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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괌으로 겨울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다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봉직의(월급쟁이 의사)들 역시 휴가의 제약이 있을 때가 많습니다. 다른 병원 구성원들에 비해 의사(특히 진료 파트)의 휴가는 병원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니까요. 의사 구직 사이트를 보면 1년에 휴가를 며칠 주는지 꼭 언급이 됩니다(1년에 며칠, 학회 휴가를 인정하는지 등).


작년에 태어난 지아 때문에 여름 휴가를 못 가고 남은 휴가를 몰아서 겨울 휴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원래 5일 연속으로 쓰려고 했는데 4일 연속만 가능하다고 까였습니다.


휴가 일정을 정하고 비행기 표를 끊은 것도 불과 한달 전에 이루어졌을 정도로 어찌 보면 급조된 겨울 휴가 였죠.


처음엔 인천에서 괌을 가는 비행기를 탈까 했는데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려면 김포에서 인천을 가는 것이 만만치 않은 관계로 부산에서 괌을 가는 비행기표를 끊었습니다. 제주에서 부산을 가는 경우 국내선 터미널에서 국제선 터미널로 이동하면 되니까요.


일반인들에게 괌은 바다랑 쇼핑을 제일 먼저 떠올리는 관광지이지만 Hun에게 괌은 앤더슨 미 공군기지와 아프라 미 해군기지가 있는 군사적 요충지로 인식되어 온 곳입니다.


만약 결혼 전에 괌을 갔다면 망원렌즈를 싸들고 공군기지, 해군기지 근처에서 얼쩡거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 했겠지만 이번 여행은 가족들과 함께 가기 때문에 그냥 표준줌만 가지고 평범한(?) 여행을 하기로 합니다.




2월 18일 오전 


원래는 1시 퇴근에 맞춰 집에 가서 짐을 마저 싸고 공항을 가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한 대장내시경을 2건이나 하게 됩니다. 이틀 전 용종을 열개 이상 떼어 냈던 환자가 혈변으로 내원했고, 타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받기로 되어 있던 환자가 담당의사의 교통사고로 할수 없이 본원에 당일 대장내시경을 해달라고 방문한 겁니다.


이런 이유로 예상보다 늦게 퇴근을 하였지만 짐을 서둘러 싸고 부산행 비행기를 여유있게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김해 공항에 착륙 후 택싱을 하는데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대한항공에 창정비 받으러 온 미군 F-16, P-3CK. 사양으로 오버홀 하러온 P-3C, C-130, CN-235 뿐만 아니라 웬일로 E-737 두 대가 격납고 밖에 나와 있었죠. 근데 웬 C-123이 보이는지... 설마 현역은 아닌 것 같고 ㄷㄷㄷ


국제선 터미널로 넘어가 시간을 보내다 밤 9시가 넘어 괌으로 가는 땅콩 항공에 몸을 싣게 됩니다.


괌으로 가는 4시간 동안 지아가 한 숨도 안 자고 움직이는 통에 우리 부부는 애를 달래느라 애를 먹었고, 다행이 승무원 누나가 자주 지아랑 놀아주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그 승무원 누나는 본인이 승무원 하는 동안 봤던 아기 중에 가장 이뻤다고 하셨는데 저도 그 동안 봤던 승무원 중에 가장 이쁘다고 하려고 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ㄷㄷㄷ


괌에 새벽 2시 정도 되어 도착을 했고, 공항에서 예약한 렌터카를 받고 호텔로 향했습니다. 서비스로 에그를 줘서 휴대폰에서 구글맵을 사용해 간이 네비게이션으로 사용을 하는 등 유용했습니다.


어차피 도착 당일은 새벽 늦게 호텔에 도착하고 늦은 잠을 청하면 오후에나 일정이 시작될 거라 19일, 20일은 아주 저렴한 호텔로 예약을 했습니다.




2월 19일 오후


점심 무렵에 잠에서 깨서 오후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섰습니다. 투몬 만에 있는 'sea grill' 이라는 음식점에서 간단히 해산물이 들어간 음식을 먹었죠. 그리고 이날 저녁엔 우리나라의 E-mart와 비슷한 K-mart에 들러서 이것 저것 필요한 것들을 구입 했습니다. 괌의 특징은 쿠폰을 미리 준비하면 적지 않은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K-mart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리고 남쪽으로 저녁 드라이브를 갔다 오면서 GPO(Guam Premier Outlets)에 들러 쇼핑을 했죠. 타미힐피커가 한국보다 훠얼씬 싸다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하던데 밤인데도 매장은 한국인들로 넘쳐났습니다.




2월 20일 오전


짐을 싸서 두번째 묵을 호텔에 짐을 맡겨 놓고 길을 나섭니다. 목적지는 사랑의 절벽. 사랑의 절벽은 스페인 통치시절 서로 사랑하던 두 연인이 있었는데 여자가 스페인 장교와 강제로 결혼할 처지에 놓이게 되자, 서로 머리를 묶고 뛰어 내렸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곳입니다.


역시 군인은 결혼 선호 순위 3위 인것 같습니다.


1위 민간인

2위 외계인

3위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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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산 타워처럼 수많은 자물쇠와 메모들이 가득합니다. LOVE 라고 붙어있는 건축물 뒷쪽이 바로 절벽입니다. 저 건축물은 공짜가 아니라 3달러를 내야 출입이 가능한 곳입니다. 그래서 건축물 안쪽에 들어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 때, 사랑의 언덕 상공을 지나는 비행기 소리가 들립니다. 묵직한 전투기의 터보팬 엔진 소리입니다.

 

그라울러.jpg


가진 게 표준줌이라 제대로 찍힐리가 없지만 그냥 찍어 봤습니다. 현장에서는 호넷이나 슈퍼호넷인 줄 알았는데 액정으로 확대해서 보니 EA-18G 그라울러입니다.

 

그라울러-1.jpg

 

ALQ-99 전자전 포드는 달지 않은듯 보이지만 윙팁에 달려있는 두툼한 ALQ-218 포드를 통해 그라울러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처음으로 그라울러를 본 것 같습니다 ㄷㄷㄷ


잠시 뒤, 여객기가 한 대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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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그냥 A-330 같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동체 뒷쪽 아래쪽에 급유용 붐이 달려있는 오스트레일리아 소속 A-330 MRTT 공중급유기입니다. 우리 공군도 요녀석을 4대 도입 예정입니다.


사랑의 언덕을 지나 마크로네시아몰에서 쇼핑을 하고 데데도 벼룩시장을 찾아 나섰는데 안타깝게도 토요일, 일요일 오전에만 열린다고 해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호텔 쪽으로 오는 중에 E-3C 조기 경보기가 날아가는 것도 봤지만 운전 중이라 사진을 담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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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요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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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소속 E-737 조기경보기까지 날아가는 걸 볼 수 있었죠. 그 밖에 F-16, F-15, F/A-18 등등 다양한 녀석들이 쉴새 없이 날아다녔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원래 괌은 비행기들이 많이 날아다니는구나 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오키나와에 갔을 때는 카데나 기지가 있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ㄷㄷㄷ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두짓 타니.jpg


드뎌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전경인데 저 멀리 사랑의 언덕이 보이고 그 앞에 호텟 닛코 괌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11시 방향에 점 처럼 보이는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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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이 아니라 미공군 C-130 수송기 였습니다. 쭈욱 선회해서 호텔 앞쪽으로 지나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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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묵게 될 2015년 오픈한 5성급 호텔 두짓 타니 입니다.


숙소 잡는 걸 와이프가 했는데 나중에 가격을 듣고는 ㄷㄷㄷ 했다능... 근데 성수기 제주도 좋은 호텔들에 비하면 그리 비싸보이지도 않은듯. 근데 확실히 좋긴 좋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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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바로 해변과 맞닿아 있어서 이렇게 밤에 산책을 나왔습니다. 모래에서 바퀴형 차량의 기동성이 많이 떨어지는 건 알고 있었지만 유모차 역시 모래밭에서는 움직이기 쉽지 않습니다.




2월 21일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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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아 옵니다. 요 쪽은 서쪽이니 해가 떠오르는 건 볼 수 없지만 여명이 밝아 오는 걸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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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라운지에서 바라본 투몬만 전경입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물놀이를 하러 갈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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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 준비를 하는 중에 비행기 소리가 나서 테라스에 나가 보니 좀 큰 녀석이 선회를 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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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B-1B 전략 폭격기 였습니다. 원래 임무가 저공 비행으로 적의 방공망을 회피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녀석이라 커다란 크기와 4개의 엔진에도 불구하고 매우 조용했습니다. 실제로 다른 전투기들이 지나갈 때는 쳐다보던 사람들이 B-1B가 지나갈 때는 잘 모르는 것 같더군요.

 

해변-1.jpg


물이 한낮은 되어야 들어갈만 하고 이른 아침이나 저녁은 아기가 들어가기엔 좀 차가웠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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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장에서 놀고 있는 중에 상공을 지나갔던 녀석인데,


얼핏 보면 F-16 같지만 뭔가 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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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자위대 F-2 지원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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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한 둘레 크고, 주익과 수평 미익의 디자인을 보면  F-2가 맞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색도 좀 푸르스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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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를 마치고 방에서 쉬는데 또 뭐가 하나 지나갑니다. 자위대의 KC-767 공중급유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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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자위대의 C-130이 지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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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 E-2C 조기경보기까지 ㄷㄷㄷ


그렇습니다.


제 2의 진주만 폭격이 시작된 것입니다... 도라 도라 도라 버리겠네 ㄷㄷㄷ


괌에 미 공군 기지가 있고 일본이 미국의 우방이긴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일본 비행기들이 떼로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구글링을 해봤더니,


이런... 이번주가 Cope North 2017 훈련 중이었네요 ㄷㄷㄷ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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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e North는 1년에 한 번 괌에서 열리는 미국, 호주, 일본의 연합 훈련인데, 그래서 이렇게 자위대 비행기들이 괌 상공을 휘젓고 다닌 것이죠. 볼거리가 많아서 좋긴 합니다만 (다른 관광객들은 시끄럽다고 싫어했을듯 ㄷㄷㄷ) 우리 공군도 이렇게 연합 훈련을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2월 22일 오전


벌써 귀국 전날입니다. 오늘 오전은 물놀이, 오후는 남부 지방 드라이브를 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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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에 질 수 없다는 듯 지나가는 미국의 K-135R 공중급유기. 테일코드(ZZ)를 보니 오키나와의 카데나 기지에서 넘어온 녀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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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럽 곶에서 바라본 전경... 중앙의 건물들이 바로 두짓 타니를 비롯한 투몬만의 건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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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럽 곶의 대포들.


이곳에 유명한 라테스톤 전망대가 있는데 지아가 차에서 자고 있어서 주차장 근처에서만 사진 찍는 걸로 만족했습니다. 게다가 라테스톤 전망대 역시 입장료 3달러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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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여행의 발이 되준 닛산 센트라(?) 카시트도 서비스로 준 덕에 지아가 나름 편안하게 드라이브를 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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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럽 곶에서 쭈욱 남쪽으로 달려간 곳은 18번 국도가 맞닿은 부두. 사실 이곳에서 반대쪽 아프라 해군기지가 보이기 때문에 혹시 항공모함이라도 멀리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허탕 ㄷㄷㄷ 대신 우리 나라의 5000톤급 해양 탐사선인 이사부함이 정박해 있는 것을 발견해서 사진으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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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모함 대신 발견한 T-AKE 화물/탄약수송 보급함(우측), 좌측은 너무 멀어서 뭐하는 녀석인지 구분이 안 감 ㄷㄷㄷ


괌이 가지는 지정학적 가치는 바로 북 매리아나 제도에서 유일하게 깊은 수심의 항구인 아프라 항이 있다는 것이죠. 오키나와의 해병대가 괌으로 철수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 때문에 아프라 항이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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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티만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 저 멀리 보이는 섬이 코코스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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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 한 컷. 야자수 바로 맞은 편의 언덕이 바로 솔레다드 요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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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바로 솔레다드 요새. 스페인 시대의 요새로 작은 표지판 덕에 그냥 지나쳤다가 길을 돌려서 다시 왔다능. 앞에 보이는 분들은 한국 분들인데 대포를 가지고 한참 동안 얘기를 하는 걸 보니 역사 덕후들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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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조 종탑. 1910년 어떤 신부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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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조 종탑에서 바라본 코코스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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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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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한 천연풀.


화산 활동과 침식 등에 의해 자연적으로 수영장이 만들어진 곳으로 동네 주민들의 수영장으로 애용된다고 합니다. 이 날도 여러명의 마을 사람들이 와서 수영을 즐겼습니다. 천연 방파제 비슷하게 막아진 덕에 멀리 파도가 꽤 높음에도 이곳은 잔잔함을 유지하고 있더군요.




2월 22일 밤


새벽 3시 반 비행기였기 때문에 숙소를 잡기도 안 잡기도 애매했지만 몇 시간이라도 쉴 생각으로 첫날 묵었던 호텔을 예약했습니다.


근데 에어컨이 고장나서 찜통 속에 있다가 바꿔준 방도 여전히 찜통. 괌까지 가서 비싼 돈 주고 찜질방에 갔다온 기분이 든 게 좀 안타까웠습니다. 1시 조금 넘어 공항에 도착 후 렌터카를 반납하고 검색대를 통과해 면세점에 들어간 게 무려 출발 한시간 반 전. 공항에는 일찍 와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대부분 한국 분들. 


가는 비행기에서는 다행히 지아가 잠을 잘 자 주었습니다.




2월 23일 아침


김해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7시가 약간 넘은 시각. 제주행 비행기는 8시 반 비행기였기 때문에 여유있게 도착했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죠. 입국 심사대는 뭔 줄이 그리 긴지 7시 반이 넘어서 통과를 했고 왠 x-ray 검색을 또 하는 건지 ㄷㄷㄷ


짐 찾는 곳은 완전 시장통에 8시가 넘도록 우리 비행기의 화물은 여전히 '대기중'으로 떠있는 상황. 제주행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항공권을 검색해 보았더니 김해-제주, 김포-제주 행 모두 남은 표가 없더군요 =.= 


할수 없이 와이프와 지아를 먼저 국내선 터미널로 보내고 여차하면 먼저 제주도로 가라고 했습니다. 8시 10분 정도 되어서야 해당 비행기의 짐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사실 비행기를 못 탈 것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모닝캄이 아니라 짐이 늦게 나올 것 같아서)


그런데 기적적으로 제 캐리어 두 개가 거의 서너번째 순서로 나오더군요 +.+ (모닝캄 지못미 ㄷㄷㄷ) 인파를 헤치고 캐리어를 찾았고 8시 10분이 넘은 시각 캐리어 두개를 끌고 국내선으로 전력 질주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습니다.




큰 기대는 안 하고 갔는데 Cope North 2017 덕에 다양한 비행기를 멀리서나마 구경할 수 있어 좋았고 와이프는 만족도가 매우 높은지 다음에 또 가자고 하네요.




괌 여행 요약


1. 비행기를 많이 봐서 좋았다

2. 두짓 타니 호텔 좋당 

3. 또 가고 싶당






Hun.💊


편집 : 꾸물

Profile
Gastroenterolog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