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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쇼트트랙 파문에 촌티 순위 매기기

2006.4.10. (월)
딴지 스포츠시청반



우주적인 실력을 가졌다고 사료되는 대한민국 쇼트트랙 선수단의 파벌대립 파문.


대부분의 스포츠 파문 수습이 늘 그렇듯, 선수 및 코치 및 연맹 임원 몇 명 다구리한 뒤, 이런 고질적인 파벌싸움의 병폐가 고쳐지지 않으면 우리 쇼트트랙의 미래는 막 어둡고 어쩌고.. 하면 끝나지 않겠나.


지난 올림픽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터라, 잘 나가던 국대팀의 스캔들에 다들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듯 싶다만..


이게 뭐 그렇게까지 충격받을 일이냐, 촌스럽게. 
 






촌티 하나.


팀 동료들끼리 사이좋게 안 지냈다고 호들갑이다. 상설팀도 아니고 더욱이 구기종목처럼 단체경기도 아닌데 대체 국대팀 교우관계 질책하는 이 훈계가 왜 튀어나와야 하냐, 시방.


게다가 강호 초절정고수들이 하도 득실대는 바람에 세계대회 금메달 따는 것보다 대한민국 대표 선발되는 게 더 어려운 종목 중 하나가 쇼트트랙이랜다. 선수 개개인이 각 나라 국가대표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경쟁하는, 장난아닌 업계인 거다.


모두가 서로를 몹시 사랑하며 지내면 좋은 일이겠으나, 어떤 이유로 사이가 안 좋다고 해서 그게 지탄받을 일이 될 수는 없다. 안현수가, 오노보다 이호석과 반드시 더 친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면면이 국제적 라이벌이라니까 그런다. 촌스럽게 쟤네들 사이 안좋다고 까대지 말자.


촌티 둘.


사태는 급기야, 지들끼리 티격태격하다가 세계선수권대회 전종목 석권을 놓쳤다고 애석해 하기에까지 이른다. 안됐지만, 이건 세계선수권대회 성격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세계선수권대회는 국가가 부각되는 올림픽과는 성격이 다르다. 선수개인의 국적이 중요한 대회가 올림픽이라면, 세계선수권은 국적을 가진 선수 개인이 아주 중요한 대회이기 때문이다. 사실 올림픽도 도찐개찐이긴 하나 애써 넘어가는 바다.


국대팀은 세계선수권 바로 전에 세계 "팀선수권" 대회에 참가했더랬다. 이 대회는 국가대항전 성격의 대회로서, 참고로 우애 나쁜 한국팀이 남녀팀 1위를 각각 차지했다. 그리고 세계선수권에서는 한국팀이 아니라 안현수와 진선유가 개인종합 1위를 기록했다. 안 들릴까봐 다시 말하는데, 한국팀이 아니라 안현수 선수와 진선유 선수다.


어디서 금메달 하나 따면 한국인의 우수성을 세계에 떨쳤다며 기뻐하던 80년대적 풍습의 흔적이란 걸 감안해도, 개인타이틀 놓고 벌이는 경기에 대한민국 석권 들먹이는 이 자태, 무대책적으로 촌스럽다.


촌티 셋.


한편, 다 같은 한국선수들인데 골고루 금메달 따야하지 않냐는, 일각의 금메달 오순도순 돌려먹기 주장은, 듣고 있으면 낮았던 혈압마저 치솟는다. 물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개인경기에 팀플레이를 강요해 온 역사가 없던 것은 아니다. 감독님 강요로 형이나 언니 밀어주고 나중에 형 언니 되어 후배의 배려를 받는 팀 "전략" 얘기다.


금메달이 국위선양의 척도처럼 호도되던 그 시절에, 마치 세일즈 실적 쌓는 것처럼 묻지마 메달수치가 중요하던 그 시절에, 해서 어떻게든 가능성 있는 선수 몰빵해줘야 하던 그 시절에, 또 비인기종목 선수들일 경우 군부가 하사하신 종신연금만이 주수입원이던 그 시절에 횡행하던 이 눈물젖은 빵같은 부조리를 지금도 대놓고 강요하는 게 금메달 돌림빵 주장이다.


스포츠의 본질은 양보나 돌림빵이 아니라 내가 이기는 거다. 그게 페어플레이다. 금메달 나눠가지라고 하지 마라. 촌티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어떤 국대팀 내부에 아직도 이런 전략이 자행된다던데, 말 그대로 들리는 소문이라니, 설마하고 넘어간다만은.. 만약 진상을 가린다면 개인경기에 팀플레이라며 선수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런 더티 팀플레이가 있었는지나 가려 보시라.
 






어쨌거나.


넓게 봤을 때 갈등은, 다양한 이름으로 어디나 존재한다. 그리고 그 다양한 갈등들은 조직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도출하는 요소들로 작용한다.


특정대와 비특정대 간 대립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다는 근래 들어, 한국 쇼트트랙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더 잘 나갔다. 이 선수단은 올해에만 올림픽 금메달 6개, 세계 팀선수권 남녀 1위,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남녀 1위라는 성적을 낸다. 이 경우는 그래서, 갈등이 최적의 효과를 나타낸 사례다.


개인타이틀을 향한 선수들의 성취욕, 선수-코치간 혹은 선후배간 배타적 연대는 스포츠 부문 뿐 아니라 어떤 조직이건 나타나는 양태들이다. 그 내부 구도를 자극하고 불평등에 기인한 불만을 승부욕으로 유도, 어느 놈이 됐건 보다 큰 업적을 달성하도록 유도하는 게, 글로발 시대의 경쟁원리 아니었던가.


 


지들 사이 안좋아 쌩까고 밥 같이 안먹고 다닌 게 무슨 국가적 재앙이라도 되냐. 끼리끼리 모여 원하는 코치와 연습하면 또 왜 굳이 안되는데. 수퍼A급 선수들에게 호흡 잘 맞던 개인코치 안붙여주는 게 더 의외다. 이런 건 왜 그 좋다는 글로발라이제이션 안되나 몰라.


쇼트트랙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많이 울었단다. 힘들어서, 훈련보다는 서로를 견제하고 미워하기까지 해야 하는 환경이 너무 힘들어서 울었단다. 그런데 그게 이 친구들이 감내해야 할 경쟁의 다른 얼굴이다. 옛날 동구권에서 국책으로 관리 들어가던 체조요정들이 누린 권좌 이면에 그녀들의 몸과 영혼을 잠식하는 고된 경쟁환경이 있었던 것과 매한가지다.


또한 호떡집 불난 듯 떠들어 댄 그 파벌이란 거 내부경쟁 시스템의 촌스런 이름일 뿐이다. 한체대 출신이건 아니건 눈 앞의 경쟁자만 극복하면 세계 1위가 되어버리는 이 바닥 경쟁 시스템을 인정하지 않고, 한국 쇼트트랙의 10년 넘는 글로발 패권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


정리하자면, 선수들의 눈물과 고통은 유감스럽게도 국제적 패권을 획득유지하는 과정에서 함께 자라난 반작용일 뿐이다. 부차적인 게 아니라, 동전의 양면이라는 얘기다.


졸라 비인간적이지. 근데, 어쩔 수 없다. 스포츠정신이고 아마츄어리즘이고 기타 여러 나발이고 간에, 이미 세계는 온갖 스포츠쇼를 비용 지불하고 즐기며 논다. 특히 올림픽은 더 이상 체제경쟁용 혹은 애국심고취 수단이 아니다. 지구급 플레이어들이 한자리에 모여 스킬을 겨루는, 돈 쳐바른 스포츠쇼 종합선물세트가 21세기형 올림픽이다. 그리고, 관중과 시청자는 국가라는 이름의 연고팀을 응원한다.


연고팀 우승을 바라는가. 아님 연고팀 선수들의 영혼 구제를 바라는가.


선택하시라. 두 개는 양립하기 졸라 힘들다.


 


- 딴지 스포츠시청반
시포(shepoor@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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