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우울증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2007. 11. 30 널리 알려진 우화 중에 이런 게 있다.
라는 얘기 말이다. 흔히들 이 우화의 교훈은 뱁새가 황새를 쫓다가는 가랭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처럼 자기 분수를 알고 처신해야 하는 것이라고들 얘기한다. 하지만 이 우화를 음모론적으로 접근해보면 다른 차원의 교훈도 있을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도를 넘어선 엄마 개구리의 가정 폭력 밑에서 더 이상은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의견 일치를 본 얼라 개구리들이 자기들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유도한 매우 지능적인 완전범죄 지침서였다는 식으로 말이다. 요컨대 이 우화는 정말 미운 놈은 이런 식으로 자멸시켜야 한다는 삶의 지혜를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물론 우화의 설정이 부모자식간이기 때문에 지나친 비약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그 관계를 두목과 똘마니들, 강대국과 약소국 연합, 왕과 백성들 등으로 대입해보면 그닥 억지스러운 상상만도 아닐 것이다.
물론 그 앞에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활활 타오르고 있겠고, 그 뒤에는 달리 찍을 사람도 없다는 딜레마가 양쪽에서 포위하고 있어 우울증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음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 앞뒤는 본질의 맥락으로서 궤를 같이 할 뿐 우울증의 진정한 몸통은 역시 다름 아닌 이명박이 나 자신을 포함하여 4천 8백만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국가 지도자로, 하다못해 부정 선거라는 대의적 명분(?)도 없이 당당히 선출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기인한다 할 것이다. 이명박을 진심으로 지지하는 국민들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그들은 적어도 우울하지는 않을 테니 논외다. 그렇다면 이명박이 대통령 되는 상상이 왜 심각한 우울증을 발병시키는가. 한나라당의 후보라서? 아니다. 아예 아닌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명박이 통합신당이나 민주당, 막말로 노동해방을 부르짖으며 민노당의 후보로 나왔다고 해서 얘기가 달라질 건 없다. 어느 당의 후보로든 그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은 필연적 우울증을 수반한다. 왜냐? 그는 어떤 정당의 후보이기에 앞서 풀 HD급의 각종 위법, 탈법, 비리 의혹을 갖고 있는 비윤리적, 비도덕적 개인이기 때문에. 보수우파의 인사라서? 그것도 아니다. 그가 보수우파 인사라서 보수우파의 신념을 실천하고 보수우파층의 이익을 마구 도모한다고 하면 아마도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일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99%는 보수우파니까. 하지만 실재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왜냐? 이 역시 그가 어떤 정치적 성향의 지점에 위치하느냐와 아무 상관없이. 아니 오히려 ‘원칙과 상식’이라는 보수우파의 주된 구호를 경멸하는 듯한 그의 과거 행적은 우파고 나발이고 간에 오직 자신과 가족, 측근들의 이익만을 대변할 가능성이 너무 쉽게 유추되기 때문이다. 사실 측근을 잘 챙겨줄까도 의문이기는 하다. 그의 비리 중 상당수는 그의 한나라당을 포함해 최측근들로부터 폭로가 되었으므로.
정치적으로 무능할 것 같아서? 솔직히 이건 잘 모르겠다. 샐러리맨의 신화라느니 중동 건설 의 주역이라느니 실천하는 정치인이라느니 하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그보다는 소위 비리백화점이라 불리며 군대 면제와 현대건설 사장 시절의 탈세 행위 및 노조탄압,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와 꼬리 자르기, 위장전입과 위장취업과 차명계좌, BBK 주가조작 의혹(아직 검찰의 수사 발표 전이므로 의혹이라고 하자.), AIG 특혜 의혹, 보석 밀수 의혹 등 일일이 헤아리고 있는 내 신세가 갑자기 한심해지는 각종 비리 혹은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교도소를 가기는커녕 조만간 떡하니 청와대에 가실 예정이라고 하는 그 자체가 바로 출중한 정치력의 결정적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니까. 그밖에. 외모가 비호감이라서? 한나라당 후보이기 때문에 우울증이 발병한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마스크가 꽃스러운 장동건이든 푸근한 안성기든 완소남 공유든 역시 상관없다. 그의 과거 행적에 어울리는 외모는 그냥 딱 지금 그 얼굴이다. 기독교라서? 그럴 리가. 세상에는 성실하고 착한 기독교 신자도 많고, 법을 지키며 사는 기독교인은 거의 대부분이다. 결국 이번 대선 우울증의 가장 본질적 발병 원인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것 같은 유력 후보의 소속 정당의 문제도 아니요, 그의 이데올로기 성향 때문도 아니요, 그의 정치적 무능이 예상되기 때문도 아니요, 외모나 종교의 문제도 아닌 그의 해도 너무 한 비도덕적, 비윤리적 과거 행적 때문이라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요컨대 대통령이 될 것 같은 이명박은 나쁜 놈이라서. 이걸 뒤집어서 말하면 더 우울해진다. 저질로다가 나쁜 놈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의 이명박 지지율에는 별 변화가 없다고 한다. 아마도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천하에 나쁜 놈이라도 좋으니 먹고 살게끔 경제만 살려냈음 좋겠다는 의사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누가 된다 해서 내 입에 없던 밥을 숟가락으로 떠 넣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갑자기 광화문 네거리에서 석유가 솟구치거나 제주도에 공룡이 출몰해 세계적 관광지가 되거나 서민 생활고의 실태를 눈뜨고 볼 수 없어 재벌들의 재산을 각출해 국민을 먹여 살린다거나 하는 일은 벌어질리 없기 때문이다. 다만 누군가 공정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적어도 내가 땀 흘린 만큼은 밥을 가져갈 수 있게끔 게임의 룰을 보장해주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난 이명박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능한 후보라는 말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나쁜 놈 중에 능력 없는 나쁜 놈은 드물다. 우리가 나쁜 놈을 미워하는 이유는 그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뛰어난 그 개인의 능력과 수완을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게임의 룰까지 무시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사용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나는 이명박의 낙선 가능성이다. 곧 국민들의 표심 변화라는 단순 명료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명박 비리의 가장 큰 핵이라 불렸던 BBK 사건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냄으로써 설령 주가조작이나 횡령에 이명박이 직접 간여했는지의 근거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본 도덕성은 충분히 저질이라는 걸 짐작하고 남음이 있는 말 바꾸기 신공과 관리 소홀의 책임은 충분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술했듯 지지율에는 별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세상일이란 게 속단하기는 힘든 법. 유권자가 귀찮음을 무릅쓰고 이명박 후보의 비리를 직시하든, 다른 나라의 비웃음이 두려워 국가적 자존심을 우선으로 하든 여전히 가장 바람직한 항우울증 치료제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이명박의 당선 후 개과천선이다... 이건 내가 써놓고 나서도 좀 웃었다. 하지만 어쩌면 수백만의 지지율이 변하는 것보다는 한 사람이 변하는 게 수치상으로는 더 효율적이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물론 이 방법은 치료법이라기보다는 죽어가는 사람의 숨을 일시적으로 붙잡아 놓는 마약성분의 각성제에 가깝다 하겠다. 마지막 하나. 그건 현재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에는 가공할 국민통합적 권선징악의 음모가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는 가정이다. 어쩌면 그가 애초에 국회의원이 되지 않았던들 공직자 재산공개 축소 신고자로 밝혀질 일도 없었고, 시가 180억 서초동 땅을 60억에 허겁지겁 팔아치웠을 리도 없었을 것이며(물론 그 땅을 처남에게 팔았는지 친형에게 팔았는지는 모르겠다만),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이 박탈되는 개망신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서울시장을 거쳐 작금의 유력 대선후보로 승승장구하지 않았던들 그의 BBK 주가조작 의혹이나 각종 탈세행각이 지금처럼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밝혀졌을 리도 없고, 그밖에 영혼을 떨리게 했던 숱한 막말들을 전 국민이 경청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맛사지걸, 장애인 낙태, 노조비하, 빈둥빈둥 등등등). 즉, 그저 평범한 탈세자, 소박한 부동산 투기업자, 비즈니스의 달인인 주가 조작 의혹자 등으로 살며 평생 법망을 피해 호의호식했을지도 모를 사람이 국민의 지지라는 떡밥에 걸려 대통령이 될 가능성에 한껏 바람이 들었다가 선거일 하루 전쯤 법의 심판과 여론의 심판으로 재기불능의 자멸에 이르는 권선징악의 음모가 극적으로 실현되게끔 하기 위해 봄부터 지지율은 그렇게 변함없었던 게 아닐까. 서두에 뜬금없이 꺼냈던 그 우화처럼 말이다. 어쩌면 나는 모든 국민이 합심해 철저히 이명박을 놀려먹는 무시무시한 세상에서 나만 혼자 모른 채 대선 우울증에 빠져 병마와 싸우며 지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짓궂은 사람들 같으니라구.
딴지 편집장
대선우울증을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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