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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0. 금요일

독투불패 Anyone








IPA(India Pale Ale)


맥주라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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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 것이 어떤 것이든 틀린 건 아닐 겁니다. 단지, 술집이나 마트에 갔을 때 진열되어 있는 맥주들을 봤을 때 대충 어디쯤에 속하는 맥주인지 파악하고 특징에 집중하며 마신다면 좀 더 맛있고 즐겁게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글을 써 봅니다. ‘맥주는 그냥 차가울 때 벌컥벌컥 마시는 게 최고지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이라면 고정된 생각을 잠시 풀어두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IPA(India pale ale) 에일 맥주의 범주에 속하는 한 종류입니다.


뭐 이따우로 복잡해!

 

라거와 에일은 발효하는 방법으로 구분됩니다. 라거는 하면발효, 에일은 상면발효. 이 정도로 대충 알고 넘어갑시다. 예전에 어떤 분이 쓰신 글에 관련 내용이 있던 걸로 기억하니까 필요하면 찾아서 보시든가.



IPA(India pale ale) - 특징


IPA는 이름에 나와 있듯이 인디아와 관련이 있습니다. 19세기 인디아에서 만들어진 에일 맥주였던 것입니다. 라고 할 수 있다면 참 쉽게 문단을 끝낼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고...


19세기 영국은 인도를 점령하고 동인도 회사를 통해 제국주의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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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스키들.


해외에 나가있는 한국인들이 소주맛을 못 잊어서 구해 마시는 것처럼 인도로 뻗어나간 영국놈 영국인들도 본국의 페일 에일에 대한 그리움은 상당했을 것입니다. 이런 소비욕구 때문에라도 인도에 상주하는 영국인에게 본토의 맥주를 전해줘야 할 필요성이 생겨났고 따라서 배에 맥주를 싣고 떠나게 됩니다.

 

 다운로드.jpg

영국에서 인도까지

4대강..이 아니라 수에즈 운하가 필요하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인도까지의 항해에 적도선이 있다는 것이 그것인데, 저도수의 발효주인 맥주가 당시의 기술로 커버할 수 없는 온도의 벽을 적도선을 넘어가며 만나게 되었고 당연히 맥주가 맛이 가 버리게 됩니다. 배가 인도에 도착한 후 맥주통을 열어봤을 영국인의 분노를 생각하면 차인표 씨가 '쓰레기들아!'를 외치는 그것을 넘어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거나 이에 본토에서는 어찌해야 맥주를 멀쩡한 상태로 인도까지 보낼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Hodgson이라는 양조가가 홉의 능력에 주목하게 됩니다.


홉.jpg

홉[hop]

삼과(─科 Cannabinaceae) 한삼덩굴속(─屬 Humulus)에 속하는 

2종(種)의 1년생 또는 다년생 덩굴 식물.

북아메리카 온대지역, 유라시아,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양조 산업에 쓰이는 홉은 홉(H. lupulus)의 말린 구과(毬果)이다.

- 다음 백과사전


Hodgson은 맥주의 향과 맛을 위해 첨가하던 홉이 방부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동안 epa(english pale ale-영국식 페일 에일)에 넣던 것 보다 더 많은 양의 홉을 때려박아서 인도 수출용 맥주를 만들게 되고 이 맥주는 무사히 인도까지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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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다행이야


그렇게 IPA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IPA(India pale ale) - 특징


PA(Pale ale-페일 에일 맥주)는 '과일향과 꽃향기의 라거와 비교한다면 조금 낮은 탄산과 청량감'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일반적'일 뿐입니다.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맛과 향을 나타낼 수 있으며 심지어는 에일 같은 라거도, 라거 같은 에일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홉을 강화한 IPA는 더 풍부하고 강한 과일향(시트러스&프루티)과 꽃향기(플로랄), 솔향(파이니), 풀향(그라시)을 가지고 있고 PA에 비해 더 높은 알콜 도수와 함께 IPA의 주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쌉싸름한 맛을 갖게 됩니다졸라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사람 마시라고 있는 건데 그럴 리가... 


맥주는 홉의 투입 정도에 따라서 ibu(International Bittering Unit - 쓴맛의 정도) 차이를 갖게 되는데 보통 IPA50~70 정도의 ibu를, 라거는 10~20, PA는 20~40 정도입니다. (때로 100이상의 ibu를 뽐내는 맥주들도 나오곤 합니다. 1000이 넘는것들도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ibu는 수용 가능 문제이지 쓴맛 자체로는 큰 의미는 없습니다.) 


홉의 특성이 부각된 맥주들에는 보통 호피(hoppy)하다는 표현을 하게 됩니다. 홉의 쓴맛이 대체 어떠한 느낌의 쓴맛인지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piny(솔향)하다거나 grassy(풀향)한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개인의 느낌인지라 다르게 느껴도 문제될 건 없습니다. 기회가 될 때 IPA를 한번 마셔보면 '아 이런 것인가' 싶을 것입니다. (한입 크게 마신 후 가볍게 트림을 해 보세요. 입과 코를 통해 느껴지는 것이 있을 겁니다.)


*IPA의 풍부한 향과 맛을 충분히 살려내려면 라거에 비해 좀 더 높은 온도일 때 마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라거가 4~6도 정도라면 IPA는 10도 근처? 냉장고에 넣어 두셨다면 꺼내고 나서 10분 정도 상온에 두신 후 개봉해 주세요.



IPA(India pale ale) - 추천


글이 끝나가는 시점에 와서야 고백하지만 IPA 자체가 맥주 초심자-살면서 마셔온 맥주의 양이 적은'이 아닌'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마셔보지 못한-가 마시기 좋은 맥주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필스너나 밀맥주보다 IPA에 대해 먼저 글을 쓴 이유는 그냥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맥주군이라서 :)


IPA를 마셔보고 '뭐여 이 시발놈이 날 낚았어!' 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해해 주어요.


현재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IPA는 인디카 IPA, 브루클린이스트 IPA, 웨스트코스트 IPA, 홉오틴 IPA, 아메리칸더블 IPA, 빅아이 IPA(이상은 대형마트에서 구매 가능), 스컬핀 IPA, 톨피도 IPA, 펑크 IPA, 민타임 IPA, 아오오니 IPA (이상은 일부 맥주 전문 소매점, 백화점, 펍이나 바에서 구매 가능) 정도가 있습니다.(이나 캔으로도 유통되는 것만 적었습니다.)


이중 추천하는 것들입니다.(다 맛있지만 우선 순위를 두면 좋을 것 정도로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Indica IPA(인디카IPA) - 미국 로스트코스트 - IPA virgin에 추천. 과일 향과 꽃 향이 매우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화사해서 여성적인 느낌이랄까? x, xx스에 입점되어 있으며 동네 맥주 창고에 가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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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n Double IPA(아메리칸더블IPA) - 스코틀랜드 브루독 - 브루독의 Hardcore IPA라는 맥주의 테스코 PB버전입니다. IPA에 몰트와 홉을 강화한 버전인 더블 IPA입니. ibu 150으로 '졸라 쓴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몰트도 강화되어서 충분한 단맛이 쓴맛과 어우러져서 마시기 좋은 정도를 유지해 줍니다.


American Double IPA.jpg


Sculpin IPA(스컬핀IPA) - 미국 밸러스트포인트 - 현재 한국에 수입되는 IPA중 세계 맥주 덕후들에게 가장 높은 평을 받는 맥주가 아닐까요? 밸런스가 잘 잡혀 있고 완성도가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Sculpin IPA.jpg


Big Eye IPA(빅아이IPA) - 미국 밸러스트포인트 - 스컬핀과 함께 밸러스트의 IPA. xx스 중 일부 지점에 있어서 그나마 구하기 쉬운 편. 대학로 어딘가에 탭으로 파는 펍이 있으니 마셔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Big Eye IPA.jpg


Torpedo IPA(톨피도IPA) - 미국 시에라네바다 - 꽤나 괜찮은 IPA인데 현재 수입된 물량이 모두 소진되고 추가 분은 아마 바다를 건너고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완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Torpedo IPA.jpg


Punk IPA(펑크IPA) - 스코틀랜드 브루독 드링커블하면서도 홉의 특징이 잘 살아 있습니다. IPA virgin에게 추천합니다. 비슷한 IPA에 비해 약간 홉향이 튀어오르는 느낌을 받는다면 잘 느끼신 것입니다. 브루독이 홉에 미친자들이라 일부러 호피하게 만든 겁니다. 이 또한 대학로 어딘가의 펍에서 탭비어로 만날 수 있으니 벙커원 들렀다가 한 번 가 보시던가...


Punk IPA.JPG




마무리


사실 세계 맥주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건 라거입니다. 다양성에 큰 관심없는 한국도 별 다를 거 없이 시장의 대부분은 라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그래서 한국 IPA는 볼 수가 없습니다.(사실 세븐브로이 IPA가 캔으로 전국 유통되고 있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탭에 비해서 무언가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생은 괜찮으니 기회가 생긴다면 드셔보세요.) 언젠간 한국산 IPA가 세계 맥덕후들의 심금과 간을 울리는 그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그 날을 위해서 맥주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혀두시길 바라요. 이만 뿅.


마무리는 저의 모스트1 BrewDog Punk IPA








독투불패 Anyone


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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