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청
슈퍼컴퓨터가 없어서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 새로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다. 초첨단 기기이기 때문에 습기가 많으면 누전의 위험이 있을새라 비 오는 날은 전원을 꺼놓고 있다. 해서 날씨가 맑은 날에만 가동될 것이며, 비 오는 날의 일기예보는 날이 갠 후 하기로 하겠다. 사실 비가 오기 전에 정확하지 않는 정보를 전국민을 대상으로 퍼뜨리느니 날이 갠후 정확하게 몇미리가 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여러모로 과학적이다.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국민들이 답답하다.
국립공원 방치공단
국립공원 방치공단은 국립공원을 완전 방치하는데 혹 방해되는 것이 있는지 감시하는 것이 유일한 임무다. 간혹 일부 이용객들이 만약 날씨가 않좋으면 어떻게 대피하느냐 등 본연의 임무와 관계없는 것을 물어와 관계직원들을 당황하게 하는 수가 있는데 공무집행방해다. 이제 국민들도 수준이 높아져 협조해줄때가 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알아서 놀다 가기 바란다. 사실 우리가 언제 놀러오라고 그랬는가.
중앙재해집계본부
재해집계는 시시각각으로 숫자가 변하니 정말 어렵다. 이런 공무원들의 고충을 국민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국민 여러분께 부탁인데 되도록이면 같은 시간대에 몰아서 재해를 당하지 말고 비교적 한산한 시간을 이용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계산하기 복잡하니 재산 피해액은 억단위가 아니면 신고하지 말아주기 바라며 인명피해는 계산하기 쉽게 반올림해서 단체피해만 신고해 주면 고맙겠다.
한강홍수보고소
홍수가 나면 보고할테니 비가 오면 항상 가재도구를 싸놓고 지붕으로 올라갈 준비를 해두기 바란다.
시민들 중에는 비가 많이 오면 자꾸 전화를 해서 홍수가 날 것 같으냐는 문의를 해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씰데없는 짓 하지 말기를 부탁드린다. 우리는 홍수 보고소다. 홍수가 나야지 보고를 할 수 있다. 미리하는 것은 관할업무가 아니다. 걱정되는 넘들은 아예 지붕에 올라가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일단 홍수가 나면 기동성이 확보되야 빨리 보고를 할수 있는데 현재는 고무보트 같은 걸 타고 돌아댕겨야 하기 때문에 너무 느리다. 잠수함 도입을 고려중이다.
수해관찰본부
수해를 열심히 관찰해서 공청회도 하고 위원회도 만들고 보고서도 작성하겠다. 우리나라의 수해사를 집대성한 방대한 양의 논문도 준비중이다. 보다 정확한 데이타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수해가 일어나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만청이나 홍수보고소 같은 유관기관과의 기구간 협조가 원활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 쪽에서 하는 걸로 봐선 앞으로도 문제없는 걸로 안다.
특히 이번 수해에도 수해부소속 구케의원들이 수해지를 방문, 일부 시민들이 이 업무의 중요성을 모르고 수해복구 좀 도와주고 가라는 걸 과감히 뿌리치고 기념사진만 찍고 급히 돌아와 우리 본부에 재빨리 사진자료를 제출해 주었다. 재해발생시 누구보다 빨리 달려가 기념사진찍고 급히 돌아오는 구케의원들의 오랜 전통은 수해관찰 및 자료확보에 아주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다.
각 기관장들의 각오를 모두 듣고,
본 기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각 기관장들의 뒤로 걸어가 무표정하게 원터치식 똥침을 깊쑤키 한방씩 꽂아주고는 바르르 떠는 그들을 뒤로한 체 돌아오는 길에 친구집, 식당, 싸우나, 노래방 등 전화가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들어가 무표정하게 700 한번씩 돌렸다...

- 수습기자 무표정 로보캅 hyung_kil@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