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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14. 금요일

춘심애비


 


뜬금없이 개인적인 야그를 하면서 시작해보자.


 


필자는 연애에 대해 전문용어로 쑥맥 혹은 상병신에 해당하는 캐릭터인고로, 초-중-고-대학 모두 남녀공학을 나왔음에도 불구 학창시절 약 12년간 단 1회의 연애만을 경험했다. 글타고 연애란 것에 대해 엄청 고상한 판타지를 갖고 있는 건 아니었어서, 소개팅을 졸라게 했다. 평생 소개팅을 몇번 했는지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징하게 했다.


 


 



 


 


그래서 필자는 블로그나 잡지 등에서 '소개팅 잘하는 법'이라던가 '소개팅 필승 전략 10계명' 따위의 글을 본적이 있다. 실제로 20대 초반에는 소개팅에 나가도 무슨말을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얼마나 들이대도 되는지 감이 없어서 뭔가 기준이 될 텍스트가 필요했다. 그리고 어느덧 10여년의 구력, 아니 팅력이 생긴 지금은, 내가 아무리 좆꼴리는대로 행동을 하더라도 소개팅의 도에서 어긋남이 없는, 이른바 종심소욕불유구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 상태에서 소싯적에 탐닉했던 '소개팅 잘하는 법'을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히곤 한다.


 


소개팅은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난, 그저 우리 삶에서 수없이 벌어지는 관계 중 하나일 뿐이다. 상대방은 '소개팅 잘하는 놈'이 아니라 '괜찮은 놈'을 원해서 나온거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뭔가 잘보여서 스코어를 올리려고 나간게 아니라, '괜찮은 사람'을 원해서 나간거다. 그렇다면 상대방에 나와 얼마나 잘 맞는지, 서로 어느 부분이 얼마나 다르고 또 비슷한지를 알아봐야할텐데, 아직 팅력이 낮은 중생들은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식당에 가서 어떤 메뉴를 주문할지, 어떤 화제를 던질지를 메뉴얼대로 따라하려고 한다. 팅력 9단으로서 말해주자면, 이런 메뉴얼 기반의 소개팅은 20대 초반까지는 먹힐 수 있지만, 27살 넘어가면 조또 안먹힌다.


 


즉, 요약하자면


 


소개팅이란건 애초에 '내가 잘 해서 점수를 따야하는' 미션이 아니다. 무조건 나는 저사람의 호감을 얻어내고, 그 이후에 내가 저사람을 선택할지를 결정하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일 뿐이다.


 


이 야그를 왜 했냐.


 


취업도 똑같다.


 


 


 


1. 기본자세


 


 



 


 


앞선 과정들을 통해 열분덜은 적당한 취업 후보군을 선택했을거다. 뭐 이 글을 읽는 지금 선택되어있어야 할 필요는 없겠다. 그냥 열분덜이 선택을 해야할 그 시점에 본인의 성격, 가치관, 태도 등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그에 맞는 직종과 역할을 대략적으로 골라뒀다면 그 조건에 맞는 몇개의 회사들이 나올거란 얘기다.


 


회사 규모에 따라 지원에 필요한 과정은 조금씩 다르다. 대기업들은 자체적인 적성검사를 보곤 하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내용만으로 1차로 필터링하기도 한다. 어떤 기업들은 특정한 자격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예컨데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싶으면 당연히 CPA에 합격해야만 한다. 또 어떤 기업은 곧바로 면접을 보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열분덜이 절대 흔들려서는 안되는 기본적인 자세가 있다. 그건 위에서 말한 소개팅에 대한 내용과 같다.


 


열분덜은, 그 회사와 열분 자신이 서로 잘 맞는 조합을 찾아내는게 목적이지 무조건 합격하는게 목적이 아니다.


 


물론, 수십군데 이력서를 냈는데 한군데도 서류통과를 못하는 경험을 한다면, 어디든 일단 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런 마치, 위의 소개팅 예로 보면 나이 마흔넘어서 까지 연애를 한번도 못해본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가 누가됐든 좀 사귀기라도 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과 비슷하다.


 


연애를 할 때, 아무나랑 사귀어보겠다고 사귀거나, 혹은 차이고 나서 홧김에 사귄다거나 하는 경우, 대부분은 그 출발과정 자체가 문제가 되어 헤어진다는 사실은 아마 많은 분덜이 알고계실거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연애라는게 어떤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의 '변화'가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애 하나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으로 입양을 하거나 출산을 한다면, 그건 정말 위험한 일일거다. 그 위험함은 애를 갖는다는 것이 단순히 유아를 양육하는 것을 넘어 한 인생의 시작과 과정을 함께하는 것임을 각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듯, 연애도 마찬가지로 한 관계에 대한 컨셉이 없는 상태로 그저 '솔로' 딱지를 떼는데에만 치중한다면, 그 후에 마주하게 될 수많은 관계 사이의 일들을 감당할 수 없는게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열분덜은 인생의 일부를 함께할 일자리를 고르는거다. 향후 적어도 몇년을 어떻게 살아갈지의 문제다. 쫌 자극적으로 말하자면, 무직상태를 1년 먼저 벗어나려고 잘못된 선택을 하면 약 3년 후에 후회 가득한 마음으로 전혀 다른 분야에서 신입사원으로 시작하게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도 있고 더 멀리 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 사람에게 그 당시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대부분이 한번에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선택한다고 답할거다.


 


그러니까, 이건 연애다. 무조건 사귀는 횟수를 늘리는게 장땡이 아니라, 한번을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게 후회가 없다.


 


이 자세를 졸라 클럽에서 따낸 전화번호 간직하듯, 고이접어 간직한 채로


 


본격적인 '선택받기' 과정을 디벼보자.


 


 


 


2. 이력서, 자소서는 도구일 뿐


 


 



 


 


취업 서류. 이거 씨바 졸라 짜증난다. 그도 그럴 것이 20~30여년간 비슷한 것도 써본 일이 없는 생소한 서류다. 나라는 사람을 고작 종이 몇장에 고스란히 담는다는건 졸라게 어려운 일이고, 막상 어찌저찌 서류를 다 쓰는데 성공했더라도 그게 '나'를 대변한다는 사실이 어딘가 허무하기 마련이다.


 


이걸 소개팅할 때 주선자에게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소개팅 주선 과정에서 한 사람은 간단한 프로필 몇자와 사진 한장으로 설명되곤 한다. 키 183에, 마른 체형에, 남자답고, 모대학 무슨과 남자. 키 160 넘고, 통통한 정도에, 조용한 성격이고, 모대학 무슨과 여자. 직장인이라면 학교/과 대신 직업이 들어갈거고 말이다. 여기에 종교나 관심사, 집안 등의 사항이 추가되긴 한다.


 


소개팅을 해본 사람들은 한번 기억을 돌이켜보자. 저 요약 프로필과 사진을 보고 상상한 이미지가, 실제 만났을 때의 느낌과 일치한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일단 기본적으로 사진빨은 먹고 들어가는데다가, 사람이 사람을 만날 때는 말투의 미묘한 습관이나 시선, 작은 얼굴표정 변화 등이 학교나 키에 비해 훨씬 큰 인상을 형성한다. 그러므로 요약프로필과 사진이 그 사람을 90% 이상 적중률로 대변할 가능성은 아무리 후하게 쳐줘봤자 1/3 미만일거다.


 


이 사실에 공감할 정도의 팅력을 구비한 사람이라면, 다시 저러한 요약 프로필로 사람을 소개 받을 때 2가지 특징을 보이게 된다. 첫째로, 그 요약 프로필을 통한 인상에 의존하여 판단하지 않는다. 즉, 그 정보 자체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다. 둘째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안을 반드시 물어본다. 정치적 색깔이나 종교, 자취여부, 성적 개방도 등등.


 


열분이 작성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받아보는 심사관들도 마찬가지다. 심사관이라고 해봤자, 직장선배에 다름아닌 사람들이 여러번 서류심사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 서류를 통해 떠오르는 인상이 그 사람을 90% 이상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내용에 신경을 크게 쓰지 않을 거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볼거다. 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아마 사람마다 다를거다. 정치적 색깔이나 종교, 전공, 기존 이력, 사회성 등등.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이력서와 자소서를 쓸 때 '이 몇장의 서류에 내 모든걸 담아보겠어'라고 생각하는건 별 의미가 없다. 어차피 아무도 안알아준다. 보는 사람은 그 모든 내용 중 몇줄만 볼 뿐이다.


 


대신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주겠어'라는 태도가 오히려 더 낫다.


 


다시 소개팅으로 넘어가서 설명해보자. 어떤 남자가 졸라게 큰 자쥐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자신의 큰 자쥐에 대해 충분히 긍정적 피드백을 드러내 보일 만큼 성적으로 개방된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렇다면 그 남자는 소개팅을 할 때 주선자에게 '나 자쥐 졸라 크다는걸 어떻게든 전달해라'고 주문할 수 있다.


 


이러한 부탁은 2가지 효과가 있다. 우선 실제로 자쥐가 크다는 정보를 전달해서,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 시바 자쥐가 큰지 작은지 소개팅할 여자가 어찌 안단 말인가. 뱃겨보기 전까지는. 또 다른 효과는 '소개팅하는데 지 자쥐큰걸 자랑하는 새끼는 변퉤'라고 할만한 보수적인 여성들을 필터링할 수 있다. 어차피 이 남자는 그러한 감성을 가질 만큼 성적으로 보수적인 여자는 원하지 않는다.


 


한편, 자쥐가 졸라 큰데 이걸 쪽팔려하는 남자가 있다고 치자. 이 남자는 어떻게든 자쥐 사이즈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기를 바랄거다. 더욱이 그는 혹시라도 자신의 자쥐 사이즈를 알아챈 어떤 여자가, 그 자쥐때문에 본인에게 접근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길 바랄거다. 그러므로 그는 절대 그 정보만큼은 주선자가 언급하지 않도록 하는게 상식적이다. 어느 상황에서도 도움이 안된다.


 


그러므로, 서류를 쓸 때는 내가 강조하고 싶은걸 강조할 필요가 있다. 집중해서 뭔가를 할 때는 옆에서 폭탄이 터져도 모를 정도의 집중력이 됐든, 상명하복의 관료문화를 졸라게 잘 따르는 점이 됐든 말이다. 그러한 정보에 방해가 되는 요인은 그냥 안쓰면 그만이다. 이력서와 자소서가 무슨 검찰 조서도 아니고, 아니 검찰 조서라 할지라도 필요가 없는 내용은 안쓴다.


 


그러므로 중학교때 환경부장 한거부터, 교회 봉사활동에, 농활에, 동아리 활동 등등 그냥 괜찮아보이는걸 다 써봤자, '허허 이새끼 뭐 많이 했네'하고 넘어갈 뿐이다. 반면, 중학교 라디오 만들기 대회 1등에, 교회 홈페이지 제작에, 개발 동아리에서 총선후보정보 앱을 만들었다는 이력은 확실히 대충 봐도 얘가 뭘 보여주고 싶은지가 느껴진다. 이 회사가 프로그래머를 뽑는거면 유리할거고, 화장품 영업인력을 뽑는거면 아무 도움이 안될거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화장품 회사에선 떨어질 확률이 높고 프로그래밍 회사는 붙을 확률이 높다. 여기서 화장품 회사를 떨어졌다는 사실은 그에게 절대 부정적인 사건이 아니며, 긍정적이기 까지 하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명확하다. 오히려 그 회사에 붙었으면 더 문제겠지.


 


그러니까, 이력서와 자소서는 여러분이 심사관들에게 잘보이기 위한 도구가 아닐 뿐더러, 심사관들이 열분덜을 알기 위한 도구만도 아니다. 열분덜이 심사관들에게 원하는 정보만 보여줄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열분덜이 보여주고 싶은 정보를 전달했는데, 서류에서 떨어졌다면


 


그건 성공적인 필터링이다. 서로에게 말이다.


 


 










### 쓸게 없는 사람에 대한 특별 팁 ###


 


분명 이런 생각을 하시는 히치하이커도 있을거다.


 


"시바 일단은 쓸게 있어야 뭘 골라 쓰덩가 하지"


 


글타. 기본적으로 이력서에 일주일 평균 딸잡는 횟수나, 나이트에서 건져낸 원나잇 횟수 뭐 이런걸 쓸 수는 없으니까, 삶의 궤적에 따라 이력에서는 쓸게 조또 없는 사람도 다수 있을 수 있다. 게다가 그냥 부모 선생 시키는대로 살아온 학생이라면, 그리고 그 부모 선생이 별다른걸 안시켰다면 정말로 쓸게 조또 없을 수도 있다.


 


이력서의 경우 그건 별로 중요치 않다. 이력서는 보통 영 아닌 사람들을 걸러내는 목적이지, 이력서 자체로 순위를 매기는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데, 투자증권회사에서 주식딜러를 뽑는데, A의 이력서에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지방 4년제 대학 법학과 졸업이라는 것만 써있고, B의 이력서에는 외국어고에 서울대 법학과에 총학생회장, 마케팅 공모전 1위상 4회 수상이라고 써있다.


 


어차피 A,B 둘다 걸러진다. A는 법학과만 나왔다고 하니까 주식딜러와 잘 맞는 인재라는 예상을 하기가 힘든거고, B는 졸라 이력이 다들 주식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굳이 이런 사람을 주식딜러로 뽑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할거다. 이왕이면 좀 더 주식과 증권 관련 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이력서를 원하니까 말이다.


 


물론, 1명만 뽑는 자리에 A와 B만 지원했다면, A가 뽑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단언컨데, 이런일은 거의 없다. 서류전형 단계에서, 조또 안어울리는 사람들 중 골라내야 하는 상황이 닥칠 확률이 너무 낮다. 게다가 그런 상황이라고 한들, 뭔가 더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정도는 씨바 그냥 받아들이자. 말했다시피, 이런 상황 잘 안벌어지니까.


 


글타면, 문제는 나와 비슷한 방향을 가졌지만 경력은 더 많은 화려한 이력서와의 경쟁이 걱정된다는 점이다. 이 것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어차피 학창시절 및 사회 초년 시절에 쌓을 수 있는 이력은 한계가 있다. CFA나 변호사 자격증 처럼 졸라게 강력한 스펙은 어차피 확률이 낮다. 그 낮은 확률로 그 스펙을 얻은 사람이 더 유리한건 시바 그냥 사회가 공평한거다. 오히려 그 반대가 문제겠지. 또 누구나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스펙, 예컨데 토익 950 같은 스펙은, 이제 더이상 희소성이 없다는걸 누구보다도 심사관들이 먼저 안다. 반대로 말하면 이게 없다고 해서 엄청난 데미지를 입는건 아니라는 거다.


 


앞서 말했듯, 이력서는 안맞는 사람들을 걸러내는게 먼저다. 아무것도 없는 이력서는, 졸라 안맞는 이력서보다는 훨씬 나은거다. 게다가 분명 '취업을 준비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지 않은 다른 지원자들은, 조또 쓸데없는 내용을 졸라게 넣어놨을테니, 열분덜이 더 유리하다.


 


아… 글타고 취준안을 주변에 널리 알리는 행위를 자제할 필요는 엄따.


 


암튼 이력서는 이렇게 무난하게 넘어가면 된다. 병신 같은 실수만 하지 말자. 증명사진에 꽃과 별 장식을 한다던가 하는 짓만 안하면 된다.


 


그럼 이제 자소서가 남는데, 자소서는 오히려 열분덜에게 기회다. 보통 히치하이커들은 졸라게 프로페셔널한 경험을 최대한 어필하고 싶어하는데, 재차 말하지만, 어차피 20대초중반에 엄청나게 대단한 경험을 할 가능성은 존나게 낮고, 그 낮은 가능성으로 그 경험을 해낸 마크 주커버그 같은 인간들은 그냥 시바 넘어가자. 세계에 몇명 안된다. 글타면 많은 히치하이커들은 심사관 눈에는 좆도 안되는걸 졸라게 열심히 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심사관들은, 무슨 경험을 해봤는가 보다는, 얘가 어떤 사람인가에 중요도를 높이게 된다. 즉, 경험의 종류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경험에서 얘는 어떤 성격을 드러내는가가 중요하다.


 


이 두 예를 비교해보자.


 


A는 자소서에, 자신이 대학때 한번 해외선교활동을 가서 아프리카 난민들의 고통과 세계평화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썼다.


 


B는 자소서에, 자신이 중학교 때 동생과 장난을 치다가, 동생을 장롱에 가두고 문을 잠궈버렸는데 문이 열리지 않고 부모님도 집에 없어서, 혼자 겁에 질려 울고불고 패닉에 빠졌었지만, 침착함을 찾고 동생의 불안감부터 달래주는 것이 필요하다는걸 깨달았던 그 순간, 처음으로 철이 들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후로 모든 일을 대한 태도가 변했다는 내용을 썼다.


 


당신이 신입사원을 뽑는다면, 둘 중 누구와 면접을 보고 싶겠는가? 어느 사람을 더 만나보고 싶은가?


 


물론 그 회사가 해외자선활동을 하는 단체라면 A가 유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B를 떨어트리기는 아쉬울거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을거다.


 


반대로 그 회사가 그냥 광고회사라면, A같은 범생타입보다는 B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을거다. A는 별로 아쉬움 없이 떨어트릴거고 말이다.


 


그러므로, 프로페셔널한 내용을 넣고 싶다는 욕심 자체를 버리는게 낫다. 그냥 조또 아닌거라도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매력있게 할 수 있다. 열분덜을 졸라게 잘 표현할 수 있는 뭔가를 쓰면 된다. 특히나 자소서는 대부분 질문으로 이뤄져있고, 그 질문들은 꽤 범위가 넓다. 콕 찝어 '이 분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업 활동에 대한 경험을 쓰시오' 이딴 질문은 잘 없고, 그런 질문을 하는 회사는 열분과 안어울리는 회사니까 그냥 쳐다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 분야와 관련이 있는 경험을 쓰시오'라는 질문은 있을 수 있는데, 이 때 직업활동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어떤 사건이 그 분야와 관련있는 경험을 선사했다는 내용을 진솔하게 쓴다면 오히려 어설픈 걸 갖다대는거 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글고 다 떠나서, 기본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회사에는 안가는게 맞는거다. 당신이 한국인인데 흑인을 사귀고 싶은 이성을 사귄다면 그건 서로 불행이지 않겠나.


 




 


 


 


3. 면접이라는 이름의 소개팅 자리


 


 



 


 


앞서 서류전형이 소개팅의 주선단계라면, 면접은 그 주선이 성사된 후 실제로 벌어지는 물리적 만남에 해당한다. 실제로 그 혹은 그녀를 처음으로 만나는 그 상황. 이 만남에서 열분덜은 마치 오디션 보듯, 내 매력만을 보여주고 끝낼리 없다. 상대방의 매력과 단점을 최대한 찾아내야 한다. 오해를 깨야한다. 열분덜은 면접을 마치 무조건 붙어야 하는 오디션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건 소개팅이다. 열분덜도 정보를 얻어내야하는 자리 말이다.


 


그러므로, 어떤 질문을 받게 될지, 글타면 어떤 대답을 어떻게 해야할지만 고민하는건 반쪽짜리 준비다. 어떻게 떠볼지, 어떤 질문을 할지, 어떤 면을 알아볼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소개팅 뿐만 아니라, 어떤 이성을 처음 만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둘 다 서로 연애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는 상태라는 전제다. 글타면 그 둘간의 질문과 답변은 졸라게 복합적이다. 저쪽에서 어떤 질문을 하는가, 그 질문을 어떤 태도로 하는가라는 문제는 나에게 정보를 알아내려는 행위임과 동시에 저쪽에 대한 정보를 내가 알아낼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단적으로 "좋아하는 체위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그건 실제로 좋아하는 체위를 물어보려는 목적을 지니는 질문자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상대방이 '아 이인간은 졸라게 밝히는구나'라는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피질문자의 도구로도 작동한다.


 


이렇게 질문이면서 동시에 대답이며, 대답이면서 동시에 질문인 대화가 이어지게 된다. 그냥 진솔하게 대한다면 진솔할 수도 있지만, 대가리를 굴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굴려야하는 대화.


 


만약 자신의 매력이 선이 굵고 시원시원한 성격이라면, 그냥 궁금한걸 다 물어봐도 된다. 어차피 처우라던가 직원복지 같은건 미리 인터넷으로 졸라게 알아볼 수 있고, 실수령액 같은건 어차피 면접 다 붙고 나서 싸인할 때 알게된다. 이걸 빼면 어지간한 질문을 단도직입적으로 해도 별로 위험하지 않다. 오히려 진지하게 그 회사에 들어가는 미래를 상상하는 인력이라는 인상을 주게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한가지, 소개팅 자리와의 공통점은, 졸라게 복불복이라는거다. 아무리 당신이 주선자에게 깐깐하게 조건을 건다 하더라도, 그 조건을 다 충족한다는 것 자체로 그 사람이 당신이 상상하던 그 사람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건 그냥 운명이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어떤 면접관들을 만날지는 졸라 복불복이다. 그 회사에는 분명 당신과 결이 같은 사람도 있고 결이 다른 사람도 있을거다. 그런 사람들 중 누가 당신과 마주할지는 그냥 운명이다.


 


소개팅에서, 당신이 자신을 진솔하게 보여줬는데 차였다고 치자. 그렇다고해서 '아 씨바 무조건 가식적으로 해야 안차이는거구나'라고 생각하는건 말이 안된다. 그냥 자신의 진솔한 모습과 상대방이 안맞은거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은 당신이 보수정치성향을 가진게 더 좋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진보성향을 가진걸 바랄 수도 있다. 이 것까지 고려해서 상대방이 어떤 성향을 좋아할지 맞추려고 하는건 불가능하다. 그냥, 나는 나를 보여주고 상대가 알아서 판단하는 수 밖에 없다.


 


누차 말하지만 열분덜은, 열분덜과 서로 잘 맞는 뭔가를 찾는거지, 일방적으로 어디든 합격만 하면 장땡인 게 아니다.


 


이 기본태도 이외에 부가적인 기술측면이 있긴 하다. 이건 소개팅도 마찬가지다.


 


소개팅 첫 만남에서 냄새가 너무 강하거나, 먹기가 불편한 음식을 먹자는 제안은 피한다던가 하는건 상대방이 그 음식을 졸라게 좋아한다는 전제가 있기 전에는 일반적으로 통하는 에티켓에 해당한다. 잠옷에 쓰레빠를 끌고 나간다던가, 평소 입지도 않는 아야나미 레이 코스프레 의상을 입는다던가 하는 극단적인 옷차림이 좋지 않은 것도 그렇다.


 


면접에 있어서의 이런 기술적인 면은 이런게 있다. 면접관 중 한명이라도 "이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줘야한다. 이건 어떤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회사라도 뽑아야할 이유가 마땅치 않은 그런 사람을 원하진 않는다. 그러므로 그냥 아무 인상도 못주고 앉아있다 나오는건 졸라 절대 안된다. 차라리 좆같은 인상을 주더라도 인상이라는거 자체를 주는게 낫다. 가만히 있는것 보다 차라리 나쁜 인상을 심어주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뭔가 숨은걸 찾아내는건 불가능하지만, 좆같은 인상 속에서 뭔가 그 회사에 필요한 요소를 찾아내는건 적은 확률로나마 가능하다.


 


이 말을 "좆같은 행동을 하라"고 오해하면 졸라 너무 많이 간거고, "가만히 앉아있지 마라"고 이해해야겄다.


 


 


 


4. 입사시험 및 신체검사 등 기타사항


 


 



 


 


이번에도 약간 과장하자면, 입사시험 문제집을 사느니 그 시간에 지원하려는 업계나 역할 세계에 대한 뉴스나 잡지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는 입사시험이라는게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된다. 회사 입장에서 입사시험이라는걸 만들어서 어떤 면을 보고 싶을까. 당연히, 이 사회 자체에 관심이 조또 없는 사람들을 걸러내고, 혹시라도 그 회사의 일을 할 수 있을만한 최소한의 지적 능력이 구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을 제외하고 싶을거다.


 


예컨데 어떤 회사의 입사시험이 수학이 어렵기로 유명하다면, 그 회사는 수학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필요로 한다. 글타면 수학에 약한 당신은 졸라 벼락치기로 시험봐서 합격해봤자 일 자체가 잘 맞지 않을거다. 그리고 사회 전반 상식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면, 시험공부를 할게 아니라 그냥 뉴스를 좀 보고, 그래도 시험에서 떨어지면 뉴스를 더 보는게 낫다. 어설프게 턱걸이로 붙으면 붙고나서 어리버리하다는 평가밖에 못받는다. 기본적으로 열분덜이 사회 전반에 대한 상식이 거의 없다면, 열분은 그런 상식이 전혀 필요 없는 분야로 가거나, 아니면 상식을 넓혀야한다. 자신이 사는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모르면서 그 사회에서 인정받으며 잘 살겠다는건 시바 누가봐도 어거지 욕심 아니겄는가.


 


물론,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로 문제지를 받을 때의 긴장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기본적인 정보를 알아보는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중고등학교때 주입식 교육 받는 습관으로, 입사시험을 무슨 수능 준비하듯 준비하지는 말자는거다. 그 시간에 사회 전반에 대한 상식이나,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을 더 쌓는게 낫다.


 


신체검사 같은 경우는 보통 그냥 혹시라도 하는 마음으로 인사팀에서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고, 부가적으로는 추후 산업재해 문제에 대한 명확한 근거로서 작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야말로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겠고


 


혹시라도 뭐 부모님이나 조부모의 정치성향이나 이런걸로 문제삼는 회사가 있다면 시바 그냥 침뱉고 돌아서라. 그런 회사 가봤자 좋을거 엄따.


 


 


 


5. 마무리


 


제목은 '선택받기'로 했지만 결국은 이건 선택을 받아내는 문제라기 보다는 관계를 형성하는 문제다.


 


소개팅을 통해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날 수도 있듯, 한번의 취업이 인생을 결정할 수 있다. 열분덜은 최대한 열분덜과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그런 일자리를 찾는게 최대 목표다. 그렇게, 회사와 열분 개인이 서로 최대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만남이 이뤄져야, 열분도 좋고, 회사도 좋고, 이 사회 전체도 최대한의 발전을 이룰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제 열분덜이 이런 과정을 통해 가장 적합한 일자리를 얻었다고 치자.


 


글타면


 


이제 사회 첫발을 내딛을 때다.


 


다음 편은 '신입사원' 편이다.


 


이번 편에서 혹시 더 궁금한게 있거나, 지랄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댓글이나 jobhitchhiker@gmail.com으로 보내주시라.


 


아 시바 니덜은 좋겠다.


 


졸라.


 


 


 










"취업을 준비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지난 기사


Intro

1. 마인드

2. 선택하기 그리고 선택받기(상)

3. 선택하기 그리고 선택받기(중)




 


 


춘심애비

트위터 : @miir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