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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뷰] 일망타진 이너뷰 - 민주당 한화갑 의원

2004.2.12.목요일
딴지 총수

총선이다. 이번 총선 중요하다. 아주 중요하다.


이젠 DJ도 YS도 없다. 돈도 조직도 없다. 지난 수 십년 간 대한민국 정치를 구동시켰던 작동원리가 이번 총선에서 대체된다. 새로운 메카니즘이 수립된다. 어떤 기어가 교체되고 어떤 샤프트가 날아갈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정치는 이번 총선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거란 거다.


이에 본지, 일주일에 한 명씩을 이너뷰하기로 했다. 특정 지역을, 특정 세력을, 특정 구조를, 특정 주장을 대변하는 문제적 인물 하나씩을 총선까지 뽕빨 이너뷰한다. 그들 문제적 인물을 통해 현재의 대한민국 정치 지형도를 매핑해보려 한다.  


그 첫 번째로 한화갑. 민주당의 생존. 호남기득권. 지역주의. DJ의 유산.. 이런 키워드들이 만나는 서로 만나는 지점에 그가 있다.



2월7일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 428호. 본지에선 총수와 편집장이 떴고 한겨레에선 김소희 기자와  강창광 기자가 날아왔다. 본 이너뷰는 한겨레와 합동작전으로 수행되며 기사는 한겨레와 딴지에 동시 게재된다.


방은 언제나 그 사람을 이루고 있는 일부를 대변한다. 그의 방은 팬시한 것이 하나도 없다. 공간을 채우는 것이 곧 인테리어라고 생각해 뜬금없는 자리에 너무 크고 너무 많은 수의 화분을 널어놓은 변두리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에 소파는 복덕방 레벨이다. 매끈하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포장에 속고 있단 기분은 결코 들지 않는다. 그의 방은 그의 말투를 닮았다.


한겨레 총수기사 보기






 


 



통성명 후 바로 의원회관의 로비의 커피 자판기 앞으로 갔다. 사진촬영하러. 한방차가 쫄쫄 떨어져 종이잔에 채워지길 기다리는 사이 그가 최초로 건넨 말은 "수염을 기르면 면도할 일 없어 좋겠네." 였다. "아뇨 그래도 면도 해야 되요.." 라고 채 말을 꺼내기 전에 사진촬영이 시작됐다. 그가 두 번째로 건넨 말은 "살을 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밥을 조금 먹는 거예요. 내가 77킬로 나가다가 지금은 아침에 재면 72,73 킬로 나가요.." 였고, 이번엔 "음. 안 먹으면 된다.." 라고 혼잣말한 후 제대로 대답을 하기 전에 사진촬영이 끝나 방으로 돌아왔다.


한 : 주위 몇 분에게 물어봤더니, 잘못 걸리면 재미 없으니 조심하라고 하더라구..


총 : 일간지 기자야 계속 봐야 하니까 조심해야 하지만, 저야 뭐 한번 보고 다신 안 봐도 상관없으니 가리는 게 없죠.. 대부분의 관련 기록을 뒤져봤는데.. 64년 졸업하고 DJ를 만나시기 전 4년간은 기록이 없던데요..


한 : 아. 그래요. 63년 졸업하고 외무고시 준비한다고 서울대 중앙 도서관에서 고시공부를 했어요. 입주해서 가정교사 노릇도 하고, 파트타임으로, 동가식 서가숙 한 거예요. 그러다보니 생활이 정돈이 안 되고 무질서해졌지. 그러다 516 구데타 뒤 군필자 아닌 사람은 시험에서 5% 손해를 보게 하는 거야. 아니 처음에는 아예 자격을 안 주는 거야. 그래서 다른 공무원 시험 치르려고 병적조회를 했더니,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구.


제 기억으로는 영장이 나왔는데 수령이 안됐다는 거였지. 병사담당자 얘기는 흑산면에서 도천면으로 섬이 이동했는데 그 과정에서 대학졸업하고 신체검사 를 해야 하는데 그 통지서가 누락된 거야. 그걸 안 했다고 해서 응시자격이 없다 이거야. 그렇게 해서 내가 할 일이 없어졌지. 그래서 지금 인천가는 세월문화재단이라고 지홍택 선생이 있어. 이 양반하고 같이 뭘 했냐면은, <새물결>이라고 하는 격주간지를 만들자고 했어. 그래 그걸 등록신청을 했더니, 그땐 허가제가 아니고 등록제입니다, 등록증을 안 준다는 거야. 등록증 못 받고는 발행을 못한다.. 이러면서.. 계속 우리를 감시하는 거야. 그래 난 그때는 그게 뭔가 첨에는 잘 몰랐어. 지홍택 선생을 첨에는 잘 모르고.. 누가 소개를 했냐면 YS 대통령 때 정무수석을 한 조홍래 수석이 소개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깐 내가 감시대상이 돼 있어.


총 : 왜요?
한 : 지홍택 씨가 조봉암 계열이여.
총 : 아..
한 : 지홍택 씨가 조봉암 씨 계열인데 그 사람하고 내가 같이 하니깐 한화갑이도 사상이 붉다.. 딱 이렇게 규정짓고 감시대상이 되어 버린 거야.
총 : 그런 뜻이 전혀 없었는데..


한 : 그렇지. 그리고 그때는 사기업체라고 해봐야 지금처럼 대기업도 없고.. 취직을 할 데가 없어요. 그렇게 되니깐 어디 시험도 못 보겠고.. 아무 것도 못하는 거여. 그런데 그때 마침.. 목포 도자기 제조하는 행남사라고 있어. 근데 그 행남사에서 독일에서 차관을 들여오는데 뭐 영어도 몇 마디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내가 거기 취직을 했어. 그래서 6개월간 근무를 했는데 그 차관이 취소가 됐어. 그러니까 내가 거기 있을 필요가 없어졌지. 그러니깐 4년 공백이 그렇게 지나간 거여. 아무 것도 못하고...


지금은, 이런 세상이 됐지만 그때는 정보부가 딱 지켜봐요.. 편지도 못해. 내가 편지를 보내면 편지 받은 친구들이 전부 조사를 받어. 한화갑이 어떻게 생활하나 하고.. 그러니깐 한 번 그렇게 당한 사람들은 나를 상대를 안 하더라구. 그래서 완전히 고립된 거야. 그래서 그때만 하더래도, 좀 지나친 표현같지만, "인자 내 인생에 희망이 없구나.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 이런 생각까지 할 때가 있었어요.


총 : 그니깐, 어떤 선택을 하셨다기 보다는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선택의 여지가 사라져버린 거군요?


한 : 그렇죠. 그러니깐 이건 대한민국이라는 세상에서는 아웃된 사람인 거야.  그러니깐 편지도 어디다 보낼 수도 없고... 집에도 편지를 안 해요. 그러고 안 한 이유가 내가 섬에서 태어나서 신식교육을 받아서 대학을 졸업한 1호여.


총 : 그 말씀은 그 섬에서 1호란 말씀이죠.
한 : 예. 근데 서울대학 졸업자도 1혼데, 이거 암 것도 못 하고, 밥벌이도 못 하고, 쫓겨 다닌다니 내가 고향에를 못 간 거야. 아니 그렇잖아요. 우리 집안에서도 보면 취직도 못 하고 저라고 있고...


총 : 잡지 내용은..
한 : 그러니깐 이제 그.. 우리가 구상한 것은 새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4.19직후니깐 젊은이들의 기상을 널리 펴는 그런 내용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5.16 이후의 사회를 우리가 끌고 가는 주역으로써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 이런 것도 토의하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5.16 세력들이 볼 때에는 이것들이 위험스러운 존재들이야.


총 :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사안에 관심이 있으셨군요.
한 : 아, 물론이죠. 그런데 인자 집에도 고향에도 못 가고 편지 보내면은 전부 검열되고, 그러니 이건 그냥 완전히 암흑세계야.


총 : 자취하셨어요?
한 : 동가식 서가숙하고.. 제가 가정교사 노릇을 했었어요. 파트 타임 잡, 아르바이트로 거기서 지내고 있는데.. 엄창록 씨라고 그때 김대중 의원 조직책이 목포서 선거운동 해달라고.. 그때는 내 목포서 살았어, 그래 선거운동을 했다고.


총 : 그 당시에 소위 지지하는 정치인을 알아서 선택하셨다기 보다는 누군가에 소개에 의해서..
한 : 예, 그렇죠. 또 그리고 나도 좋아하기도 했고. 그리고 대학 3학년 때인가 첨으로 김대중 의원을 만난 적도 있었어요. 고향선배가 김대중 대통령하고 친한 분인데 "나 김대중 의원 뵈러 가니깐 같이 가자"고 해서 소개해줬어요.
총 : 그때는 동네 선배니깐 같이 가 만나자 해서 자연스럽게 가서 만나고 그런 거군요.


한 : 예. 그래서 좌우지간 선거운동을 하자, 해서 좋다.. 그래 목포서 선거운동을 하는데.. 서울대학 나온 사람이 여기서 선거운동하고 자빠졌냐고 하니깐 선거운동하기도 창피하더라고요. 그니깐 나는 할 일이 없잖아요. 취직도 안 되고, 이제 관공서 시험칠라 하믄 사상이 의심스럽다고 해서 안되고.. 살 방법이 없는 거야. 인자 그렇게 하고 선거를 끝나고 내가 무조건 그 해 6월말인가 7월초에 서울로 올라왔어요.


총 : 그니깐 첫 번째로 DJ 선거를 도와준 후에..
한 : 서울로 올라왔죠.
총 : 그때까지만 해도 계속 그 길로 갈 거란 생각을 않으셨군요?
한 : 그때는 내가 어떻게 보면 완전히 방황하던 때예요. 내 앞길이 꽉 막혀있으니까...


총 : 첫 번째로 선거운동을 하긴 했지만...
한 : 했지만 앞길이 딱 막혀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동서남북 봐도 뚫고 갈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러니깐 그 환경에 끌려오다시피 했어요. 그래 서울에 와가지고는 그때 김대중 의원이 유진오 당수로부터 원내총무 지명을 받았어. 근데 의원총회에서 인증을 거부했어요. 만약 원내총무가 됐으면은 내가 억지로래도 원내총무실에서 일을 하게 됐었을 거야. 그것도 안 되고 있는데 어떤 일이 있었냐면 68년 가을부터 원내총무 인준이 부결돼 버리니깐 우리가 이것에 연연하지 말고 한 단계 도약하자. 그래가지고 71년 대통령 후보를 나가자, 그러기 위해서 준비를 하자. 그래 갖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각 도별로 조직됐어요. 그런데 나보고 경상남도를 맡아달라 이러는 거야.


총 : 왜 그랬을까요? 말씀하셨듯이 이것이 내 직업이거나 내 평생 갈 길이라는 판단까지는 안 한 상태 아닌가요..


한 : 왜 그랬냐면은 나는 김대중 의원을 대통령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그때 가지게 됐어요.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김대중 의원 같은 경우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총 : 처음 대학교 3학년 때 만난 고 몇 년 후 우연히 의원선거를 도와주시고, 다시 대통령 선거를 도와주시고 하는 과정에서 그 후로도 쭉 김대중 의원을 따라가게 만든 결정적 계기나 사건.. 뭐 그런 게 있었나요?


한 : 예. 그때 내가 이런 게 있어요. 내가 가정교사 아르바이트를 할 때, 경상도 분이 내가 전라도 사람이라고 가정교사를 안 받아줬어요. 그래서 내가 그때 결심을 했어요. 지역차별을 철폐해야 되겄다...


총 : 그때도 그런 게 있었나요?
한 : 아, 지금하고는 종류가 다르지만 있긴 있었어요. 이 지역차별을 철폐해야 되겠는데.. 물론 경상도 사람이라고 다 그런 거 아니었고. 내가 가정교사 구할 때 전부 경상도 친구들이 날 소개해줬으니까. 조홍래 수석도 소개해줬죠. 지금 한나라당 국회의원하고 있는 박세환 의원 있어. ROTC 4성장군 출신인데 그 친구도 소개해줬지. 진주 출신 박은태 의원도 날 소개해줬지. 전부 그랬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를 경상도 집에서 가정교사 노릇을 했어. 그런데도 그런 분이 있긴 있었고 그게 계기가 됐어..


총 : 그니깐 그 당시만 해도 순진한 수준의 지역 정서지, 정치적으로 그걸 이용하거나 그렇게까지는 안 갔나 봐요.
한 : 그렇죠. 내가 거기서 결심을 했죠. 자, 이거 안 되겄다. 지역차별 없앨라면 좋은 정치를 해야 되겄는데 그러면 누가 좋은 정치할 수 있나? 김대중이다. 이런 생각을 한 거여.


총 : 하필 왜 김대중이 됐을까요?
한 : 아, 우리 고향사람이고 장래성이 있으니깐.. 그리고 그때는 국회의원 중심으로, 선거구 중심으로 활동을 하니깐 고향사람들이 주변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깐 내가 경남을 맡은 게 경남 사람이 김대중 의원 곁에 없는 거여. 그래 내가 경남을 맡아가 조직운동을 한 거여.


총 : 하필이면 경남을 맡아라 한 이유가 있을까요?
한 : 하나씩 맡아가다가 한화갑이는 경남을 맡는 게 좋겠다 이래 가지고.. 또 맡을 사람이 없잖아. 그래 내가 가서 성공했어요. 71년 대통령 후보 될 때 김영삼 대통령하고 겨뤘거든. 근데 경상남도 대의원이 김영삼 대통령한테 가는 표보다 김대중 대통령 하는 오는 표가 더 많았아요.


총 : 그러니깐 그 당시에는 우리 동네 사람이니깐 찍어야 된다 보다는 정말 사람을 보고 찍었군요.
한 : 그렇죠. 그때는 어떻게 됐냐면 대통령 후보를 정하는데 이철승 선생하고 김영삼 대통령은 그 지명권을 유진산 당수한테 위임을 했어요. 근데 김대중 대통령은 당당히 내가 대의원 대회에서 겨루겠다. 그러니까요 부산 같은 데서 "야야~ 김대중이 됐다" 하며 이렇게 올라간 거여. 그래서 우리가 이길 수가 있었어요.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좌우간 그 일을 하게 되니깐 경상남도 부산에 자주 내려가게 된 거야. 집에다 편지 쓸 때는 내 주소를 안 적고 집으로 보내. 잘 있단 말만 써서.. 1년에 한 두 번.


총 : 계속 감시를 당하시니까..
한 : 그렇죠. 그렇게 알고 있는 거여. 그리고 그때는 내가 군사정권 때문에, 불이익을 겪고 있기 때문에 DJ를 당선시켜야 군정을 종식시키는 거여. 그러니 전 정력을 거기다 쏟을 수밖에 없는 거야. 내가 살기 위해서..



총 : 당시, 자신의 삶이 피곤해지고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군사정권이 짜놓은 틀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는 데서 불합리한 정권을 타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시게 된 거군요.
한 : 그렇죠. 그래서 좌우간 김대중 대통령 만들고 군정 종식시키자. 이거여.
총 : 굉장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출발했습니다.


한 : 그렇기 한데, 군정종식은 대의명분이 있었죠. 왜냐면 그때 학생들은 4.19때부터 전부 평화통일이여. 판문점으로 가자고 그때 학생들이 그랬어요. 그 평화통일론자인 조봉암 씨도 그랬고. 그랬지만은 결국 5.16 후 그 민족일보 사장들, 평화통일 주장하는 사람들 막 사형시키고 그랬잖아요. 그리고 학생들이 평화통일 말을 못하게 만들었어요. 그니깐 우리가 주장하는 평화통일 실현하기 위해서도 군정과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여. 근데 내가 앞장 서서 싸울 힘이 없고 여건이 안 되니까 김대중 대통령을 내세워서 이걸 끝장내자 이거여. 그런데 내가 사상적으로 의심을 받고 하니깐 군대영장이 한 번도 안 나왔어요.


총 : 보통 그러면 군대에 데려가 버리지 않나요? 잡아가거나?
한 : 아, 그건 그 후에 유신 때 강제 입영시켰지만 그때는 그런 거 없었어요.
총 : 물들까봐? 기존군인들이?


한 : 그렇죠. 근데 내가 67년 7월 초인가 서울 올라왔는데 7월 20일자 영장이 또 나왔어요. 근데 그걸 내가 그걸 몰랐어요. 지금은 군대를 언제 가는 줄 알고 대비하는데 그때는 뭐 느닷없이 나온 거야. 본적지로. 근데 내 본적지 섬은 목포에서 직항로가 없어. 그리고 큰 섬에 가서, 거기서 우리 학교 댕길 때는 돛단배를 빌려 타고 댕겼어. 정기선이 없어. 그란 곳이라 그게 나한테 주소도 없는데 전달될 리가 없어..


총 : 어디 있는 줄도 모르는데..
한 : 그렇죠. 그렇게 해가지고 영장 나온 걸 내가 몰라버린 거여. 그리고 나는 그 후에 병력기피자 신고기간이 있었는데, 나중에 그 말을 듣고 신고를 했죠.


총 : 그럼 어쨌든 군대를 안 가신 거네요.
한 : 안 갔지. 근데 그건 나도 피해자지. 유신 이후 중앙정보부에 잡혀갔더니, 영장이 나왔는데 안 갔다 이거여. 기피라고, 이거 병역법 위반이라고 입건한다고 그러더라구요. 근데 난 신고했는데 왜 그러냐 그랬더니 영장이 또 나왔었다 이거라, 허허. 난 몰랐다고. 그랬더니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그걸 처벌 못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알고 보니 나중에 나온 건 전달이 안 되니깐 병사계 사람이 그걸 들고 와서 아버지가 면으로 갔던 모양이라. 그래서 나중에 신고기간이 있어서 신고를 했어요, 아버지가. 면에서 하라니까. 신고는 다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아무 하자가 없어. 좌우간 그 문제는 내가 피해자라. 아무튼 이렇게 해서 71대선이 끝났는데 그리고 유신이 왔어요.



정치인으로 여하간 병역을 필하지 않은 것은 내심 보통 걸리는 것이 아닌 듯 했다. 가장 긴 설명을 거기에 할애했다. 여하간, 종합하자면 그의 20대는,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의 결과였다. 그리고 그 끝에 DJ가 있었고.


여기서부터 71년 박정희 vs 김대중의 71년 대선 이야기. 이 대목을 기다렸다. 오늘의 체크 포인트.


총 : 근데 그때 오히려 김대중 후보가 박정희보다 영남에서 표를 더 많이 받지 않았나요?
한 : 아니죠. 그렇지는 않았죠. 부산에서 46% 받았어요.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이 경상도에선 90%이상 받았어요.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은 전라도에서는 70%도 못 받았어요. 그라고.. 그때는 뭐 삼선개헌하고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이고, 그때는 전라남도나 북도 국회의원들이 지금처럼 전라도 일색이 아니었어요. 야당의 수도 적었고. 심지어는 목포에서 64% 얻었어요.


총 : 당시에는 지금 말하는 정치적 지역감정하고는 달리, 우리 동네에서 나왔으니깐 밀어줘야지 하는 순진한 지역색.. 뭐 이런 차원을 벗어나지 않았군요?


한 : 그렇죠. 그러다가 그때 부산, 경상도 일원에다가 무슨 방이 붙었냐면 전라도 사람들이여 단결하자.. 이런 걸 막 붙어놨었어요.


총 : 이게 박정희 대통령 쪽 사람들이..
한 : 정보부에서 한 거죠. 역으로 경상도 지역감정을 이용하기 위해서..


총 : 지역감정이라는 게 정치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이 그때가 처음이죠?
한 : 그렇죠. 그러고 그때 이효상 국회의장이 경상도 가서 유세하면서 경상도 대통령을 전라도가 뺏어갈라고 한다.. 그랬어요.
총 : 그게 먹힌 거군요.
한 : 그래서 지역감정이 그냥 확 불었죠. 그렇게 해가지고 우리가 졌는데 실질적으로 저희는 그때 부정선거 안 했으면 이겼다고 지금도 생각해요. 또 그때 당시 김재규 장군이 보안사령관이었는데, 그 보안사령관할 때 부정선거를 했다는 말을 주변사람들한테 했다는 그런 소문이 지금까지도 전해오고 있어요. 물론 확인할 길이 없지만.. 삼척동자도 그때 당시 부정선거를 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총 : 정치적으로 이용한 지역감정의 최초 피해자가 생긴 거군요.
한 : 예, 예. 그렇죠. 그리고 제가 지역감정에 대해 그런 말을 했었죠. 지역감정을 조장해서 이로운 사람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것이지 불리한 사람이 조장하겠느냐? 그러면 어느 쪽이 이롭냐? 유권자가 많은 쪽이 이롭지 않겠냐? 안 그래요? 김대중 대통령이 유권자가 적은 전라도 사람인데, 뭣 때문에 지역감정을 유발해서 불리하게 선거를 치룰라고 하겄느냐..


총 : 그때 말씀하시니깐 생각나는데, 2000년 4.13 선거 때 한나라가 싹쓸이를 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예전엔 그래도 영남에서도 띄엄띄엄 이렇게 무소속이 되거나 그랬었는데 DJ 시절인 지난 총선 때 흔히 말하는 영남 패권주의라는 게 최고조로 발호해서 싹쓸이를 했는데.. 그땐 기존의 지역감정하고도 조금 차이가 있다 싶었던 게 기존의 지역맹주들도 다 떨어졌어요. 신기하게도.


그니깐 우리 동네 사람 밀어주자, 우리 동네 잘 살게 하자.. 하는 수준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는 전라도가 우리 걸 다 가져간다, 대구 공장이 다 망한다.. 그런 근거 없는 불안 정서에다가 더 나아가 빼앗긴 우리 걸 되돌려 받아야 한다... 하는 성향이 나타나면서 방어적 지역감정이 아니라 공격적 패권주의로 변해가게 됐는데.. 그리고 그때 한나라당이 툭하면 대구 부산 내려가가지고 집회해서 그걸 자극하고.. 그때 굉장히 많이들 비판 했었죠, 한나라당을. 민주당에서도 공격을 많이 했었고...


한 : 네.. 2000년에 그런 게 있었고요. 그리고 영남에서의 반DJ 정서는 이유가 필요 없어요. 무조건이야. 맹목적으로 반대야. 그런 것들이 있는데..


총 : 근데 왜 요즘 민주당이 광주를 내려갈까요?
한 : 아, 예.. 이번에 광주간 것은 당에서 결정해 갖구... 전 안 갔습니다. 안 갔지만 (때마침 전화벨...) 죄송합니다. 요건 꼭 받아야 될 전화라서... (전화 끊고)



총 : 예전에, 예전에 한나라당 툭하면 내려가는 것하고 똑같이 보이거든요.
한 : 그러니깐 시작을 광주서 한 거지, 이제 앞으로 할 거여. 다른 데도 가서.. 그건 그렇게 봐주시고. 아무래도 장사를 하더래도, 내 물건이 잘 팔리는 데 가서 기선을 잡는 거 아니요? 그런 걸로 이해해주시고.. 빙 돌아서 다른 데서도 그런 행사를 한다니까 끝나고 나서 결산을 해야지요.


총 : 이런 것은 어떻습니까? 제 기억으로는 평민당 시절이었던 거 같은데, 노란색이 평민당의 색깔이지 않았습니까? 그 이후로 십 년 이상 한 번도 노란색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었는데 근데 최근에 열린 우리당이 노란색 코트도 입고, 노란색 캠페인도 하니깐.. 노란색이 호남을 연상시킨다고 생각했었는지 노란색에 대해서 민주당이 민감해하신단 말입니다. 그 정도로 그저 색깔에까지 예민해 하는 것은 지역을 그만큼 의식하는 거 아닌가요?


한 : 점심 좀 시켜줘. 맛있게 좀 시키라고..
총 : 하하하. 곤란한 질문 나오면..
한 : 내가 지금 딴지 부리는 거 같나요? 하하.
총 : 하하하하..
한 : 그건 지역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총 : 생각이 드는데..


한 : 원래 노란색은 1986년인가 필리핀 2월 시민혁명 때 아퀴노가 혁명을 주도했을 때 썼던 색깔이에요. 그 색깔을 평민당에서 도입해온 거죠. 그러니깐 노란 색깔은 평민당의 트레이드 마크인 거여. 그러니깐 특히 영남쪽에서 반DJ, 반평민당 정서를 가진 사람들은 노란 색깔을 평민당으로 보고 거부를 했죠. 그때 당시 우리가 선거를 하면서 자동차까지 전부 노란색으로 했어요. 그리고 저번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노란 마후라 두르고 했잖아요. 그것이 전부 민주당 이름으로 된 거여. 그러니깐 원래 노란 색깔이 민주당 꺼다 이거여. 그러니깐 노란 색깔의 원조가 우리니깐 그걸 찾아와야 될 거 아니여. 이것으로 인자 노란 색깔을 부활시킨 거 같아요.


총 : 노란색의 정통성을 찾으려고 하는 거다... 근데 사실 색깔 가지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색깔 노란색이 우리 꺼라고 하는 건 굉장히 민감해 보이는데.. 지금 색깔에도 그 정도의 위기감을 느끼는 게 그만큼 다시 노란 색깔과 연결된, 연상되는 호남의 지역정서에 의지 해보고 싶은 속내 아니냐, 이거죠.


한 : 그건 모르겠어요. 당에서 한 거라...
총 : 아셔야 하는데...


한 : 그건 당에서 결정하고, 제가 이번 당사에서 갇혀 있을 때 에.. 주변에서 아마 그랬던 거 같아요. 노란 잠바를 보내주라고. 집에 연락해서 집에 잠바가 없으니까 어디 가서 빌려왔던 거여. 그걸 내가 며칠 입고 있었어요. 그러나 노란색이 원래 우리 꺼다 해서 찾아오자고 한 것이재, 무슨 지역하고 결부해서 노란 색은 우리 것이다, 이건 아닌 것이요.


그럼 열린당에서 노란 색깔할 때는 호남에 안주하기 위해서 노란 색깔 택했다고 말하지 않을 꺼 아뇨. 그 사람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서 노란 색깔 택했다고 하재. 그럼 우리하고 정반대 아니여. 그러기 때문에 어떤 지역성을 가지고 노란색을 논하는 것은 지금 민주당에서 그런 생각 없이 주인이 원래 우리다 이 생각 가지고 말한 것이다...


총 : 그런데 그 말씀만으로는 지금 상황이 전부 납득이 안 가는 게 있는 게, 물론 의원님이 하신 건 아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번에 민주당에서 다들 광주에 내려가서 "호남을 죽일려고 한다"라고 말하는 건 이해가 안 가거든요.. 제 기억으로는 DJ 시절에는 단 한번도 광주, 호남에 내려가서 호남을 죽이려고 한다.. 이런 식의 지역주의 발언은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은데요.


한 : 제 사건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제조업하는 사람들이 제품을 팔 때도 이 수요자를 상대로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고객이 많은 곳 가서 먼저 팔아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것이고..
총 : 우리 고객은 호남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요?
한 : 누가 뭐라 하더래도 민주당의 지지자 중에 많은 수가 호남이라는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총 : 소수가 지역감정을 이용해 뭐가 유리하겠냐 하는 것은 대선구도에서는 맞는 말인데.. 총선에서는 그렇지만도 않쟎습니까.


한 : 아, 그렇다 하더라도 달라요. 왜 그러냐면 영남은 현행법으로도 지역구가 65갭니다. 호남은 29개예요. 그러기 때문에 절반도 못 되요. 그런 면에서 지역감정을 호도해봐야 그만큼 손해 봅니다.
총 : 총선에서는 의원 개개인이 당선되느냐 마느냐의 문제니까.
한 : 아, 아.. 오히려 총선 때는 그런 것보다도 그 지역 표심을 얻으려면은.. 소지역감정이 더 심해요.


총 : 그럼 이번에 "호남을 죽이려고 한다" 이 말의 진의는..
한 : 그 말은, 그 말은 별로 안 통할 거여. 그 말은 이제 당에서 쓰면 안 돼. 이젠 안 쓰잖아요.


총 : 하지만 최근에 광주에 내려가서 공격적인...
한 : 누가 연설하면서 그런 말 할 수 있겠죠. 그러나 그것은 호남은...
총 : 그럼 안되는 거 아닙니까?


한 : 호남에서도 큰 호응을 못 받은 걸로 내 기억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화가 나면 막 이말 저말 하지만은 해놓고 보면은 이 말 괜히 했다 이런 생각도 하는 거 아니요.


총 : 그럼 민주당, 당의 차원에서 호남을 죽이거나 고립시키려고 하는 시도가 있다는.. 그런 인식이 있긴 있습니까?


한 : 에... 민주당에서는 그런 피해의식이 있어요. 왜 그러냐면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당을 만들 때 개혁신당이라고 해서 부산을 중심으로 시작했어요. 그쵸? 그렇게 했는데, 부산이나 경남, 김혁규 지사까지도 탈당을 시켰는데 부산에서 열린당이 노무현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의석수 확보가 어렵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그 다음에 침투하기 좋은 데가 어디냐? 호남입니다. 호남이고..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노무현 대통령에게 몰표를 준 곳이 호남이여. 그래서 이.. 민주당에 대한 상처, 그리고 민주당의 대표성을 가진 사람에 대한 상처, 이걸 통해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떨어뜨리려는 전술전략을 쓰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민주당은 호남의 표래도 방어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총 : 실제 그런 작전이 있다고 생각을 하시는 거군요.


한 : 아,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왜 그러냐면 저에 대해서도 직간접적으로 합류나 탈당에서 입당을 권유했지만은 제가 그걸 거부했어요. 그리고 심지어 민주당 필요 없다 한화갑 당신만 오면 된다, 그래도..


총 : 누가 그런 제의를 했는지 말씀을 안 하실 거죠?
한 : 예. 그거 안 해야죠. 최소한의 도리가 있어야죠. 그렇게 했는데도 나는 민주당을 지키기로 선언한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손해 봐도 민주당을 지켜야 된다. 단 그렇게 하려면, 그렇지 않으면 노무현 정권이 당장 무너져서 혼란이 온다든지, 남북문제 풀어가는데 지장이 온다든지 그러면은 내가 그 대의명분 찾아서 갈 수는 있다.. 명분을 만들어주라. 이 말까지 했어요.


총 : 그런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에 사실은 일종의 보복을 당하신 겁니까?
한 :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 입장에서는 그것을, 그런 사실은 내가 공개는 했지만, 꼭 그것 때문에 저를 검찰에서 소환했다..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총 : 개인적으로 그렇게 보지는 않지만은...
한 : 않지만 정치적인 개연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총 : 사실은 딱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아귀가 맞는데..
한 : 그런 점도 전혀 무시할 수 없지만은 꼭 그런 점만 가지고 나를 소환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총 : 타이밍상 그게 상관관계가 있고, 그 작전 중에 일환이다..하고 비춰지는데..
한 : 아... 이런 말은 안 나오기로 해놓고 나오네..


총 : 하하하. 여하간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한 : 에.. 제 문제기 때문에 제가 단정적으로 얘기는 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정치집단끼리의 무슨 대화나 협의 또는 타협, 협상 이런 것은 초법적인 것이 있는 겁니다.


총 : 혹시 과거 같으면 시점상 예민해서, 정치적으로 풀 거였는데 역으로 이번에는 검찰이 그냥 가버린 거 아닌가요? 독립적으로?


한 :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검찰이 꼭 독립적으로만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 그러냐면요. 검찰은요, 한국의 각 정당 중에요, 여당 경험이 없는 정당이 없어요. 과거에는 검찰하고 권력이 더 밀착해서 정치적인 결단에 의해서 정치인을 다스렸어요. 지금도 아무리 독립이라고 하지만은 청와대하고 전혀 조율없이.. 정치인 조사해서 뭔가 나왔다 하면 청와대 보고 안하고 그대로 끝내는 게 아니예요.


총 : 그럼 최소한 막지는 않았다..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한 : 에.. 좌우간 그건 내가 말할 순 없지만 이것이 정치적 개연성이에요. 그리고 누가 정권을 잡았든간에 검찰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총 : 왜 히틀러가 유태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때려잡아야 된다고, 정치라는 게 실은 대결구도가 필요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적도 만들어야 되고 그러는데, 지금 정말 법적인 게 문제가 된 게 아니라 총선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일 확률이 더 높을까요?


한 : 정치인은 정치적인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듣기로는 그렇습니다. 열린당이 총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 기존세력들이 물러나줘야 되요. 그렇죠? 그런데 기존세력들이 물러나지 않는다 이 말이여. 그래서 막말로 이걸 쓸어버려야 되요. 그래야 열린당 사람들이 진출할 룸이 넓어져. 그러니깐 전혀 정치적인 고려 없이 이 일이 진행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총 : 그러면 정말 정치판이라는 게.. 아까 여당 안 해본 정치세력이 없어서 다 안다.. 말씀하셨는데 정치판이라는 게 그렇게 다 음모이기도 하고, 배신이기도 하고, 권모술수이기도 하고 한 그런 원리로, 실제 정치판이 그렇게 돌아갑니까? 많은 경우?


한 : 고것은 일반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것이고.. 과거에 우리가 비사, 이런 거 보면은 전부 그런 정치적인 결단이 초법적으로 되고 정적을 제거하는 것이 에.. 언제든지 이런 식으로 법을 들고 나와서 범법자로 다스렸지, 너 내 정적이니까 용서 못해, 이렇게 다스린 적은 없었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요. 어떤 나라 법에도 정치범이란 용어는 없습니다. 어떤 나라의 법전에도 정치범이라는 용어는 없어. 그러나 정치범이라는 용어를 인정 안 하는 나라는 없어..


총 : 노무현 대통령이 안 그럴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사실은 그걸 벗어날 수 없나 보죠?
한 : 그건 나 잘 모르겠고...
총 : 하하.


보좌관 : 식사 왔는데요...


한 : 좀 쉬고 합시다.
총 : 죄송합니다. 저희가 어려운 질문부터 해서..
한 : 아닙니다.
총 : 좀 더 하고 먹죠..
한 : 예, 하세요.


총 : 이번에 낙선명단에 들어가셨다 던지, 아니면 검찰의 액션이라던지, 열린 우리당의 여러가지 액션들이 사실은 전체적으로 크게 큰 틀에서 한 방향으로 기획되어 나가고 있는 거다..


한 : 예.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솔직히 표현하자면 그런 거 같습니다. 모든  정치인에 대해서 앞으로 총선을 겨냥한 그런 그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 우리당에서.. 사실 따지고 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정당에 가입한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열린당을 지원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선거법 위반인 거예요. 안 그렇습니까? 그리고 대통령이 당원도 아닌데 여당 행세를 하는 것도 그것도, 옛날에 없었던 그런 행태인 거예요.


앞으로 총선에서의, 전략은 모냐.  세대교체, 비리 정치인 거부. 그렇쵸? 지역구도 타파.. 이렇게 나와.. 그렇게 해야 열린당의 신진이 진출할 룸이 넓혀진 거예요.. 그래서 처음부터 신당을 구상한 것도 코드에 맞는 사람끼리 하자는 거 아니였소? 그래서 이런 전략하에 노무현 대통령하고 열린당이 합동으로 선거 준비운동을 하는 과정이에요.


그리고 심지어 여러 달 전에 부산 같은 데서 들려온 얘기가, SK사태 가지고 정치인 청소해부리고, 그렇게 되면은 개혁신당이 부산에서도 진출할 수 있다. 이런 얘기들이  소문으로 올라왔어요. 이것이 전부 부정부패를 척결하자는 명분하에 정치적인 목적이 가미된 거예요. 그리고 청화대에도 민정 수석이라는 게 있어요. 그게 전부 이 검찰하고 그 고리여.. 그러나 검찰이 철저하니 수사한다 해서 이 사람 저 사람 청와대에 물어보고 결재 받고 수사하건 아닐 꺼예요.


그러나 정치인에 대해서 새로운 사건이 생기면 나는 조율없이 넘어간다고 보진 않습니다. 근데 이 정부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그 파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 않고 바로 닥치는 대로 척결하는 것 같아요...


총 : 사전 계획은 아니되, 예를 들어서 전체적으로 민주당을 옥죄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나 혹은 검찰 정보를 막지 않는다?


한 : 아, 그런 것도 있을 수 있는 것이고, 특히 저에 대해서는 지난 11월, 12월에 인지한 사실을 지금 문제 삼는 거예요. 그런 것들이 경선자금이 아니라 대선자금을 조사하면서 경선자금을 문제 삼는 거, 이것이 법적용의 형평성이나 수사의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거예요. 그거지, 제가 실정법을 어긴 것을 변명할 그럴 생각은 없어요


총 : 근데 그 사실을  인지했다고 해도 당시 충분한 증거나 내용이 없다가 최근에야 왜 증거를 확보해서 마침 절차를 밟는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순진한 생각인가요?


한 : 허허허, 그건 검찰의 말이지요..
총 : 그럼 노무현 대통령을 가까이 보셨을 텐데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그 정도의 전략, 혹은 음모를 구사할 줄 아는 정치인인가요?


한 : 노무현 대통령이 누구를 처벌하고 누구를  구속하고 이런 말을 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검찰하고 관계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치력의 부족이 나타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총 : 정치력의 부족이라고 하심은 검찰이 마음대로 통제가 안 되는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한 : 글쎄요, 세태가 검찰이 통재가 안되니 그런 말도 있습디다. 그러나 사실은 김대중 대통령 말기에 민정수석을 없애 부렀쟎아요. 그렇죠? 그러니까 검찰이 훨씬 자유롭게 했죠. 그런데 지금은 민정수석이 있쟎아요.


총 : 그렇다면, 정치력의 부재라는 건 어떤 의미의 말씀이신지?
한 : 글쎼, 이것이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 법으로 해결할 문제 이런 것에 구분이 없다는 거예요.
총 : 정치적으로 해결했었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한 : 제 문제에 대해서 저는 언제든지 그 댓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있다..
총 : 돼 있지만.. 그렇지만 지금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아니다?
한 : 그렇죠.



그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상황은 노무현과 열우당의 작전이라고 여기고 있었으며, 자신의 문제가 이런 식으로 풀리는 건 정치력의 부재라고 생각했다.


총: 이 정치판을 보면 일반 사회에서는 일어나기 쉽지 않은, 일어나도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배신이나 음모가 굉장히 많이 일어나는 곳인데, 어떻게 그렇게 오래동안 정치판에 계셨습니까. 정치를 하는데 있어서 매력이 뭔가요?


한 :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거지만, 그러나 국회위원이 그렇게 국민들에게 불신 받으면서도 선거 때만 되면 정치 수요자들이 많잖아요. 그것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데 나서고 싶은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닙니까? 그리고 결국 국민 속에서 인정 받는 그런 봉사자가 되고 싶은 그런 정치적인 욕심도 있는 거지요.


총 : 그것도 있고, 딴 거 또 모가 있을까요?
한 : 제가 볼 때에는 좌우간 고달프고 그렇지만, 보람이 있어요.
총 : 개인적으로는?
한 : 민원을 해결해 준다던지, 지역구 사업을 처리해준다던지 이런데 굉장한 보람을 느낍니다.


총  : 그러면 사회사업가가 될 수도 있을 텐데 왜 정치인을 할까요?
한 : 사회사업가는 그 나름대로 그 여건이 맞으면 가는 거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런 여건이 맞으니까 하는 거고...


총 : 그럼 정치를 하게 만드는 매력이 어떤 게 있을 까요. 어떨 때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나...
한 : 저는 이렇게 봐요. 정치인은 좋은 정책과 높은 도덕률을 가지고 국민에 봉사하는 경쟁에 이겨야 성장한다고 봅니다. 봉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성찰을 하고 자기변신을 가져오고 그리고 국민여론을 따라서 처세하고. 이런 복합적인 면에서의 결정체가 바로 정치적 행동이 아닌가.


총 : 그런데 그렇게만 말하면 이해가 안가는 게, 정치인들이 더 많이 봉사하려고 서로 경쟁하고 암투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한 : 경쟁을 하는 것은요, 자기가 속해있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그렇습니다. 내가 볼 때는 그래요. 당리당략 때문에 그런 거예요..


총 : 말씀처럼 봉사를 하기 위해서만 정치를 한다면...
한 : 또 자기가 국민들한테 인정 받아서 더 진급하고 싶은, 더 크게 봉사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거죠.


총 : 그게 흔히 말하는 권력욕이라고 표현해도 되는 겁니까.
한 : 어, 개인적으로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는 거죠. 예를 들면 공부하는 학생이 말이야 내가 공부에 1등하고 싶다면 공부욕이고 사회에 사업하는 사람이 내가 사회에 봉사 잘하는 사람으로 남겠다면 그것도 사회사업욕이고.


총 : 그럼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렇게 오랫동안, 평생을 정치를 하신 원동력, 지난 수 십 년 간.


한 : 옛날부터 정치를 하다 보면 예를 들어 내가 국회의원을 목표로 하다 보면 내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목적이여. 그 다음에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면 그걸로 끝이야. 국회의원이 됐으니 그 다음엔 어떻게 국가에 봉사를 하느냐.. 자기 전공분야를 택해야 한다고. 남북문제다, 외교문제다, 또는 복지문제다 이렇게 해가지고 자기 발언이 정책에 반영되고 국민 속에서 인정을 받을 때 그건 더 크게 봉사할 여건이 되는 거죠. 그래서 그런 욕심이 다 있는 거요.


총 : 개인적으로 더 많은 봉사를 하고 싶은 욕심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거 말고 인간적으로 계속 앞으로 가기 위한 가장 큰 원동력이 뭐가 있을까요? 봉사가 1번이라면, 2번, 3번은 뭐가 있을까요?


한 : 그건 책임감이라고 봐요. 우리가 여당일 때하고 야당일 때 다 해봤어요. 그래서 여당의 입장도 알고 있고, 야당의 입장도 알고 있어요. 근데 우리가 야당 할 때는 반대하는 것이 야당의 할 일이었어요, 대안을 제시하고. 그러다가 여당이 되고 나니까, 이젠 국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해요. 그러니까 야당 할 때하고는 시야가 달라지죠. 책임감이 달라져요.


총 : 그건 여당이나 야당의 책임감 이야기고, 개인적으로 정치활동을 20년 이상 하신 후에 국회의원이 되셨는데.. 이십 사 오 년을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되는.. 그 때는 핍박 받고 말씀하셨던 대로 차비도 별로 없고 그러던 시절이었는데.. 계속 앞으로 갔던 거는.. 뭘까요? 소명의식 같은 거..?


한 : 그렇죠, 의지죠. 근데 전에는 이랬어요. 나는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이 일을 한다.. 이 생각이 전부를 차지하고 있었어요. 근데 내가 예를 들어 얘기 할께요. 80년도 그 서울의 봄 때 어느 날 DJ 대통령께서 저한테 국회의원 선거를 나가게 되면은 신안으로 나갈 준비를 해라.. 그래서 내가 그때 어떤 생각을 했냐 하면요, 내가 여기 국회의원 하려고 온 게 아닌데.. 나는 DJ 대통령 만들려고 온 사람인데..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총 : 국회의원 최초로 하라고 하실 때?
한 : 네, 그러니까 우리는 DJ 대통령을 만드는 것이, 그래서 좋은 정치를 한 번 펴보자.. 하는 것이 내 평생 모토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국회의원을 준비하라고 이러니까 내가 국회의원이 되려고 이 일을 하는 게 아닌데.. 그런 생각이 퍼뜩 들더라구요. 그러다가 국회의원이 되어서 활동하다 보니까 또 국회의원이 되어야 그 활동의 폭도 넓혀져서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더란 말이여. 그러니까 국회의원을 계속 하려고 해요.


총 : 그렇게 오랜 세월 고생을 하면 보상 받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인데..
한 : 그런 건 없었어요. 오히려 우리가 감옥살이 하면서도 좋은 세상 오면 우리 할 일 다한다.. 이런 생각 가지고 했지 좋은 세상 오면은 우리가 무슨 부귀영화.. 이런 건 생각해 본 적 없어요. 다만 우리가 여당을 처음 경험했을 때 난 어떤 생각을 했냐 하면 이래서 여당을 하려고 하는구나, 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총 :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특히?
한 : 왜 그러냐 하면 내가 행정부 원내 총무할 때 얘기하면은 옛날 야당일 때는 답도 없고 먹어주지도 않는데 원내총무 자격으로 전화를 하면 당장 답이 오고 협의가 되고 그러더라구요.
총 : 먹어준다, 네. 음하하하. 좋은 표현입니다.


한 : 하하.. 내가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자꾸 결실이 나타나는 거라.
총 : 신이 나는군요.
한 : 그렇죠. 그러니까 지금 예를 들면 열린우리당에서 정동영 의장이 당정협의하자 하면 장관도 나가고 차관도 나가고 그러잖아요, 우리가 하자고 하면 주저해요. 저는 여당이라고 생각하니까 저리 가는 거고.



총 : 소명의식, 책임감 그게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한 : 그리고 어쨌든 좋은 정치하고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으면은 어디 가나 국민들이 칭찬해주고 박수 쳐 주니까.
총 : 알아주는 맛.
한 : 연예인은 아니지만 일한 보람은 있는 거 아닙니까. 근데 정치 얘기는 안 하기로 해놓고 왜 자꾸 정치 얘기만 물어보는 거야.


총 : 음화하하하.
한 : 인생얘기를 물어보신다고 해 놓구선.


총 : 조금 더 가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국회의원이 애초 되실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오랫동안 국회의원이 안 되신 거군요.


한 : 그렇죠, 제가 국회의원을 3번 해 오고 있는데요, 그런데 사실 그렇게 오래 한 것도 아닙니다. 4선, 5선, 9선, 10선도 있지 않습니까. 제가 국회의원이 된 게요, 50대에 됐습니다.
총 : 그럼 한 25년 동안이나...
한 : 민주화 투쟁을 하고 정권교체를 위해서 노력을 한 거죠.



애초 국회의원 되려고 정치한 거 아니어서 25년간이나 국회의원이 되지 않았고, 정치인은 소명의식과 책임감 때문에 한단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때는 있어도 그가 거짓을 말한다 생각들 때는 없었다.


여기서 슬쩍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궁금해졌다.


총 : 이건 여담입니다만, 노사모에서 한화갑 의원 언급할 때면 곁다리로 항상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대선 때 노무현대통령에게 돈 못 구해 온다고 타박했다..거든요. 그 사실 여부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한 : 어, 근데 그걸 알아야 되요. 지금까지 대선은 선거 때 후보가 다 꾸렸어요.
총 : 실제 그럼 타박을 하시긴 하셨군요?


한 : 아이, 그런데 노사모가 나보러 돈을 내놓으라고 당사에 와 데모를 했어요. 근데 당에 돈이 없는 거요, 그러니까 돈을 안 준거요. 근데 한화갑이 돈을 안 준다고 이거요. 그럼 나는 돈이 없는데 어떻게 주겠냐, 그 얘긴 거요. 그러면서...


총 : 원래 후보가 구해 오는 거다?
한 : 어. 과거 선거 때는 후보가 자금을 구해와 썼다, 근데 당에 와 돈을 달라고 하는데 당에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 말이요.
총 : 이 얘기가 대선에서 돈 못 구해 온다고 타박했다, 이렇게 된 거군요.


한 : 그러고 대통령 선거 등록을 하니까 129억이 당으로 들어왔어요. 그걸 내가선거대책위원회로 한 푼도 안 쓰고 다 줬어요. 그 다음에 선거 직전에 정당자금이 한 30억 나왔어요. 고것도 내가 한푼 안 쓰고 다 보내줬어요. 돈이 없으니까 못 준거요. 근데 돈 내 놓라고 그러는 거요, 나보러. 그러면 대통령 선거 되면 대표가 돈을 못 구해 오는데 후보가 구해와 써야지 왜 돈 없는 대표보러 돈 안 내놓으냐 그러느냐 말이요, 내 말은. 그 항변인 거요.


총 : 실제 타박을 하신 거군요, 음하하하.
한 : 아, 내가 그랬죠, 데모까지 하고 그러니까 나보러 돈 내놓으라고 그러는데 내가 어떻게 돈을 내놓느냐, 없는데.. 선거 때마다 후보가 돈 갖다 썼는데 후보가 한 푼이라도 내 놨냐. 그 때만 하더라도 내가 당에 있는 돈 10억을 후보쪽에 줬어요, 있는 대로 다 주라고. 더 이상 돈이 없으니까 못 준 건데.


총 : 노무현 대통령한테 섭섭한 것도 많으시겠군요. 한 푼도 안 빼고 다 줬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큰 실정은 뭡니까, 한 가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노무현 대통령이 몰 잘못해서 그렇게 작년 한 해 동안 시끄러웠을까요?


한 : 글쎄요... 내편 니편 가르면서 5000년 이어온 대한민국의 모든 관행을 하루 아침에 타파하려는 조급함이 혼란과 대립과 반목을 야기시킨 것이 아닐까.
총 : 너무 조급하다?


한 : 그러고 노무현 대통령이 타협이나 화합이나 협상보다 문제점을 제기하는데 익숙해 있지 않나 싶어요. 제기하고 수습까지 해야 하는데 제기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가.



이 대목에서 DJ로 점프했다. 


총 : 갑자기 뜬금없습니다만 평생 동안 DJ와 연관을 맺어왔으니까.. 이제 은퇴를 했는데 혹시 DJ에게 섭섭하신 점은 없나요?
한 :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왜 섭섭한 게 없겠습니까. 그러니까 대의 앞에 개인의 섭섭한 것은 묻어 버려야죠.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것은 섭섭한 생각이 있다가도 그걸 접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있어요. 제가 그 양반 밑에 수 십 년 동안 추종자로서 일을 해왔다지만 한화갑이가 없었더라면 내가 이 일을 못 했을 것이다, 이런 일은 한 건도 없어요. 그렇지 않아요? DJ 대통령 밑에 한화갑이가 없었더라면 DJ 대통령이 이 일을 못했을 것이다, 그런 것이 한 건도 없어요. 내가 생각해 보니까 그래요. 이런 사람이 무슨 섭섭한 생각을 가지냐 이련 생각을 한 거예요, 내가. 그것도 내가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는 그것도 못 느꼈는데 국회의원이 되어 사람의 조력을 받다 보니까 하하 이거구나(탁자 탁 한 번 치고) 그 생각이 들더라구요.



인터뷰를 통털어 가장 인상적인 발언이었다. 이건 정치인 보다는 종교인들에게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가능한 자기성찰이다.


총 : 이거라고 하는 건 어떤?
한 : 내가 아무리 열심히 봉사했다지만 한화갑이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하는 게 한 건이라도 있느냐, 없다 이거에요.


총 : 그러면 오히려 국회의원을 하시기 전에는 섭섭한 마음이 더 있었겠네요.
한 : 사람이기 때문에 순간순간 왜 그런 생각이 없겠어요, 언제 어떻게 그랬다 하는 건 기억을 못할 망정. 그러나 사람이 수양이 됐냐, 안됐냐는 그걸 표출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도 있지만, 그것을 선의로 해석하느냐 못하느냐 그 차이도 있을 꺼에요.


총 : 그럼 대부분 선의로 생각하시고..
한 : 아, 그럼요.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내 맘도 편하고 정신건강에도 좋고.
총 : 해결되지 않는 부분에서는 내가 꼭 아니었다 하더라도 일이 됐었을거니까.. 하고 넘기시고..


한 : 그렇죠. 좋은 얘기 해 주셨어요.
총 : 그래서 DJ에게 사감정이 쌓여있거나 그렇지 않으시군요.
한 : 그럴 수밖에 없죠. 우리는 진짜 개인적인 일은 생각 안하고 전체 일을 생각하면서 살았지만.. DJ대통령이 너 아니면 일이 안됐다 그런 일은 없었던 거예요.


총 : 사실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힘이 생긴 박근혜 의원처럼 DJ라는 거목이 남겨놓은 유산이 있지 않습니까, 그 유산들의 가장 적법한 또는 적통한 후계 혹은 상속자라고 스스로 생각을 하십니까?


한 : 저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려서 왜 그러냐 하면은 정치하는데 있어서는요, 정치지도자가 사람을 쓸 때 필요하기 때문에 쓰는 거예요. 내가 너를 출세시켜 줄 테니 와라, 이런 사람은 없는 거요. 그렇죠? 그런데 필요할 때 쓰는 건데 필요한 부분은 그 때 그 때 달라져요. 오늘 필요한 사람은 오늘 쓰고, 내일 필요한 사람은 내일 쓰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나라 관념으로 보면은 출발부터 끝까지 가는 사람에 대해서 지조라든지 신조를 쳐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종에 누가 무슨 역할을 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그러면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셔 가지고 5년 후에 청와대를 떠나셨는데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이제 그때부터는 장막 뒤로 사라지는 거요.


그러고 행정부에 들어가서 청와대에 일을 했든지 장관을 했다든지, 그 사람들이 DJ 대통령이 은퇴할 때까지는 그 스테프 역할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지난 번에 예를 들면은 1월 6일 DJ 대통령 생일이었는데 국무총리를 지낸 사람이 주동이 돼 가지고 생일파티를 열어줬어요. 대통령 되기 전까지 일해줬던 사람이 생일 파티 열어준 건 없어요.


그러고 세배하러 갈 때 그 장관급, 일하던 사람들에게 세배 받는다고 신문에 났지, 대통령 되기 전까지의 사람들에게 세배 받는다는 얘기는 안 났어요. 그러니까 역사의 어떤 장에서 그 순간에서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그 장이 마감되면은 끝나는 거요. 난 그렇게 봐요.


그런데 내가 후계자가 된다면, 예를 들어서 대통령이 되기전 까지는 물론이고 청와대에 계실 때도 같이 해가지고 최종적으로 같이 있다 하면 후계자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난 그리 봐요. 또 그걸 자산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그러나 지금 후계가 없는 건, 누구도 어느 부분의 역할까지 밖에는 없는 거요. 청와대에 가신 후에는 나는 청와대나 행정부에 아무 역할이 없었죠. 그러니까 그건 그 전의 역할로 끝난 사람이지요.


총 :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는데, 후계자라 말하려면 사실은 대통령이 되면서 행정부로 끌고 들어가 대통령을 그만두면서 어떤 포지션에 포석해 두고..


한 : 이게 내 후계자다...
총 : 근데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거죠..


한 : 그렇죠. 근데 난 이렇게 봐요. 민주적인 지도자든 독재자든 후계자를 양성해서 남겨준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총 : 후계는 자기가 크는 거 아닙니까?
한 : 후계자는 저절로 크고 정치지도자는 그 때 그 때 명멸하는 사안을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 누구를 키워주는데 최선을 다하는 건 아니다 이 말이지.


총 : 그러면은 DJ 전 대통령이 키워주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말씀하신 대로 스스로 큰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스스로 후계 자리에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한 : 그건 제가 성공했을 때 그런 말은 들을 수 있을 거예요. DJ 대통령이 인정하든 안 하든. 그러나 지금 이 상태에서는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다고 봐요.


총 ; 성공이라 하심은 대권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한 : 아니 제가 김대중 대통령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을 한다면은 정치적인 후계자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거죠. DJ 다음은 누구다.


총 : 그럼 지금 가장 앞서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면.
한 : 그건 모르겠어요.
총 : 유산은 자식들끼리도 싸우잖아요.
한 : 그러나 이것은요 자기 유산이라 해가지고 되는 게 아니에요.


총 : 정치부 기자들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민주당의 최대지분을 가진 사람은 한화갑이다 말들은 한단 말입니다. 그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한 : 에~ 참 과분한 얘긴데요, 제가 과연 그런지 전 아직도 모르겠어요. 왜 그러냐 하면 제가 그런 얘기를 듣습니다만 지금 민주당의 새로운 지도체제가 있잖아요. 거기서 잘 해나가고 있는데 제가 지분이 있다면 저하고 상의도 하고 그럴 거예요. 근데 그런 게 없는 거보면 아닌 거 같아요.


총 : 하하하. 상의를 안 합니까?
한 : 하하하.. 그러니까 지분이 없는 거야, 지금.


총 : 민주당의 운명과 스스로의 운명을 오버랩해서 보시죠?
한 : 에, 저는요 제 개인의 운명보다도 민주당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요즘 걱정 되는 것은 행여 민주당원 중에 민주당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내 일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나 하는 그런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 말도 사실일 것이다. 정치판에서 다들 그에 대해 그리디(greedy)하지 않다.. 라고 하는 평을 왜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총 : 정치 관련 중요한 질문을 하나만 더 드리면, 최근의 민주당하고 관련해서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거나 크게 비판하는 핵심이 모냐면, 민주당이 지역감정의 피해자이기도 했고 또 DJ도 수 십 년간 지역감정 떄문에 고생을 했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걸 이용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 이제 역으로.. 최대지분을 가진 분으로서 그건 거꾸로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는 게 아닌가요? 만약에 그런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한 : 솔직히 말씀 드려서 저가 거까지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고 에.. 정치인들이 조금 신중하지 않으면은 말이 조금 과격하게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경우가 있어요. 그럼 요 다음에는 하지 말아야지 생각을 합니다.


총 : 그런 건 아닐 꺼라고 생각을 하시는 거죠 지금? 예를 들어 민주당이 호남정서를 자극해서 총선에서 반사이익으로 표를 굳건히 하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 꺼라고 지금 생각하고 계신 거죠?


한 : 정당의 모든 행사는 어떤 정서를 자극해서 끌어오자는 것이 아니라 지지를 호소해서 넓히자는 그건 어느 정당이고 마찬가지예요. 그런 일환으로 봐주는 것이고.


총 : 그러면은 문제가 없겠는데, 근데 이회창 시절에 맨날 대구, 부산 내려가는 것하고 다를 게 없는..
한 : 근데 아까도 그 얘기가 나왔지만 광주서 끝내 버리면 그런 말 들을 수 있어요. 근데 딴 데도 한다고 했으니까 지켜보세요.


총 : 여하간 혹시 그게 지역감정의 어떤 기미가 보일 때는 단호히 막으실 거죠?
한 : 당연히 막아야지요. 그러니까 내가 그 날 안 간 거예요.
총 : 미리 알고 안 간 거다..?


한 : 나는 처음에 갈려고 했어요. 제 일 때문에 촉발된 것이기 때문에 제가 제 입장을 얘기 하려고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가지 마라고, 그걸 제가 받아들였어요. 안 가길 잘한 거죠.


총 : 그 구도가 보이니까 안 가길 잘했다는 걸 넘어서서.. 왜냐면 한화갑 의원과민주당의 관계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그렇고, 역사로도, 흔히 정치부 기자들 표현대로 지분으로도 그렇고.. 근데 사람들이 그리로 간단 말입니다. 그럼 어른으로서 주인으로서 가서 막으셔야 되는 게 아닌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한 : 거까지는 미치지 못했는데요 앞으로 내가 참작할게요.



지역주의의 평생 피해자였던 디제이 그룹의 좌장이 또 다른 지역주의의 기폭제로 소용되는 역사의 아이러니에 그가 가장 자주 거론한 문구는, "당이 결정했다". 자신에게는 당이 곧 정언명령이란 뜻일 게다. 그러나, 민주당이 자신을 옥죄던 바로 그 주술로 이젠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 믿는다면 착오도 엄청난 시대착오다.


그리고 그 제의의 번제로 스스로를 내주고도 자신이 제사장은 아니었다고 하는 건, 당의 최대주주라 불리는 자의 변으로는 너무 무기력하고 비겁하다. 민주당은 디제이가 남긴 스톡옵션 아니었던가. 그가 자기 지분을 행사할 욕심이 있다면, 마땅히 자기 이름을 확실하게 배서해 넣어야 할 것이다. 아님 지분을 포기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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