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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7. 06. 월요일

정치불패 돌아온피아골








편집부 주


이 글은 과학에서 납치되었습니다.

 




1.<쥬라기 월드>


이미 볼 만한 사람은 다 봐서 곧 상영관에서 밀려날 영화 <쥬라기 월드>를 그저께야 보았다. 한 달 전부터 낑낑거리던 졸업 논문 때문에 하마터면 못 볼뻔 했다. 영화 리뷰를 찾아보니 대체로 호평이었는데 엉성한 서사를 지적하며 지겹게 봐온 CG용가리를 또 보고 싶냐는 분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그중에 최고봉은 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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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제주일보>


블럭버스터 티켓을 끊으면서 반문명적 성찰이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욕망의 비틀림 따위를 기대하시는 분이라니 만나 뵙고 쇠주 한잔 올리고 잡다.


이 기사 말마따나 스토리텔링 능력은 22년 전에 멈췄는지 모르겠지마는 특수효과는 쉼 없이 진화했고 인도미누스렉스(유전자 조작 공룡으로 <쥬라기 월드>의 주인공 격임)는 사상 최고로 사-악했고 섬뜩했다. 이 정도면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돌아와 이전 시리즈의 용가리는 또 얼마나 굉장했는지 확인하고 싶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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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1편 용가리 사진이다. 당시엔 쇼킹했지만 요즘 기준으론 다소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한해 뒤 개봉한 전설의 레전드 <티라노의 발톱>에 비한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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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개봉한, 이라고 하기엔 곧 내릴 <쥬라기 월드>의 한 장면, 이 장면을 위해 22년 동안 흘린 공돌이들의 땀이 팡~튀기는 게 보이나?


컴퓨터 그래픽의 발전이나 영화에서 이야기가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 펜 아니 키보드를 잡은 건 아니다. 배우의 감정선이나 서사구조에 대해 썰풀 만큼 잘 알지도 못하고, 영화의 본질이 뭔지 궁금할 만큼 애정이 있는 건 더욱 아니다. 사실 영환 지금부터 꺼낼 이야기의 밑밥이고 글을 써야지 하고 맘먹었던 차에 개봉했을 뿐이다. 



2.혈 to the 압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열분들은 인간의 정상 혈압이 얼마인지 알고 있나? 지성으로 가득 찬 똥꼬가 무시당하는 기분이라고? 그렇담 지구 상의 동물 중에 가장 혈압이 높은 종은 어떤 녀석인지, 얼마인지 알고 있나?


정답은 기린이고 기린의 평균 혈압은 무려 240mmHg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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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 덩치와 평균혈압의 관계

출처 - <ASIAN correspondent>


기린만 가지고도 이야기할 게 많을 것 같은데 궁금하신 분들은 이 기사(링크)를 보시라. 인간의 경우 수축기 혈압 180mmHg 이상이 지속되는 경우를 고혈압위기라고 하고 약물을 써서라도 빨리 혈압을 내려주어야 한다. 수축기 혈압 120mmHg을 기준(혈압은 측정할 때의 신체상황과 위치마다 달라진다. 10분 이상 안정을 취한 상태로 심장과 같은 높이에 위치한 혈관에서 측정한 값을 혈압의 대표값을 본다)으로 20씩 오를 때 마다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등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배 높아진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이면 2배, 160이면 4배, 220이면 무려 32배.


응급실 아니 가끔은 외래로도 수축기 혈압이 200넘음에도 불구하고 경미한 두통 외엔 별다른 증상이 없는 분들이 오기도 한다. 그럼 환자보다 의사들이 더 호들갑 떨며 약을 쓰고 혈압을 내린다. 그리고 원인을 밝혀내고 경과가 안정될 때까지 가둬 버린다. 화장실 가는 것 말고는 침대에 누워 계시라는 주의도 덧붙여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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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 혈압으로 입원하는 분들은 지나치게 멀쩡해 뵈기도 한다. 사진을 보는 내 혈압도 괜시리 오른다.

사진 출처 - <The gloss>


우리는 인간(Homo sapiens)이기 이전에 영장류(Primates)이고 영장류기에 앞서 포유류(Mammals)다. 모든 포유류는 순환계(Circuratory system)를 구성하는 잘 조직된 심장과 혈관을 가지고 있다. 한약방에서 진맥을 하는 그 부분에 검지손가락 끝을 대보면 팔딱거리는 여러분의 순환계를 확인할 수 있다. 



3. 둘리엄마


자, 이제 공룡 얘기를 시작해보자. 용가리는 엄연히 살아 숨 쉬는 생명체였고,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담 이 용가리 녀석들의 혈압은 과연 얼마였을까? 정답을 논하기에 앞서 다시 기린으로 돌아가자. 왜 현존하는 생명체 중 기린의 혈압이 젤 높을까? 목이 길어서다. 땅 위에서 어슬렁거리는 넘들 중에 덩치로 따지자면 코끼리가 더 크다. 하지만 목은 기린이 훠얼-씬 더 길다. 그리고 그걸 꼿꼿이 세우고 다닌다. 혈관은 파이프고 심장은 펌프다. 뇌가 폼으로 있거나 우주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면 혈액순환을 통한 산소 및 에너지 공급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펌프는 파이프가 좁고 길수록 강한 힘으로 밀어줘야 한다. 더군다나 기린의 경우는 목을 거쳐서 머리로 가는 길이 답이 없는 오르막이다. 그렇게 기린은 높은 나무의 잎들을 닥치는 대로 따먹고 다니는 대신에 지병으로 고혈압을 얻었다.


용가리로 돌아와서 모든 용가리 다 목이 긴 건 아니지만 몇몇 특히 용각류라고 불리는 무리는 특히나 목이 길었다. 용각류가 모냐고? 용가리 중에 둘리엄마처럼 생긴 애들을 따로 모아서 용각류(sauropod)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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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각류인 둘리엄마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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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엄마의 화석

사진 출처 - university of maryland


어떤 용각류는 목이 15미터나 된다. 지금 모니터 앞에서 머리를 좌우로 도리도리해봐라. 것도 아주 빨리. 어지럽지. 목이 15미터인 애가 고개를 도리도리하면 어떨까. 그리고 이번엔 물구나무섰을 때 그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떠올려 봐라. 생각만 해도 불쾌하다. 인간이 직립한 상태에서 심장에서 머리까지 높이는 신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충 0.3~0.4미터쯤 된다. 물구나무를 서면 딱 그만큼의 높이가 역전된다. 즉 머리가 심장보다 고작 0.3미터 높았다가 0.3미터 낮아질 뿐인데도 매우 괴롭다. 그 높이가 3미터, 아니 10미터라면 어떻게 될까? 피가 몰리고 모세혈관이 터져 죽는다. 농담 아니고 그렇다.


그래서 둘리엄마의 기다란 목은 지금까지도 고생물학자들에게 미스테리로 남겨져 있다. '씨파 쟤는 머땀시 목이 저렇게 긴거냐?'부터 '저 긴 목을 정말로 꼿꼿히 쳐들고 다녔단 말야? 거만한 시키', '대체 심장에서 머리까지 피를 어떻게 보낸 거야, 우주가 도와줬나?'까지. 고개를 도도하게 들고 다닌다고 가정하고 현존하는 척추동물들의 혈압으로 둘리엄마의 심장부위에서 평균 혈압을 추산하면 무려 600mmHg까지도 나온다. 기린이 고작 250mmHg 언저리니 그 2배가 넘는다는 얘긴데, 생물학, 생리학 아니면 물리학에 조금만 조예가 있어도 이런 시스템은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단박에 들 거다. 분명 뭔가 다른 게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뭔가가 무언지 아직도 모른다. 심지어 현대의 기계펌프로도 수압을 올려 그 높이까지 배달할라믄 보통 힘든 게 아니다. 1층에서 물 틀면 2층에서 찔찔 나오는 경우 겪어봤나 안 겪어 봤나? 압력을 정교하게 다룬다는 게 그렇게 힘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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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inosaur Theory>


그래서 나온 것이 ‘겸손한 둘리엄마는 절대 고개를 쳐들지 않는다.’라는 이론이다. 즉 둘리엄마는 목이 길어 슬프기 때문에 고개를 푹 숙이고 좌우로 흔들 뿐 결코 들지 않는다는 게 최근 이전까지 고생물학자들의 꼼수생각이었다고 한다. 고개를 쳐들지 않으면 혈압이 그렇게까지는 높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과연 고혈압을 피하고자 용가리는 땅만 보고 사는 삶을 선택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봄 좀, 아니 많이 이상하다. 고개를 안 쳐들 꺼면 목은 뭐하러 있나? 목은 움직일라고 있는 거다. 아래도 보고 위도 보고 곁눈질도 하고. 움직이지 않을 거면 쓸데없이 길기만 한 목은 아무 소용이 없다. 몸통에 바로 머리를 붙여버림 된다. 기능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자연선택에서 살아남아 진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불필요한 기관은 퇴화한다는 게 진화론의 핵심이다. 긴 목이 있는데 쳐들지 못하고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기만 그런 생명체, 지금의 지구엔 없다.


지금 없는데 예전에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 왕년에 잘나갔다는 얘기랑 비슷하게 안 믿기잖아. 그리하여 현생생물과 공룡의 목뼈나 근육에 대한 비교연구 끝에 ‘둘리엄마도 고개를 쳐들 줄 아는 개싸가지였다.’ 라는게 지금의 대세다. 그러면 다시 혈압문제가 대두하는데, 궁하면 통한다고 기상천외한 가설들이 만들어졌다.


그중에 하나는 모세관 현상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모세관 현상이 먼지 잘 모르겠으면 그저 식물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뿌리가 물을 흡수해서 줄기를 거쳐 잎까지 보내는 과정이 바로 모세관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식물은 심혈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뿌리부터 수십 미터 저 높은 곳까지 물을 보낸다. 그 일이 동물에게도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용가리 목에서도 모세관 현상이 일어난다고 했던 학자들이 제시한 디테일은 잘 모르겠지만 잠시 생각해 보면 넌센스개소리고, 고생물학자들 사이에서도 ‘모지 이 요상한 가설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것 같다.


그 외에도 제시되고 있는 가설 중에 하나가 부심장(accessory heart)인데 심장이 하나가 아니라 목 사이사이에 작은 심장이 여러 개 있어 약빨이 떨어질 때쯤 계속 펌프질해준다는 거다. 요거는 살짝 매력적이다. 혈압이 그렇게 높을 필요도 없고 모세관 현상처럼 쌩환타지도 아니고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현존하는 그 어떤 척추동물(vertebrates : 대다수의 어류,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조류 등등등, 친근하게 여기고 냠냠하는 절대다수의 동물은 척추동물이다)도 심장은 하나라는 거다. 소수의 무척추동물(예를 들어 오징어나 문어는 주심장 외에 부심장 2개를 가지고 있다)를 제외하고는 절대다수 고등생물의 심장은 무조건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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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inosaur Theory>



4. 심 to the 장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흥미진진한 심장에 대해서 한번 짚고 넘어가자. 단심방 단심실, 2심방 단심실, 2심방 2심실. 글타 어서 많이 봤지. 중고딩 때 생물 좀 했던 분들이거나 생물을 해야만 했던 분들은 다들 한 번쯤은 외운 거다. 그런데 왜 그런지 아는 분 몇이나 될까? 왜 어류는 1심방 1심실이고 포유류는 2심방 2심실이 된 건지. 심심해서 그랬을 리는 없다.


어류는 아가미 호흡을 한다. 아가미라는 기관이 물로부터 산소를 채집해서 핏속(체순환)으로 집어넣는 과정이 아가미 호흡이다. 그래서 물고기들은 물고기가 물을 만났다는 표현처럼 물속에서도 씩씩하게 잘산다. 반면 포유류를 비롯한 육상동물들은 물로부터 산소를 뽑아낼 수 없다(궁금하면 함 해봐라 되나?^^). 폐는 언제나 공기로 가득 차있고 물에 들어가면 입을 악! 다물고 숨을 들이마시지 않음으로 폐를 보호한다. 진화의 어떤 시점에 물속에서의 삶은 선택한 물고기들은 바깥에서의 삶은 상상도 안 해봤고. 그래서 대다수 아가미는 인간의 호흡기관처럼 다른 환경에 대한 보호기능이 없거나 있어도 약하다. 물 밖으로 건져진 계속 물을 찾아 뻐끔거리고 자연스럽게 공기 고문이 시작된다. 그랬거나 저쨌거나 광어는 맛있고 폐가 항시 공기로 그득하다는 사실로부터 심장은 복잡하게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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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양서류와 파충류, 포유류와 조류 각각의 호흡-순환계의 모식도

*용어해석: gill circulation(아가미 순환) , aorta(대동맥), systemic circulation(체순환),

pulmonary circulation(폐순환), capillaries(모세혈관)

사진 출처 - <A Review of the Universe>


아가미가 어떤 해부생리적 특질을 가졌는지는 정확히 몰라도, 아가미와 육상생물의 폐는 다르다. 왜냐하면 다르기 때문이다(너무 자세히는 묻지 마라. 본인은 동물생리학자가 아니다. 아가미도 없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혈액순환은 크게 체순환과 폐순환으로 나뉜다. 체순환을 담당하는 좌심방과 좌심실, 폐순환을 담당하는 우심방과 우심실이 있다. 체순환을 통해 산소가 소모된 피는 우심방을 거쳐 우심실이 수축하면서 폐로 나간다. 폐에서 공기를 얻은 피는 좌심방으로 들와 좌심실이 수축함으로 통해 체순환으로 돌아간다. 말은 복잡한데 그림으로 보면 단순하다.


아래 좌측 그림은 오스트리아 수학자가 발견한 멩거가 제안한 멩거 스펀지다 이런 방식으로 육면체를 무한하게 쪼개면 육면체의 부피(volume)는 0에 수렴하고 겉넓이(surface)는 무한대로 발산한다. 이런 프렉탈 모형은 인체에도 적용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폐를 구성하는 허파꽈리(alveoli)들의 배열이다. 폐가 점유하는 공간은 한정된 반면 허파꽈리가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이 넓을수록 가스교환 효율은 증대된다. 그리하여 생명체는 아래 우측과 같은 폐의 모양을 고안해냈다. 고안해 냈다기보다는 저따위로 생겨먹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디자인한 것은 더더욱 아닌데 지 혼자 알아서 가야하는 길로 가는 것, 그래서 자연(自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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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척추동물들은 정해진 혈액 속에 최대한 많은 산소를 붙잡아 두기 위해 헤모글로빈이라는 산소운반체를 고안해 냈다. 이게 얼마나 기적적인 발명품인지 설명하고 가기로 하자. 보통 체온인 37'c에서 물 1L에 산소는 딱 3ml 녹는다. TV에서 용존산소량을 설명할 때 쓰는 단위수치는 PPM(parts per milion, 백만분율, 백만 분에 얼마라는 뜻)이다. 즉 물속에 자연적으로 녹아 있는 산소는 백만 분에 얼마만큼 녹아있다는 식으로 계산해야 될 정도로 소량이다. 그러므로에 생명체의 혈액에는 특별히 산소를 운반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했다. 산소가 왜 필요하냐고? 기술시간에 맞아가면서 외웠던 자동차 엔진의 메카니즘을 생각해봐라 흡압폭배(흡입-압축-폭발-배기) 중에 흡입이 젤 먼저다. 사람이든 기계든 우선 신나게 흡입, 빨아주는 게 개체유지의 기본이라는 사실은 최고위원 김태호님을 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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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님을 보고 내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것도 산소가 있어야 가능하다.


헤모글로빈 1g은 1.34mL의 산소를 붙잡아 놓을 수 있다. 여러분들은 자신의 혈색소(헤모글로빈의 한글명) 수치를 알고 있나? 건장한 남성의 경우 15g/dL 정도니까 리터로 환산하면 혈액 1리터에는 헤모글로빈이 150g 있고 이 150g에 헤모글로빈은 200mL 정도의 산소를 붙들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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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파꽈리(alveoli)

사진 출처 - <Human Body Systems>


우리 몸에는 5L 정도의 혈액이 있으니까 1L(5x200ml) 정도의 '순수한' 산소가 우리 몸에 녹아 있는 셈이다. 그리고 정상성인의 심박출량도 분당 5리터 (5L/min)쯤 된다. 심장은 1분 동안 70회가량 수축하는데 한번에 70mL 정도 뿜어준다. (70ml x 70회/min = 4900mL/min), 다시 말해 5L에 달하는 우리 혈액은 적어도 1분에 한 번은 심장을 통과한다. 이런 심장과 헤모글로빈의 역할 덕분에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매분 1L의 순수산소를 받아 25% 정도를 사용하고 나머지 75%는 정맥피로 되돌려준다. 이렇게 소모된 0.25L가량의 순수한 산소를 폐가 딱 그만큼만 다시 채워 넣는 과정이 폐호흡이다.


헤모글로빈의 산소결합능력과 심박출량을 가지고 계산해낸 산소 소모량은 폐의 환기량과 폐에서 측정한 가스분압을 가지고 계산해낸 산소 흡수량과 일치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여러 변수 중에 한가지의 값을 몰라도 나머지를 알면 역산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듯 인체는 물리법칙을 정확하게 따르는 기계다. 대자 대비한 석가족의 현자든 마호메드의 후손이든 기름부음을 받은 자던 간에 5분간 숨구멍 틀어막으면 공평하게 뒈진다. 물리법칙이 보편적이라는 사실은 인간이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하는 이유면서 우리가 과학을 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숫자 봤더니 머리 아프지? ㅎㅎ 쨌든 이 헤모글로빈이란 녀석은 혈액 속에 있다가 폐속의 허파꽈리(alveoli)를 지나가면서 공기와 접촉해서 공기로부터 냉큼 산소를 쌔벼 온다. 그렇기에 폐포를 순환하는 혈액과 공기 사이에 놓여 있는 벽이 너무 두꺼워 버리면 헤모글로빈이 공기로부터 산소를 훔치는데 애로사항이 꽃핀다. 그래서 허파꽈리에 존재하는 폐의 모세혈관은 폐포상피세포라는 아주 얇은 막에 둘러쌓인 채 외부 공기와 접촉한다.


사람의 체순환계와 폐순환계는 압력이 서로 다르다. 폐순환계의 평균혈압은 20~30mmHg 정도인데 여기다가 체순환계의 압력인 90mmHg을 걸어 버리면 피를 토하고 죽는다. 폐순환계의 혈압은 왜 낮을까? 우선 폐의 크기를 생각하면 된다. 폐는 몸전체에 비하면 꽤나 작아서 굳이 높은 압력을 걸어줄 필요가 없다. 나머지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폐포를 둘러싼 조직이 두꺼워져 버리면 산소전달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높은 압력을 견디는데 부적합하고 그래서 압이 낮다. 사실 단순히 압만의 문제라면 큰 폐동맥이 작은 모세혈관으로 갈라지기 전에 저항을 걸어주면 된다. 저항을 걸어주는 만큼 압은 떨어지고 그러면 펌프(심실) 하나로도 체순환과 폐순환을 동시에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인체뿐만 아니라 모든 공기호흡을 하는 육상동물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여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계통발생과정에서는 좀 번거롭더라도 시스템을 2개로 분리해주는 게 에너지 소모나 부하조절의 측면에서 유리하고 그런 방향으로 진화했다.


에너지 소모의 중요성은 최근 제기된 ‘네안데르탈인의 명종’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화식(cooking)'을 못해 멸망했다는 것이다. 음식은 불을 통해 조리과정을 거치면서 신체에 흡수되기 쉬워지는 방향으로 변하고 흡수되는 칼로리가 늘어나는데 네안데르탈인들은 날것만 먹었다. 그래서 칼로리 공급에서 호모사피엔스를 당해낼 수 없었고 결국 멸종했다는 가설이다. 필자의 생각에는 꽤 그럴듯하다. 미우나 고우나 과학기술의 발달 때문에 칼로리 부족으로는 죽기 힘들어진 현대의 우리로선 상상하긴 힘들지만 선사시대의 인류에게 칼로리는 절체절명의 문제였을 것이고 그보다 더 하등한 동물에게는 말할 것 도 없다. 어쨌든 간에 육상생물들은 체순환과 폐순환을 따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채택했고 정교하고 효율적인 심장이라는 기계를 만들어냈다. 인간의 심장은 100살까지 산다고 할 경우 단 한 번의 중단 없이 평생 40억 회가량 뛴다. 그만큼의 시간동안 무지막지한 부하를 견디면서, 멈추는 즉시 사망에 이르는 정교한 조절 메카니즘까지 고려해 본다면 이런 펌프를 몸 여기저기에 만드는 건 매우 비효율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멀리는 등푸른 생선에서부터 인간을 거쳐 집채만 한 고래에 이르기까지 심장은 오직 1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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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진화와 검찰의 진화

출처 - <The Funny Times>(좌) , <경향싱문> 김용민의 그림 만평(우)



5.다시 둘리엄마


중간에 삼천포로 빠지는 바람에 쫌 길어졌다. 둘리엄마도 빙하에 갇히기 전엔 쒼나게 풀잎 뜯음서 야시시한 짓거리도 곧잘 했던 발기찬 생명체였을 게다. 그런 겸둥이가 고혈압에 시달리는 건 누구도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지만 현재로썬 뾰족한 답이 없다.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고 지구 상에 누구도 모른다. 물론 그녀는 고혈압이 있거나 말거나 그딴 거 손톱만큼도 신경 안 쓰고 수천만 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용꿈이 이뤄지는 세상~ 쥬라기 월드~ 이캄서 잘살았던 동물임이 분명하니, 고민은 어디까지나 궁금한 건 못 참고 한살이라도 더 오래 살려 아둥바둥하는 인간의 몫일 뿐이다.


뻘글 하나 쓴다고 주말 다 날렸는데 혹 재밌게 읽었으면 논문이 잘되길 축복해주라.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록 삶이 풍요로워지는 세상, 우리도 좀 맹글어 보자. 원내대표는 누님을 배신해도 과학은 열분덜을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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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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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