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나는 ‘위수령(衛戍令)’이 무엇인지 모르는 세대다. 전두환 시절이자 어릴 때의 어렴풋한 기억으로, 한양대 앞을 지나가며 최루탄과 부서진 정문을 얼핏 본 정도다. 당시는 그것에 대해 관심도 생각도 못할 나이였고, 머리가 커진 다음에야 그 학교 앞에서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백남기 선생님 생명에 위기가 온다고 알려진 순간 어마어마한 숫자의 경찰병력이 서울대병원 일대에 배치됐다. 다른 한쪽에서는 방패를 들고 있기도 했다.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놀라운 광경에 떠올렸던 단어가 ‘위수령’이었다.


군대 다녀온 사람이라면 ‘위수지역’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보통 외출, 외박 나갈 때 ‘위수지역 이탈하지 말아라’라고 하는데, 여기서 쓰이는 ‘위수’가 위수령의 위수다. ‘군대가 지키고 있는 지역(병영) 혹은 근방’이라는 뜻으로, 군대가 특정 지역에 명령을 받고 주둔하겠다는 말이다.


한일기본조약(한일협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던 1965년, 윤치영 당시 서울시장의 요청으로 1개월 간 군대가 동원됐던 것을 ‘위수령’이라 불렀다. 하지만 여기엔 법적 근거가 없었고, 1970년, 무마하기 위한 것인지 더욱 쓰임을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인지 대통령령 제4949호로 법적 근거를 만들어 버린다.


다음 해인 1971년, 당시 서울시장인 양택식 시장의 요청으로 다시 위수령이 발동되고 서울 대학가에 군, 경찰이 상주한다.


“경찰은 학원 안에 들어가서라도 데모 주동 학생을 색출하고, 안 되면 군을 투입해서라도 질서를 잡아라.”


이 때 박정희 대통령이 내린 명령이었다.


1.jpg


2.jpg


근 한 달간 학교에 상주하던 무장한 군인들은 학생들에게 폭행을 일삼았고 연행을 하기도 했다. 즉, 위수령이라는 것은 반대하는 모든 것을 힘으로 누르기 위한 폭력행사였다. 백남기 선생님도 여기에 관련된 학생 중 한 분이었다.


다시 최근 서울대병원에 있었던 일을 상기해 보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백남기 선생님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경찰 21개 중대, 4천명을 서울대병원 주변에 배치했다고 한다.


제목 없음-1.jpg

<미디어몽구>


더불어 민주당의 김정우 의원에 따르면, 두 달 전,


‘백남기 선생님이 서울대병원에서 사망하면, 병원 주변에서 시위하는 단체가 주요 시설물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일 거 같으니 병원의 질서 유지와 시설물 보호를 요청한다’


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관계자와 유족에게는 ‘그런 일 없다’며 거짓말을 했다.


경찰은 엄청난 수의 경찰병력 배치는 물론 방패까지 들고 대열을 갖추곤, 병원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검색했다. 이어진 서울대병원 압수수색, 부검 영장청구. 경찰병력은 잠시 물러났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 한 번 기각되었던 부검 영장을 재신청했다. 결국 부검 영장은 발부되었다.


장례식장 앞에서 방패와 헬멧을 쓴 경찰이 길을 막고 시민들과 대치하기까지 했다. 이게 시설물 보호랑 연관이 있는 건지, 아니면 가족들이 극구 반대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무의미한 부검을 하기 위해 그들 품에서 억지로 시신을 가져가려고 하는 도중 충돌이 일어날까 위압적으로 구는 건지 모르겠다. 왜 이러는지는 알 수도 없고 이해도 되지가 않는다. 빌미를 얻기 위해 일부러 도발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오마이.jpg

(출처: <오마이뉴스>)


명백한 국가폭력에 몇 개월을 병상에서 겨우 생명유지만 하고 있었던 분이 생을 마감했는데, 그에게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백일하에 들어난 사실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일까? 사고 당시 일어난 모습을 누구든 알 수 있는데 말이다.


모든 사실을 외면하면서까지 부검하기 위해 시신을 가져가려고 한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시신 강탈이며, 국가가 자행하는 일방적 폭력이다. 모순적이고 거짓된 근거로 국민에게 물리적·심리적 폭력 행사를 행하는 것이다.


이건 2016년 위수령이다. 서울대병원은 과거 위수령을 요청한 시장들과 같으며, 경찰 또한 사진에 나온 군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는 고인을 능멸하지 말고 편하게 고향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 좋겠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사람으로 선을 너무나 넘고 있다.


2016년 이 일은 역사라는 기록으로 남아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그만 멈추기를 바란다.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틀림없이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