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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일을 하면서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신고 안 하실 거지요?” 라는 말입니다. 저는 무슨 말씀이냐고 웃으며 응대를 하곤 합니다. 김병옥 씨 사건(?) 이후, 누가 신고했는지를 놓고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대체로 대리기사가 신고했을 거라고 짐작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대리기사들이 많이 드나드는 카페에서도 여러 이야기들이 오가는 걸 보았습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짐작하는 바는 있습니다만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부족한 정황만으로는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저로서는 기사가 신고한 것이 아니길 빌 뿐입니다.

 

오늘은 주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조심스럽습니다. 많은 현상들이 그렇듯 저마다의 입장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 생각이 다르니까요. 제가 경험하지 않은 것들과 잘 모르는 것들, 이야기로만 들은 부분들은 옮기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대신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여러 상황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에 앞서 감안할 부분이 있습니다. 여러 차례 밝혔듯 저는 카카오대리만 운행합니다. 또한 투잡의 형태로 한 달에 10~12일 정도만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매일 전업으로 일을 하시는 분들, 로지를 비롯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사용하시는 분들과는 입장 차이가 다소 있습니다. 상대하는 고객의 성향이 어느 정도 다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굳이 짚고 넘어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리기사들 사이에 통용되는 일반적인 인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 카카오는 로지에 비해 만취 고객이 적다.

* 카카오의 고객들이 로지 고객들보다 대체로 젊은 편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로지는 전화로 대리운전을 신청하고 카카오는 스마트폰의 전용 앱을 통해 신청합니다. 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카카오 고객들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에 크게 이견이 없습니다. 음주 정도도 차이가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저의 경우 30% 정도의 고객들이 도착지 입구에서 종료를 원합니다. 이후로는 본인이 직접 주차를 완료하겠다는 뜻입니다. 저로서는 호의로 받아들입니다. 그것을 만류하고 제가 억지로(?) 주차를 완료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글을 읽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고객이 직접 하겠다는 주차를 제가 굳이 고집부릴 것까지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고객이 주차를 정상적으로 하기 힘들 만큼 취한 상태라면 운전대를 내주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입장은 분명합니다. 여기에는 판단 기준의 문제가 있겠지요. 아무튼 저는 그렇습니다.

 

그 외의 경우에는 주차까지 완료를 해드립니다. 당연한 것이지요. 참고로 주차를 해주었다고(?) 해서 요금을 더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대리요금에는 당연히 주차까지의 과정이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대부분의 대리기사들이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주차해줄 테니 돈 더 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주차를 거부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주차를 정상적으로 완료하지 못한 경우는 몇 번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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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아파트들은 왜 대부분 주차공간이 부족할까요? 왜 하나같이 주차면이 좁은 걸까요? 2년이 넘게 이 일을 해오면서 주차공간이 넉넉하다고 느낀 아파트는 10%가 되지 않습니다. 밤 늦게나 새벽의 아파트 주차장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새로 지은 아파트가 아니라면 보통 2중 주차는 자연스럽습니다. 심지어 34중 주차가 되어 있는 곳들도 오래된 아파트 중에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에 도착해 차를 주차시키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지하 34층까지 뺑뺑 돌아야 할 때도 많습니다. 보통은 그러다 보면 차를 댈 곳이 나타납니다. 2중 주차할 곳이라도 나오지요. 그렇게라도 해서 주차를 완료해야 하는 것은 돈을 받고 일하는 대리기사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리 지하 끝까지 훑어봐도 빈 주차공간이 안 나올 때가 있습니다. 혹은 2중 주차가 싫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밖으로 나가자는 분들도 있고 주차장을 한 번 더 돌자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미안한 마음에 종료하고 운전대를 넘기라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때 대리기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입장은 간단합니다. 고객이 하자는 대로 합니다. 두 번째 상황이 솔직히 저로서는 가장 달갑지 않습니다. 다른 기사들도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경우 저는 한 바퀴는 더 돌아드립니다. 사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입니다. 10~01시까지 3시간 정도의 짧은 피크타임에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솔직히 달갑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해도 주차할 곳이 없으면, 저는 고객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이야기를 하고 주차장 외부에(주로 도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차를 대고 종료버튼을 누릅니다. 제 입장은 이런데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끝까지 책임지고 정상적인 주차를 완료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실제 두 바퀴를 넘겨 다시 돌아보자는 분들도 아주 드물게 있습니다. 솔직히 그건 좀 곤란한 주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김병옥 씨는 주차를 직접 하게 되었을까요? 어떤 상황이었기에 그렇게 된 걸까요? 많은 분들이 하는 말처럼 대리기사가 김병옥 씨에게 추가요금이나 팁을 요구했을까요? 그것을 거부당하자 차에서 내린 후 몰래 숨어서 김병옥 씨가 주차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경찰에 신고까지 한 걸까요? 돈을 더 못 받아서 주차를 거부했다? 정말 그랬다면 그 기사는 쓰레기라고 생각합니다. 김병옥 씨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강력하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입니다.

 

소수지만 다른 예측도 있습니다. 김병옥 씨가 자발적으로 주차를 직접 하기 원한 경우지요. 그래서 기사를 내리게 한 후 직접 주차를 했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신고는 누가 한 걸까요? 대리기사가? 아파트 주민이? 새벽 1시에? 이건 둘 다 좀 이상합니다. 주민이 그 시간에 주차하는 모습을 보고 신고한다는 게 가능성이 적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대리기사가 신고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이 예측은 틀린 것 같습니다. 어쨌든 김병옥 씨는 억울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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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으로 한동안 시끄러웠습니다. 말은 또 다른 말을 낳고 그 말들은 날카로운 흉기가 되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김병옥 씨가 억울할 만하다는 이야기가 반, 신고했을 것으로 짐작하는 대리기사에 대한 성토가 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에 더해 이런 말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요새는 대리기사들이 요금 외에 주차비를 따로 받는다더라’ ‘주차비를 따로 주지 않으면 입구에 세워놓은 채 그냥 가버린다더라’ ‘그래놓고 고객이 주차하는 모습을 촬영해 신고한다더라’ ‘주차를 안 해주려는 기사들이 많다더라.’ 글쎄요. 사실일까요? 정말 그럴까요?

 

주차를 달가워하지 않는 기사들이 많다는 건 제가 보기에 사실에 가깝습니다. 그것을 고객에게 표현을 하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있을망정, 주차를 꺼려하는 기사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기사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이유는 크게 보아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운행을 빨리 마무리하고 이동해 다른 콜을 잡고 싶은 마음이 하나. 주차 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들을 피하고 싶은 마음. 이 두 가지가 주된 이유일 것입니다. 앞의 이유는 거론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안 되지요.

 

두 번째 이유. 실제 대리기사들은 출발할 때와 주차할 때 일어나는 사고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합니다. 처음 보는 남의 차를 운전하다 보니 차체 크기와 조작이 익숙하지 않아 그런 거지요. 사고가 발생하면 기사는 일반적으로 30만 원의 책임금을 부담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능하면 주차를 하지 않으려는 분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압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합리화를 하려는 게 아니라 그 이유를 알려드리는 겁니다.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가질 수 있지만, 실제 주차를 해주지 않거나 이런저런 핑계(눈이 어둡다는 식의)를 대며 회피하는 행위는 분명 기사의 잘못입니다. 그런 경우 대리요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 입장은 분명합니다.

 

이 글의 첫 회를 쓸 때 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리기사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가 많을 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룰을 넘어서까지 기사의 입장에 동조하지는 않습니다. 돈을 대가로 지불해야 할 서비스는 책임을 져야지요. 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드물지만 책임을 다하기 힘든 상황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것은 김병옥 씨와 상관없는 이야깁니다. 대리기사 카페에 고객을 음주운전으로 신고했노라는 이야기들이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갖가지 상황에서의 이야기들이지만 맥락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건조하게 표현하자면, 운행하는 차 안에서 발생한 고객과 기사의 분쟁(?)이 원인입니다. 기사들의 표현으로는, 가벼운(?) 구타나 욕설을 당하거나 고객의 태도에 참기 힘든 모욕감(불쾌감)을 느낀 기사가 운행 중 차에서 내리고, 콜을 취소한 후(돈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지요) 음주운전으로 현장을 떠나는 고객을 신고했다는 식입니다. 이런 상황들은 여러분이 보기에 어떠신가요?

 

저는 다행이 그런 경험은 없습니다. 신고 경험이 아니라 운행 중단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물론 신고를 해본 적도 없습니다. 다만 한 번 운행을 중지하고 콜을 취소하기 직전까지 간 적은 있습니다. 운행 중 급정거를 한번 했더니(제 잘못도 아닙니다) 그때부터 계속해 술 먹은 거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며 운전면허증을 내보이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술 드신 분이라고는 해도 운전 내내 열 번도 넘게 술주정처럼 하는 그 말을 듣자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동행하던 여성분의 진심 담긴 사과가 아니었다면 아마 운행을 중단했을 것 같습니다. 신고는? 글쎄요. 지금 같으면 안 할 것 같지만 그때의 분한 마음으로는... 모르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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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황도 보는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분들의 시각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고객들의 마음을 불편하고 불쾌하게 만드는 이상한(?) 기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때로는 그런 기사로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조심하려 합니다.

 

고객들에게 대리기사들을 이해하고 잘 봐달라는 의미에서 제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기사들의 잘못에 대한 합리화를 위해서도 이 글을 쓰지 않습니다저는 다만 고객과 기사들이 서로 정당했으면 좋겠습니다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이 동등하고 정당한 게 저는 좋습니다그 이상의 것들을 서로에게 요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돈과 대리운전이 정당하게 서로 교환되기를 바랍니다집 앞에 다 왔다면서 주차를 고객에게 맡기고 가려 하는 기사들은 대리운전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그들은 진상 고객을 욕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입니다나이나 노안을 핑계로 또 운전 미숙을 핑계로 주차를 고객에게 떠넘기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상대적인 바람도 있습니다. 고객은 대리기사에게 운전이라는 서비스를 산 것입니다. 그 시간 동안 기사를 산 것도 접대(?)의 서비스를 산 것도 아닙니다. 기사를 불쾌하게 하거나 조롱하고 모욕해도 되는 권리를 산 것이 아닙니다. 바쁜 사람 불러놓고 헤어질 사람과 수다 떠느라 마냥 기다리게 하는 행위. 화장실을 다녀올 테니 가방을 들고 있으라는 명령(부탁이 아닙니다). 사전에 고지 없이 기사를 불러놓고 여러 곳을 경유해 가는 얌체 행위(생색은 본인이 내고 감당은 기사가 하는 거지요) 등등. 사소한 것 같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이 불쾌해 하는 행동들입니다. 물론 대리기사를 불러놓은 채 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전화조차 받지 않는 파렴치에 비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대리운전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대리기사가 주차를 거부하거나 웃돈을 요구할 때는 신고하거나 요금을 지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고객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런 기사들 때문에 성실하고 정직한 기사들까지 함께 욕을 먹습니다.

 

김병옥 씨의 사건에 대해 바라는 게 있습니다. 경찰이 사건 경위를 구체적으로 자세히 밝혀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왜 김병옥 씨가 직접 주차를 해야 했는지가 핵심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대리기사가 욕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명백한 건지 그렇지 않은 상황이 존재했던 것인지 확실하게 공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비난받아야 할 사람이 비난받을 테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로서는 좀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