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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쿠데타 관련 기사를 쓰고 나서 딴지 부편집장으로부터 계속해 압박이 들어왔다.

 

 “사드에 관련해 글 하나만 달라. 터키처럼 하나 써 달라.”

 

생계전선에 악영향이 끼치는 소리다. 그렇게 몇 번의 옥신각신 끝에 글을 쓰기로 했다. 단, 사드 얘기는 최대한 배제하겠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야기 했고, 지엽적인 문제는 나올 만큼 나왔기에 더 보탤 건 없다고 본다. 중요한 건, 사드는 사드 하나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솔직히 말하겠다.

 

 “사드? 그게 뭐? 지금 뭣이 중한디?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

 

미안하지만 우리는 지금 진짜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 사드가 들어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중국이 지금 어떤 전략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동아시아 패권을 노려보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물론 지금중국은 사드만 바라보고 있다. 그 타이밍이 너무도 절묘했기 때문에.

 

지난 7월 8일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사드 체계 배치를 발표했다. 그리고 나흘 뒤인 7월 12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성중재 재판소에서,

 

 “중국이 주장해 온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근거가 없다.”

 

란 판결이 나왔다. 이미 예상한 결과였다.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이 패소할 것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구단선 주장부터가 함정이었다. 때문에 중국은 판결 전부터 언론에 대고 ‘전쟁’을 말하며, 남중국해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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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경향신문>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제껏 내뱉은 말이 있기 때문이라도(영토 주권을 말하며, 남중국해에 구단선을 긋고 자기 땅이라고 주장했고, 이를 침범할 시에 엄혹한 보복을 할 것이라 쏟아낸 게 한두 해가 아니었다), 어떤 액션을 보여야 했다.

 

우리나라가 사드 배치 발표를 하기 전에 이미 중국은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부글부글 끓어 넘치기 직전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헤이그에서 판결도 나오기 전에 한국이 먼저 사고를 쳤다. 그동안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며 미루던 사드를 돌연 배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다섯 가지 전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전제. 아니, 사전지식이라고 말해도 좋겠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술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개인적 감정이나 편린(片鱗)이 묻어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점 양해해 주기 바란다.

 


전제 1. 미국의 바다. 그 바다가 미국만의 바다일까?

 


애덤 로버놀트와 윌리엄 르 소바즈에게... (중략) ...바다에서건 뭍에서건 적을 괴롭히고... (중략) 모든 수익의 반을 짐과 함께 나누도록...(중략) 허가하노라.

 

영국의 왕 헨리 3세가 1243년에 발행한 적국 선박 나포 허가장 中 빌췌



영국 국왕인 헨리 3세가 내준 해적 허가증이다. 이게 헨리 3세, 아니 영국만의 특별한 이야기일까? 아니다.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런 국가공인 해적선인 사략선(私掠船 : privateer/corsair)은 존재했다. 그 유명한 무적함대를 격파한 프랜시스 드레이크(Francis Drake)도 군인이기 이전에 해적이었다(그는 해적 선단을 운용하면서 해적질도 하고, 전쟁도 치뤘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에도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은 사략선들이 영국 함대를 공격했었다.

 

우리가 아는 해적이라고는 고작 <캐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조니 뎁 정도다. 그러나 해적은 그리 낭만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물동량의 대부분을 바다로 수송해야 했던 18세기 제국주의 시절에 해적이란 국가의 동맥이라 할 수 있는 수송항로를 위협하는 암적인 존재였다. 이 해적들을 격퇴하거나 이를 활용해 경쟁국을 공격하는 건 ‘국가전략’ 차원에서 논의되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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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전 세계 바다에서 우리나라 국적의 수송선이 해적들에게 위협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소말리아 해협에서 납치되는 배들은?”

 

그렇다. 21세기에도 해적이 있다. TV에 종종 나오는 소말리아 해적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말레카 해협의 해적들이 그것이다(지금은 말레카 해협의 해적들이 훨씬 더 위험하다). 그런 그들의 무장수준이 어떠한가? AK 소총과 RPG-7을 들고 있는 게 고작이다. 그들의 무장수준을 가지고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국가 전략물자를 위협하거나, 국가의 정책자체를 위협할 정도의 해적 세력이 사라졌다.”

 

라는 것이다. 그 이유가 뭘까? 바로 미국 때문이다.

 

몇 년 전 우연찮게 반미를 외치고, 제국주의 미국을 타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NL계열 조직과 세미나를 했던 기억이 있다(반 강제로 참석해 혼자 고군분투 했다). 그쪽에서 오토리버스로 주장하는 것이 미국의 일국 패권이 만악의 근원이며, 이런 미국 패권은 분쇄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 내가 되물었던 한 가지가,

 

 “그럼 대한민국은 굶어 죽겠네요.”

 

도끼눈을 하고 날 노려보던 활동가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자리에서 난 대한민국의 실정을 찬찬히 설명했다.

 

대한민국 GDP의 80%는 수출에서 창출된다. 대한민국은 비정상적으로 대외경제에 의존하고 있다(이 부분의 심각성에 대해 일반인들은 별 감흥이 없는 것 같은데, 정말 심각하다). 식량자급률은 24%가 안 된다. 그나마도 추곡수매 때문에 확보한 ‘쌀’ 덕분이다.

 

대한민국은 섬나라다(휴전선 너머로 뭘 보낼 수 있나?). 대외 수출입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물동량의 95% 이상은 해상수송이다. 만약 제주도 앞바다에 핵잠수함 20척이 매복해 있고, 그 위에 항공모함 전단 2~3척이 전략 초계를 한다면(항모전단까지 필요 없다. 주요 길목에 잠수함만 풀면 끝이다), 한국은 앉은 자리에서 굶어 죽어야 한다(몇몇 주요 항구에 기뢰만 부설해 놔도 소비자 물가는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그 수출은 바다로 나간다. 수입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바다가 막힌다면 어떻게 될까?

 

너무도 운이 좋은 게 이 바다를 ‘미국’이 잡고 있다. 시계를 돌려 1965년도로 돌아가 보자. 한참 가발을 만들어 팔던 한국이 바다로 화물선을 보냈는데, 이게 해적들의 손에 의해 나포된다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

 

전 세계 바다는 미국이 장악했다. 이 상황에서 미국에 대항하는 적대적인 해상 세력이 등장해 자유무역을 방해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1960년대 월남에서 전투 중 사용한 탄피를 주워와 본국으로 보냈던 한국에게 대외투사력이라 불릴만한 해군이 있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정부 수립 이래 별걱정 없이 바다로 나갔다. 최근 소말리아 해협에서의 납치나, 몇몇 테러 사건을 제외하고는 국외로의 수출입이나 인력이동에 있어서 어떤 ‘위협’을 받은 적은 없다. 이는 한국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국가들이 수출을 하지만, ‘물리적 위협’ 때문에 수출을 못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 그럴까? 바로 바다를 장악한 미국 덕분이다.

 

일부 ‘좌파’들은 미국 패권이 우리를 착취하고,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미국의 이익을 위해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고 흥분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 면이 있다. 그럼 우리가 미국의 패권으로 얻는 것들에 대해서는? (친미주의자가 아님을 이 대목에서 밝혀야겠다)

 

나는 가끔 강연을 할 때 미국 일극 체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이란 하우스에서 대한민국은 제법 손재주가 좋은 타짜다. 처음엔 재떨이나 비워주고, 라면이나 끓이던 놈이 이젠 제법 밑장도 빼고, 화투도 날릴 줄 안다. 미국 하우스는 이제 제법 큰 대한민국에게 자릿세를 요구한다. 처음엔 고리 뜯기는 것처럼 기분이 나빴지만, 생각해 보니 하우스 덕분에 안전하게 판을 돌릴 수 있었다. 미리미리 관작업을 착실하게 해 경찰이 단속도 뜨지 않고, 깽판 치는 조폭도 없다. 내가 버는 걸 생각하면, 이 정도 자릿세는 감당할 만하다.”

 

대한민국의 성장 배경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노력도 중요했지만, 그 토대가 되어 준 ‘미국 패권 체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소리다.

 

어떤가?

 

미국이 있기에 대한민국은(또한, 수많은 자본주의 국가들) 아무 걱정 없이 수출과 수입을 할 수 있다. 툭 까놓고 말해보자, 벨기에나 루마니아 같은 약소국이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로 수출을 했다고 치자. 그런데, 해적이 등장해 중간에 벨기에 국적의 화물선을 나포해 베네주엘라 인근 섬으로 끌고 갔다고 하자. 벨기에나 루마니아 같은 나라가 단독으로 이 해적들을 처리하고 화물선과 선원을 구해낼 수 있을까?

 

아니, 반자본주의를 주장하는 맑스주의 사상을 국시로 삼는 사회주의 국가나 아나키스트들이 바다를 장악한다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화물선이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바다를 지켜내고 있다. 우리는 미국의 바다가 있기에 수출을 하고 먹고 사는 것이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말하며, ‘알아서 하세요.’라고 말한 게 왜 심각한 문제인지 이제 이해가 가는가? 세계의 경찰인 미국은 ‘은퇴’하는 순간 세계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최악의 경우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지역 패권자들이 등장해 사태를 진정시키겠지만, 그 사이에 세상은 엉망이 된다는 것이다)


 

전제 2. 절반의 법칙

 

2000년대 중반 이후 도광양회(韜光養晦 :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며 기다린다) 전략을 완전하게 포기한(포기하기 전에 이미 인정받았다) 중국은 맹렬히 G2 체제에서 중국이 살아남을 전략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미 북한 급변사태 시 미국, 중국, 한국, 러시아가 북한을 분할통치하는 4개국 북한 분할안은 예전부터 준비하고 있었고, 지금 현재도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여담이지만, 이 보다 더 한 계획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소련처럼 하면 망한다.”

 

너무도 당연한 결론이었다. 당시 중국인들이 주목한 건 48%의 법칙이었다. 패권 국가(미국을 지칭)를 상대하는 신흥강대국은 패권 국가 국력의(GDP를 기준으로 봤을 때) 48% 정도를 쫓아갔을 때 또 다른 패권국으로 인정받아 양극체제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미국 국력의 48% 정도만 가지고 있으면 중국은 또다른 패권국으로 인정받아 미국과 함께 G2 국가로 전 세계에서 발언권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보자면, 중국은 GDP 기준으론 미국의 60%까지 쫓아왔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명목상의 GDP’다. 일단 중국의 통계를 믿을 수 있냐는 게 걸리고, 실제로 60%가 맞다고 하더라도 크게 의미는 없다고 보는 게 옳다. 경제적 의미에만 한정해 생각해 본다면, 앞으로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하는 것과 실제 경제 상황은 다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1980년대 일본은 미국을 경제적으로 정복하겠다고,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고 ‘설레발’ 치다가 조용히 플라자 호텔로 끌려갔고, 그 결과 20년간 ‘반병신’이 됐다)

 

이 대목에서 중국인들이(중국학자들은) 중국이 나아갈 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련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

 

이라고 결론 내렸다. 당시 소련이 망했던 이유는 국력에 비해 너무 과도한 군사비 지출이었다. 미국과 상대하겠다고 작정한 소련은 무모하게도 군비경쟁에 뛰어들었고, 결국은 패배하게 됐다(레이건 시절의 저유가 정책은 엄청난 타격이 됐다).

 

중국은 소련과 같은 무모한 군비경쟁에 뛰어들지 말고, 미국을 견제하는 수준의 적정군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미난 사실은 미국은 자신의 국력(GDP 기준으로)의 절반(구체적으로 48% 내외) 정도까지 추격해 오는 2등 국가에 대해서는 그 시점부터 경제, 안보, 정치적으로 갖은 견제와 압박을 하는 외교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 소련이 그랬고(냉전 시절이라며 원래부터 싸운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시기 중국과 미국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신냉전’ 체제가 만들어졌다), 1980년대 일본이 그랬다. 일본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국력을 추격해 오자 미국은 일본을 플라자 호텔로 불러 버블경제를 터트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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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중국에 대한 견제에 들어갔다. 2015년부터 미-중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는데, 외교, 군사, 경제 모든 부분에서 각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미국이 이빨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2015~2016년 2년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미국은 정말 발 빠른 대처를 했는데, 당장 남중국해에 치고 들어가 필리핀 수빅만 기지를 20년 만에 부활시켜 남쪽으로 치고 나오는 중국을 견제했고, 아베와 굳게 손을 잡고 미일 동맹을 더 강화시켰으며, 한국에는 사드를 배치했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에 대한 견제에 들어갔다. 對 중국 포위망이 서서히 그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드 배치가 왜 하필 지금이고, 이렇게 급작스럽게 진행됐는지 슬슬 감이 오는가?)

 

이 대목에서 의문이 드는 것이,

 

 “국력의 48% 수준으로 패권국가 자리에 오를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다. 맞는 말이다. 이제까지 인류사에 등장한 수많은 패권국가들 중 그나마 통계의 정확성을 신뢰할 수 있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경우 그 국력이 최정점에 찍었을 때의 GDP가 전 세계 GDP의 35.9%였다(청나라 시절의 GDP는 국력을 따지기에는 부적합한 통계이기에 패스하자). 지금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의 GDP가 전 세계 GDP의 1/4 수준이다.

 

이 와중에 미국 GDP의 반을 쫓아왔다고 ‘극체제’로 받아들여야 할까? 받아들여야 한다. 왜? ‘핵무기’라는 비대칭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벙커 1 강연 때도 말했지만, 핵은 정치적 무기이다. 쏘는 순간 무기로서의 의미가 사라지는 게 바로 핵무기다. 이 핵무기가 등장함으로써 국력의 격차는 상쇄되게 됐다(북한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중국은 핵을 가지고 있다. 소련은 이 핵을 통해 절반의 국력으로도 미국과 싸울 수 있었던 것이다. 중국도 그런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이 중국이 소련을 철저히 연구했다는 대목이다. 1980년대 북대서양 바다 속은 말 그대로 ‘소리 없는 전쟁’이었다. 소련의 전략원잠, 공격원잠이 바다 속을 헤집고 다녔고, 이를 잡기 위해 미국과 영국은 소서스(SOSUS)라인을 깔고, 공격원잠을 투입해 소련 잠수함을 쫓아다녔다. 지구 반대편 태평양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일본 불침항모론”

 

으로 미국의 환심을 산 나카소네 前 총리. 그의 말처럼 일본은 그 지리적 특성(소련을 포위한 듯 점점이 흩어져 있는 국토를 보라)을 활용해 태평양에서 소련 해군의 진출을 감시했다.

 

냉전 시기 소련은 미 해군 항공모함을 잡기 위한 필승카드로 잠수함과 대함미사일을 선택했고, 여기에 모든 걸 걸었다. 물론, 80년대 넘어가면 ‘얼굴마담’ 격인 쿠즈네초프 같은 항공모함을 찍어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얼굴마담이었다. 항공모함이라기보다는 미사일 순양함(이걸 찍어낸 러시아도 ‘항공로켓중순양함’으로 보고 있다)이라고 보는 게 맞다. 비행갑판 아래에 미사일 수직 발사관을 감추고(정치적 이유도 있었지만, 항공모함 한 척으로 미 항모전단을 상대하기엔 무리가 따르기에 방향을 틀었다), 돌아다녔다.

 

소련은 미국의 항모전단과 해상전력을 정면에서 받아낼 수 없었기에 비대칭 전력에 눈독을 들였던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은 ‘전략자산’으로 분류된 전략무기다. 이 항공모함이 가지는 외교적, 군사적, 국가 전략적 함의(含意)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다. 이를 파훼(破毁)하는 게 대국으로 가는 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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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전 세계 물동량의 90% 이상은 바다로 운송된다. 이 바다를 장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뭘까? 바로 제공권이다. 그 제공권을 담보해 주는 게 뭘까? 바로 항공모함이다.

 

소련이 잠수함과 순항미사일로 미국 항모전단을 격파하겠다는 전략을 구상했고, 이를 몸소 실천했다면, 중국은 다른 방식으로 항공모함을 상대하겠다고 나섰다.

 

전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대함 탄도 미사일(ASBM). DF-21D. 동풍 21이다. 그 기술적 베이스는 중국이 보유한 중거리 탄도 미사일 DF-21이다. 여기에 인공위성, 지상, 공중, 무인정찰기 등등의 지원을 받아서 항공모함 위치를 파악해 직격을 노린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항공모함만을 겨냥해 개발된 탄도탄”

 

이라는 목적이다. 전 세계에서 중국의 영해 근처에 대놓고 항공모함을 보낼 수 있는 나라는 미국 하나뿐이다(프랑스의 샤를 드골이나 러시아의 쿠즈네초프는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쁘고, 결정적으로 1척뿐이라 상시 배치나 의미 있는 타격을 가하기에 부족하다).

 

미국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1,300Km(최대 3,000Km) 정도인데, 이 정도면 항공모함의 효용 가치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생각해 보라 탑재기의 항속거리를 생각한다면, 중국 본토 1,000Km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 안에 들어가면 탄도탄의 사거리 안에 들어가는 게 아닌가?

 

물론 아직 개발 중이고, 이동하는 항공모함을 요격할 수 있는 정확성이나 탄두의 파괴력에 대한 의문이 있지만, 이런 걸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아니, 긴장하고 있다. 미 군부에서는 이 둥펑 21의 실전 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중국해군은 항공모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자신들도 항모전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절박감이다.

 

(2001년 하이난섬 근해에서 미국의 전자신호 정찰기 EP-3E와 중국 공군기의 충돌사고가 있었는데, 이때 중국인들은 항공모함의 보유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우리가 항공모함이 없어서 미국에게 침범당한 것이다!”

 

라는 주장이 대세를 이뤘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중국 항공모함 개발은 계속 탄력을 받아 나갔다)

 

툭 까놓고 말해서 중국과 미국이 ‘군사적’으로는 이미 갈라섰다고 보는 게 맞다. 2013년 9월 11일 중국은 독자적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시스템인 북두(北斗) 시스템 구축을 완성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자동차를 사면 서비스로 달아주는 GPS는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됐다. 스마트폰의 지도 찾기는 또 어떤가? 이 시스템은 미국의 GPS 시스템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 GPS의 애초 목적은 ‘군사용’이다. 그 중 몇 개의 회선을 민간용으로 돌린 것이 오늘날의 GPS다. 만약 이 GPS 주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정밀 폭탄이나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은 무용지물이 된다.

 

때문에 선진국들은 너나 할 것 없이 GPS 주권을 되찾기 위해(혹은 상업용 활용을 위해) GPS 구축에 나서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유럽의 갈릴레오, 러시아의 글로나스, 일본의 Quazi-Zenith, 인도의 IRNSS 등등이 있다. 중국은 미국의 절반인 16기의 위성을 쏘아 올려 독자적인 GPS 시스템을 만들어(그것도 오차범위 1미터짜리!) 상용서비스에 들어간 것이다.

 

겉으로 보면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게 뭐 그리 대수냐고 말할 수 있겠는데, GPS는 처음부터 군사용으로 개발된 물건이다. 중국은 유럽이나 러시아보다 빨리 시스템을 구축해 상용서비스에 들어간 것이다. 그 말인즉슨, 군사용으로는 구축이 완료됐다는 의미다.

 

미국과 다른 GPS 시스템을 만들어 활용하겠다는 것. 개인적으로 2013년 9월 11일이 중국이 군사적으로 미국과 갈라선 첫 일보라고 생각한다.

 


전제 3. 잃어버린 10년

 

국제정치학적으로 봤을 때 1990년 냉전이 붕괴됐을 때부터 2001년 9.11테러가 터졌던 시기까지의 10년 세월을 ‘미국의 방황기’라 보는 견해가 있다(개인적으로 이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로 미국의 승리를 공식 선언하던 그 시기. 미국은 뚜렷한 정책목표나 국가전략구상도 없이 방황했다.

 

소련과 함께 양극체제를 이룬 상태로 50년 가까이 싸워 오다 갑자기 카운트 파트너가 사라진 것이다. 이 진공상태에서 미국은 ‘멍’을 때리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국제정치학자, 역사학자들은 향후 전 세계의 정치체제가 어떻게 돌아갈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때 대두됐던 이론이 크게 2가지였는데,

 

 첫째, 미국 단일의 일극(Unipolar) 체재

 

 둘째, 유럽, 중국, 일본, 미국 등등의 지역 패자들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다극 체제

 

어떤 체재가 좋은지는 지금 입장에서는 섣불리 말하긴 어렵다(그리고 15년 전의 국제정세와 지금은 너무도 달라졌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2가지가 있다.

 

하나, 역사적으로 급격한 힘의 불균형. 즉, 어떤 한 세력이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하게 힘이 쏠리는 경우 국제체제는 ‘불안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둘, 2016년 현재 중국이 양극체제의 한 축, 혹은 2030년대까지 미국과 양극체제를 이루는 초강대국이 될 것이란 말을 지지하는 국제정치학자는 소수이다(비관적인 분위기, 관망하는 분위기가 많다). 2016년 현재 중국이 미국과 함께 한 축을 이룬다? 이건 어불성설이다(개인적으로도 이건 ‘개소리’다).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미국을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예를 들어볼까? 경제적으로 이미 중국은 거품이 빠지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이 대놓고 ‘중국의 과잉생산이 전 세계 경제침체의 원인이 된다’며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군사문제를 보자면, 반 접근 거부전략(Anti-Access, Area Denial)이란 단어를 쓰는 중국이 현재 패권을 논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전제 4. 도련선(島鍊線)

 


➀ “미국의 경제 이익, 안보 이익은 서태평양과 동아시아에서부터 인도양 지역과 남아시아를 포괄하는 활 모양 지역의 발전과 불가분하게 연결되고 점증하는 도전과 기회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군이 필연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쪽으로 재균형을 취할 것이다."


2012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 : 21세기 미국 국방의 우선순위(Sustaining U.S Global Leadership: Priorities for 21st Century Defense)>라는 미 국방부의 새로운 전략지침 中 발췌



이 전략 지침은 8페이지짜리 문건으로 어떤 세부적인 지침은 없다. 말 그대로 ‘전략적 선언’이었다. 이 문건이 가지는 파괴력은 미국이 잠재적 적대국... 그냥 중국이라 말하겠다. 중국이 천명한 ‘반접근 거부전략’을 맞받아 쳤다는 것이다. 즉, 중국이 ‘내 구역에 오지 마’라고 선언하고, 미국은 ‘갈래’라고 맞받아 쳤다.

 


➁ 2013년 오바마 정부 2기 출범과 발맞춰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으로 선회(Pivot to Asia-Pacific)>를 천명했다. 이미 2011년 오바마 1기 내각 시절에 클린턴 前 국무장관이 천명하긴 했지만, 이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미국이 태평양 국가임을 선언했다.

 

그리고는 태평양으로 선회하기 위한 3가지 정책을 수립했는데, 그 중 군사적인 부분의 최고 초점은 잠재적 적대세력(중국이다)의 반 접근 지역거부 전략에 맞서는 군사전략의 추진이다(나머지 2개는 아시아 지역의 다자협력 강화와 환태평양 동반자협정 추진이다).



반 접근 거부전략(Anti-Access, Area Denial)이란 게 뭘까?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다. 간단히 말해 보겠다.

 

미국의 해군력, 군사력을 맞아서 대양에서 ‘맞짱’을 뜰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전 세계를 다 뒤져봐도 없다. 그렇다고, 미국의 항공모함이나 함대를 맥 놓고 쳐다만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나온 게 지상과 섬들을 연결해 방어 거점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함대를 상대한다는 전략이다. 즉, 수세적인 방어 전략이다.

 

이게 특별한 건 아니다. 인류 역사상 수없이 등장한 전략이다.

 

중국은 미국을 상대할 함대가 없다. 그러나 지역 패권, 더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한 세계패권을 노려보는 나라이다. 이런 나라가 맥 놓고 미국함대를 바라만 본다면, 패권은커녕 나라의 안보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게 바로 도련선(島鍊線)이다(이 대목은 남중국해와 뒤이은 영토분쟁, 對 중국 포위망, 일대일로 정책 등등 앞으로 나올 이야기의 배경지식이 된다. 뒤에 자세히 다루고 여기서는 개략만 설명하겠다).

 

중국 근대 해군의 아버지라 불리는 류화칭(劉華淸)이란 인물이 있다. 1980년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사령관이었던 이 사람이 내놓은 전략이 그 유명한 <도련(島鍊)전략>이다.

 

“지금 중국해군의 실력으로 미국의 항모전단을 상대할 순 없다. 이 상황에서 중국해군이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비책은 도련선을 긋고 미국 항모전단이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전략과 상당히 흡사하다. 이렇게 해서 그어진 선은 3개인데,

 

 제1 도련선은 쿠릴열도에서 시작해 일본, 대만, 필리핀, 말레카 해협을 아우르는 중국 근해

 제2 도련선은 오가사와라 제도, 괌, 사이판, 파푸아뉴기니 근해

 제3 도련선은 알류산 열도, 하와이, 뉴질랜드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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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 해군의 현실적 목표는 괌까지라도 미국해군을 몰아냈으면 좋겠다는 정도다(그게 가능할까?). 문제는 미국이 20년 만에 필리핀 수빅만에 입항했고(필리핀은 20여 년 전 의회결의를 통해 미국을 쫓아냈는데, 이제 중국과의 분쟁상황에서 미국을 붙잡았다), 괌은 어불성설이다. 남중국해 문제가 시끄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중국은 자신의 생명선을 지키기 위해 남중국해를 자기 앞마당으로 만들려 하는데, 여기에 미국이 강력히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전 세계 해군의 해군력과 싸워도 되는 전력을 가지고 있는 미 해군을 상대로 중국이 버틸 수 있을까? 중국은 자신의 ‘나와바리’를 지킬 생각이다.

 

문제는 호주-필리핀-대만-오키나와-도쿄-제주도(이제 은근슬쩍 붙었다. 제주 해군기지)-평택으로 이어지는 1자 라인이다. 정확하게 중국을 포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덤으로 베트남도 미국에 붙었고(오바마가 괜히 베트남에 들어가 국교정상화하고 악수하고 한 거 같은가?), 인도가 미국과 손잡았겠는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중국은 미친 듯이 스리랑카에 달라붙어 엄청난 자금지원을 해주고 있다.

 

(스리랑카는 내전에 벗어 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 나라 꼴이 말이 아니었는데, 국제사회에서 스리랑카는 그 인지도 면에서나 경제적 면에서나 매리트가 없었기에 외면받았다. 그러나 중국에게 있어 스리랑카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함대 기항지로, 인도양으로 빠져나가 아프리카와 중동, 더 나아가 대서양으로 나갈 수 있는 관문이 돼 준 것이다. 지금 스리랑카에는 대규모 중국 자본을 기반으로 항만을 비롯해 각종 SOC들이 건설되고 있다. 물론, 스리랑카 국민들은 중국인을 좋아한다. 당연하게도 인도와 미국은 이걸 싫어한다)

 

1990년대까지 만들어졌던 對 소련 포위망이 약간 모양을 바꿔 對 중국 포위망으로 착착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은 자신의 구역을 지키기 위해 도련 전략. 즉, 반 접근 거부 전략을 내세워 미국을 막아내려 하는 것이다. 재미난 건 미국은 이런 포위망을 짜는 게 처음이 아니라 경험이 있었다는 점이다.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포위하고, 고립시키고, 고사시키는 것.

 

미국이 군사적 대응조치 다음으로 아시아 지역의 다자협력 강화와 환태평양 동반자협정에 열을 내는 이유가 뭐겠는가? 군사적 포위를 위해서도, 경제적 포위를 위해서도, 외교적 포위를 위해서도 파트너를 확보하고, 확보한 파트너를 확실하게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공고히 다져서 對 중국 포위망을 완성해야하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를 통해서 한국은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 앞에서(언제 선택의 기회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당당히(?!) 미국을 선택하고, 對 중국 포위망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전제 5. 미국과 중국이 직접 싸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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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he Global balita>


미국과 중국은 전쟁을 하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다. 당장 군사력 면에서 상대가 안 될뿐더러, 싸울 이유도 없다. 설사 싸운다 하면 둘 다 망한다는 걸 미국과 중국이 더 잘 알고 있다.

 

미국 경제는 중국이 있기에 돌아가는 것이고(그 많은 달러를 누가 가지고 있을까?), 중국은 미국이 있기에 돌아가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미국이란 시장, 자기가 가지고 있는 달러 자산을 생각해 보라).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손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중국은 서서히 자신을 옥죄어 오는 미국의 포위망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제까지 내뱉은 말도 있고, 패권을 말하는 자존심도 있다. 그 불똥이 어디로 튈까? 그렇다. 미국이 아닌 주변국으로 튄다는 소리다.


이 와중에 한국이 사드를 배치했다.




P.S.


전제 5개를 겨우 마쳤는데, 벌써 날이 샜다. 남중국해 문제는 시작도 못했는데... 부편집장의 꼬드김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2탄에서는 남중국해 문제를 본격적으로 헤집어 보겠다. 오래 살려면 이런 글은 안 쓰는 게 좋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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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더가 디비주는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


조약, 테이블 위의 전쟁

러시아 vs 일본 한반도에서 만나다





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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