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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공 추천12 비추천0






인간이 참 간사한 것이, 아니, 인간은 원래 그다지 간사하지 않고 내가 유독 간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명박이 제 2롯데월드 건축을 허가했을 때 각계 각층에서 쏟아진 특혜에 대한 비판에 적극 공감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인생이 좀 요상하게 꼬이면서 건설현장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가 제2롯데월드 현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완공을 눈 앞에 둔 탓에 더 이상 일할 거리가 없어 지난 1월 수지에 있는 다른 현장으로 옮기게 되었다. 수지에서 일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정작 수지는 한 번도 못봤다는... --;


아무튼 롯데 밥 먹은 게 도합 이 년이 조금 안 될 정도이니, 롯데월드 덕을 나름 톡톡히 보았던 셈이다. 인간이, 아니, 내가 간사한 것이, 막상 일해보니 롯데월드 건축이 그리 나쁜 것 같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는 점이다. --;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네 어쩌네 할 때에는 은근히 긴장도 되었다. 저 놈 덜컥 구속되면 내 임금 못 받는 거 아녀? 이러면서 구속시켜도 좋으니까 제발 나 롯데 떠난 다음에 구속하라고 마음 속으로 빌기까지 했다. 지금은 뭐 구속을 시키든 사형을 언도하든 내 알 바 아니라는... ^^;


여기서 일한 다음에 느낀 것이 사람들이 제2롯데월드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내가 롯데월드에서 일한다고 말하면 다들 눈을 반짝이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놓는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롯데월드에서 찍은 사진 한 장만 보여주면 금방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면서 대화가 이어진다.


어쨌든 롯데월드 타워는 이 년 가까이 일하면서 정든 현장이다. 물론 짓는 와중에도 이게 들어서면 잠실 일대 교통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될 텐데 얘네들은 무슨 대책이 있나 궁금하긴 했지만, 그리고 이 엄청난 통유리 건물이 여름에 얼마나 막대한 전기를 잡아먹을지 걱정도 되긴 하지만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롯데월드에 대한 정보를 현장에서 일한 경험으로 알려주고자 한다.


롯데월드는 123층 건물이고 높이는 건물 옥상에 조형물 높이까지 포함 555미터이다. 현장에서는 편의상 조형물에도 층수를 붙여 불렀는데 그것을 포함하면 130층 건물이다. 언론에 보도된 몇 가지 문제점 때문에 부실공사의 우려를 갖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런 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답변한다. 대한민국 건물 롯데타워만큼만 지으면 아무 탈 없습니다. 롯데타워는 여덟 개의 기둥이 지탱하는 구조인데 기둥에 들어가는 철근은 내 팔뚝보다 두껍다. 나는 그렇게 굵은 철근도 처음 보았고 그렇게 굵은 철근을 그렇게 촘촘히 꽂는 공사도 처음 보았다. 그럼 언론에 보도된 부실 시공은 무엇이냐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건 롯데월드타워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옆에 지은 쇼핑몰에서 발생한 문제이고, 인테리어 마감 과정에서 발생한 금 같은 것으로 비유하자면 골격 튼튼한 보디빌더 피부에 가시가 긁혀 생긴 상채기 정도이다.


처음에는 123층 꼭대기에 신격호 회장 자택을 유치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지하층에서 123층까지 올라가는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두 대가 있는데 그 중 한 대는 문이 꽤 넓다. 신격호 회장이 휠체어를 탄 채로 들어갈 수 있게 설계된 것이라 한다. 최근 롯데의 경영권 분쟁을 보며 나는 모세의 저주가 떠올랐다. 너는 가나안 땅을 볼 수는 있지만 밟지는 못하리라. 아무래도 신격호 회장 역시 잘 하면 롯데월드 완공을 볼 수는 있지만 입주는 21세기 이방원 신동빈이가 할 것 같다.


조형물이 위치한 건물 옥상은 건물이 완공 되면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다. 거기에는 대공포가 설치될 예정이라 민간인은 출입금지구역이다. 옥상에 탄약고 건물이 있는데 나는 처음에 탄약고처럼 생겨서 그렇게 부르는 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정말 탄약고 건물이었다. 그리고 일반 군부대 탄약고랑 정말 똑같이 생겼다. 기왕에 비싼 돈 들여 외국 디자이너에게 설계를 맡겼으면 좀 더 모던하고 아방가르드한 탄약고를 지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대한민국 국방부의 디자인 센스는 정말 구리다.


워낙 건물 자체가 독특하다보니 다른 곳에서는 찍을 수 없는 진귀한 사진들을 몇 장 찍었다. 아래는 롯데월드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의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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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정상에서 내려다 본 서울시의 전경은 정말 아름답다. 서울이 아름다운 도시라는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는데 정상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바닥에서 보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이것이 내가 가졌던 롯데월드 타워에 대한 반감도 어느 정도 누그려뜨리는 역할을 한 것 같다. 공사 도중에 하루가 멀다하고 서울시 관계자들이 감사를 나오고 기자들이 취재를 나왔는데 정상부에 올라오면 서로들 풍경에 감탄하면서 셀카 찍기에 여념이 없다.


건물이 워낙 높다보니 가끔은 건물 정상 아래 구름이 깔리는 진귀한 광경이 생길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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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은 구름에 롯데월드 타워의 그림자가 비친 모습이다.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몇 군데 안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래 사진들은 롯데월드 130층 꼭대기 해발 555미터에서 찍은 건물과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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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에 등장해 빔에 매달려 있는 분은 나랑 가장 친한 비계공 형님이다. 어지간히 고소공포증 극복했다고 여겼었는데 차원이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롯데월드 정상에서 아찔했던 경험이 지금도 생생하다.


다른 사람들 일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좀 그러니까 내 작업사진도 몇 장 보여주고자 한다. 다만 실물을 공개하면 김정은 뜬 줄 알고 체포하려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니 --; 내가 작업했던 공간 위주로 찍은 사진만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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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다리 아래에 서울 시내가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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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밑에서 분주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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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층에 설치된 가설 비계를 해체하는 작업 도중 찍은 광경이다. 개인적으로 잊혀지지가 않는 것이, 이 사진 찍기 전 날 비가 많이 내려서 파이프가 많이 미끄러웠다. 보다시피 해체를 위해서는 파이프와 철골을 밟으며 몸이 완전히 건물 바깥으로 나가야만 한다. 그래서 이런 작업은 비가 오거나 비온 다음날에는 위험하다고 시키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은 오후에 무슨 부회장인가가 시찰한다고 빨리 해체해달라고 다급한 요청이 와서 비에 젖은 파이프를 밟으며 작업을 해야만 했다. 안전, 안전 입에 달고 살더니만 높은 놈 온다니까 이렇게 쉽게 안전 내팽게치냐고 농반진반으로 안전요원에게 말했다.


원래 고소공포증이 심해서 훈련소 때도 헬기레펠 안 타고 두 시간 동안 갖은 얼차려를 받았던 내가, 이렇게 파이프랑 빔 타고다니면서 먹고 살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인생이란 참 요상한 것 같다. 기왕에 인생이 이런 쪽으로 풀릴 거라면, 고소공포증보다 더 심각한 나의 미녀공포증도 어떻게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어쨌든 나름대로 롯데월드 타워가 들어서는데 자그마한 역할을 수행했던 사람으로서 완공 이후에 큰 탈 없이 잘 버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MB가 저지른 또하나의 4대강이 될지 안 될지는 지켜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지만...






도비공


편집: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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