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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아버지의 편지

2012-04-1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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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신스님 추천0 비추천0

2012. 04. 10. 화요일

히야신스님

 

 

 

 

선거철은 선거철인가 보다.

 

 

 

 

 

 

 

 

 

 

한참 전에 나꼼수 CD 구워줬더니 안듣다가 김용민 사건으로 그 CD 짤라버린 우리 아버지. 그래도 분이 안 풀린지 며칠 전 어머니 시켜서 한나라당 찍으라고 전화까지 한 우리 아버지.

 

 

그런 우리 아버지, 급기야 요런 이메일도 보내오셨다.

 

 

 

 

 


 

 

아버지의 이메일

 

 

 

 

 

선거철이 되어 온갖 뉴스에 접하면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온전히 발전하면서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떤 나라가 전쟁에서 지기 전에 내부로 부터 붕괴 된다고 하는 역사적인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베트남 전쟁 때 파월사령관 채명신 장군이 요새 우리나라 정세를 망하기 전 월남과 똑같다고 평했다.

 

 

 

 

 

SNS를 통한 백가쟁명식 주장과 욕설을 쏟아내면서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북의 주장을 그대로 추종하고 있다.

 

 

 

 

 

네가 딴지일보 논설위원이란 것을 간접으로 듣고 메일로 한번 경고 한 적이 있는데 그 소굴에서 탈출하기를 바란다.

 

 

 

 

 

그들은 삐뚤어진 사고와 이념과 관념의 노예들이다.

 

 

 

 

 

올바른 국가관을 못 가진 개인 개인 또는 집단이 SNS를 통해서 벌때처럼 왕왕거리며 세뇌시키고 세뇌당한다.

 

 

 

 

 

미국은 대중이 쉽게 권력에 접근하는 것을 금하는 간접선거를 택하고 있어서 선거에 어중이 떠중이가 떠들어 댈 틈이 없다고 한다. 너는 좀 더 천천히 느긋하게 우리역사를 공부하면서 올바른 국가관과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키길.

 

 

 

 

 

바란다. 많은 시간을 PC자판이나 Ipad 자판을 두드리면 경박해지기 쉽다.

 

 

 

 

 

글씨 잘 쓰는 것은 지금 세상에서 불필요하다고 너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크게 잘 못된 생각이다. 붓 글씨를 쓰는 것도 펜 글씨를 쓰는 것도 수양이며 내공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글씨을 연습하길 바란다.

 

 

 

 

 

내가 만약 너의 인사를 담당 하는 자리에 있다면 딴지일보 논설위원 경력이 있는 너는 절대로 승진 시키지 않겠다.

 

 

 

 

 

10년 후 20년 후의 자신을 상상하면서 운동, 독서, 외국어 공부 등으로 유익한 시간을 보네면서 pc와 IP에서 해방되고 이번 선거는 절대로 좌파 정권이 들어서지 않도록 너는 물론이고 며느리에게도 내 충고를 전해주기 바란다.

 

 

 

 

 

아버지가

 

 

 

 

 


 

 

 

 

 

그냥 필진이라고 살짝 밝혔는데, 무려 논설우원으로 알고 계시는 울 아버지. 울 아버지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다. 평소 아버지 성향 알고, 70 평생의 의견을 기껏 몇 마디 말과 글로 절대 바꿀 수 없는 걸 알기에 그냥 정치 얘기는 안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읽고 보니 어쩐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서 답장을 작성하게 되었다.

 

 

 

 

 


 

 

나의 답장

 

 

 

 

 

아버지의 편지를 읽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만약 앞으로 30년 후 미래에 한국사회를 돌아보면서, 당시 한국사회 혼란의 책임을 묻는다면 누구에게 물을수 있을까요? 그저 일부 젊은이들이 SNS에 부화뇌동한 탓이라고 평가할까요 아니면 그 원인을 제공한 지도층의 부정부패와 민주주의 파괴 때문이라고 평가할까요? 후세의 역사가는 아마도 예외없이 후자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역사는 현재를 돌아보는 거울이라고 합니다. 이런 저의 생각이 과연 편향된 것인가 검증하기 위해 역사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편향적이라고 평가되는 국방일보의 한 자료입니다. 이의 사설은 베트남의 패망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국가안보와 경제발전, 국민의 복지는 도외시한 채 자신들의 정권 유지에 혈안(血眼)이 된 집권층, 무사안일과 부패만을 일삼는 공무원은 나라를 망하게 한 첫 번째 세력이었다. "

 

 

 

 

 

남베트남 패망의 원인(링크)

 

 

 

 

 

비단 국방일보뿐 아니라 모든 교과서와 역사서에서는 베트남의 패망 원인을 집권층에 돌리고 있습니다. 권위있는 역사서 중에서 그 어느 것도 일부 빨갱이들의 난동을 주원인으로 보지 않습니다.

 

 

 

 

 

월남 패망의 원인은 분명 내부로부터의 붕괴입니다. 그런데 그 붕괴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자들이 빨갱이와 간첩일까요?

 

 

 

 

 

저는 빨갱이와 간첩이 들끓게 된 것은 나라를 쇠약하게한 '원인'이 아니라 나라의 기강이 헤이해진 '결과' 라고 생각합니다. 즉, 지도층의 부패와 무능 때문에 일반국민들이 저런 놈들에게 나라를 맡기느니 차라리 빨갱이들이 낫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안철수와 나꼼수에 열광하는 20-40대 젊은이들은 일부 철없는 젊은이들이 아닙니다. 대학졸업 이상, 안정적 직장을 가진 식자층이 이들의 주요 지지 세력이라고 분석됩니다.

 

 

 

 

 

나꼼수의 경우 천만 명이 들어 보았으며, 이백만 명이 고정 청취하고 있습니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젊은이들 수는 또 어떨까요?

 

 

 

 

 

수백만 명입니다. 안철수 지지자들과 나꼼수 청취자들은 크게 겹쳐집니다.

 

 

 

 

 

수백만 명의 열광적인 지지, 이것을 시대의 흐름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단순히 인터넷과 SNS에 세뇌된 일부 젊은이들의 철없음으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항상 옳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헌정질서 유린을 조장하는 새누리당보다는 역사관이 뚜렷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각종 '게이트'란 말의 어원이 된 워터게이트 사건은 미국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하야한 사건입니다. 고작 야당의원을 도청한 것에 불과하지만, 대통령의 거짓이 드러나 하야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정보기관이 비밀리에 각종 정보를 모으는 것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직접 최고권력자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특정인을 대상으로 사찰을 지시했다는 정황이 밝혀졌습니다.

 

 

 

 

 

이미 사찰문제를 수 년 간 끌어오면서 숱하게 해온 거짓말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습니다.

 

 

 

 

 

이것은 일상적인 정보기관의 동향보고가 아닌, 비판세력 재갈물리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습니다. 이번에 민간인 사찰 사건은 그 죄질이 도청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헌정질서 유린이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범죄입니다. 여당에서까지 '하야'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아니, 민간인 사찰만 문제인가요? BBK 의혹부터 시작해 내곡동 사저까지 그 비리가 한두 가지인가요? 친인척 비리는 이미 너무나 많이 드러나서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지경입니다.

 

 

 

 

 

베트남 패망의 원인이 되었던 지도층의 기강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망하게 될 것입니다. 지도층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의식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호도하며 재갈을 물렸습니다.

 

 

 

 

 

젊은이들의 목소리는 나라를 혼란시키는 빨갱이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빨갱이들이 들끓기 전에 제자리를 찾으라는 경고의 소리입니다. 이를 무시한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빨갱이들이 들끓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번 민간인 사찰이 특히 나쁜 점은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떠드는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는 점입니다.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한 대사건을 고작 일개 정치신인의 욕설을 이슈로 덮으려고 합니다. 평소 정치에는 별관심 없고, 딴지일보에도 어쩌다 가끔 글 쓰는 외부필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만히 있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질 지경입니다.

 

 

 

 

 

 

 

 

 

 

조선일보는 일개 무명 정치지망생인 김용민의 욕설사건을 무려 1면 톱으로 뽑았습니다.

 

 

 

 

 

저는 그 기사를 이렇게 읽었습니다.

 

 

 

 

 

"너희들이 아무리 바른 소리를 해도 우리는 다른 이슈를 만들어서 덮어 버릴 수 있다."

 

 

 

 

 

어떻게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정권의 반대자에 대해서 북의 주장을 추종한다는 식의 프로파간다는 그동안 하도 지겹게 들어서 일반국민들에게는 이제 농담거리도 되지 않습니다.

 

 

 

 

 

저는 민주당 지지자도 김용민의 팬도 아니지만, 이번 선거에서 김용민이 당선되고 야당이 선전한다면 그것은 이러한 젊은이들의 분노가 반영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분노가 SNS에 부화뇌동한 치기에 불과하다고 볼수 있을까요? 박원순의 당선, 안철수 열풍, 나꼼수 열풍으로 이러한 분노는 조금씩 분출되고 있으며, 이것은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지도층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적반하장격으로 혼란의 책임을 묻는다면, 그것이 과연 제대로 된 나라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자 간에 이런 정치토론 편지를 주고 받게 될 줄은, 젠장. 내일 답장 보낼 생각인데, 그냥 수꼴 할아버지라면 맘껏 비야냥거리고 비웃어줄 텐데 그 수꼴 할아버지가 우리 아버지라서;; 조심스럽다. 아버지의 정신건강을 위해 편지 내용을 많이 순화했으나, 어떨지 모르겠다.

 

 

 

 

 

밤에 흥분해서 쓴 글이라 본의 아니게 정신적 충격이나 혈압상승을 유발하게 될 지 모르겠다. 그래도 할말은 해야겠는데 그 수위조절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이왕이면 딴지스들의 구체적인 충고 바란다. 요런 표현은 요렇게 순화하면 좋겠다든가. 요런 표현은 차라리 빼는 게 좋겠다든가.

 

 

 

 

 



 

 

 

퇴고없인 불안불안

 

 

퇴고하면 파워글빨

 

 

 

 

 

 

 

 

추신 : 아 물론 저 편지 읽고 울 아버지 까는 건 금지다. 까도 내가 깐다.

 

 

 

 

 

히야신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