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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7. 28. 월요일

벨테브레









세월호 침몰사고의 책임을 전부 유병언 탓으로 돌려 물타기 해보려 한다든지, 마치 마술을 하는 것처럼 국민들의 시선을 유병언에 돌린 다음 정작 중요한 건 다른 데서 처리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없지 않지만, 어느 쪽으로 보더라도 유병언 사망에 대한 수사는 너무 어수룩한 수준이라 일개 네티즌으로서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로서는 시신이 과연 유병언이 맞을지조차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적어도 국과수의 과학적인 발표만큼은 가급적 신뢰한다는 전제 하에 몇 가지 의문점과 앞으로의 수사 방향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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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발표, 신뢰한다. 이 분 만큼.



DNA 채취는 적법했을까?


우선 유병언의 DNA. 현재로선 송치재 별장에서 채취한 체액 묻은 휴지를 유병언의 DNA(구속수감 중인 유병언의 형 유병일과 일치한다고 함)로 보고 발견된 시체와 대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연 이 체액 묻은 휴지는 적법하게 채취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현행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이라고만 한다)에 따르면 체액 묻은 휴지는 법에서 정한 '디엔에이 감식시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디엔에이 감식시료는 수형인이나 구속피의자가 아니고서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될 때에만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법 제7조제1)

    

1.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것

2. 범죄의 피해자 신체의 내·외부에서 발견된 것

3. 범죄의 피해자가 피해 당시 착용하거나 소지하고 있던 물건에서 발견된 것

4. 범죄의 실행과 관련된 사람의 신체나 물건의 내·외부 또는 범죄의 실행과 관련한 장소에서 발견된 것


    

송치재 별장은 범죄 현장이나 범죄 실행과 관련한 장소로 보기 어렵고, 유병언은 물론 유병언에 대한 피해자도 위 장소에 있었던 것 같지 않으니, 남은 건 오직 범죄의 실행과 관련된... 물건의 내·외부... 에서 발견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뿐. 그런데 유병언에 대한 혐의 내용은 횡령, 배임, 조세포탈이라 하니 거기에 세월호 침몰사고까지 포함시킨다 해도, 휴지가 '범죄의 실행과 관련된 물건'이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물론, 4호를 '범죄의 실행과 관련된...물건'이 아니고 '범죄의 실행과 관련된 사람의...물건'이라고 해석한다면 유병언의 물건으로 볼 수 있는 휴지에서 체액을 채취하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한다면 굳이 3호와 같은 규정을 두거나, 수형인 또는 구속피의자에게서만 디엔에이 감식시료를 채취하도록 규정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도 아니고 그저 범죄의 실행과 관련되어 있기만 하면(따지고 보면 피해자도 범죄의 실행과 관련되어 있긔) 그 사람이 가진 아무 물건에서나 DNA 감식시료를 채취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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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이러한 방식의 DNA 채취가 적법하다고 해도, 그렇게 얻은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는 그 신원이 밝혀지지 아니한 것에 한정하여 데이터베이스에 수록할 수 있다는데(법 제7조제2) 그 신원이 '유병언'이라며? 심지어 그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변사자 신원확인까지 해준 셈이니 위법을 면할 길이 없다.

      

이건 문제가 될 수 있는 게 법 제17조제5항에 따르면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담당자(대검 과학수사기획관 또는 국과수)가 정당한 사유 없이 디엔에이감식시료와 추출한 디엔에이를 폐기하지 아니하거나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삭제하지 아니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처벌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과수에게 징역을 살릴 방법은 없겠으나, 휴지에서 채취한 DNA 정보를 유병언이라 단정하는 것도 그렇고 멋대로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수사에 활용하는 것도 적법절차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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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하냐 진짜?



(이런 식의 무리수는 여러 번 있어왔는데, 대표적으로 유병언의 처남인 오갑렬 전 체코대사 부부를 '범인도피죄'로 긴급체포한 것을 들 수 있다. 유병언과 친족관계인 오갑렬 부부는 범인도피죄를 범한다 해도 처벌할 수 없으므로, 긴급체포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결국 다음 날 석방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위법성은 누구도 거론하지 않았다.)

       

무능할 뿐 아니라 법 절차도 지키지 않는 검.경의 재개조가 시급하다.



유병언의 사인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국과수에서 유병언으로 추정되는 시신의 사인을 발표할 거라는 얘기를 듣고도 '사인불명'이라는 결론을 예상할 수 있었던 건, 잔뜩 부패한 데다 이미 한 번 부검을 한 시신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조금 나은 상태일 때에도 안 나왔던 사인이 한 번 더 부검했다고 나오면 그야말로 코미디일 것이고, 내장이며 피부까지 썩어 문드러져 뼈만 남다시피 한 시신에서 사인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장준하 선생이나 고종 황제의 사인도 못 밝혀낼 리가 없을 터!

    

그저 '뼈에 대한 외상은 없다'든'타살로 볼 근거는 부족하다' 정도의 결론을 예상했는데 신중한 국과수는 아예 결론을 내지 않는 쪽으로. 사망추정시기도 세월호 참사 전으로 나오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끝내 확인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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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하나 국과수.



발견 당시 상황도 안습이지만 현장보존이 제대로 된 것도 아니고 시간도 한참 지난 다음이니, 이제는 정황증거를 가지고 추리를 할 수 밖에 없는 단계에 왔는데, 이제부터는 과학이라기보다는 문학의 영역이니 걸러 들으시길!



1. 자살은 아닌 것 같다


평소 유병언이 자살을 반대해 왔다는 점도 그렇지만, 도주 자체가 생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반증일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 자살을 하더라도 아마 최소한의 품위가 갖춰진 장소와 방식을 택하는 것은 물론 유서를 남기고자 했을 것이다.

    


2. 타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가 유병언임을 알고 있는 이상 직접 살인을 하고 쫓기는 몸이 되기보다는 검,경에 신고해서 5억 원의 현상금과 신변의 안전을 도모하려 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묻지마 살인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은 거액(아마도 5억 이상?)을 지닌 유병언을 죽이고 돈을 인마이포켓하는 정도? 이 경우 범인은 유병언의 측근으로(살인이 아니더라도) ,경의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극단적인 음모론을 써보자면 유병언이 살아있으면 절대로 안 되는 세력(세월호의 진짜 원흉이라든지, 유병언과 유착 관계였던 인사라든지)이 유병언을 죽였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과연 그런 세력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어쨌건 수행하는 자도 돈가방도 발견되지 않았기에, 가까운 사람이 유병언을 죽이고 돈가방을 가져갔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3. 기타 다른 가능성은 모르겠다


사고사와 돌연사, 병사 등을 들 수 있겠는데 매실밭에서 사고날 만한 일이 있을까? 시신의 목과 몸통이 분리되었다고는 하는데 사망 전에 분리되었다기보다는 사후 부패 과정에서 동물이나 비바람 등 자연력에 의해 떨어져 나갔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지. 아사로 보자니 매실이나 육포 등 먹을 거리가 남아 있었던 게 걸리고, 저체온증으로 보기엔 5-6월인데다가 내복에 로로피아나 점퍼까지 입고 있다는 점에서 탈락. 결국 그나마 납득 가능한 사인은 갑작스런 도피로 인해 지병이던 당뇨, 고혈압이 악화되었거나 뇌출혈, 심근경색 등으로 숨졌다고 보는 게 아닐지.

    


유류품과 시신상태에 대한 의문점

       

혹시 발견 당시의 상태를 보고 추정할 만한 정황은 없을까? 자연스럽게 자고 있는 듯 누워 있던 시신. 믿기 어려운 유류품. 그마저도 지금은 많이 훼손되어 오로지 경찰 발표만을 근거로 할 수 밖에 없는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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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발표, 지금 그걸 믿으라고?



먼저 유류품부터. 상식적으로 도피에 나선 유병언에게서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현금이나 휴대폰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도망치기 급급해서 그랬다고 하자니, 꿈같은 사랑 가방과 스쿠알렌 통(이 두 가지는 어디서 쉽게 주울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유병언이 갖고 나왔다고 보는 게 합리적)을 먼저 챙기고 돈을 챙기지 않았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고. 로로피아나 잠바나 내복, '와시바' 운동화 등 옷차림으로 볼 때 유병언은 야간에 산에서 노숙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했다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금과 휴대폰은(유병언을 수행하는) 다른 누군가가 갖고 다녔거나, 유병언의 방어능력이 소실된 틈을 타 제3자가 가져가지 않았을까?

    

육포와 콩, 술병 등의 소지품도 평소 유기농 재배 채소만을 섭취한다는 유병언의 식습관이나 금니 10개를 해 넣은 치아 상태에 비추어 좀 납득하기 어렵고, 특히 2007년에 단종된 보해골드 소주병이나 비료포대는 일부러 들고 나오기도 어려운 아이템. 현찰과 핸드폰 대신 이런 것들을 챙겨 나왔다고 보는 건 도저히 말이 되지 않으므로, 매실밭 주변에서 득템했거나 누군가가 바꿔치기 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 같다. 그러므로 검경은 해당 술병이나 비료포대의 유통경로를 추적해서 그러한 물건이 시신 주변에 놓이게 된 경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는 듯 편안하게 누워 있는 것 같다는 시신의 상태 또한 그 자리에서 자살, 타살이나 돌연사, 사고사로 죽은 사람의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자다가 죽음을 맞이했다고 보기엔 숙면에 적합해 보이지 않은 매실밭 사정이 걸리고. 평소 웰빙을 추구해 온 유병언이라면 잘 자리도 가려서 눕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의복이 말아 올라져 있고 신발이 벗겨져 있는 등의 상태도 자연스러운 상태로만 보기엔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누가 유병언의 시신을 옮겼을까?

    

이상의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하여 추론해 보면 612일 전에 누군가가 유병언의 시신이나 유류품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비바람이나 날짐승이 아니라면(시신이나 유류품의 상태로 봤을 땐 자연력보다는 사람의 손길이다!) 현재로선 그 '누군가'가 유병언의 죽음에 대해 검경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바 그 자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세 가지 정도의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는데, 첫째는 주변 노숙자. 이는 유병언의 소지품 상당수가 평소 유병언의 취향보다는 일반적인 노숙자의 아이템과 비슷하다는 점, 그리고 인근에 출현하던 노숙자가 최근 보이지 않는다는 주민들의 증언을 근거로 하며, 죽었거나 혼자서 방어불능의 상태에 놓인 유병언의 소지품 중 값나갈 만한 것들을 자신의 것과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이다. 위 소지품들에 대해 지문채취나 유통경로 추적이 필요한 부분이나,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 그리고 시신에 손을 댄 것이 노숙자의 소행으로 밝혀진다 해도 유병언의 사인을 밝혀내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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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두 번째로는 구원파 또는 유병언의 측근인사. 유병언의 운전기사였다는 양회정이 '유병언을 산에 두고(버리고) 왔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알려진 점, 그리고 유병언의 평소 생활 습관이나 유류품 상태로 볼 때 누군가의 조력을 받지 않고는 도피 내지 생존이 불가능해 보인다는 점을 근거로 하며, 유병언을 수행하던 측근이 어떠한 이유에서든 유병언과 헤어지는 바람에 혼자 남은 채 죽음을 맞이했을 가능성이다. 고령인데다 돈이나 휴대폰도 갖고 있지 못한 유병언 입장에서 고립은 곧 죽음과 연결되었을 것이기에, 해당 측근이 일종의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유병언을 버려두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선 급작스런 심근경색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바람에 더 이상 도피를 할 수도 응급구조를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을 지도 모른다. 일단은 측근들 중에 마지막으로 유병언과 함께 있었던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이 관건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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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6월 12일에 발견된 반쯤 부패한 시신이 유병언이 맞다면 유병언은 측근들과도 두 달 가까이 연락이 두절되었을 테니 측근들 또한 유병언의 행적을 찾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다들 수배중이라 경황도 없었을 테고 대놓고 찾으러 다닐 형편도 못 되긴 했겠지만, 그럼에도 측근 가운데 사라진 유병언을 찾으려 했던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 시신이 유병언이 아니거나, 측근들이 유병언이 죽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마지막으로 음모론과 연관된 제3의 가능성. 살아 있는 유병언이든 유병언의 시신이든 성인 남성의 신체를 비자발적으로 다른 곳에 옮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만일 유병언을 다른 곳에서 이 곳으로 옮겨왔다면 차량 내지는 다수 인원이 동원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동원이 가능하려면 체계를 갖춘 조직이어야 할 것이며, 유병언의 죽음이나, 어쩌면 세월호 침몰사고에까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곳일 가능성이 높다. 과연 이런 세력이 있을지, 있다 해도 검경의 비루한 능력으로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유병언의 죽음에 대한 의문이 명쾌히 풀리지 않는 한 이러한 음모론의 떡밥은 앞으로도 계속하여 정부와 검경을 괴롭힐 것이다.

    

이미 많이 늦어 버리긴 했지만 유병언을 수색하던 절실한 마음가짐을 갖고, 적어도 525일부터 612일까지 매실밭으로 통하는 길목에 설치된 CCTV 화면과 인근 기지국 통화내역 등을 전부 분석하여 국민들의 의혹을 최대한 풀어줘야 할 것이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이게 다 유병언 검거 =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으로 널리 떠들며 유가족들의 절절한 호소를 외면해 온 당신들의 자업자득이다. 해경을 해체한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유병언 검거에 실패한 검경 또한 '고심 끝에 해체'되어야 마땅할 것이나 명예회복을 위해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기로 하고, 대신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수사는 무능함이 검증된 검경 대신 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행하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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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