


이렇게 치졸하게 진행을 해야만 되는가? 


 


도대체 니들은 어느나라 정부란 말인가? 


 


나는 정말로 알 수가 없다.


 


 



정치부장 물뚝심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