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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지난 25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지적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농업, 서비스, 통화 및 기타 여러 문제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트윗이 의미하는 것은 지난 3개월의 무역 협상 기간동안 시진핑이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잘 따라와 주었다는 칭찬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3월 1일 예정돼 있던 미·중 무역 협상 마감 기한을 연장해 주고, 3월 중에 미·중 정상 회담도 하기로 하면서 시진핑의 노력에 화답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여기에 시진핑은 "금융은 국가의 중요 경쟁력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으로 중국 주식 시장 개혁 개방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25일 중국 증시는 5% 이상 급등했고, 특히 금융 관련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트럼프의 칭찬과 시진핑의 발언이 의미하는 지재권 보호, 기술 이전 강요 금지, 농업 & 서비스 시장 개방, 통화 정책 개입 금지, 금융 시장 개방 등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는 것은 중국의 미국에 대한 금융, 산업, 소비 시장 완전 개방이 머지 않아 현실화 될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 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전쟁과도 같았던 무역 협상이 그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듯 합니다.

 

트럼프가 미국 연준을 압박해서 금리 인상 기조를 늦추고, 경기 확장에 대한 여유를 준 것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중국이 타격을 받을 경우 그 피해가 미국에게 가장 크고 심각하게 끼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에 있었던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으로 중국 경제는 크게 휘청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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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중국의 경제 전망치가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실제 경제 지표 또한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소비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어 중국 경제뿐만 아니라 중국 소비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미국 제품들, 그 제품을 만드는 미국 회사들 주식 가치까지 곤두박질친 바 있습니다(이 때 애플의 주가는 매우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습니다). 중국 경제의 부정적 기조는 미국 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전세계 주식 시장에 영향을 끼쳤으며, 우리나라 주식 시장 또한 중국의 소비 시장 위축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 전망으로 큰 하락세를 보인 바 있습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직간접적 압박으로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나아가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것은 중국의 13억 소비 시장이 그 자체로 막강한 힘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소비 시장의 막강함과 달리 중국의 경제 상황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함이 없는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 폭등과 적체돼 있는 좀비 기업들의 부패와 부실, 유동성 위기, 지역 간 극심한 양극화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국 공산당이 제13기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개헌을 통해 시진핑의 장기 집권, 나아가 영구 집권의 틀을 만들어 놓은 것 또한 정권 이양기, 그 잠깐의 공백에 혹여 있을지 모르는 정치적 변화가 중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매우 불안한 상태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동안 무한정에 가까운 공적자금 수혈로 자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에 설 수 있었던 중국의 국영, 민간기업들은 무역 협상에서 미국의 중국 기업에 대한 부채축소 압박에 중국 정부가 굴복하면서 공적자금 지원이 끊긴 상태입니다. 더이상의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능 해 지면서 가파르게 성장해 오던 중국 기업들은 생존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며, 그 부작용들이 하나, 둘 터지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채권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 가치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수준의 이자 상환까지 어려운 실정에 빠져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이 멈추면서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 신용부도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는 것 입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 여기에 중국 내부의 경제 문제가 악성 시너지로 작용하여 터지게 되고, 시진핑이 결국 권좌에서 내려오게 되면, 구심점이 사라진 중국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흔들리게 될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체제 붕괴로 이어져 급격히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시진핑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13억이라는 소비 시장도 분해되고, 쪼개지면서 한순간에 사라지게 되는 것이고,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나라는 미국이라는 것도 밝혀지게 된 것입니다. 중국 체제가 붕괴되고 소비 시장이 소멸되면 미국 또한 최소 팔 하나, 다리 한쪽이 같이 없어지게 됩니다.

 

트럼프는 시진핑을 중심으로 뭉쳐 있는 중국이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한편, 중국이 다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안전 장치 또한 필요합니다. 이 안전 장치는 바로 중국이 한번도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한 미국산 시장 경제, 그 자체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트럼프의 미국산 시장 경제 투입은 이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토록 만들 거의 유일한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반영구적 정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용인해 주면서 시진핑의 썩은 내장에 미국산 시장 경제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것이지요.

 

지난 미·중 무역 전쟁 관련 글에서 오래 전부터 중국이 점진적인 시장 개방을 통해 구글과 유튜브가 중국에서 자유롭게 검색되고, 넷플릭스로 미드를, 아마존으로 소비를, 전국 배송을 페덱스와 UPS가 담당하는 상상은 물론이고, 월가의 5대 은행이 중국을 아시아의 새로운 금융 허브로 사용하고 있다면, 트럼프의 미국은 중국을 함부로 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산 시장 경제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열려 있는 듯 굳게 닫혀 있던 중국의 시장 경제는 세계화와 동떨어진 변질된 시장 개방 정책으로, 시장 보호라는 1차 목표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목표를 달성하면서 미국의 패권을 빼앗아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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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에 빠진 중국 경제가 전세계로 나가려 문을 열었을 때 마침내 미국이라는 거인을 마주하게 되었고, 일방적 전쟁과 같았던 무역 협상에서 결국 2025 제조업 굴기를 포기하는 정치, 경제적 수모까지 겪게 됩니다. 트럼프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중국이 이전에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국산 시장 경제의 바이러스를 주입해 중국 경제의 체질 자체를 완전히 바꾸고 다시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역설적으로 중국은 13억의 소비 시장이 있기 때문에 미국에게 무릎을 꿇어도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13억을 단 한 명의 지도자가 탑 다운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미국에게는 매력적이고 매우 편리한 일이니까요. 막강한 지도자가 거대 국가를 지배하고, 막강하다고 추앙받는 지도자의 연약한 목을 쥐고 있는, 그 위에 진짜 주인이 있다면 거대 국가의 관리는 훨씬 쉬워집니다.

 

그래서 미국과 트럼프에게 시진핑이 지배하는 중국의 체제는 유지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초거대 단일 시장의 존재와 정치, 경제적 취약점을 파고들어 컨트롤하기까지 쉬운 체제는 이제 지구상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혹여 체제가 붕괴되고 중국이 여러 지역으로 분리되면 그것이 미국에게 더 골치 아프고 귀찮은 일이 될 것입니다.

 

시진핑의 중국은 자신의 권좌와 체제의 안녕을 위해 미국산 시장 경제를 받아들여 지난 40년과는 전혀 다른, 미국이 지배하는 시장 경제 아래에서 국가 개조, 그 이상의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저항을 멈추고 미국산 시장 경제 이식을 선택한 시진핑, 그의 권좌는 유지되겠지만 새로운 시장 경제에 중국인들이 겪게 될 경제적 고통의 크기는 가늠하기 조차 힘들어 보입니다.

 

미국산 시장 경제의 바이러스가 40년 묵은 중국산 시장 경제를 처절하게 유린하는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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