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를 브금으로 깔고 읽어주시길.
김연지 - 헤어지는 중입니다
오늘은 귀농/귀촌 관련 교육에 대해서 알아보자. 아, 그 전에 애프터 서비스 하나 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지난 글에서 농업 외 소득에서 ‘직불금 = 이전소득’이라는 말을 했는데, 농사에 생소한 사람들에게 ‘직불금’이라는 단어가 선뜻 와 닿지 않을 듯해서 잠깐 설명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직불금은 직접지불금의 준말로서 영어로 Direct Payment라고 쓴다. 한마디로 행정부가 농가의 소득을 보조하려고 돈을 직접 지원하는 제도다. 자유무역의 확대로 우리나라도 농산물 시장을 개방해야 하지만 농업 자체가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농가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연간 1조 원 안팎의 예산이 집행되지만 개별농가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1년에 130만 원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여러 갈래로 나뉘지만 대충 제곱미터당 100원 정도이다. 전국 농가의 경작면적 평균이 1.3헥타아르(1만 3천 제곱미터)이므로 곱하기100원 하면 130만 원. 즉 한 달에 10만 원 정도라는 계산이다.
단, 이는 평균이고 실제는 70%가 1헥타아르 미만의 농토를 경작하므로 대부분의 농가가 실제 받는 돈은 그보다 적다고 보면 된다(직불금 외에도 이런저런 지원 제도는 가짓수가 참 많다. 하지만 그 금액은 대부분 소액으로서 마치 감질난 아이에게 사탕 하나 던져주는 것 같은 형태가 많다). 그 얼마 안되는 직불금을 가지고도 지주가 다른 사람에게 땅을 빌려주면서 직불금은 내가 받네, 네가 받네 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귀농이나 귀촌이냐
서론이 길었다. 어쨌든 오늘의 본론으로 돌아와서 귀농/귀촌 관련한 교육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교육을 받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생각해 볼 수 있겠다(이하 귀농교육이라고 한다).
첫째, 귀농/귀촌을 해서 농촌에 살기 위한 지식 및 경험을 습득하는 것이다. 당신이 농촌에서 태어나서 대도시에 나가 살다가 나이 먹어서 돌아오는 경우라면 그나마 농사가 무엇인지, 농촌 공동체의 가치관이 어떤 것인지 어렸을 때 보고 배운 경험이 있겠지만, 나처럼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에서만 살았던 사람은 풀을 봐도 그 놈이 그 놈 같고, 나무를 봐도 뭐가 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설령 시골 출신이라고 해도 농사를 짓는 환경은 예전과 판이하게 다르다. 단적인 예로, 옛날에 소를 몰고 쟁기질을 했다면 요새는 간단한 작업도 전부 기계로 한다. 세월이 많이 지났고 기후 또한 많이 바뀌었다. 예전처럼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몸으로 때워서 하는 농업은 이제 먼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고 본다(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농사는 힘든 일이다).
어쨌든, 농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나, 지역주민과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 그리고 작물은 어떻게 재배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다.
둘째, 귀농인의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다(여기서 귀농과 귀촌이 갈라진다). 만약 당신이 죽을 때까지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고 단지 전원생활을 즐기고 싶다면 귀촌을 하면 된다. 예전, 그러니까 90년대 초반에 서울 사는 사람들이 경기도 양평 쪽에 전원주택을 많이 짓고 세컨드 하우스로 사용하는 것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주말에는 별장처럼 사용하고 노후에 은퇴하면 시골에 가서 유유자적 전원생활을 즐기겠다는 일종의 노후 대비책 같은 것이었다(그렇지만 그 때 지어진 전원주택들 상당수가 지금 매물로 나와 있고 잘 팔리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런 경우가 바로 귀촌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물론 우리들 삶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으므로, 우리는 귀농하여 영농이라는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군 단위 지자체에서는 인구를 늘리겠다는 목표 하에 귀농/귀촌인의 유치에 노력하고 있으며 그들의 정착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 중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귀농인을 위한 ‘창업자금 대출’이다. 귀농인 자격을 인정받고 창업자금을 대출받기 위해서는 아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 대도시에서 1년 이상 살다가 농촌지역으로 이전
- 만 65세 이하
- 귀농교육 100시간 이수
각각의 조건에도 세부적인 제약조건이 따라붙지만 일단 이 정도로만 알면 되겠다. 어쨌든 내 돈이 없어서 대출을 받아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귀농인의 자격을 인정 받으면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귀농인에 대한 창업자금 지원은 최대 3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연리 2%로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하는 조건이다(여기에는 두 가지 혜택이 있는데 첫째, 농협에서 일반적으로 대출을 받는 경우 연리는 4% 정도이다. 일반 대출에 비해 이자가 절반이라는 얘기. 그리고 둘째로 거치 및 상환 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처음 5년간은 이자만 내고, 6년 차부터 15년 차까지 10년 동안 원리금을 상환하면 되므로 일반대출에 비해 사업 초기 부채 상환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뜻이다).
추가로, ‘주택구입 및 신축자금’도 ‘창업자금’과 별개로 최대 7,5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물론 귀농인 자격을 인정받아야 한다.
농업 인강을 들어보자
진도 나가기에 앞서 위 내용의 요점인,
첫째, 귀농/귀촌을 해서 농촌에 살기 위한 지식 및 경험을 습득하고자 함이요,
둘째, 귀농인의 자격을 취득해서 ‘창업지원자금’ 대출을 받고자 함이다.
이 두 가지를 머릿속에 넣어놓고 이야기를 따라오도록 하자.
먼저, 사이트를 하나 알아두고 가자. ‘농업교육포털(클릭)’이다. 회원가입을 한 다음에 북마크에 저장해 두고 수시로 접속하도록 하자.
교육은 크게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집합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위에서 귀농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귀농교육을 100시간 이상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오프라인 교육의 비중이 60% 이상 되어야 한다. 즉, 오프라인 교육으로 100시간을 다 채워도 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온라인교육 40시간, 오프라인 교육 60시간으로 100시간을 채워도 된다는 말이다. 단 온라인 교육은 오프라인 교육의 절반만 인정되므로 온라인 교육으로 귀농교육 40시간을 인정받으려면 실제로는 80시간을 수강해야 한다.
온라인 교육 이야기가 왜 나오는가 하면, 오프라인 교육만으로 100시간을 다 채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온라인 교육에 비해 오프라인 교육이 그리 다양하지 않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본인의 경우 오프라인 교육을 받기 위해 농림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인정받은 위탁기관에 다녔었는데 50시간을 이수하기 위해 3개월 가까이 걸렸었다. 이유는 1주일에 한 번, 회당 4시간 정도씩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오프라인 교육에 등록하기 위해서 소정의 교육비도 내야 했었다(물론 교육에 필요한 경비를 다 내는 것이 아니고 전체 소요경비의 30%를 냈다. 나머지 70%는 위탁기관에서 정부로부터 보조금으로 받는다).
자, 그럼 온라인 교육을 위해 위에서 얘기한 ‘농업교육포털’에 접속해 보도록 하자.
이런 화면이 뜰 것이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만들어서 회원가입을 하고 꼭 북마크에 저장하도록 하자.
화면 상단을 보면 온라인교육, 집합교육, 교육사업, 정보마당, 나의 공부방, 고객센터라는 메인 메뉴가 보일 것이다. 다른 메뉴는 볼 것 없고 온라인 교육, 집합교육(오프라인 교육), 나의 공부방, 요렇게 3개의 메뉴만 알면 된다.
1. 온라인 교육: 인터넷 강의 듣듯이 귀농교육을 받을 수 있다.
2. 집합교육: 교육유형, 교육기관, 교육대상별로 어떠한 교육이 있는지 검색할 수 있다. 단, 이 메뉴에서는 어떤 교육이 있는지 알려주기만 할 뿐, 실제 집합교육(오프라인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교육기관의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을 해서 수강신청을 해야만 한다.
3. 나의 공부방: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귀농교육을 받아 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단, 집합교육(오프라인 교육)인 경우 농업교육포털에 등록되지 않고 교육기관에서 개별로 수료증만 발급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수료증을 잘 보관하고 있다가 귀농인의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따로 복사해서 제출해야 할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하기로 하자.
그러면, 온라인 교육 메뉴에 들어가서 그 하위 메뉴를 살펴보도록 하자. 교육유형에 따라 이렇게 분류하고 있다. 총 9가지이다.
l 농업경영 : 농장 창업 및 농장경영 일반
l 품목기술 : 재배하고자 하는 품목별 재배기술
l 정보화
l 유통식품 : 마케팅, 수출, 통관 등
l 귀농귀촌 : 비닐하우스, 창업계획서 작성 등
l 농촌
l 소비자
l 스마트팜VR
l 기타
예를 들어 농업경영 항목에 들어가면 농장 창업실무의 시작과 적용, 농업경영컨설팅 바로 알기, 6차산업 똑부러지게 이해하기 등등의 교육이 나온다(교육과목은 수시로 바뀔 수 있음에 유의하자).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면 맛보기를 눌러서 예고편을 볼 수도 있고 과목에 따라서는 모바일로도 수강이 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기본은 PC에서 한다고 보면 되겠다.
어쨌든 적당한 항목을 선택해서 과정을 검색해 보고 ‘맛보기’ 버튼을 누르면 새 창이 열리면서 강의목차와 학습목표에 대해 보여준다. 그리고 화면에 대한 설명 및 조작방법, 그리고 수강을 하기 위해서는 내 컴퓨터가 어떤 사양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도 알려주므로 맛보기를 하고 나서 수강신청을 하도록 하자.
수강신청이 승낙되고 본격적으로 온라인 교육을 하게 되면 동영상 화면이 뜨면서 안내가 나올 것이다. 그 안내에 따라 진도를 나가면 된다. 물론 화면 띄워놓고 딴짓하면서 온라인 교육을 날로 먹으려는 경향은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에 수시로 Next 버튼을 눌러준다든지 퀴즈를 풀어야 다음 장으로 넘어가게끔 설계가 돼 있다. 그래도 집에서 편히 앉아 교육시간을 채울 수 있어 상당히 편리하다.
잠깐, 팁을 이야기하자면, 귀농(및 귀촌)을 위한 확실한 목표가 정해지고 계획이 확고하다면 본인이 원하는 교육을 골라서 들으면 되지만, 귀농을 꿈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그냥 이것저것 대충 골라서 들으면 되겠다(부먹이냐 찍먹이냐 고민할 시간에 한 개라도 더 먹으라는 먹방계의 격언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시간을 채우는 것이기 때문).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온라인 교육의 특성상, 잘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잘 이해되지도 않는다. 어차피 나중에 집합교육(오프라인 교육)을 받으면서 강사의 이야기도 직접 듣고 몸으로 때워서 실습도 해 보면 그것이 내 몸에, 내 머리에 각인되는 것이지, 인터넷으로 동영상 시청하는 것으로는 별로 실감이 되지 않는다(게다가 농업 관련 교육에 사용되는 언어들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것들이 많다. 노가다 판에 일제시대 잔재와 같은 이상한 용어들이 많듯이 농업에도 그런 용어들이 많다. 용어를 순화하려는 노력도 하고는 있는 모양이지만, 일단 생소한 분야인 데다가 현장에서는 아직도 일본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닌 이상한 용어를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잘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드디어 삽을 들 시간이다
온라인 교육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하고, 집합교육(오프라인 교육)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본인이 받았던 교육을 토대로 이야기하겠다. 교육 기간은 3월부터 6월까지 약 3개월간, 총 13차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교육인정시간은 총 50시간(한 회당 4시간 정도였다). 나는 교육비로 15만 원을 냈으며 부부동반 시 1인 50% 할인 혜택을 받아 마눌님은 7만 5천 원을 냈다. 커리큘럼은 이론교육 및 현장실습으로 이루어져 교육 기간 내 실습용 텃밭도 제공되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일정은 아래와 같았다.
1. 정부지원정책 소개, 농업/농촌의 이해 및 전원생활의 준비
2. 절기로 보는 일년농사
3. 텃밭 채소 가꾸기
4. 친환경 전원주택
5. 친환경농업의 이해와 활용
6. 현장 견학(우수농가 방문)
7. 실내원예 및 정원 가꾸기
8. 가정과수 가꾸기
9. 밭/특용 작물재배 기술
10. 지역주민과의 융화 ‘갈등관리’
11. 자원식물의 이해와 활용
12. 벼농사 및 김장채소 재배기술
13. 예비귀촌인 귀촌계획 발표 및 수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강의를 듣다 보면 아 이런 것이구나 하고 납득이 될 것이다. 농촌에 가서 잘 적응하고 살기 위해서 어디까지나 수박 겉핥기식이기는 하지만 농작물의 재배기술, 그리고 지역주민과 잘 지내는 법, 그리고 어떻게 귀농/귀촌을 할 것인지 시뮬레이션 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리고 주말농장 같은 개념으로 작지만(1인당 3~4평 정도) 텃밭도 제공되므로 모종도 심어보고 씨앗도 뿌려보고 채소가 자라면 따먹는 즐거움도 누려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귀농교육 50시간을 인정받기 위해서 3개월에 걸쳐, 1주일에 한 번씩 대중교통으로 편도 1시간 이상 걸리는 곳까지 가서 4시간씩 교육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그래서 온라인 교육으로 40%를 채울 것을 권하는 것이다).
집합교육(오프라인 교육)을 받으면서 있었던 해프닝은 이 글을 참고하도록 하자. (그림일기)
영구읍따의 귀농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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