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3. 25. 화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최근 정치권에서는 누가 뭐래도 안철수가 가장 뜨거운 화제의 중심이다. 일반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조금 떨어지기는 했어도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으며, 최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의 전격적인 통합 발표에 의해 다시 한 번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그 이후 통합 과정에서의 각종 주장들이 언론에 보도되며, 어떤 것은 부인하고 어떤 것은 밀고 나가는 선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과연 이 안철수라는 초선의원이 어떤 미래를 원하고 있는지, 어떤 비전을 간직하고 있는지 관심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중이다.
과연 안철수는 위대한 정치인으로 성장할 것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박찬종, 또 하나의 문국현, 아니면 그저 별 볼일 없는 한때 반짝하는 정치인으로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져 가게 될 것인가?
안철수가 추구하는 정치적 가치
안철수는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정확하게 밝힌 적이 없다. 그의 말은 매우 모호하고 추상적일 뿐이다.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거나, 국민에게 여쭤보고 결정을 내리겠다고 중요한 답변을 미룬다거나 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안철수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자신의 명확한 정치적 스탠스를 밝히지 않는다는 모호성을 강화함으로써 확고한 지지자를 만들지 못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그 결과 안철수는 “간만 본다”라는 비아냥에서 출발한 “간철수”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보기에 안철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중간쯤 어딘가에 자리잡은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동시에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당을 모두 싸잡아 “구태정치”라고 비난을 해 왔다. 자신이 주장하는 새정치는 바로 그 구태정치와의 차별성에서 출발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새정치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이는 기존의 유권자들 중 다수가 현실 정치에 대한 환멸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정치적 전략일 수가 있다.
우리 사회의 유권자들은 ‘정쟁’을 매우 싫어한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의사당 내부의 농성이나 폭력사태 같은 극한 대립을 수시로 벌이면서도 그다지 생산성 있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의회의 무능이 가장 주된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일사불란, 명령과 복종, 신속한 일처리 등 효율성을 강조하는 군대식 문화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즉,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 지루한 협상 과정을 거쳐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이 겉으로 보기에는 비효율적일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바람직한 시스템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민주적 시민의식’이 아직 부족한 상태에서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지나치게 효율성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문을 해 볼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나 그런 이상론과는 달리, 실제로 우리 사회의 유권자들은 정치권의 갑론을박을 매우 비효율적인 것으로 치부하며 정치를 혐오하고 의회를 비난한다. 이 혐오감은 심지어 의원 개개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의원 세비를 인상한다거나, 국회의원 연금을 인상한다거나 하는 결정에 대해 가혹할 정도로 비난을 하기도 한다.
그 연장선 상에 안철수의 “국회의원 정족수 감소” 주장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이는 분명히 다수 대중의 지지를 받을 만한 발언이지만, 정치적으로 무지에 가까운 잘못된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나 할 수 있는 틀린 주장이다. 잘못된 주장을 함으로써 지지도를 올리는 것을 우리는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인구나 경제적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의원 개인에 대한 특혜는 줄여야 하지만, 의회의 규모는 더 늘리는 것이 맞다. 그럼으로써 유권자들이 원하는 진짜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참고 : 국회의원 숫자)
또한 안철수 본인 역시 정쟁을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하고 회피하고자 하는 태도를 흔히 보인다. 단 십 분간의 면담을 통해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박원순에게 양보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일견 충격적이며 감동적인 장면이었을 수도 있지만, 전 인구의 반을 보유한 수도권, 그 중에서도 핵심 지역인 인구 천만의 대도시인 서울시의 장을 결정하는 자리를 별다른 토론도 없이 그렇게 즉흥적으로 양보해 버리는 것은 경솔한 처신일 수도 있었다. “길고 지루한 단일화 과정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도 쉽게 합리화 되기 어려운 일이다.
최근 문제가 된 6.15 와 10.4 남북공동성명의 정신을 신당의 정강에서 빼자는 주장에서도 역시 불필요한 정쟁을 피하자는 이유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이런 식의 주장은 꽤 많이 나왔었다.
결국 정치는 의사결정의 과정이며, 이 의사결정의 과정은 길고 지루한 토론과 협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그렇기에 얼핏 보기에는 매우 비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민주주의자, 의회주의자라면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이 정쟁의 과정을 불필요한 그 무엇으로 간주하는 태도, 이게 과연 정상적인 정치인이 가질 수 있는 자세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
어쩌면 안철수는 우리 정치사에 가장 반정치적인 정치인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입장들
추상적인 정치관 말고, 좀 더 디테일한 부분에서 안철수는 어떤 입장들을 가지고 있을까?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예를 들어 통일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다. 최근 별세한 이봉조 전 차관 정도가 안철수 주변에서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남북문제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또한 이봉조 전 차관이 안의원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유지했을 뿐, 안철수 본인이 이 전 차관의 통일관을 그대로 계승했다는 담보도 없다.
북한이 내부로부터 붕괴한 뒤에 날로 주워 먹자는 흡수통일론을 주장하는 것인지, 주석궁에 탱크를 몰고 들어가자는 북진통일론을 주장하는 것인지,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것인지, 아니면 통일 따위는 필요 없다는 입장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청춘콘서트 같은 오프라인 대담에서 통일을 언급하기도 한다. 저서에서도 통일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현 정권이 통일은 대박이며 잭팟이며 보난자라고 주장하며 달려가고 있는 마당에 정치인으로서 어떤 견해를 표명했을까? 현안에 대한 어떤 입장발표가 있었을까? 그런 입장발표 자체가 정쟁을 유발하기 때문에 회피한 것은 아닐까?
경제는 어떨까? 안철수는 본인이 벤처 기업가 출신이며 나름대로 성공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의 안랩 역시 우물 안 벤처, 즉 우리 사회에서만 정부의 지원으로 영업에 성공하고, 해외 진출은 꿈도 못 꾸는 그런 기업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과연 앞으로 우리 사회가 안랩 같은 벤처들을 양산한다고 살아날 수 있을까? 국제적인 경제 침체 시기를 맞이하여, 국제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시장을 지켜보며,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어떤 식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 신자유주의의 깃발을 달고 전 세계를 누비는 다국적 자본 앞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어 있는 우리 경제 현실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 그런 상황에서 가속될 수 밖에 없는 양극화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 그 양극화로 인해 고통받는 서민들은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 답이 없다.
물론 일개 초선의원에게 이런 광범위한 질문을 하는 것은 가혹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철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차기 대선후보다. 당연히 답해야 하는 질문들이다.
복지 관련해서는 중부담 중혜택이라는 술에 물 탄 듯한 구호를 얘기하고 있다. 이는 복지를 강화하자는 주장도 아니며 복지를 축소하자는 주장도 아니다. 그저 욕먹지 않게 적절한 선으로 하자는 주장일 뿐이다. 결국 이런 주장은 알맹이가 없다. 안철수가 하는 대부분의 주장들이 모두 이런 식이다.
한미 FTA나 민영화 문제에서 안철수는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는가? 환경문제, 핵발전소 문제, 군대 문제, 교육 문제, 의료 서비스 문제, 그 밖에 널려 있는 우리 사회의 제반 사항에 대한 입장 역시 없다. 어떤 문제가 민감하고 복잡할수록 정치인 안철수는 그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국민에게 물어봐서 결정한다는 식으로 회피를 해 왔다.
정치인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안철수의 어떤 입장을 지지하는 것인지, 아니 그 이전에 안철수의 입장이 뭔지는 이해하고 나서 지지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노동문제
안철수는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노동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말을 안 하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 대목에서 나는 안랩의 CEO로서의 안철수가 안랩의 직원들에게 했던 말 한마디를 인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안랩의 꽤 오래된 직원들이라면 많이들 기억하고 있을 만한 이야기이며, 현장에서 그 얘기를 직접 들은 안랩의 당시 직원의 얘기를 인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밝혀 둔다.
사내에 구성된 소규모 그룹과의 간담회에서 안랩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던 시점에 나온 질문이다. 몇몇 직원들이 안철수에게 “만약 안랩에 노조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때 안철수의 답변은 이랬다고 한다.
“회사 접어야죠.”
그리고 이 질문을 한 직원들은 말문이 막혔고, 대화는 여기서 중단되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에 관해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저 대답이 상당히 충격적일 수도 있겠다. 또 한편으로는 어떤 면에서는 기존의 대기업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답변이라서 익숙할 수도 있겠다.
노조가 생기게 되면 회사를 접겠다는 말, 그 정도로 노조의 존재 자체를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고, 노동운동 자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 3권 자체를 부정하는 저 답변이 지금도 안철수 의원 본인의 입장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만약 저 때는 뭔가를 잘 몰라서 그냥 한 답변이었고, 이제는 노동 문제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면 분명하게 설명을 해 줄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의 90% 이상은 노동자의 신분이다. 당신이 의사이건 변호사이건 연봉 수십 억의 자영업자이건 대리운전 기사나 퀵 서비스 기사라면 자신이 노동의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노동자의 신분이 아니라고 부정해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경제 환경의 변화로 일자리는 줄어들고 비정규직의 범람으로 직업의 안정성이 감소하고 있고, 평균 소득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해 줄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노조에 대해, 이 사회의 전반을 책임지고 감당해 나가야 할 대통령의 자리를 꿈꾸는 사람의 답변이 노조가 생기면 회사를 접겠다는 식이라면 이는 애초부터 정치인으로서 자격미달이다. 물론 그런 자격미달의 정치인들이 새누리당에는 수도 없이 많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자격미달 정치인 1 자격미달 정치인 2
정치전략적 입장
사실 정치인 안철수는 지금 대단한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
신당 통합 합의의 기반에는 기초단체 무공천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깔려 있다. 이 기초단체 무공천이 그렇게 고집스럽게 지켜야 하는 가치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오로지 그것이 양당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자기라도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약속을 잘 지키는 안철수”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만 같은 그런 근거만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기초단체 무공천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그다지 정치적으로 옳은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참고 : 정당공천제를 둘러싼 기이한 논쟁)
그러나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에서 조금 문제가 되더라도 의지를 가지고 관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박수를 쳐 줄 일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스스로의 입으로 확언을 했던, “백 년 가는 정당을 만들어 새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창당에 관한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는 것인지는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자기가 하지도 않은 어떤 약속은 사력을 다해 지켜야 하고, 어떤 약속은 안 지켜도 되는 것인가? 그 선별 기준은 무엇인가?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며, 약속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며 언제든지 환경은 변하는 것이고 변한 환경에 맞는 최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정치의 덕목이다.
문제는 일관성인 것이다. 어떤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깨는 과정에서도 큰 틀에서의 일관성은 지켜야 한다. 일관성은 바로 어떤 정치인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는 기준이며, 그 일관성을 믿고 유권자들은 정치인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그나마 일관성마저도 없이, 그저 아름다운 이미지만을 가지고 정치에 임하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왜 선택을 해 줘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기가 힘들어진다. 그런 선택은 아이돌 그룹을 정할 때에나 할 법한 그런 선택에 불과하다.
민주당 내 일각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기초단체 무공천의 원칙을 철회하라는 주장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에, 왜 기초단체에서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라는 것이다. 약속이기 때문이라는 무의미한 얘기는 그만두고 말이다.
이제 아마도 안철수는 통합된 당 내에서 기초단체 무공천의 원칙을 관철하게 되고, 그 기준에 맞춰 6.4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맞이한 기초단체 선거에서 민주당 깃발도 없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당의 후보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새누리당이 싹쓸이를 하게 되는 상황이 왔을 때, 이 책임을 누가 지게 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 패배의 정도가 커지는 만큼 안철수의 정치적 생명에 닥쳐올 위기 또한 비례해서 커지게 될 것이다.
안철수는 지금 심각한 도박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도박이 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 만큼 중요한 도박인지, 이기게 되면 무엇을 얻게 되는 건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안철수 의원 본인도 이해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안철수의 가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오늘의 안철수를 존재하게 만든 “안철수 현상”은 분명히 벌어졌던 일이고, 상당히 의미가 있는 현상이었다.
안철수 현상의 시작
기존의 정치권이 무한 반복의 소용돌이에 빠지면서 무기력증을 노출하고, 독재자의 딸이 국정원의 도움을 받아 불법적으로 대권을 훔쳐가는 와중에 이 범죄적 현실을 막지도 못하고, 이를 보다 못한 유권자들이 그래도 정치혐오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안철수를 정치판으로 소환해 내고, 안철수 본인이 거기에 화답하여 정치권에 발을 딛게 된 것은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좋은 일이었다.
유권자들의 권리란 그런 것이다. 자신들이 요구하는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도구로 언제든지 이 공화국의 한 시민을 소환하여 사회적으로 복무하길 요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본질 중의 하나이다.
만약 본인이 권력의지가 없었다면 그 소환에 응하지 말았어야 한다. 하기도 싫으면서 억지로 끌려나와 소명이네, 임무네 하면서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에 불과한 일이다.
그러나 적절한 수준의 권력의지를 가진 사람이 대중의 소환을 받아 정치에 유입되는 것은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이다. 정치권력을 세습(세습이라는 것이 굳이 혈연관계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하기 시작하면 그 사회는 썩어간다. 언제든지 순환이 되어야 하며, 이런 순환을 민주주의적으로 공화국답게 의회주의의 관점에서 이룬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사회의 건강함을 상징하는 일이기도 하다.
안철수에게는 그런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었던 것이고, 그런 대중의 소환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정치인 안철수의 가장 큰 가치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게 유입되어 정치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다면 이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얘기를 해야 한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며, 말로 인해 벌어질 정쟁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실질적인 이야기를 함으로써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것이지, 모범생 안철수, 롤모델 안철수, 힐링의 안철수 이런 이미지만을 가지고 선택 받기를 원하면 곤란하다. 그런 것은 책 팔고 토크 콘서트 할 때에나 통용되는 일이다.
이제 이미지는 그만
대중이 자신에게 부여한 가치를 받아 들고, 그 가치를 현실 정치에서 구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치적 가치로 전환시켜야 할 의무는 안철수 본인에게 있다.
하지만 무척이나 긴 시간 동안 기다려온 입장에서, 아직도 제대로 된 현실 정치에서의 가치를 단 한 가지도 내놓고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초선의원 안철수를 바라보며 이제는 그 기대를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서글픈 예감이 든다.
일단은 조금만 더 기다려 보겠다. 신당의 통합 과정, 그리고 곧 이어 치러질 6.4 지방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안철수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지켜보며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몇 년을 기다린 거 고작 3개월을 더 못 기다리겠는가.
뭔가 보여주기를 기대해 보겠다.
끝.
정치부장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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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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