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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막말의 진화

2012-04-0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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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 6. 금요일

부편집장 필독


 


"강간해 죽여버리자."


 


이 말이 잘못되지 않았다거나, 잘못되었지만 이해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근대 시민의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것은 지성의 문제일까 양심의 문제일까. 확실한 것은, 지성의 결핍은 때로 양심의 훼손을 유발한다는 거. 새누리당과 보수(라고 쓰고 수구라고 읽는다.)진영에 "니들도 충분히 그래 놓고, 우리한테 돌 던지냐."고 항변하는 이들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돌을 던졌으면, 맞을 수도 있는 게 공평한 거다.


 


우리는 지금까지 왜 돌을 던졌던 걸까? 그건 양심과 정당한 분노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니, 양심과 정당한 분노 때문이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졸라 억울하고 분하다.


 


굳이 강용석과 酒성영, 고 장자연 씨의 신체를 사유화했던 성욕의 하이에나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저들이 여성과 약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해왔는지 잘 알고 있다. 정당한 천안함 의혹에 대한 폭력적 묵살, 국가기관을 사적 폭력의 수단으로 전락시킨 민간인 사찰, 선량한 시민을 불로 구워버린 용산의 비극 등 우리가 이 정권과 여당 그리고 그 모든 범죄를 비열하게 비호한 수구언론에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는 저 씹새들이 돌을 던질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문제가 아니다. 저들의 품성의 문제다. 그 꼴을 봐주기 싫은 우리는 투표를 통해 저것들을 응징하면 되는 거다. 김용민 후보가 저 사기꾼들에 비하면 현격히 숭고한 삶을 살았다고 해서 욕을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욕을 먹어야 하고 반성해야 하고 사과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건 1차적으로, 비교의 문제가 아니라 김용민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라고 해서, 내 편이라고 해서 욕먹는 것도 싫으면 안 되는 거다.


 


그리하여 김용민은 사과했다. 잘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정치적으로 그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인간들에 비하면 잘했다는 뜻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상식적이라면, 이 막말사건에 있어 반성과 사과는 당연한 일이지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선을 넘었다. 물론 김용민 후보가 사퇴한다면 나는 이번 사건을 통해 잃었던 그에 대한 평소의 존경과 애정 일부를 회복할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8년 전, 공인이 아니라 후보였을 때 19금 방송에 출연해 저지른 말실수는, 후보직을 사퇴할 문제가 아니라 사과할 문제인 게 맞다. 사퇴할 지 아닐 지는 김용민 본인이 판단할 문제다. 사퇴하지 않는다면, 4월 11일 유권자들이 판단할 문제다.


 




 


강간살해를 말한 것은 나빴다. 아주 나빴다. 물론 김용민은 19금 방송에 출연해 방송 컨셉에 부응했다. 물론 그는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및 성폭행을 접한 세계인들의 경악을 자신의 발언에 반영했다. 물론 그는 효순이 미선이 사건에 대한 미군의 태도를 말로 보복했다. 물론 당시의 인터넷은 어떤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말도 할 수 있는 한계실험에서 나름의 진보를 추구하기는 했다.


 


하지만 김용민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말했다. 강간이라는 말은 필연적으로 성적 쾌락을 암시한다. 그러기에 폭력의 잠재적 피해자인 여성이나, 폭력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남성이나 그의 발언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 물론 많은 여성들에겐 불편한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고.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 찌라시, 보수 전자파 너네도 말이다.


욕할 자격이 없는 너네도 김용민의 발언은 사실이니 미친년 널뛰기 한 판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  


그동안 탄약만 배부르게 장전했지 타켓을 찾지 못해 소화불량에 걸렸다가 드디어 십자포화를 오바이트할 전봇대를 붙잡았다고 해도 말이다.


 


뻥은 치면 안 되는 거다.


 




 


김용민이 출연하는 방송을 제공하는 언론사의 기자인 나는, 민망해서라도 그를 변호하기가 감정적으로 편찮다. 마찬가지 이유로, 딴지일보 수뇌부라고 해서 김용민을 공격하는 거짓기사들까지 참고 넘어가주긴 싫다. 뻥은 뻥이고, 유권자들은 속지 말아야 한다.


 



 


막말은 스스로 진화를 거쳐, 오늘부로 김용민은 기독교를 모독한 사탄의 종자가 되어가는 중이다. 저 난리통의 전거는 김용민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했던 인터뷰이다. 물론 조중동을 위시한 찌라시들은 김용민이 교회 일반과 기독교도들을 모욕했다는 신나는 소식을 웹에 급격히 살포하는 중이다.


 


"한국교회는 일종의 범죄 집단, 척결 대상"


"누가 정권을 잡아도 무너질 개신교"


 


이것이 조중동과 찌라시들이 오려와 웹에 갖다붙인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입장을 밝혀라"며 호통을 치고 있다.


 


그리고 오늘(4월 6일), 딴지일보는 '트레비스 리'라는 분에게 긴급 제보를 받았다. 미국에 거주 중인 자유기고가인 이 분은 문제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인터뷰어 본인이다. 인터뷰 전문을 확인했더니...


 










인터뷰 원문 링크


 


"하나님은 어릴 적 구주로 고백할 때부터 늘 변함없는 신앙의 대상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교회는 일종의 범죄 집단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즉, 범죄를 주도하는 기득권 세력들과 그것에 침묵하고 동조하는 세력들이 버무려져서 거대한 한국교회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척결의 대상일 뿐."


 


"종교 지도자들이 높은 직함을 얻기 위해 공공연하게 돈을 뿌리고 부정선거를 저지르며 순진한 교인들에게는 거짓말을 한다.... 교회가 대형화되고 교세가 커지면서 반복되는 현상으로 구조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구조적 범죄 집단인 셈이다."


 


"물론 모든 교회가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교인들이 헌금할 때는 본질적으로 교회가 그 돈을 좋은 곳에 많이 써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비록 내가 현 정부와 더불어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인 미래를 예견하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나는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즉, 2012년 이명박 정부와 몰락하는 것은 개신교회의 기득권 세력이지 주님의 참된 교회는 아니라고 믿는다."


 


"내가 직접 만나보고 대화해본 교인들을 보면 교회에 대해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구조적인 범죄집단으로 몰락한 우리 교회들을 그리스도의 참된 교회로 변혁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인터뷰는 김용민 후보가 기독교를 모욕하기는커녕 외려 깊은 신앙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교회를 사랑하고 교인들을 존중하는 신앙인이다. 조중동과 찌라시들은 대형교회의 구조적 병폐에 대한 그의 문제제기를, 의도적 편집을 통해 한 종교와 그 신도들에 대한 부당한 모욕으로 치환했다. 적의 약점을 잡았다고 믿는 순간 발휘하는 이 서슴없는 비열함. 공공성을 자처하는 언론이, 상대가 공인이 아니라 사인(私人)이었던 시절의 말실수를 공격하기 위해 유권자들을 속이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는 뻔뻔함.


 


한 줄로 정리하겠다.


김용민은 말실수를 했고, 조중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한 줄 더 추가한다.


김용민은 사과해야 하고, 조중동은 폐간해야 한다.


 


김용민은 사과했다. 조중동은 어떻게 행동할까? 우린 그들과 그 주변이 어찌할 지 이미 알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평소 김용민 후보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나의 존경과 애정 일부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상대편에 서 있는 자들에 대한 증오는 여지없이 더 커졌다. 새누리당이 조중동의 거짓말을 전거 삼아 유권자들을 속이는 쇼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거린다. 역시 저 집단은 명랑사회의 적이라고.


 


물론 선택은 우리들 각자의 몫이다. 김용민을 지지하던 어떤 이는 그의 과거 발언을 도무지 용서하지 못해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싸움에 이기기 위해 여전히 그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우리는 타인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가카, 조중동이 중심이 된 저 패거리들을 박멸해야겠다는 생각엔 강력히 동의를 구하는 바다.


 


부편집장 필독

twitter: @DDanziField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