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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본지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의 관심사를 최우선으로 하는 빛나는 편집방침을 생각만해 고수해 왔다편집부 회의에서는 '명리니 관상이니 안 믿는 척 하면서 뒤에서 무쟈게 다니던데 대놓고 해보자'라는 생각에 명리학을 도구삼아 대선 후보들을 예측해 보기로 했고 과연, 반응이 괜찮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믿든지 말든지 우리 알아서 할테니 명리학 자체에 대한 글을 한 번 써보겠냐고 필자에게 제의했다. 이에 필자가 덥썩 물어 매주 관련 연재물이 올라갈 예정이다.  






사막의 유언

사막의 한 부자가 이런 유언을 남겼다.

“내 전 재산은 낙타 17마리. 맏이에게는 절반을, 둘째에게는 3분의 1을, 막내에게는 9분의 1을 물려준다. 낙타는 절대로 죽이거나 팔지 말거라. 아울러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 부르도록 허하노라.”


삼형제는 난감했다. 17은 어떻게 해서도 2, 3, 9로 나눌 수 없다. 이런 이야기가 의례히 그렇듯이 지혜로운 현자가 등장한다. 사막의 현인은 자기가 타고 온 낙타 한 마리를 삼형제에게 건네준다.

“이제 아버님의 유언을 집행하시지요.”


낙타 18마리에서 큰 아들은 절반인 9마리, 차남은 3분의 1인 6마리, 막내아들은 9분의 1인 2마리를 가졌다. 어라! 낙타가 한 마리 남네? 사막의 현인은 남은 한 마리의 낙타를 다시 가져가고 컨설팅 비용으로 삼형제로부터 낙타 3마리를 받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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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현인이 가져온 낙타 1마리 덕분에 삼형제는 유언대로 낙타를 나눌 수 있었다. 

사진 속 낙타는 모두 10마리. 나머지 7마리 중 3마리는 사막의 현인이 가져가고, 4마리는 동물병원에 입원중이다.



미신과 무시 사이

사주팔자는 네 기둥과 여덟 글자의 한자어다. 네 기둥은 각각 년, 월, 일, 시를 나타낸다. 육십갑자로 이루어진 네 기둥의 글자는 여덟 개다. 사주와 팔자는 그러니까 ‘역전앞’과 같은 동의반복이다. 사주팔자는 시간을 표시한다. ‘2017년 6월 6일 오전 10시’와 ‘정유년 병오월 갑자일 기사시’와 본질적으로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둘의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그레고리력으로 표시된 특정시점이고, 후자는 동양전래의 육십갑자로 표현된 역법에 따랐다는 것뿐이다.

사주팔자라고 하면 뉘앙스에서 풍기는 부정적인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운명론과 팔자 탓이 그것이다. 나의 삶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더군다나 태어난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현대인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할 간단한 방법이 있다. 미신으로 무시하면 된다.

미신, 미혹된 믿음이라는 말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많은 전통이 인습과 미신으로 타파되는 시점에 사주팔자 역시 무속과 한통속으로 묶여 미신취급을 받았다. 근대화가 어느 정도 달성된 지금 미신으로 백안시되던 사주팔자는 ‘명리학’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단지 미신으로만 취급하기에는 그 내용이나 효용이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더 나아가서 많은 이들의 실존적 고민과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도 보여준다.



마음을 읽는다

사막의 유언은 물론 옛 수학자의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겠다. 하지만 실제라고 한다면 사막의 아버지는 왜 이리 어려운 유언을 남겼을까? 혹자는 낙타를 나눌 수 없게 하기 위해서라고 추론한다. 형제들끼리 사이 좋게 지내기 위해서 일부러 이런 유언을 남겼다고도 짐작한다. 이외에도 여러 추측이 가능하겠다. 큰아들이 실질적으로 낙타를 모두 소유하기 위해 유언장을 위조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명리학은 이 사태에 대해서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명리학은 사주를 놓고 그 사람됨과 마음을 파악한다. 유언자의 사주가 비겁이 왕하고 재 또한 강하다면 자신의 성과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평생 일군 재산을 죽어서도 지키고 싶은 마음에 이런 유언을 남겼다는 것이다. 관을 쓰임새로 하는 사주라면 집안의 명예를 중시한 결과일 수 있다. 유산다툼이 없도록 일부러 나누지 못하게 했다는 해석이다.

큰아들 사주가 재가 강하다면 욕심이 많을 것이고, 둘째 아들이 인성이 강하다면 유산에는 큰 관심이 없을 것이고, 막내아들의 사주가 비겁이 강하다면 유산이 공정하지 못하다며 싸우려 들 것이다. 사막의 현인은 어떤 사주일까? 낙타 1마리를 투자해 낙타 3마리를 얻었다. 투자대비수익율 300%의 엄청난 고수익이다. 아마도 편인과 편재가 강할 것이다. 삼형제를 설득한 것을 보면 상관도 유력할 것이다.



필요 없는 필요, 쓰임 없는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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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렇다고 하자. 그렇다 해도 이것이 태어난 시간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명리학이 그것을 말해준다고 해서 그것이 어떤 효용이 있다는 것인가? 명리학은 어쩌면 사막의 현인이 가져온 낙타 1마리와 같을지도 모른다. 낙타 1마리가 없었으면 삼형제는 유산을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낙타 1마리 덕분에 유언을 집행할 수 있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낙타1마리가 없어도 가능한 일이었다. 사막의 현인이 가져온, 필요했으나 필요가 없었던 낙타 1마리. 명리학은 과연 필요한 것인가? 필요 없는 것인가? 이 글은 시리즈로 이어진다. 기대하시라.





일호명리학당 강주 김태경

http://www.ilhohakdang.com

저서 ‘지피지기 명리학’, ‘체용으로 보는 명리해석론’ (근간)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