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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성명] 아프간 사태, 미국을 타격하라


2007.8.3.금요일


아프간 인질사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난무하는 오보와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태의 추이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가운데, 두명의 소중한 목숨이 희생되었다.


그리고 교훈.


너무나 비싼 대가를 치룬 끝에 얻은 교훈이지만 아직 살려야 할 소중한 생명이 21명이나 남았다.


정리하자.


* 교회


당분간 괄호다. 적어도 한국의 현실에서 교회비판이 씹어도 씹어도 단물이 빠지지 않는, 놓칠 수 없는 국민 스포츠임을 잘 알고 있다. 여흥은 인질들이 무사히 돌아온 후 즐겨도 늦지 않다. 이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본지 역시 이 국민 스포츠에 적극 동참하겠다.


* 미국


사건 초기, 직관적으로 이 사건의 핵심주체로 미국을 떠올렸다. 그러나 당장 인질들이 억류되어 있는 상황에서 너무 원론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제기라 생각하기에 실효성이 없는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몸값 요구니 뭐니 하는 혼선들이 모두 정리되고, 탈레반의 실제 요구사항(포로간의 직접적인 맞교환)과 그들의 의지(인질 살해)가 명백해진 지금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가장 근본적이고 원론적인 해결책이 실제적인 문제해결의 유일한 방법임이. 미국은 사건의 알파요 오메가다. 미국의 개입 외에 이 문제의 실제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에 게임을 예로 드는 것이 마뜩찮긴 하지만, 미국은 게임으로 따지자면 끝판왕 보스이다. 길을 잃고 잘못된 길로 들어선 사람들. 그들을 납치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욕망에 충실한 행동을 취하고 있는 탈레반. 생면부지의 외국인들로 하여금 대한민국 국민을 졸지에 적성국 국민으로 인식하게 만든 노무현 정부. 그리고 ... 미국. 이 사건을 둘러싼 제 세력들의 연쇄에서 미국은 원인제공자이자 문제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세력이다. 애초에 이 인질구출 미션은 끝판왕 보스 미국의 개입 없이 해결될 수 없는 미션이었다.  


탈레반의 요구와 의지가 분명해진 지금, 오직 미국만이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남았다. 우리 국민의 목숨이 미국의 손에 달려있는 이 한심한 상황이 그 잘난 한미동맹의 결과이고 국익을 위해 수백업, 수천억 들여 파병한 결과다.


울화통이 터지지만 정치적 공과를 따지는 문제도 잠시 미뤄두기로 하자. 문제는 미국의 입장. 익히 알려졌듯 미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테러범들과는 어떤 협상도 양보도 있을 수 없다. 인질 5명에 몸값까지 얹어서 자국 기자 1명을 교환한 작년 질 캐럴 기자 사건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막가는 부시정권의 끝간데 없는 꼴통스러움을 감안한다 해도, 미국민 20여명이 납치된 상태에서 태연자약하게 원칙을 들먹거리는 행태를 상상하기 힘들다 해도, 이게 그들이 내세우는 입장이자 원칙이다.


미국의 정치적 욕망이란 프리즘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면 더욱 끔찍해진다.(정치적 이해관계에 있어서 아프간 정부와 미국의 구분은 거의 의미가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우려하는 이 사건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다. 없는 명분과 구실도 만들어서 전쟁을 일으키는 데, 탈레반의 도발이야말로 미국 입장에선 오히려 고맙지 않을까. 우울한 상상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우리의 대응을 고민해보자.


본지, 거창한 생명보호론자까지는 아니어도 생명의 소중함 앞에 모든 정치적 이해관계와 개인적인 은원은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고 믿는다. 아프간 피랍사태의 해결을 위해 본지, 모든 관심의 초점과 정치력 행사를 미국에 두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며 이를 위한 사회 제 세력의 동참을 촉구하는 바이다.


- 먼저 보수우익세력에게 제안한다


두번째 피해자가 나타난 후 사건의 토픽은 기독교에서 미국으로 확연히 바뀌었다. 예상대로 한나라당과 조선, 동아 등에서 이를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 비극마저 반미 선동소재로 써먹겠다는 건가라는 조선일보의 사설은 이 비극적인 상황에서마저 미국의 변호를 위해 짐승이 되길 마다않는 이땅 보수우익들의 정신세계를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본지, 이들에게 미국과 아프간에 얽힌, 한미동맹에 관한 균형잡힌 시각을 요구하지 않겠다. 당신들의 세계관대로 해석하라. 다만 당신들의 머리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보수우익들에게 국가가 무엇인가. 이땅의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지상명령 아닌가. 그 전제가 자국민에 대한 보호라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인질들을 석방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이 포로교환 밖에 없는 상태에서(다른 방법이 있다면 가르쳐주기 바란다) 당신들의 선택 역시 제한되어 있다. 아프간 정부의 문제이지 미국과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도망가지 말기 바란다.


반미가 거북할 것이란 점을 인정한다. 당신들이 잘하는 친미하고 숭미하라. 읍소하고 애원하고 탄원하라. 당신들이 그토록 부르짖던 형제의 나라 미국이다. 미 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전향적인 결단을 호소하는 철야금식기도를 하라. 반미진영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며 시위를 할때 당신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성조기를 휘날리며 미국에 호소하라. 그리고 이땅의 보수우익 세력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보조를 맞춰왔던 대형교회와 목사님들. 바로 당신들의 하나님을 전파하기 위해 사지로 떠난 신자들이 인질로 잡혀있다. 국보법 폐지반대와 사학법 개정문제로 수시로 시청광장에 휘날리던 성조기는 바로 지금 이순간 휘날려야한다.


미국의 책임을 묻기 거북하다면 미국의 역할이라도 주목하게 하는 것, 그것이 당신들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다.


- 정부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건 정부도 알고 모두가 안다. 그러나 그것은 자랑도 아니고 사태책임에 대한 면죄부도 될 수 없다.


8월 3일 현재 한국정부와 탈레반의 직접 대면협상이 추진중에 있다는 뉴스보도가 흘러나오고 있다. 협상이 이루어질지, 그리고 그 협상의 결과가 어찌될지 어느 것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리부터 초치고 싶진 않지만 정부 역시 제2, 제3의 대책을 준비해 놓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의지가 사태해결의 첩경임은 정부당국에서 가장 잘 알고 있을 터, 그간 미국과 물밑접촉이 있었을 것이란 점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이미 두명의 희생자가 나온 지금, 그간의 유화적인 태도를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좋은 말로 하는 건 이정도면 됐다. 미국 입장의 난처함을 왜 우리가 애써 이해하고 변호하려 하는가. 그건 미국이 해야할 일이 아닌가. 당장 미국은 입장이 난처할 뿐이지만, 우리 국민 21명의 목에는 칼이 걸려있다.


하다못해 즉각 철군 선언은 왜 못하는가. 탈레반의 요구가 그게 아니라서? 적어도 탈레반에게 우리 정부의 협상의지를 보여주고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바로 너희들이 보호한다고 했던 대한민국 국민 21명의 목숨이 걸린 일이란 말이다.


- 그리고 우리


미국에 관한 읍소, 협박, 회유, 투쟁 등등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필요할 때다.


미선, 효순 사건을 기억하는가. 만일 범국민적인 촛불시위가 필요하다면 그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필요할 때다. 냉정하게 말해 추모는 어차피 산 사람들을 위한 퍼포먼스 아닌가. 비대칭적인 한미관계에 의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두 여중생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했던 게 당시의 촛불시위이다. 본 사건 역시 본질은 동일하다. 아직 살아있는, 그리고 살 가능성이 있는 21명의 생명을 위해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외에 미국상품 불매운동이 될 수도 있고 또다른 그 무엇이 될 수도 있다. 제국의 신민으로 살지언정 미국의 책임을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것이야말로 현상태에서 우리가 할 수있는 최선이다. 인터넷에서 교회 욕은 나중으로 미루고 차라리 미국 욕으로 도배하자.   


딴지편집국(redpi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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