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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7. 13. 월요일

과학불패 엘랑






편집부 주



이 글은 과학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2015년 7월 14일에 NASA의 외행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가 드디어 목적지인 명왕성(Pluto)과 최근접거리인 12,500km 지점을 통과하면서, 명왕성과 위성들(카론, 닉스, 히드라, 케르베로스, 스틱스)을 관측합니다.


뉴호라이즌스에 대해서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지만 주로 명왕성에 대해 관측한 결과만 소개되었을 뿐, 정작 중요한 뉴호라이즌스가 어떻게 명왕성까지 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더군요. 그래서 뉴호라이즌스를 명왕성에 보낸 기술과 원리, 탐사선의 궤도와 항행능력에 대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뉴호라이즌스를 알기 전에 먼저 NASA가 외행성대를 향해 보냈던 탐사선들 몇 가지를 먼저 이해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파이오니아, 보이저 탐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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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NASA는 외행성들(소행성대 바깥쪽의 행성들)의 궤도가 탐사선을 보내기 좋은 위치에 정렬된 기회를 이용해서 4대의 외행성 탐사선을 잇달아 발사합니다.


현재 인류의 화학연료식 로켓기술은 지구중력을 벗어나서 다른 행성까지 도달하기 위한, 제2우주속도(초속 11.2km) 이상의 속도를 얻는 것도 벅찹니다. 그래서 흔히 외행성으로 가는 탐사선들은 행성의 중력을 훔치는 스윙바이(Swing-By) 항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파이오니아 10, 11호와 보이저 1, 2호는 미국의 강력한 로켓에 탑재되어 곧바로 목성을 향해 쏘아졌습니다. 로켓이 충분히 강력한 힘을 내지 못하면 금성-화성까지도 한 번에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우주를 방황하다가 지구를 여러 차례 다시 스쳐지나가는 궤도를 형성하여 지구중력을 훔치는 스윙바이를 통해 도달해야하죠.


하지만 가장 강력한 로켓조차도 탐사선을 곧바로 태양계 바깥까지 보낼 수 없습니다. 태양계를 벗어나기 위한 제3우주속도(초속 16.7km) 이상의 속도를 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파이오니아와 보이저들은 강력한 중력원인 목성(Jupiter)을 1차 경유지로 삼고 목성의 중력을 훔쳐서 큰 속도의 가속도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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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아 10호는 인류 최초로 화성 너머편의 소행성대를 횡단한 탐사선입니다. 목성에 도달하여 목성의 강력한 자기장대를 발견하기도 했죠. 그리고 목성의 중력을 훔쳐서 인류 최초로 해왕성(정식 행성대) 궤도를 넘어 외우주로 날아갔습니다.


파이오니아 11호는 목성을 거쳐서 토성까지 도달합니다. 가까이에서 토성의 고리를 관찰했죠. 목성의 중력을 훔친데 이어서 토성의 중력까지 훔친 뒤 외우주로 날아갑니다. 위 그림에서 파이오니아 11호의 궤적을 보시면 목성을 지나면서 궤적이 크게 꺾입니다. 이것은 목성 스윙바이로 얻은 가속도를 단순히 외우주로 날아가는 속도를 올리는데 쓴 것이 아니라, 2차 목적지인 토성까지 향하는 코스로 수정하기 위해 이용했기 때문이죠.


보이저 1, 2호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목성-토성에 이어 천왕성과 해왕성까지도 근접해서 관측했죠. 하지만 파이오니아와 보이저들은 명왕성은 근접하지 않았습니다. 명왕성의 궤도는 일반적인 행성과는 다르게 궤도가 좀 삐뚤어져 있고, 그런 궤도에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현재 가장 멀리 날아간 탐사선은 보이저 1호입니다. 파이오니아 10호가 그 다음이죠. 거쳐 간 외행성들을 향한 코스 수정과 스윙바이 등에서 얻어진 최종 속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파이오니아는 259kg, 보이저는 722kg의 무게로 발사되었습니다. 모든 탐사선은 먼 거리를 항행하면서 목표 행성으로 향하는 세밀한 궤도수정을 위해서 약간의 연료만 탑재하고 있죠. 만약 목표 행성에 도달해서 위성궤도를 형성하려면 연료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행성의 주변에 머물지 못하고 그냥 스쳐 지나갑니다.



카시니-호이겐스 탐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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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발음으로는 카시니-하위헌스(Cassini-Huygens) 입니다. NASA의 카시니 탐사선에 ESA(유럽우주국)가 만든 소형의 하위헌스 프로브 탐사선이 적재된 형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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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외행성으로 보낸 탐사선 중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녀석입니다. 발사중량은 무려 5.6톤이었으며 연료 무게만 3톤이 넘었습니다. 단순히 외행성을 스쳐 지나가는 파이오니아나 보이저들과 달리, 카시니-호이겐스는 토성의 위성궤도에 안착하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듯 매우 대형의 탐사선입니다. 그리고 1990년대에 미국은 저 대형 탐사선을 토성까지 보내기 위해서 거대한 타이탄 로켓을 이용합니다. 타이탄 로켓의 양측에 부착된 대형 고체연료부스터는 우주왕복선에 사용된 것과 거의 똑같은 것입니다. 무려 21톤가량의 중량물을 지구 위성궤도에 올릴 수 있고, 지구 중력권 바깥으로 5.6톤의 위성을 보낼 수 있는 강력한 로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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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니-호이겐스는 매우 무거운 외행성 탐사선이기에 거대한 타이탄 로켓의 힘으로도 한 번에 토성까지 보내진 못했습니다. 위 그림과 같이 먼저 금성을 두 차례, 지구를 한차례 스윙바이하여 중력을 훔친 뒤에 목성으로 가서 스윙바이로 추가 가속합니다. 그 뒤에 토성에 도달할 수 있었죠.


파이오니아나 보이저들은 비교적 가벼운 탐사선이므로 대형 로켓으로 쏘면 지구를 떠날 때 이미 속도가 제2우주속도를 넘어서서 제3우주속도에 근접할 만큼 가속할 수 있었겠지만 카시니-호이겐스는 제2우주속도를 간신히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우주로켓이 12km/sec의 속도를 낸다고 할 때, 16km/sec까지 속도를 올리려면 로켓의 크기가 2배 이상 커져야 합니다. 로켓이 속도를 조금만 더 내려고 해도 연료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화학연료식 로켓의 한계입니다.


토성에 접근한 카시니-호이겐스는 곧바로 토성의 고리 근처까지 다가갑니다. 그리고 토성에 가장 가까운 시점에서 엔진을 점화해서 토성궤도 안착을 위해 역추진을 합니다. 그대로 두면 토성을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감속을 하는 거죠. 어느 정도 감속을 하면 토성의 중력에 잡혀서 토성의 인공위성이 됩니다.


일단 토성 중력에 잡힌 탐사선은 커다란 타원궤도를 그리면서 4차례의 역추진으로 궤도를 서서히 토성 쪽으로 좁혔습니다. 카시니-호이겐스호는 전체 무게의 절반 이상이 연료였고, 독자 속도증분(낼 수 있는 최고속력, dV, 델타브이)은 무려 2,300m/sec에 이릅니다. 일반적인 탐사선들이 궤도수정에 필요한 연료만 탑재하므로 속도증분을 고작 수백m/sec 보유한 것에 비해 큰 차이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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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카시니-호이겐스가 토성에 접근해서 고리를 스치면서 최근접지점에 이르렀을 때 엔진을 연소하는 상상도입니다. 엔진의 추력(편집자 주- 회전축과 회전체의 축 방향에 작용하는 외력)은 매우 약했으며 연료는 MMH(모노메틸하이드라진)와 사산화질소(N2O4)를 사용하는 비추력(편집자 주- 로켓 추진제의 성능을 나타내는 값으로 클수록 추진제 성능이 좋음) 308sec의 하이퍼골릭 엔진입니다. 하이퍼골릭은 단순히 연료와 산화제를 접촉만 시키면 자연발화 되므로, 먼 우주에서 복잡한 재점화장치 없이 연소가 쉽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죠.


이와 별도로 자세제어와 간단한 궤도수정용으로는 흔히 순수한 하이드라진만 사용하곤 합니다. 하이드라진은 금속촉매에 접촉만 해도 산화제 없이 폭발적으로 연소하기 때문에 로켓과 인공위성의 자세제어용으로 쓰입니다. 하지만 산화제까지 같이 사용하는 이원추진제에 비해 단일추진제로서 엔진의 효율이 조금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구조가 간단해서 미세한 추력을 내는데 사용합니다. 카시니-호이겐스는 본격적인 이원추진제 로켓엔진과 자세제어용의 단순 하이드라진 단일추진제 장치들을 동시에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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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니-호이겐스는 더불어 작은 호이겐스 프로브 탐사선을 사출하여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에 직접 착륙시키면서 타이탄의 대기와 지표면을 관찰하기도 했죠.



뉴호라이즌스 탐사선


이번 주제인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을 살펴보겠습니다. 카시니-호이겐스 탐사선은 1997년에 타이탄 로켓을 이용해 발사되었지만, 뉴호라이즌스는 2006년에 발사됩니다. 이 무렵에는 1회 발사에 현재 가치로 5,000억 원의 비용이 소모되는 타이탄 로켓은 은퇴했고, 조금 저렴하고 8~20톤 중량대의 다양한 페이로드를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아틀라스-V 로켓과 델타-IV 로켓이 미국의 주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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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호라이즌스는 아틀라스-V 로켓에 탑재되었으며, 아틀라스-V는 힘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소형고체연료부스터를 6개나 부착했습니다. 뉴호라이즌스는 발사중량이 478kg(연료중량은 77kg)으로 비교적 작은 탐사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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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톤이 안 되는 작은 탐사선을, 무려 17톤의 인공위성을 지구 위성궤도에 올릴 수 있는 로켓으로 발사했기 때문에 지구를 벗어날 때 뉴호라이즌스의 속도는 무려 16.26km/sec였습니다. 현재까지 인류가 쏘아올린 우주선 중에서 스윙바이 없이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제3우주속도에 거의 근접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와 금성의 중력도움 없이 파이오니아나 보이저처럼 곧바로 목성까지 날아갑니다.


목성은 모든 외행성 탐사선들의 제1차 주요목적지입니다. 반드시 목성을 거치면서 중력도움(스윙바이)을 받아야 더 멀리 날아가고 태양의 중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뉴호라이즌스는 목성을 거쳐 명왕성까지 직진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명왕성이 다른 태양계 행성들과는 궤도가 조금 다르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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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행성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거의 같은 평면을 공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왕성은 행성들의 공전면에 비해 기울기가 크게 어긋난 편이고, 궤도 역시 원궤도가 아니라 일그러진 타원입니다. 이런 곳으로 탐사선을 보내려면 많은 추가 가속도가 필요합니다. 쉽게 말해서 접근하는 궤도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뜻이죠. 뉴호라이즌스는 중간 급유소인 목성을 거친 뒤에 명왕성을 목표로 궤도를 수정하면서 토성이나 천왕성, 해왕성으로 가는 궤도와는 아예 다른 궤도를 항행합니다. 예전의 파이오니아와 보이저가 명왕성 탐사를 못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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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과 같이 뉴호라이즌은 지구를 떠난 뒤에 목성과 만나서 중력도움으로 궤도를 꺾으며 명왕성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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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니-호이겐스에서 설명했듯, 탐사선이 지구에서 출발해서 다른 행성에 도달했을 때 그냥 두면 속도 때문에 행성의 중력을 지나쳐서 스쳐지나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행성의 중력에 사로잡혀서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이 되려면 많은 연료를 소모해서라도 감속해야 합니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사실은 중력이 큰 행성일수록 중력권에 사로잡혀서 인공위성이 되기는 쉽지만 정작 행성을 도는 근접궤도로 위성고도를 낮추는 것은 훨씬 어렵다는 것입니다. 만약 화성까지 탐사선을 보내서 화성에 근접해서 위성궤도를 만드는 것과, 목성에 탐사선을 보내서 근접위성궤도를 만드는 것을 비교하면 목성 쪽이 몇 배는 에너지가 더 필요합니다.


중력이 크면 중력도움으로 추가속도를 훔쳐내거나 중력권에 사로잡히는 게 쉽지만, 오히려 다가서는 것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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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명왕성은 달보다도 작고 중력도 훨씬 약합니다. 저런 행성에서는 중력도움을 거의 받기 힘듭니다. 지금 맹렬한 속도로 태양계 바깥으로 뛰쳐나가려는 뉴호라이즌스는 감속 없이 아주 짧은 시간 명왕성을 스쳐지나가면서 단시간 동안 관측하는 방법뿐이죠. 설령 카시니-호이겐스처럼 대형 탐사선이고 연료도 많이 탑재했더라도 역추진 감속을 통해 명왕성의 중력에 잡혀서 위성궤도를 돌게 하는 것은 훨씬 어렵습니다.


뉴호라이즌스가 탑재한 77kg의 연료 중에서 절반가량은 목성을 지나면서 궤도를 수정하는데 사용하였고, 나머지는 현재 보유중이지만 명왕성을 지나친 후에 카이퍼벨트(편집자 주-태양으로부터 약 30~50AU 정도의 거리에 천체가 도넛 모양으로 밀집한영역)에 있는 작은 외행성 중에서 또 다른 추가 목표를 선정하여 궤도를 수정하는데 사용할 예정입니다.


아쉽지만 거의 10년 걸려서 목적지에 도달한 뉴호라이즌스는 고작 2~3일, 그중에서도 단 몇 시간 동안 명왕성을 아주 가깝게 지날 때 모든 것을 관측해야 합니다.



RTG (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


외행성 탐사선들을 보면 일반적인 인공위성과 외형상 큰 차이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공위성들은 커다란 태양패널을 부착하여 전력을 충당합니다. 하지만 화성까지는 사용이 가능하나 소행성대 너머에서는 태양빛이 약해서 효율이 매우 낮아집니다. 명왕성처럼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행성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 되겠죠. 그래서 외행성 탐사선들은 모두 핵전지를 탑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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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RTG라고 불리는 플루토늄 핵전지는 자연적으로 핵분열하면서 열이 발생하는 플루토늄을 내부에 채우고 그 열로 전력을 생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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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아, 보이저, 카시니-호이겐스, 뉴호라이즌스는 모두 RTG를 장착했습니다. 이러한 핵전지를 탑재한 탐사선을 발사할 때 사고로 지구로 추락하면 환경오염이 우려되지만, 외행성대에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기에 외행성 탐사선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사용합니다.


단기간 우주에 머무는 유인우주선 등은 태양패널 대신에 연료전지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폴로 우주선이나 우주왕복선이 그러한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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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호라이즌이 촬영한 명왕성, 최근접 지점에 도달시 더욱 선명한 사진을 보여줌.


아무튼 이제 곧 명왕성에 도달할 뉴호라이즌스는 10년에 걸친 비행기간을 감안하면 매우 짧은 시간 명왕성을 스쳐지납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에 얻을 많은 정보들이 인류에게 명왕성의 신비를 알려주겠죠. 그것이 기대됩니다.


 




* 참고자료


1. 영문 위키 - Pioneer, Voyager, Cassini-Huygens, New Horizons SpaceCraft
2. NASA & ESA
3. http://www.enterprisemission.com/_articles/06-30-2004_Cassini/images/Cassini%20Trajectory.jpg









과학불패 엘랑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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