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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8. 20. 화요일

독투불패 늬하오마





 

 






칼퇴근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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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2년간 다닐 때는 회사에 오전 8시쯤 도착했고, 집에 오면 저녁 10시쯤 돼서야 회사를 나서곤 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일이 있을 때는 일찍 퇴근하는 경우도 있었고 했으니 8 to 10은 주 4일 정도 였던 것 같습니다. 주중엔 늘 녹초가 되어 지냈고 주말만 바라보며 살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공무원이 되니 회사에 850분쯤 출근했고, 퇴근은... 역시 대중 없었으나... 이건 좀 디테일하게 써보겠습니다. 다들 궁금하실 테니까요.

 

1년차 시절... 이때는 뭐 업무에 익숙하질 않으니 하루하루 정신이 없었고 퇴근도 일찍할 수 없었습니다. 퇴근이 보통 9시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때때로 긴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을 때는 할증택시 타고 퇴근하기도 하고 밤샌 적도 있습니다. 뭐 직장인이라면 다들 경험하는 일이겠지만요.

 

2년차 시절... 일이 좀 익숙해질 만 하니 격무 부서로 발령이 나면서 야근이 급격히 많아졌습니다. 주말 근무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퇴근은 10, 한 달에 3번 정도는 주말에도 출근했습니다. 저희 부서 선배들은 여름휴가를 보통 하루나 이틀 정도 가더군요. 간이 배 밖에 나온 저는 5일 휴가를 과감히 지르긴 했지만요(저희 부서에서 개념 없는 녀석 취급을 받을만 하죠 ^^;). 고생을 하는 부서라 승진시 확실히 가점을 받는 곳이었습니다. 저희 부처는 격무부서에 대해 직원 설문조사를 하여 힘든 부서라고 인정을 받는 곳은 승진 심사 시 고려를 합니다. 다른 부처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4년차 시절... 격무부서를 떠나 사업부서로 갑니다. 여기서도 국서무를 맡게 되어 녹녹하지는 않았습니다. 한 국에는 부서가 3개 정도 있는데, 국서무의 역할은 3개 부서의 자료를 취합, 정리하여 자료를 요청한 부서로 보내주는 것입니다. 1개 부서가 자료를 늦게 내서 자료 기한에 늦을까 똥줄이 탑니다. 퇴근은 보통 9, 다행히 주말 근무는 거의 안 하게 되었습니다.

 

6년차 시절... 어느 정도 짬밥이 생기고, 소속 부서가 그리 바쁜 곳도 아니어서 과감히 탄력근무제를 활용했습니다. 8 to 5 근무를 했는데,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기 위해서 5시에 퇴근한 것입니다. 탄력근무는 일이 많고 적음을 떠나 일단 부서장의 성향이 중요합니다. 부서장이 본인 보다 직원이 늦게 퇴근하기를 은근히 바라는 분이면 좀 어렵겠죠. 다행히 부서장을 잘 만나 흔쾌히 허락을 해주시더라고요. 이때는 본부가 아니라 소속기관이어서 가능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여자직원이 아닌 남자직원의 경우 본부는 아직까지 탄력근무는 말 꺼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7년차 시절... 다시 본부로 끌려갑니다. 자연히 탄력근무는 좀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나 그리 바쁜 부서가 아니어서 7시쯤 퇴근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회사다닐 때에 비해 공무원이 되고 나서 야근이 좀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6시 칼퇴근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부서장의 성향, 업무량 및 특성, 개인 업무 숙련도, 옆 부서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맞아 떨어질때야 비로소 6시 칼퇴근의 신화가 가능합니다. 퇴근시간에 대한 제 개인적인 경험이니 일반화 시킬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사족을 붙이겠습니다. 



예산 편성의 지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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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은 돈을 버는 사람, 공무원은 돈을 쓰는 사람입니다. 회사는 이윤을 남겨야하니까 직원들을 독려해서 매출을 올리고 비용을 절감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세금을 거두어 그것을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지출하여 국가 경제와 국민 복지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예전에는 경제 개발과 군사력 증강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면 지금은 복지, 문화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년에 돈을 어떻게 사용할 거냐? 미리 계획하는 것을 예산 편성이라고 합니다. 놀랍게도 14년 예산 편성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정부 각 부처는 매년 5월부터 내년도 예산 편성 요구 자료를 작성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한 치 앞도 모르는데 이렇게 일찍 다음해의 사업을 예측해야하니 참 쉽지가 않습니다.

 

예산 편성 일정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서 예산 편성 지침 통보(5) => 2)각 부처 예산팀에서 부처 내 각 부서에 예산 편성 지침 및 일정 통보 => 3)각 부서에서 예산요구서를 작성해서 부처 예산팀에 송부 => 4)예산팀에서 심의, 조정후 기재부에 부처 예산 요청 => 5)기재부에서 심의, 조정후 국회에 예산 요구 => 6)국회에서 심의, 조정후 최종 확정(11~12). 담당 직원입장에서 아주 기나긴 여정입니다.

 

보통 공무원 보직은 2년에 한 번씩 바뀝니다. 그러나 특이하게 기재부 예산 담당의 보직 기간은 1년입니다. 예를 들어 올해 국방부의 예산을 맡았다고 하면 내년에는 복지부 같은 다른 부처의 예산을 맡아야 합니다. 유착관계가 생길까봐 우려하는 것 같은데 단점으로는 각 부처의 입장에서 매년 A~Z까지 새로운 기재부 직원에게 부처의 예산을 설명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기재부 예산 담당의 파워는 막강합니다. 한 부처의 예산을 좌지우지 하니까요. 안전행정부의 공무원 정원 담당과 기재부의 예산 담당은 각 부처 공무원의 양대 에 해당합니다. 보통 한부처의 예산을 기재부의 과장 1, 사무관 2, 주무관 2명 등 총 5명 정도가 커버를 합니다. 그래서 기재부 사무관(5)은 소관 부처의 과장은 물론 국장, 실장까지 맞상대를 하기도 합니다. 기재부 모 사무관이 어떤 부처에 예산관련 자료를 요청했는데 시원찮게 와서 삐지게 되면 해당 부처의 기획조정실장(부처 No. 3)이 나서서 그 삐진 사무관을 다독이고 그러기도 합니다.

 

기재부랑 밀고 당기기 하면서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는 것도 지난한 과정인데, 첩첩산중이라고 국회라는 거대한 산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단 소관 국회 상임위에서 심의를 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또 심사를 하지요. 그 과정에서 국회예산정책처라는 곳에서 조사관들이 각 부처의 예산안을 검토하고 국회의원에게 자문을 해줍니다.

 

국회에서 예산 심의시 예산을 무조건 깎느냐? 그건 아닙니다. 본인의 지역구에 예산이 더 많이 오길 원할 테니까요. 내 지역구에 도로도 더 깔고, 도서관도 하나 더 짓고, 지하철 노선도 들어오게 해야 지역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테니까 의원들은 열심히 예산을 챙깁니다. 이 과정에서 유력 인사들, 기관들의 로비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각 부처 입장에서도 국회의원과의 협력을 통해 숙원사업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기재부가 심의 끝에 넣어주지 않은 예산사업이지만 부처 입장에서 꼭 필요하다면 국회의원에게 직접 의사타진을 해서 예산을 집어넣기도 합니다. 물론 기재부에는 비밀로 하구요. 그런 경우도 있고 해서 기재부는 국회에서 새롭게 들어온 예산 사업에 대해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산 편성권은 국회에 있으나 집행은 정부가 하니까, 그런 국회 추가 사업의 경우, 예산 집행시 기재부의 밀착마크가 들어옵니다. 이것도 자료 내라, 저것도 알아봐라 하면서 예산배정을 차일피일 미루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업 담당자 입장에서는 사업추진에 애를 먹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회사 다닐 때는 비용 절감해라, 문방구 용품 아껴써라라 등등 얘기를 들었는데, 정부는 좀 상황이 다릅니다. 예산을 상반기에 조기집행해라, 예산집행률을 높여라 등의 좀 이상한 얘기가 나옵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 정부예산을 1분기 2분기에 집중하라는 얘기인데, 민간지출이 위축되니까 정부라도 나서겠다는 거지요. 아울러 예산집행률이 낮으면 국회 결산 심의시 대번에 지적이 나오고 기재부에서도 차년도 예산을 깎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편성된 예산을 다 쓰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연말에 보도블록 교체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을 유심히 보면에 정부정책 광고가 연말에 많이 나옵니다. 그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산 담당자는 야근과 주말근무가 잦고 밤새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피하고 싶어 하는 업무입니다. 그러나 승진에 타는 목마름이 있는 고참 직원의 경우 자원하기도 합니다. 승진에 있어서 확실히 가산점이 있으니까요.

 

예산 철이 되면 예산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집니다. 각 공공기관은 지도 감독 부처에 찾아가서 사업을 설명하고 각 부처는 기획재정부에 찾아가서 읍소합니다. 예산안이 국회에 넘어가면 각 공공기관 및 부처는 국회에 찾아가서 사업설명을 하고 있는 줄, 없는 줄 다 동원하게 됩니다.

 

들은 얘긴데 어떤 분이 기재부 앞에 차를 두고 기재부 직원들이 퇴근하면 납치하듯이 고급음식점으로 데려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다보면 기재부 직원이 묻겠죠. 매번 이거 감사한데... 그런데 어디서 나오셨습니까? 이러면 그제서야 ㅇㅇ진흥원에서 나왔습니다.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러면 이제 사람 마음이 살짜기 동하는 거죠. 예산편성을 하다보면 가끔 부스러기 금액이 생기는데 이럴 때 아무래도 챙겨주게 되는게 인지상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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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부처에서 직원을 파견하기도 합니다. 보통 산하 공공기관의 직원을 보내서 예산 편성업무 지원을 하는 겁니다. 가서 커피도 타고 과일도 준비하는 등 각종 잔심부름도 하더군요. 그래도 본인이 소속된 기관에서는 과장이었는데 좀 안쓰러웠습니다.

 

전년도에 예산이 편성되면, 올해 예산을 집행하고, 다음해가 되면 예산집행을 결산하고... 공무원 업무라는게 예산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나는 지식인이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은 받는 공무원들은 국민이 물어본 것을 답변하고, 국민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따라서 국민들의 민원해결은 공무원의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 건의하시거나 궁금한 게 있으시면 국민권익위원회(www.acrc.go.kr),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 등의 홈페이지를 활용하면 되겠습니다. 이게 정말 보는 게 맞나 싶으실 텐데... 각 부처 공무원들이 봅니다. 확실히 봅니다. 물론 원하는 방향으로 답을 못 얻으실 수도 있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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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홈페이지 등에 민원 글이 올라오면 관련 부처, 관련 부서로 이첩이 되어 날아옵니다. 그러면 관련 부서 직원이 답변을 마련하고 해당 부서장의 검토를 거쳐 답변을 올리게 됩니다. 공식적인 처리 기한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민원이 들어오면 신속하게 처리를 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처리 기한을 넘기는 일이 많아지면 평가 때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간혹 정부 답지 않게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바로 지식인 답변 달기인데요. 작년에 홍보담당부서에서 네이버 지식인에 답변을 달라는 협조 요청이 왔습니다. 지식인 답변 실적을 평가하여 시상한다는 말도 덧붙여서요. 이에 지식인에 들어가서 질문을 검색을 해서 저희 부서 관련 업무의 답변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희 부처의 이름을 밝히고 답변을 다는 것이니 답변 내용은 신중하게 작성이 됩니다. 지식인에 초등학생~고등학생의 수행평가, 숙제인 듯한 질문이 많이 보이는 게 이색적이었습니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루어지는 공식적인 민원 답변은 미사여구와 격식을 차려서 나가곤 합니다. ‘우선 질문하신 분의 정부정책에 대한 관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로 시작해서 더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ㅇㅇ과로 연락주시기 바라며...’로 끝나는 등 아주 격식을 차립니다. 그러나 지식인에는 질문자의 연령과 매체 특성을 고려하자 싶어 부디 숙제하시는데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또는 방학 즐겁게 보내세요등 나름대로 좀 말랑말랑하게 답변을 달았습니다. 답변을 올리면 덕분에 숙제 잘 냈다는등의 감사 댓글을 많이 받게 되는데 그런 게 참 큰 힘이 됩니다.

 

공무원의 일이라는 게 페이퍼 워크가 많아서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괜히 회의하고 자료 많이 만들어서 공무원들끼리 바쁜 게 아닌가? 이게 시민들하고 무슨 직접적인 상관이 있나?... 이런 의문이 들 때가 많은데, 지식인 답변은 비록 간단한 내용이지만 시민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뿌듯함과 감사 댓글같은 피드백이 있어서 좋습니다.

 

연말 시상에 눈이 어두워 열심히 지식인 답변을 달았고 어느덧 답변횟수 기준 Top3 부서에 오른 것으로 자체평가를 했는데, 기대했던 연말 시상은 없었습니다ㅠㅠ 아마 담당자가 깜빡한 것 같은데 왜 시상안하냐고 항의하기도 좀 그렇고 해서 그냥 넘어갔더랬습니다.

 

1달에 한 번 정도 밤에 당직근무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지기라도 하면 당직근무자가 아주 곤혹을 치릅니다. ‘아무개 감독 빨리 갈아치워라, 아무개 선수는 왜 투입안했냐등등 약주를 드신 분들의 항의성 민원 전화가 빗발칩니다. 이건 뭐 답도 없습니다. 그냥 '네네' 하면서 들어드리는 수밖에요. 듣고 있는지 질문을 하면서 계속 확인하기 때문에 전화기를 내려놓을 수도 없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약주를 거나하게 드신 분들이 청와대 비판, 정부비판, 신세한탄 등 다양한 내용의 전화를 하십니다. 뭐라 긍정하기도 뭐하고 해서 그냥 잘 들어드리기만 합니다. 30분도 좋고 1시간도 좋은 이런 민원전화에 지금은 많이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물론 부처 업무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내용은 문서에 기록을 해놓고 다음날 오전에 관련 부서로 송부하여 조치하도록 합니다.

 

지방직 공무원분들 만나보면 민원 때문에 죽겠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십니다. 주민입장에서는 중앙정부 각부처보다는 가까이 있는 동사무서, 읍사무소, 면사무소 등에 찾아가서 이것저것 문의를 많이 하시는가 봅니다. 어르신께서 찾아와서 이것저것 물으시기도 하고 눈이 어두우신분은 대신 서류를 작성해달라 부탁하기도 하시고, 잘 해결되면 고맙다고 고구마도 놓고 가고 호박도 놓고 가고 뭐 이런 정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담당입장에서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일일 것입니다. 민원 해결 업무가 힘들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시민들이 내게 월급 주는 사장님들이다... 하고 생각하면 좀 낫지 않을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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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필진 전용 삼겹살 테러식장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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