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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릴게임을 알려주마!

 

2007.07.04 수요일

 

릴게임.

 

 

일종의 슬롯머신(빠찡고)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본인의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카드게임 역시 중독성의 측면이 존재하지만, 보통은 많은 돈을 잃고 그 돈을 복구하고자 발버둥 치다가 결국에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릴게임 중독은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눈앞에 상어가 꿈틀거리고, 담배수준의 금단 현상을 일으킨다.

 

참 무서운 게임이다. 내가 카드만 계속 쳤어도 이렇게 다시금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빈털털이가 되었겠지만, 카드게임은 어느 정도 자제가 되는 반면, 이 릴게임이라는 것은 도통 자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부터 본인의 경험담을 숨김없이 여러분께 공개할 것이다.

 

사실 난 릴게임 경력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10명의 릴겜고수 보다 한명의 무지한 사람을 일깨우기 위해 이 글을 쓴다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1999년 오락실에는 새 바람이 몰아친다. 그것이 바로 일명 경품게임장.

 

햄버거 하우스라는 (지금의 바다이야기에 버금가는 메가톤급 히트상품) 게임이 세상에 등장 했다. 게임을 해서 점수를 획득하고 그 누적된 점수로 라디오 청소기 기타 생활용품을 경품으로 받는 것이었다. 하루 만원 정도면 질탕하게 놀았고 금방이라도 대박이 터질 것 같은 기대심리로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한 6개월은 즐겼던 것 같다.

 


일본에서 제작된 북두의 권 버젼의 파치슬로게임

 

결국 6개월 정도에 300 정도를 탕진하고 각종 라디오, 비누, 면도기 등을 경품으로 받았다. 하지만 경품으로 받은 물건들은 현금으로 구입한다면 30만원도 채 안 되는 것들 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거리에 하나둘씩 생기는 바다이야기, 황금성, 오션 파라다이스 등등 화려한 간판들이 거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매장 유리창에는 각종 해산물(?)들이 등장했고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횟집인가 하고 착각할 정도였다.

 

나중에 뉴스를 보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것들이 죄다 성인오락실이란다. 즉 일종의 경품 게임장인데 경품이 상품권이고 그 상품권이 속칭 ‘깡’이 되어 현금화시킬 수 있다는 게 그곳의 정체였다.

 


나 아냐......

 

오호라~~, 내 가슴엔 다시 뜨거운 피가 끊기 시작했다.

 

결국 아는 후배를 따라서 가본 그 곳. 게임장에는 약 100여대의 게임기가 있었는데, 빈 곳이 하나도 없었고, 모두들 시퍼런 배춧잎을 연신 기계에다가 집어넣고 있었다. 그 때 들리는 매장 부장의 방송멘트 “자 18번 상어출현 고배당 기원합니다.” 그리고 30초쯤 흘렀을까나? 갑자기 부장이 흥분된 목소리로 “최고예시 고래출현 자 만원의 행복~~ 고배당을 기원합니다!” 궁금해서 그 자리에 가서 화면에 나오는 예시화면을 구경했다. 거대한 고래의 모습이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워 멋진데....’

 

잠시후 예시 화면이 끝나고 엄청 시끄러운 사운드가 울려 퍼지면서 부장의 멘트는 다시 시작되었다. “센터 포쪼카 250만 당첨 축하드립니다!” 주위사람들은 우와 우와를 외치고 있었고...

 

‘허걱! 250만원이라고?’

 

비록 자리가 없어서 게임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 광경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자, 이쯤에서 혹시라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릴겜이 뭔지 잠시 짚어보자.

 

 

우선 생김새는 오락실의 기계와 비슷하지만, 이 기계에는 만원짜리만 투입가능하다. 만원을 넣고 게임을 시작하면 화면 상단에서 일정시간 간격에 따라 동전처럼 생긴 것이 떨어지고 회전을 하게 된다.

 

회전을 하면서 화면(바다속 배경)속 그림들은 물고기등이 지나가면서 화면이 바뀌게된다.

 

화면이 선명하다가 갑자가 어두워진다 이걸 밤이 왔다고 애길하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예시화면이 나오는것이다.

 

이 예시화면이라는것은 게임의 종류마다 다르지만 바다이야기가 가장 매이저급 게임이니 바다이야기 기준으로 애기를 하겠다.

 

밤이 오면 보통은 거북이가 떼지어 지나다니고 그 다음 해파리가 올라온다.(중독성 있는 음악과 함께 띠링띠링~~~) 이 해파리에서 다시 낮으로 돌아올수도 있는데 이걸 뻥해파리라고들 보통 얘기한다.

 

해파리가 오고 그 다음엔 상어가 출현한다. 해파리가 한번 올라오고 상어가 바로 출현하기도 하고 아니면 7-8회 까지도 해파리가 올라갔다 상어가 출현하기도 한다. 그럼 최소 10만은 확보된것이다. 보통 상어 예시까지 보았으면 10-40 까지 배당금이 나오게된다.

 

이 때부터 심장은 벌렁벌렁 혹시나 최고 예시인 고래를 기대하게되는것이다.(고래는 배당이 최소 50-250까지 있다)

 


그 다음 주 난 다시 친구와 친구의 후배,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다시 그곳에 가게 되었다. 자리가 나자마자 앉아서 3만원을 투입 했는데, 얼마 후 배당금 8만원을 받게 되었고, 내 친구는 30만원 뒤 150짜리 고래를 맞추게 된다. 그러나 후배는 계속해서 돈을 잃고 있었다. 그리고 두 시간이 지난 후 나는 12만원의 이득을 보았고, 내 친구는 수수료를 제하니 120만원을 땃고, 후배는 약 20정도를 잃었다.

 

‘허 이거 좋네. 포커나 바둑이처럼 머리 쓸 일도 없고 완전 운이네 운.’

 

그 때부터 쉬는 날이 되면 난 릴게임장에 출근을 했고 처음엔 승승장구 하는 듯 했다. 4번째 간 날, 난 시작하자마자 10분 만에 20만원을 땄다.

 

‘그래 오늘 되는 날이구나 끝까지 가보자!’

 

결국 난 그날 80만원이라는 거금을 멍청히 기계 앞에 앉아 빨리고 말았다.(이때 난 바둑이로 약 250만원 정도의 부채를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집에 돌아온 나는 릴게임을 인터넷 포커, 바둑이처럼 집에서도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빚을 내서 온라인 릴게임을 시작한다.

 

여기도 처음엔 따더라.

 

일단 가볍게 2만원을 충전해보았고(이곳도 포커사이트처럼 무통장 입금을 하고 입금신청을 하면 가상머니를 적립하고 나중에 돈을 따게 되면 그 가상머니로 환전 신청을 하면 보통 10분 안에 입금을 시켜준다) 그날 20만원을 땄다.

 

그러나 이것이 미끼가 되어 빚이 천만원이 되는 데는 불과 3개월이 걸리지 않았고, 난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고만 것이다.

 

대체 무엇이 이렇게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걸까?

 

당구를 처음으로 배워보았던 기억들을 떠올려보자. 이부자리에 누워서 천장을 올려다보면, 난데없이 당구다이 하나가 등장하고, 그 위에 알알이 박힌 당구공 4개가 등장해서, ‘이럴 때는 여기에 쿠션을 줘서 이렇게 치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잠이든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감정의 정도를 숫자로 나타내긴 힘들겠지만, 중독성의 최대수치를 100으로 놓고서 생각해 봤을 때, 당구가 약 20쯤 된다면 릴겜은 최소50쯤은 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내가 가진 것을 다 털어 넣고, 여기저기 빌릴 수 있는 만큼 다 빌린 후에 손을 털 수밖에 없는(본인의지가 아니라 더 이상 돈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상태)그런 상황이 되어야 릴겜을 관둘 수 있는 것이다.

 


고래만 보면 심장이 벌렁거려요...

 

어떤 릴겜 제작자가 말하길, 릴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손님들의 습관 패턴까지도 연구를 해서 만든다고 하니(아주 쉬운 예로 돈이 다 떨어질 때쯤 밤이 와서 해파리를 보여 준다 -  울며 겨자 먹기로 1만원 투입 - 결국 날밤) 실로 두려운 게임이 아닐 수 없다.

 

요즘 각종게임기의 하드디스크를 꺼내(os 기반은 xp) 피씨용 게임으로 만들어져서 음성적으로 나돌고 있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면 고래가 나올 확률이 지금 기억으로는 86만 분에 1 이라는 수치였다.

 

게다가 그나마 낮은 확률이라도 조작이 아니라면 모르겠지만, 아예 조작을 하라고 만들어진 관리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러니까 예시를 보는 횟수라든지 250만짜리 잭팟 등등 얼마든지 업주 손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할 수 있겠다.

 

지인의 얘기를 들어보니 기계60대 기준으로 하루에 순수익만 상품권 깡 포함 500이상이 나온다고 하니, 매일매일 금덩어리를 출산하는 거위라 하겠다. 이렇기 때문에 불법으로 규정되어 단속이 심해진 지금에도, 손님들 전화번호를 따고, 벼라별 수법을 동원하여 비밀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온라인 포커나 바둑이 같은 도박은 사실 빠르면 10분 안에도 승부가 나고, 보통은 1-2시간에 잃고 따는 것이 가능하지만(자제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오락으로 할 수 있다는 얘기) 릴게임은 일단 앉으면 세 시간이 기본이다.

 

필자는 일주일동안 그곳에 사는 사람도 봤고, 또 바쁜 일이 있다며 알바에게 100만원을 주고 대신 돌리라는 아저씨도 보았다. 필자도 보통(돈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5시간 이상은 기본이니, 잠자는 시간 빼고 5시간이상을 겜에 몰두한다고 보았을 때 과연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겠느냐 말이다. 가족과 멀어지는 건 당연하고 친구들 사회활동은 거의 전무하다 하겠다.

 

결국 정신 차리고 그만두었다고 치자. 정신 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거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거다.

 

모든 인터넷 릴게임 사이트나 일반적인 오프매장의 환수율은(먹고 뱉는 것) 105% 라고 얘기를 한다. 즉 확률상으로는 내가 100만원을 넣으면 105만원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럼 걔들은 뭘 먹고 사나? 업자들이 주장하는 건 결국 10%의 깡 수수로(상품권을 돈으로 환전할 때 받는 10%의 수수료)만 받는다는 소리인데, 솔직히 까지 말라고 해라. 정 궁금하면 실제 오프 매장과, PC판 게임(관리 프로그램이 있어 환수율 조정가능)을 같이 돌려보고 말해라.

 

필자가 직접 PC판 게임으로 환수율을 105%로 맞춰놓고, 오프매장과 비교해본 결과, 밤이오는 주기, 예시를 보는 횟수 등을 계산해 보면 과연 오프매장에서의 환수율이 90%나 될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

 

릴겜을 하다보면 만원의 행복이란 말을 가끔 듣게 된다. 말 그대로 만원투입 후 바로 배당을 맞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다 그러한 요행이 그대들에게 있을지언정 그것은 한 순간의 기쁨이라는 것을 가슴깊이 명심했으면 한다.

 

모든 도박이 그러하듯 도박을 하게 되면, 돈의 가치에 대한 감각을 상실하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기계에 투입했던 만원은 디스 담배를 4갑을 사고, 10명이 넘는 사람이 음료수로 목을 축일 수 있으며, 가족들에게 통닭 한 마리를 사들고 들어 갈 수 있는 돈이다. 만원의 행복 이란 건 그 만원으로 보람찬 일을 했을 때 진정 행복이란 말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

 


집이든  밖이든 하지마라...

 

 


 

 

 

결론은 이거다.

 

하지마라!

 

딸 수도 없을 뿐더러 멍청하게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느니 시간낭비, 돈 낭비, 그 밖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인간적인 관계들을 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다음 이 시간에는 마무리 시간으로 필자가 살아왔던 얘기들을 진솔하게 풀어보고 싶다.

 

 

 

딴지 도박근절위원장
준봉스(dbwjdah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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