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5. 05. 18. 월요일

사진불패 pody






편집부 주



이 글은 사진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책을 하나 출판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떤 평가가 나올지, 예전의 책처럼 싸늘한 냉대를 받는 건 아닐지 불안하기도 하고 기대가 생기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네요.


유독 이번에 출간한 책에 많은 애착이 가는 이유가 사실 한 가지 있습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사용기는 (사실 사용기보다 자작기라고 해야 맞겠지만) 이번에 출간한 책을 만들기 위해서 렌즈를 자작하고, 스트로보(편집자 주- 카메라 외장 플래시의 대명사)를 개조하고, 렌즈를 개조하느라 생각지도 않은 접사 촬영방법을 배우게 된 이야기입니다. 이전에 제가 올린 사용기가 하나 있습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그 사용기(렌즈 자작기)를 먼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사용기는 세 편으로 나누어 올릴 예정이며, 오늘은 렌즈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 렌즈로 어떤 사진을 찍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두 번째 사용기는 제가 만들었던 렌즈의 구조와 원리에 대해 설명할 예정입니다. 혹시 저처럼 렌즈 자작에 도전하는 회원 분이 있다면 시행착오를 좀 덜 겪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원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세 번째는 스트로보를 개조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니콘 SB800 2번, 시그마 500DG 슈퍼 3번, 인얀 스트로보 1개, 스타블리츠 스트로보 2개, 썬팍 스트로보 1개, 기타 잡다한 스트로보 서너 개, 니콘 D200 바디 하나를 망가트리면서 개조에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1256217427_R0145375.jpg


렌즈도, 스트로보도 희한하게 생겼죠? 지금 ‘벌하늘소’님이 사용하고 계신 시스템입니다. 최종 시스템이 될지는 모르지만, 출간한 책에 실을 수 있을 만한 적당한 사진을 뽑아내 주고 있는 시스템이라 한동안 사용할 것 같습니다.


“이걸로 개조 끝~”


이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사람 욕심이 끝이 없는 것이어서 언제 마누라의 잔소리를 다시 들으며 밤샘을 하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이제야 고백하는 것이지만, 아직도 마누라는 2년 가까이 밤샘하며 폐인 생활한 것을 책 만드느라 그런 줄 알고 있습니다. 사실 책 만드는 일과 관계없는 일은 아니었지만 많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언가에 미쳐서 날 새는 줄도 모르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많은 폐인들께서는 저와 비슷한 마음일 겁니다.


1256217462_DSC_1320.jpg


‘벌하늘소’님이 곤충의 눈 렌즈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애조납작맵시벌’이라는 곤충인데 눈치 채셨다시피 덩치가 그리 크지 않은 곤충입니다. 나무속을 파먹고 사는 다른 곤충의 애벌레에 기생산란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녀석들은 한참 동안을 나무에 기웃거리며 진맥을 하다가 나무속에 애벌레가 있다는 확신이 들면 길다란 산란관을 찔러 넣어 알을 낳는답니다.


생긴 모습도 특이하고 행동도 특이한 녀석이지요. 근데 사진이 좀 독특하지요? (아니라면 낭패) 마치 내가 개미가 되어 이 벌을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 같습니다.


1256217466_R0136519.jpg


일명 똑딱이라 불리는 카메라로 같은 녀석을 찍은 사진입니다. 똑딱이라 접사를 할 때도 심도가 깊어서 곤충 생태촬영하시는 분들이 종종 사용하는 기종입니다. 리코에서 만든 카메라이지요. 피사계심도(편집자 주- 초점이 맞춰진 영역의 범위)가 깊어서 주위 환경이 함께 사진에 담겨 있네요. 그런데 앞의 사진과는 달리 곤충의 위압감이 없어 보입니다. 그냥 사람들이 실제로 보는 모습과 비슷해 보입니다.


1256217459_DSC_0433.jpg


이 사진은 D200에 60마(편집자 주- 60mm 접사용 렌즈)를 사용해서 같은 녀석을 찍은 사진입니다. 뿌연 배경에 벌레 한 마리가 떠 있네요. 이 사진은 배경이 사라져 버려서 어디에서 찍었는지 알 수 없는데다가, 좀 답답한 느낌이 드네요. 곤충의 모습을 세세히 살펴보기에는 좋지만 재미가 없는 증명사진이 되었습니다. 


1256217436_20080731_173717.JPG


크, 드디어 제가 찍은 사진이 등장합니다. 네발나비가 학교 운동장에 앉아 미네랄을 빨아먹고 있네요.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이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다들 학원을 갔는지 아이들이 없더군요. 렌즈 끝에서 나비까지 한 2cm쯤 다가간 사진입니다. 보통 이런 나비를 찍으면 배경이 사라져버려서 어디에서 촬영한 사진인지 알 수 없죠.


아까부터 ‘어디에서 찍었는지 알 수 없다’는 얘기를 자꾸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어디에서 찍었는지가 중요한 사진을 찍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1256217444_20080927_165216_2.jpg


닷거미류 중 한 녀석입니다. 알을 낳은 후 거미줄 보자기로 싸서 품에 안고 다니는 녀석이지요. 거미의 몸 밑으로 렌즈를 들이밀어 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렌즈 끝단의 구경이 작기 때문에 이런 사진이 가능했지요. 이 사진 역시 배경에 사람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나름 재미있는 사진이 되었네요. 곤충에 어지간히 빠져 계신 저와 비슷하게 생긴 회원입니다.


1256217434_20080731_152642_02.jpg


학교 화단의 백일홍에 날아와 꿀을 빨고 있는 호랑나비입니다. 이 사진 역시 학교 배경을 살리기 위해 개조 렌즈로 촬영을 해야 했습니다. 곤충 접사촬영을 하면서 배경을 함께 살린 사진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이번에 출간한 책의 제목이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이거든요. 이 책을 기획한 건 2004년 봄이었습니다. 당시 후지 602z를 구입해서 생태 사진에 한참 빠져들어 있었습니다. 아이들 외가에 다녀오는 길에 막히는 고속도로를 피해갈 요량으로 국도로 우회하고 있었죠. 과자 사먹는 재미에 꼬맹이 녀석들이 휴게소가 가까워진다는 눈치만 보이면 쉬가 마렵다느니 목이 마르다느니 핑계를 대면서 휴게소를 들르게 만들지요.


국도를 한참 달리고 있는데 큰애가 갑자기 쉬가 마렵다고 하네요. “너 이 녀석 또 과자 먹고 싶어서 그러는구나?”라고 했더니 진짜 쉬가 마렵다네요. 마침 가까운 곳에 초등학교가 있길래 무작정 학교로 들어갔지요. 아이 급한 볼일도 해결할 겸 다리도 펴고 쉴 겸 해서 학교에 들렀는데 제 버릇 남 못 주고 금세 카메라를 꺼내 들었습니다.


학교 화단에 몰려드는 나비도 찍고, 울타리 주변에 있는 갑충들도 눈에 띄네요. 개미붙이도 소나무 주위를 기웃거립니다. 평상시 잘 안보이던 녀석들인데 학교에서 이렇게 쉽게 만나다니!


“아빠! 개미다 개미!”


“음. 그건 왕개미야.”


“아빠! 새끼 왕개미다!” 


“음... 그건 새끼 왕개미가 아니고 곰개미야.”


“아빠! 나비 잡아줘.” 


“안 돼. 나비를 잡으면 나비가 아파해. 그냥 보기만 하는 거야.”


“치이~”


근데 학교에 웬 곤충들이 이렇게 많을까요? 숲 속에나 가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곤충들이 학교 화단 주위에 꽤나 많이 몰려 있네요. 그때부터 지나다니다 만나는 학교에는 무작정 들러서 사진을 찍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틈만 나면 집 가까이 있는 학교에 들르기도 했고요. 정말 학교에 곤충들 많이 사네요.


몇 년을 그렇게 곤충조사랍시고 돌아다녔는데 제가 생태에 대해서는 초보 수준이었기 때문에 한계가 많았지요. 그러다 이곳의 회원인 ‘벌하늘소’님과 ‘반디’님을 만났습니다. 셋이 금세 의기투합이 되었지요. 함께 책을 만들기로 말이지요. 생태 연구의 고수 두 분을 만났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지요.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이라는 테마로 책을 만들자!


아이들이 평생 한 번도 만나지 못할 희귀한 곤충이나 우리나라에는 살지 않는 외국 곤충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싶었거든요. 그런데 당시의 장비로는 이런 사진밖에는 찍을 수 없었습니다.


1256217459_DSC_0286.JPG


어리복숭아거위벌레의 모습입니다. 개복숭아에 흠집을 내는 보석 같이 예쁜 녀석이지요. ‘벌하늘소’님이 찍으신 사진입니다.


1256217458_DSC_0180.JPG


홍단딱정벌레가 지렁이를 잡아먹고 있네요. 만나기 어려운 곤충은 아닌데 이렇게 사냥하는 장면을 만나기가 쉽지 않지요. ‘반디’님이 찍으신 사진입니다.


1256217452_20090621_164001.jpg


제가 찍은 사진인데 이런 사진이야 많이들 찍으시는 장면이니...


1256217429_2006.05.21_039.jpg


길앞잡이가 짝짓기를 하고 있군요. 50cm 안으로 접근하면 건질 수 있는 사진이기는 한데, 가까이 접근하려면 요령이 필요하지요. ‘반디’님 사진입니다.


1256217456_1241738212_CIMG7534_1.jpg


장수말벌이 독침을 뺀 채 달려드는 모습입니다. 이 녀석들은 위협을 받으면 움직이는 검은 물체를 공격하는 특성이 있어서 카메라를 향해 달려들더군요. 덕분에 이런 사진을 촬영하는 게 가능했는데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장수말벌의 이런 특성 때문에 산에서 이 녀석을 건드린 후 머리를 쏘이는 분들이 많답니다. 되도록 가을 산행을 가실 땐 밝은 색 모자를 쓰고 가세요. ‘벌하늘소’님이 카시오에서 만든 카메라로 찍으신 사진입니다.


사진은 좋은데 이런 사진만으론 학교에서 사진을 찍은 건지 숲 속에서 찍은 사진인지 알 수가 없겠더군요. 뿐만 아니라 주위 환경을 함께 찍어줘야 생태 모습을 알 수 있고, 사진을 보는 이가 곤충이 살아가는 환경도 짐작할 수 있겠다 싶었지요. 벌레 증명사진만으론 책을 만들어도 별로 재미없을 것 같기도 했고요.


재미있는 책을 만들어보자!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 고민 하다가 학교나 아이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해결이 되리라 생각했지요. 이렇게 말입니다.


1256217465_R0078701.jpg

 

좀 더 재미있는 사진이 되었네요. 리코 똑딱이의 화각이 좁아서 개조한 렌즈를 앞에 붙이고 찍은 사진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게 되었으니 다 된 줄 알았지요. 그러다 일본의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을 보고 실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 사진이 가능하다니. 작은 곤충을 찍은 사진인데 곤충이 이렇게도 위압감 있게 표현하다니.


한동안 잠이 다 안 오더군요. 리코 똑딱이 개조한 사진으로는 명함도 못 내밀게 생겼네요.


사실 이런 저런 고민할 필요 없이 그림으로 그려서 책을 만들면 아주 쉽습니다. 우리나라에 그림으로 그려 놓은 생태 관련 책이 많은 이유가 그게 더 쉽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엔 그림으로 그린 생태도감도 많지요. 잘 팔리기도 하고요.


곤충 생태를 관찰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연구자에게 별도의 지원이 없는 한 이런 책을 만든다는 게 어리석은 일입니다. 책을 몇 부나 팔겠다고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걱정 어린 핀잔을 듣기 일쑤고요. 그래서 대부분 사진을 찍지 못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선 그림으로 그린 책이 더 잘 팔립니다.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건 생태찌개가 아니라 생태를 가장한 동태찌개일 뿐이지요. 그리는 이가 직접 관찰하지 못한 생태 장면을 상상력을 동원해 그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왜곡 될 수밖에 없습니다. 표본 해 놓은 죽은 곤충이나 남들이 찍은 사진을 보고 세밀화를 그리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걸 생태 모습이라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기가 싫었습니다. 또 사진가라고 껍죽거리며 다닌 게 얼만데 일본의 사진가는 찍는 장면을 나는 못 찍어서 그림으로 그린다는 게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더군요.


사진으로 모든 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고민 끝에 지난 번 사용기에 쓴 렌즈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생긴 렌즈입니다.


1256217452_20091022_161254_01.jpg


핀홀렌즈(편집자 주- 바늘구멍 렌즈)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속에 확대렌즈를 넣어 도립상(편집자 주- 상하좌우가 물체와 반대로 있는 것) 촬영이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1256217453_20091022_161502.jpg


이 렌즈는 CCTV용 보드렌즈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경통 속에 확대렌즈를 넣어서 도립상 촬영이 가능한 렌즈입니다. 회원 분들 몇 명이 공동제작을 했지요. 혼자 신이 나서 한동안 이 렌즈만 들고 다녔습니다. 직접 만든 렌즈로 사진을 찍으니 재미가 배가 되더군요. 그때 찍은 사진들입니다.


1256217431_20080615_173545_2_pody11.jpg


만화 같은 사진이 나오네요. 딸래미가 주먹대장이 되어버렸어요. 핀홀렌즈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1256217430_20080606_161052_01.jpg


이 사진은 환경부 보호종인 표범장지뱀을 촬영한 것입니다. 역시 핀홀렌즈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작은 장지뱀인데 공룡 같은 느낌이 드네요. 그런데 이 렌즈에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앞의 사진에서 보듯이 초점은 물론 조리개까지 완전 수동으로 촬영해야만 했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전까진 매우 헤매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뷰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초점을 맞추려고 하면 조리개가 이미 닫힌 상태이기 때문에 매우 어두운 상태에서 초점을 맞추어야 했지요.


그래서 공동제작한 다른 분들은 거의 사용을 못하고 계시더군요. 저 역시 건지는 사진도 몇 장 안 되고요. 익숙해지면 노파인더 샷을 날릴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적응을 해야 하는 렌즈였어요. 저야 뭐 렌즈를 직접 만들었으니 별 불편함 없이 사용하고 있었지요.


1256217454_20091022_161632.jpg


물론 이런 식으로 줌렌즈를 메인으로 사용하면 좀 더 쉽게 조리개 조절이 가능하지만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생각해낸 방법이 기존에 사용하던 마크로렌즈(편집자 주- 매크로렌즈. 접사 촬영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한 확대용 렌즈) 앞에 이 렌즈를 조합해서 붙여보자는 것이었지요. 이렇게 말입니다.


1256217455_20091022_162029.jpg


단하게 설명을 하고는 있지만 이런 시스템으로 진화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수도 없이 많은 실험을 했고요.


이 시스템은 보드렌즈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속에 확대렌즈 하나와 탐론 90마크로렌즈 그리고 접사튜브에 오목렌즈를 넣어 텔레로 개조한 확대 시스템까지 동원이 되었지요. 이 시스템이 되면서 조리개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텔레는 별의별 렌즈를 다 넣어보다가 결국 예전 올림푸스 필카의 고정식 렌즈를 부수어 그 속에 들어 있던 오목렌즈를 사용했습니다. 그 렌즈가 가장 색수차가 적게 나오더군요.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편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탐론 90마크로 렌즈 대신에 ‘벌하늘소’님과 ‘반디’님은 니콘 105마크로 구형을 사용하고 계십니다.


도립상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도립상에 적응하는 건 비교적 쉬운 편이었습니다. 며칠 들고나가 보면 금세 적응이 되더군요. 그래도 정립상이 되면 더 쉬울 텐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삼성에서 출시할 예정인 미러리스 시스템인 NX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뷰파인더에 표시되는 촬영 전 화상을 맘대로 회전할 수 있게 메뉴에 삽입해준다면 이런 렌즈를 사용하기가 아주 쉽겠지요. 올림푸스 펜은 개발자들이 그런 생각을 못했는지, 필요 없다 생각했는지 그런 기능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네요.


자, 이 시스템으로 찍은 사진들 나갑니다.


1256217442_20080927_161633.jpg


수도꼭지가 사람 얼굴 만하지요? 초광각렌즈(편집자 주- 표준렌즈보다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 원근감이 과장된다)라서 거리왜곡이 심하게 나타납니다.


1256217443_20080927_163818.jpg


팔뚝만 한 방아깨비네요^^


1256217440_20080913_110332_1.jpg


깃동잠자리. 잠자리 가슴이 얼마나 튼튼해 보이는지.


1256217464_DSC_5442.jpg


가재입니다. 집게발이 무섭게 보이네요.


1256217449_20081028_163707_1.jpg


제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산호랑나비 애벌레입니다.


마크로렌즈를 베이스 렌즈로 사용해보니 촬영하기가 아주 쉬워졌어요. 그리고 줌렌즈를 이런 시스템으로 만들 수도 있었고요. 줌렌즈를 사용할 경우에는 텔레가 필요 없었어요. 이렇게 말입니다.


1256217456_20091022_162124.jpg


심지어 이 시스템은 오토포커스도 가능해졌지 뭡니까. 렌즈 구경이 좀더 작았으면 해서 약간 아쉽기는 하지만 이 정도도 감지덕지였습니다.


현재까지 잘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 렌즈로 찍은 사진을 한번 볼까요?


1256217432_20080703_211020_2.jpg


근엄한 두꺼비.


1256217433_20080709_155700_1.jpg


호랑거미. 배가 통통한 걸 보니 잘 먹고 큰 놈 같습니다.


1256217438_20080820_122151.jpg


농촌 지역의 학교를 방문했을 때 학교 정문 앞에 매여 있는 소가 보이더군요. 비쩍 마른 소와 달리 쇠등에 녀석은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소 피를 빨아먹었네요. 수입 소고기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는 한우 농가를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영 안 좋았습니다.


1256217461_DSC_1210.jpg


말매미가 우화하려고 나무를 기어 올라가고 있군요. 옆에서 꼬맹이가 초조한 듯 바라보고 있습니다.


1256217437_20080820_103617.jpg


아싸 호랑나비. 화질도 시판중인 초광각렌즈들에 비해 그리 떨어지지 않고 심도는 비교불허고요. 확대 배율은 1:1가까이 나오지요. 이 렌즈는 95% 정도는 만족해하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렌즈로 찍은 사진들이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에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럭저럭 만족하면서 사진 잘 찍고 있었는데 ‘벌하늘소’님이 불만을 이야기하시네요. 렌즈가 길어서 땅바닥에 있는 곤충들은 올려다보며 찍을 수 없다는 불만이셨죠. 사실 저도 약간 아쉬움이 있었던 터라 다시 개조에 돌입했습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작은 곤충을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면서 촬영하는 방법이 말이지요. 카메라가 들어갈 만큼 땅바닥을 파면 좋겠지만 곤충들이 땅을 팔 때까지 기다려줄 리 만무하고... 아스팔트 바닥이라면 파기도 힘들지요.


그러다 생각해낸 방법이 프리즘을 사용해서 렌즈 자체를 틸트식(편집자 주- 자유롭게 기울일 수 있는 렌즈)으로 개조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프리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더군요. 우리가 잘 알고 있고 매우 익숙한 펜타프리즘이 있고, 쌍안경에 들어가는 직각프리즘도 있고요. 그런데 이런 프리즘은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용 가능한 프리즘은 45도로 빛의 방향을 바꿔주는 포로프리즘인가 하는 것이었지요. 이걸 구하려고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소형 외눈망원경에 이 프리즘이 쓰인다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소형 망원경 몇 개를 구입해 당장 뜯어보았죠. 정말 45도로 빛의 방향을 바꿔주는 프리즘이 들어 있더군요. 그래서 만든 렌즈가 바로 이것입니다.


1256217455_20091022_161905.jpg


메인으로 쓰인 보드렌즈와 1차 확대렌즈 사이에 포로프리즘을 사용해 렌즈의 방향을 꺾어놓은 것입니다.


드디어 곤충의 눈높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지요. 프리즘을 사용해서 렌즈 만드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더군요. 광축을 맞추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우여곡절 끝에 망원경 여러 개 버린 후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1256217441_20080921_172401_1.jpg


땅강아지입니다.


1256217446_20081018_153211.jpg


팥중이인가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1256217451_20081206_163458.jpg


벼 베고 난 꼬투리.


1256217445_20080927_181743.jpg


꽃지의 일몰입니다.


이 렌즈가 재미있는 점이 한 가지 있더군요. 곤충만 찍느라 모르고 있었는데 아이들 얼굴을 가까이에서 접사해보니 사진 그대로 캐리커쳐가 되더군요. 이렇게 말입니다.


1256217447_20081026_002911_1.jpg


1256217448_20081026_003450.jpg


우리 꼬맹이 녀석들도 이런 사진을 보고는 제가 렌즈만 들라치면 도망을 가버립니다.


초점거리 2mm로 보는 세상, 곤충의 눈으로 보는 세상. 이제 이 책의 독자 분들과 회원 여러분의 평을 들을 차례입니다. 사뭇 떨리네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런 렌즈로 촬영된 사진이 출판된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것이지요.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책에도 관심을 기울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리나라 생태연구자들도 더욱 힘을 낼 수 있도록 말이지요.


너무 혹평은 하지 말아주세요. 저 소심한 남자거든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사용기는 제가 만든 렌즈 제작의 원리와 구조에 대해서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불패 pody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