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5. 18. 월요일
에너지전환
2013년 우리나라의 1차 에너지 공급 구성을 보면 화석연료가 85.7%, 원자력이 10.4%로 96.1%를 차지해. 해외 의존적인 수입에너지가 무려 96.1%란 말이야.
2013년 1차 에너지 공급량
출처 - 2013년 에너지 통계연보
이제는 공급 안정을 위해 국내에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인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높여야 해.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높일수록 우리의 에너지 안보는 튼튼해지고 에너지 수입을 위해 써야 하는 돈도 그만큼 굳는 거지. 생각해 봐~ 재생가능에너지의 공급이 늘어나 화석연료를 10%만 대체해도 연간 20조원의 돈이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안에서 돌 수 있단 거거든.
하지만 지금 재생가능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으로 아주 미미해. 독일이나 덴마크는 말할 것도 없고 하물며 에너지 소비마왕 미쿡조차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이 6.3%까지 올라갔는데, 우리는 뭘 믿고 이러는지 몰라 증말~
전세계 각국에서는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와 보급을 위해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그렇긴 한데, 처음엔 FIT를 시행했는데, 지금은 이걸 팽개치고 RPS를 시행하고 있어. 오늘은 이걸 좀 디비보자.
RPS와 FIT는 모두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으로서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는 ‘재생가능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 FIT(Feed-in Tariff)는 ‘기준 가격 의무 구매제’의 약자야. 재생가능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는 발전사업자에게 일정 비율 이상을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기를 공급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이고, 기준가격 의무 구매제(FIT)는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는 생산비를 보전하는 가격으로 우선 구매하는 제도이지. 우리나라는 2003년에 실시한 FIT를 중단하고 2012년부터 RPS 제도를 도입했어.
현재 세계적으로 20여 개국이 FIT를 운영하고 있으며 4개국이 RPS를, 5개국은 RPS와 FIT를 병행 실시하고 있어. 지금까지 결과로는 독일이나 덴마크 등 FIT를 시행하는 나라들이 미국이나 호주 등 RPS 시행국들에 비해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에 보다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나. 2003년 4월에 FIT를 중단하고 RPS로 갈아탔던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인 2012년 ‘재생가능에너지 전량 매입법’을 제정하여 FIT로 돌아왔지.
RPS와 FIT, 과연 우리나라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을 위해 보다 효과적인 제도는 어느 것일까?
1.FIT
1970년대 초 1차 석유파동을 겪은 세계 여러 나라들은 대체 에너지의 개발에 나섰고, 기술과 비용에서 아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대체 에너지의 보급을 위한 지원 정책을 시행했어.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에 대한 최초의 지원 정책은 미국의 카터 행정부에서 나왔지. 카터 대통령은 1978년 국가에너지법을 공포하였는데 5개의 관련법 중 하나가 바로 ‘에너지공급업체 규제 정책법(PURPA: Public Utility Regulatory Policies Act)’이야.
PURPA는 재생가능에너지로 발전하는 개별 발전업자들의 전력을 전력공급 업체들이 회피 원가를 넘지 않는 가격으로 매입하도록 요구했어. 이 법에 따라 캘리포니아주는 예상 장기 발전 비용으로 계산한 고정 가격으로 풍력발전 전력을 매입함으로써 세계 최초의 풍력발전 붐을 일으켰고, 이를 계기로 미국과 덴마크의 풍력발전 산업이 안착하는 계기를 만들었어. 이게 기준가격 의무 구매제(FIT)의 시초야.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석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레이건 행정부는 재생가능에너지 장려 정책을 폐기하고 화석연료의 공급을 중시하는 에너지 정책으로 회귀하였고, 재생가능에너지는 캘리포니아 주 등 몇몇 주에서만 명맥을 유지해왔어.
카터 대통령은 1979년 백악관 지붕에 32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그러나 석유 메이저의 지원을 받은 레이건 대통령이 1986년 이걸 걷어냈지.
2013년에야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얹어.
FIT가 본격적으로 제도화하고 꽃을 피운 건 유럽에서야. 독일 연방 정부는 1990년 ‘재생가능에너지 전력망 접속법(StrEG)'을 제정하여 전력공급업체에게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소매가격 기준으로 20년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했어. 태양광 발전과 풍력발전은 가정용 전기요금의 90%, 소수력(규모가 작고 기술적으로 단순한 수력 에너지)과 바이오매스(생물체를 열분해 시키거나 발효시켜 얻는 에너지)에 의한 발전은 65~80% 수준의 가격으로 구매가 이루어졌지. 이 법은 무엇보다도 재생가능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한 이들에게 전력망에 접속하는 우선권을 부여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어.
StrEG의 시행으로 독일은 1990년대에 4,400MW의 풍력발전소를 건설하여 당시 세계 풍력발전 용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성과를 이루었어. 하지만 태양광과 같이 아직 고비용인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에는 한계가 있었지. 이때 돌파구를 연 곳이 독일 북서부의 도시 아헨이야. 아헨 시정부는 StrEG가 시행된 1991년부터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1994년 생산비보장 구매 제도를 내용으로 하는 조례를 제정해. 재생가능에너지원에 의한 전력 구매 가격을 소매가격에 연동하지 않고 생산비를 기준으로 하여 이를 보장해줌으로써 시민이나 조합 등에서 태양광발전과 같은 고비용의 기술도 과감히 채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거지. 이 제도는 다른 도시로 파급되면서 1990년대 하반기 독일 내 태양광 발전 보급에 크게 기여해.
아헨 모델로 불리는 생산비 보장 구매제도는 StrEG의 전력망접속 우선권과 함께 2000년 연방정부가 제정한 재생가능에너지법에서 FIT 제도의 완성이라는 결실로 이어졌어. 이 법에 의해 독일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하는 모든 전력을, 정부에서 생산비를 평가하여 정한 가격으로, 전력공급회사가 20년간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되었지. 기술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구매 가격은 연차적으로 1~5% 정도씩 낮추도록 했고. 이후 이 법은 독일 내 재생가능에너지의 생산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면서 다른 나라로 퍼져 나가.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준 독일의 적록연정(사민당과 녹색당). 2004년 슈뢰더 총리(사민당)와 피셔 외무장관(녹색당). 우리도 이번에 선거법 고치는 마당에 독일식 인물본위 정당명부제 도입, 진지하게 함 생각해보자~
사진 출처 - 타게스 슈피겔
FIT 제도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야.
첫째,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의 전력망 접속권을 보장하는 거야. 현재의 중앙집중식 전력망은 대용량과 안정적인 전력을 요구해. 따라서 소규모로 단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재생가능에너지원은 그리 반가운 존재가 아니지. 하지만 전기는 따로 포장하여 보관하기가 어려운 제품이잖아. 생산하는 순간 소비가 이루어져야 해. 그러므로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전력망에 접속하지 못하고 자가발전용으로만 써야 한다면, 누구도 비용이 더 들어가는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시설을 설치하려 하지 않을 거야. 재생가능에너지로 발전을 하는 이들에게 전력망 접속을 보장하는 것은 기본 조건인 셈이지. 미국의 PURPA와 독일의 StrEG 등 초기 재생가능에너지 지원법에서 모두 전력공급업체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도록 한 까닭이야. 본래 FIT(Feed In Tariff)의 ‘feed-in’이란 말은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다’라는 뜻이래.
둘째는 장기 구매계약이고, 셋째는 생산비를 보장하는 구매 가격이야. 분산적인 소규모 시설이라고는 하나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설비 역시 값비싼 고정 설비이며,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모험이지. 투자자나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설비를 설치하게 하려면 생산비를 보장하고 투자회수 기간을 확보해주는 것이 필요해.
2.RPS
FIT가 생산자들에게 직접 지원함으로써 보급을 촉진하는 제도라면 RPS는 전력공급업체에게 공급하는 전력의 일정량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채우도록 강제하는 제도야.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 등 500MW 이상의 발전사업자와 수자원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13개 발전회사가 공급의무자이지. 공급의무자는 시행 첫해인 2012년 원자력과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제외한 총발전량의 2%를, 2013년에는 2.5%, 2020년에는 8%를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해. 즉, 대규모 발전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하여 의무 비율을 채우든지, 소규모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사업자들로부터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인증서를 구매하여 의무를 이행해.
RPS 제도에서 소규모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자들은 생산한 전력은 그날 가격으로 한전에 팔고, 에너지관리공단에서 발급하는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를 통해 보상을 받아.
REC란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설비에서 공급의무자에게 판매한 전력량에 부여하는 공급인증서의 발급 및 거래 단위야.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사업자는 발급받은 REC를 전력과 함께 공급의무자에게 팔든지, 혹은 REC만 분리해서 판매함으로써 생산비용을 보장받고 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 공급 의무가 있는 발전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공급인증서 평균거래가격의 1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내야 해.
이렇듯 공급의무화제도는 재생가능 에너지의 보급을 시장의 경쟁에 맡기는 제도야. 정부는 단지 발전회사들의 의무공급 비율을 정해주고 이를 채우지 못할 경우 과징금만 부과하면 돼. 의무 공급 비율이 높다면 정부의 보급 의지를 읽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의무공급 비율은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발전업계와 타협의 산물로 정해져. 우리나라의 2020년 의무공급 비율이 8%(원자력과 재생가능 에너지 전력을 제외한 발전량 대비이므로 실제 총 발전량에서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은 이보다 낮아)인 것을 보면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에 대한 정부의 허약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
3.우리의 선택은?
기준가격 의무구매제와 공급의무화제도의 가장 기본적인 차이는 보급 촉진의 대상인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인식이야. 기존의 화석·핵에너지 체제는 규모가 크고 중앙 집중적인 공급 및 유통방식을 구축했어. 반면 재생가능 에너지원에 의한 발전은 분산적으로 이루어지며 화석·핵에너지에 비해 소규모로 이루어져. 소규모 분산성 에너지의 보급 방식은 대규모 중앙 집중형 에너지의 보급 방식과 다를 수밖에 없잖아?
기존 에너지 체제에서는 연료 및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소비지와 떨어진 장소에 대형발전소를 건설하고 고압선으로 이를 전송하여 배전해.
하지만 예를 들어 태양광발전은 하나하나의 건물이 모두 발전소가 돼. 소비지 건물의 지붕이나 벽면 등 햇빛을 많이 받는 곳이 바로 소형 발전소이며,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생산자들은 다수의 소생산자들로 구성돼. 따라서 FIT는 이들 다수 소생산자들의 최소 수익을 보장하여 투자 의지를 부추기지. 반면 RPS는 기존 대형 발전사업자들에게 일정량의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공급을 요구하고 그 달성은 시장에 맡기는 방식이야.
그러다 보니 RPS에서 공급의무자들은 소규모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끌어 모으기 보다는 대형 풍력 발전단지나 태양광 발전단지, 조력 발전소 등 한 번에 대량 구매가 가능한 곳을 선호해. 공급의무자 스스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에 투자하는 방식도 대형 발전단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재생가능에너지가 가진 소규모와 분산성이라는 특성에 맞는 에너지 생산과 배분 구조가 형성되기보다는 기존의 중앙집중형 대규모 에너지 체제에 단지 발전원의 한 형태로만 편입되고, 그나마 이 방식에 맞지 않는 대부분의 소규모 생산자들은 배제되는 구조로 보급이 이루어져.
태양과 바람 등 재생가능에너지는 많은 지역에 골고루 주어지는 대신 엘리트 에너지 같이 대량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야. 따라서 재생가능에너지의 활용 방식은 그 성격에 맞는 체제를 필요로 해. RPS가 기존 화석·핵에너지 체제의 연장선상에서 채택된 제도라면 FIT는 미래의 에너지 체제를 준비하는 제도라고 평가받는 까닭이지.
이밖에도 지역제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투자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시장 규모를 확대하며,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고, 다양한 에너지원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등 FIT가 RPS에 비해 뛰어난 효과가 있다는 것은 그동안 각각의 방식을 채택하여 진행해온 나라들이 결과로서 보여주고 있어.
현재 우리나라가 실행하고 있는 RPS, 즉 공급의무화제도를 유지하더라도 소규모 발전에 대해서는 FIT(기준가격 의무 구매제)를 다시 실시하여 다양한 소생산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촉진해야 해. 우리가 맞이해야 할 미래의 에너지 체제에서는 우리가 사는 집, 일하는 사무실 건물 하나하나가 모두 발전소니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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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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